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또라이
글 ; 노랑의자
내가 이런 장면을 보고 있을 줄이야.
지금 우리 집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거실에 나와 황민현이 나란히 앉아 있고 우리 앞에는 엄마와 아빠가 우리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다. 난 안절부절하며 황민현의 눈치를 보는 중이고, 엄마는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싱글벙글이다.
"그래, 우리 딸이랑은 언제부터..?"
"아 엄마!"
누가보면 결혼 허락이라도 받는 줄 알겠다. 내가 당황해서 엄마를 부르자, 아빠도 재밌다는 듯 웃으신다. 황민현도 그렇게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는지 살짝 웃어보인다. 아, 이러려고 말한 거 아닌데..
"얼마 안 됐습니다."
"그래? 공부는 좀, 하고?"
"아..엄마 그만 좀.."
"꽤 합니다."
패기넘치는 황민현의 대답에 우리 부모님은 즐겁다는 듯 웃으셨고, 황민현도 민망한지 하하하 하는 잘생긴 웃음소리를 낸다. 이와중에도 잘생겼네, 내 남자친구. 또 이것 저것 물어 보기 시작하려는 엄마 아빠를 애써 말리고 얼른 집에서 나왔다. 아, 엄마 황민현 어머니랑도 친한 것 같던데 소문 나는 건 금방이겠네..
"아, 진짜 미안해.."
"아냐, 재밌었어."
배웅을 할 것도 없이 집 밖으로 나오면 바로 황민현의 집이다. 너무나도 아쉬운 마음에 손을 잡고 좀처럼 놓질 않으니 황민현이 나를 엘리베이터로 이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잠깐 걸을까? 하고 달달하게도 말한다. 그 모습에 녹아버린 나는 수줍은 미소를 띄울 수 밖에.
"저번에 짝피구, 왜 거절했는지 물어봤었잖아."
"응."
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아파트 단지를 살살 걷는데, 아무 말 없던 황민현이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을 꺼낸다. 드디어 말해주려나 하고 쳐다보니, 그렇게 쳐다보니까 못 말하겠다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알았어, 하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질투했어."
"응?"
"재환이 옷 입고, 둘이.. 많이 친.."
"...."
"아, 나 그만 말할래."
많이 민망한지 귀까지 붉혀가며 천천히 말하는 황민현의 모습에 벌써 아까부터 웃음이 터졌다. 나름 진지하게 말하는 탓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몰래 웃고 있었는데, 말하다 그런 나를 발견한 황민현이 그만 말할래, 하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린다. 아, 진짜 귀여워 황민현. 결국 참았던 웃음이 빵 하고 터졌다.
"아 왜 웃어.. 창피해."
"질투했어 우리 민현이? 그랬구나아."
"자!"
손을 높이 들어 황민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놀리는 투로 말했다. 가만히 그 손길을 받아내던 황민현이, 순간 눈을 빛내더니 양 손바닥을 나에게 펴 보인다. 뭐지, 하고 쳐다보니 하이파이브 하란다. 이렇게 갑자기..? 어버버한 상태로 양 손을 갖다대니 내 양 손에 깍지를 낀 황민현이 민망함이 가득한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하고,
"원래 민망할 때 이거 하면 괜찮아졌는데..하하."
아직도 귀가 새빨갛다. 그 뒤로 계속해서 난 황민현을 놀리고, 황민현은 말리다가 울상을 짓기도 하다가. 결국 잠깐의 산책은 1시간 가까이로 늘어났다.
애석하게도 기말고사는 또 다가왔다. 날씨가 더워졌고, 나는 더위에 축축 늘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금세 정신을 잡았다. 아직 갈 길이 먼, 너블대 입학의 목표를 위해서. 황민현은 더위에 유독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쿨팩도 자주 사주었고, 밥을 먹고 나오면 내 입에 시원한 음료수를 물려주었다. 그럴 때마다 짜증난다는 듯 따라붙는 여우의 시선에 황민현에게 괜히 한번 더 웃어보였다.
"왜 갑자기 웃어?"
"그냥. 좋아서."
기말고사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정말 잠잠해졌던 빈혈도 심해질 정도로 잠도 줄였으며, 황민현과 대화하는 시간도 줄어들 정도로 공부에 집중했다. 그 노력들이 결과로 이어져, 중간고사 때보다 성적이 올랐다. 성적표를 들고 환하게 웃자, 황민현이 그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고했어, 하고 속삭여 주었다.
고삼의 여름 방학은, 또 다른 시작이다. 말이 방학이지, 실제로는 여름 보충수업이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나와 황민현은 여태 한번도 싸우지 않고 애정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등교길에 미니 선풍기로 황민현에게 바람을 보내주면, 괜찮다며 다시 나에게 돌리고. 나는 또 황민현에게 돌리고. 결국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같이 쐬고. 힘들기만 한 고삼 생활에 유일한 활력이었다.
"나 살찐 것 같아."
"응? 아닌데."
"아냐.. 진짜 찐 것 같아. 볼살이 늘었어. 니가 맨날 초콜릿 사줘서.."
"난 볼살 너무 좋아. 귀여워."
"야 황민현!"
"이름이 귀여워."
눈이 접히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내 볼을 꼬집는다. 잔뜩 뭉개지는 발음에 놓으라고 소리치다가도, 이름이 귀여워, 하는 황민현의 다정한 목소리에 결국 또 졌다. 잠시 뒤 손을 놓고 조금 빨개진 볼에 놀라며 금세 내 볼을 감싸오는 모습이 좋았다. 괜찮아? 아파? 미안해. 뒤따라오는 걱정스러운 말도. 싱글싱글 웃다, 주위 눈치를 슥 보고선 재빨리 황민현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처음도 아닌데, 항상 황민현은 금세 얼굴을 붉히곤 했다. 그런 황민현을 바라보다, 내가 먼저 교실로 도망치듯 올라갔다.
황민현과 사귀는 날이 길어질수록, 황민현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갔다.
"진짜? 너 여자친구 사귀어 본 적 없어?"
"응."
그럼 내가 전부 처음이겠네? 하는 생각에 실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숨긴다고 숨겼는데, 황민현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뭐야? 한다. 괜히 뜨끔해진 내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뭐가?
"왜 좋아해?"
"응? 아닌데?"
"좋아하는데?"
"응 나 너 좋아해!"
어떻게 말을 돌리지 생각하다, 놀리고 싶은 마음 반 진심 반으로 씩 웃으며 나 너 좋아해! 하고 말했다. 똑바로 황민현의 눈을 보고 말했더니, 황민현은 또 감정을 숨기질 못한다. 시도때도 없이 붉어지는 저 귀는, 예전부터 참 솔직하다. 열일한다 열일해.
"갑자기 그러면 어떡해.."
쑥쓰러워하는 황민현이 좋았고, 항상 나를 향해 웃어주는 황민현이 좋았다. 더운 여름 내내, 황민현 덕분에 웃음이 떠나갈 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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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랑의자입니다 ♡
아 오늘 진짜..
노잼에..노잼..
죄송하다는 말 밖에.....
다음 화는 더 열심히..써오겠습니다...
시간 전개가 엄청 빠르죠?
제가 애들 대학 얘기를 이 안에서 끝내려구 해요..! 한 두세편 정도..?
도저히 대학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서..녜..무능한 작가의 한계,,,,
암호닉이에요!
정태풍 ♥
뷔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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