NCT U(태일, 도영) - Radio Romance
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까?
글. 도영꽃나무
03화
부제 - 맞나보다.
저번주, 김도영이 괜히 이상한 장난을 친 덕에 일본어 선생님께선 우리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게 되었다. 다른 선생님이었다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뭘 하는 거냐면서 우리 둘이 붙어 있기만 해도 뭐라고 하셨겠지만, 일본어 선생님은 그런 부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으시는 듯 보였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건지. 도영이랑 짝이 되어서 처음 말을 나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벌써 4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교복 위에 후드집업이나 후드티를 입어야만 등교할 때 춥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제법 따뜻한 기운이 많이 돈다.
여느 때와 같이 교문을 지나쳐 교실로 향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았다. 깜짝 놀란 나는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곤 몸을 들썩이며 뒤를 돌았다. 대충 예상하곤 있었지만 정재현이었다. 김도영과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는 정재현은 방송부 강동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애였다. 이미 여자친구가 있어서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말이다.
"놀랐잖아."
"아, 미안. 혹시 김도영 봤어?"
"아니? 전화 해봐!"
"걔 맨날 무음으로 해놔서 소용 없음."
정재현은 김도영을 찾고 있는 듯 보였다. 아침 댓바람부터 왜 찾는 거지? 나도 모르게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건지 정재현은 동아리 일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대답 했다. 아아. 짧게 대답을 하고선 정재현 때문에 추욱 늘어진 가방을 고쳐매고서 다시 교실로 향했다.
이번엔 어깨가 아니라 가방이 잡혔다. 아악, 왜! 지각이 몇 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일분 일초가 급한데 왜 자꾸 붙잡는 건지 답답했던 나는 정재현을 향해 눈을 흘기며 왜냐고 물었고, 정재현은 김도영 요즘 기분 어때? 라고 물었다. 아니, 왜 김도영이랑 나보다 더 친한 애가 나한테 그걸 묻지…? 당황한 내가 어버버 거리고 있으면, 저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정재현! 너 시민이 괴롭히냐!"
"내가 너냐? 됐고, 오늘 동아리 때 피크 두 개만 더 가지고 와"
"그런 건 문자로 하지. 왜 얠 붙잡냐. 시민아 쟤가 쓸 데 없는 소리 안 했지?"
"별 얘기 안 했어!"
등장하자마자 짜증을 내는 김도영을 보던 정재현은 특유의 착하고 순한 눈웃음을 지으며 닥쳐. 그런 말 할 거면 무음 풀고 뒷주머니에서 휴대폰 빼. 라고 말을 하며 김도영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악! 빠직 효과를 넣어야 할 거같은 김도영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그 모습을 보며 왠지 시트콤 같아서 큭큭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으면 김도영은 뭘 웃냐며 발끈했다. 김도영은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지각 1분 전이라며 빨리 들어가자고 내 손을 잡아 교실로 달렸다. 닿은 손이 찌릿하고 화끈한 게, 전기에 감전 된 거같았다. 갑작스레 잡힌 손이기도 했고 교실에 들어가는 게 급하기도 해서 빼지 못한 손을, 뛰어가는 와중에도 계속 흘끔 흘끔 바라봤다.
-
갑작스러운 일본어 단어 시험에서 20점을 맞은 걸 제외하면 평소와 다름 없는 5교시를 보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동아리 시간! 다른 학교 같으면 이미 동아리를 시작 하고도 남았겠지만, 우리 학교는 갑자기 추가 된 스케줄이 많았던 탓에 이제서야 제대로 된 동아리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난 평소에 영화를 보는 게 취미였기 때문에 영화 감상부를 선택했다. 별다른 활동도 없고 그냥 6, 7교시동안 편하게 앉아서 영화만 보면 되는 동아리이기도 하고 무서운 애들도 없을 거같아서 좋았다. 무슨 영화를 보게 될까 기대하며 5교시를 보내고,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동아리를 하는 3학년 2반 교실로 향했다.
"오늘은 별다른 활동 없을 예정이니까. 6교시만 채우고 집으로 가!"
망할. 순간 실망감이 확 몰려왔다. 한 시간동안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리다가 집으로 가야하나? 기대를 했던 만큼 큰 실망감에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왠지 계속해서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아쉬움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문득 김도영이 떠올랐다.
김도영은 밴드부랬다. 아마 밴드부면 동아리 시간하고 상관 없이 연습하느라 길게 하겠지? 그거라도 구경 간다고 하면 안 되나? 아, 아무리 동아리 사람들 그리고 도영이랑 친해졌다고 해도 그건 오반가? 한 번 떠오른 도영이의 생각은 좀처럼 머리에서 떠날 생각을 하질 않았다.
[도영아, 나 너희 동아리 구경가도 돼?]
[우리 동아리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아, 몰라. 민폐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너무 아쉬웠던 나머지, 나는 그냥 문자를 보내고야 말았다.
싫으면 말고. 라는 말을 덧붙일까 말까 고민하는데, 빠르게 답장이 왔다.
[지금 올래? 연습 도중엔 못 들어오거든. 지금 들어와야 해!]
도영이의 답장을 읽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곧장 음악실로 향했다. 3학년 교실과 음악실이 가까운 편이었기에 빠른 걸음으로 걸으니까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방음 처리가 된 탓에 두껍고 무거운 음악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왔어? 빨리 왔네!"
도영이를 포함해서 10명이 좀 넘는 사람들이 음악실 곳곳에 자유롭게 앉아서 자신이 맡은 악기를 튜닝하거나 목을 풀고 있었다. 도영이는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겼다. 동혁이는 내게 안녕하세요, 누나! 라며 꾸벅 인사를 했다. 1학년 드럼이랑, 2학년 키보드를 제외하고선 모두 남자였기 때문에 적응 안 되는 분위기였다.
"시민 하이. 스트로니 데이~"
"하하. 안녕하세요."
특히 저 문태일 선배는 적응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어쨌든 다들 갑자기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살가운 미소로 나를 반겨줬다. 도영이가 기왕 왔으니까 급한 일 없으면 연습할 때까지 같이 있다가 같이 집에 가자고 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이제 슬슬 연습을 시작한다며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했다.
도영이가 가리킨 의자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으려는데 정재현하고 눈이 마주쳤다. 왠지 모를 오묘한 미소를 짓던 정재현은 베이스를 손에 쥐다가 말고, 도영이를 제외한 나머지 2학년에게 귓속말을 했다. 도영이는 미간을 좁히며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냐고 짜증 섞인 투정을 부렸다.
"시민이도 놀러왔는데, 도영이 솔로 한 번 때리고 가야지?"
"너 때려달라는 소리냐?"
"하나, 둘, 셋!"
손사래를 치며 싫다는 반응을 하는 도영이를 깔끔하게 무시한 정재현은 큰 소리로 박자를 세었다. 간주를 들으니 백예린의 '우주를 건너'인 거같았다. 의외의 선곡에 놀라기도 잠시,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왠지 쳐다보기가 민망해서 바닥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너와 나 사이의 우주를 건너-"
마주친 눈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눈을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들려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은 내 귀를 간질였다. 아니라고 계속해서 부정하고 있었지만, 진짜 맞나보다.
웃는 네 모습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너밖에 안 보이고. 살랑거리는 봄 바람보다 네 목소리가 더 설레게 느껴진다면, 맞나보다.
조금 급하게 빠졌다고 할 수도, 조금 섣부르게 판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맞나보다.
내가 널 좋아하는게, 맞나보다.
도영꽃나무의 한 마디
악. 열심히 쓴다고 쓰는데 넘 저퀄이고요… 넘 우울해요.
1화랑 2화는 계속 수정중이에요! 콘티랑 스토리를 좀 열심히 짜고서 글을 쓸 걸.
무작정 올려서 그런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아요ㅠㅁㅠ
부디 이번화는 횡설수설+빠른 전개가 조금 나아졌기를 바라며 올립니다!
(참고로 밴드부는 1,2,3학년 따로 공연을 하기에 연습도 나눠서 하고요.
2학년 중에선 도영이가 보컬, 재현이가 보컬겸 베이스입니다!)
안뇽
(암호닉 받습니다. 번외나 텍파는 암호닉분들만 드려요!)
♥[99], [세블리], [도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