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한 토끼와 순진한 여우
E
□□
전정국과의 키스는 포근했다. 짜릿했다. 그게 다였다. 그 두말로도 충분했다. 키스의 끝을 알리듯 두 입술이 느리게 떨어졌다. 진하게 늘어지는 타래가 묘했다. 실타래가 늘어지면서 나의 입술에 묻자 전정국은 살며시 손을 들어 나의 입 주위를 닦았다. 꽤 오래 우리는 시선을 마주했다. 전정국의 눈은 맑음을 유지하였지만 묘한 다른 눈빛이 담겨있었다. 소유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전정국은 나에게 왜 그런 눈빛을 보이는 것인가. 나는 또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해결해야 할, 전정국이 말했던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일을 나는 기억해야 했다.
"갈게요. 그럼"
내가 전정국을 붙잡을새도 없이 전정국은 나의 집에서 빠져나갔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을 제어할 수 없었다. 이프로 부족한 음식을 먹으며 찜찜함을 느꼈던 거처럼 지금 나의 기분 또한그랬다. 전정국과 내 사이를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전정국에게서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은 무엇인가. 오히려 전보다 더 어지러워진 머릿속에 답답해졌다. 전정국은 어떤 생각일까. 그저 소유욕을 느끼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어째서? 나 같은 여우 종족보다는 자신과 같은 종족인 토끼 종족을 소유하는 게 더 쉬운 거 아닌가? 여우 종족이 특이해서 그저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마냥 순수하게만 생각했던 토끼가 나에게 혼란을 주는 순간이었다.
■■
전정국이 연락을 할 거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전정국에게서 오는 연락은 없었다. 촬영을 하면서도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다. 예전과는 달리 전정국은 내게 시선을 두지 않았고 피곤한지 자신의 촬영이 아닐 때면 눈을 붙이는 그였다. 어디 아픈 것인가 혹시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괜히 주제넘는 생각을 하는 나였다.
"정국이 오빠!"
촬영장에 의문에 손님이 들어왔다. 요새 인기를 몰고 있는 여자 아이돌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한미진, 토끼 종족이었다. 토끼 종족 특유의 맑은 눈으로 순수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이었다. 그녀는 한껏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전정국의 이름을 부르며 촬영장으로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손님의 등장에 스태프들은 잠시 당황을 하다가도 이내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계속 눈을 붙이며 나에게 시선 한 번을 안 주던 전정국이 무슨 일인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누구보다 다정하게 맞이하였다. 나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미소. 그 미소를 보자 심장이 어디론가 강하게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전정국에게 애교 있게 안기며 무언가를 말했다. 전정국 또한 싫지는 않은지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담아주었다.
"뭐야 뭐야, 둘이 사귀는 거야?"
감독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둘이 사귀는 사이냐는 질문이 왜 이렇게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것이었다. 감독님의 질문에 전정국과 그녀는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웃었다. 그리곤 그 여자가 입을 열었다.
"음... 아마도요?"
"에이- 사귀면 사귀는거지 아마도가 어딨어?"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건 아닌데 제가 오빠 쫒아다니고 있어요"
"그래도 정국씨 반응만 보면 싫은건 아닌거 같은데?"
"귀엽죠. 미진이. 요새 얘 때문에 웃어요"
전정국의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지하까지 끌고 내려갔다. 얘 때문에 웃어요. 그렇구나 전정국에게 그녀는 그런 존재구나. 그렇다면 나는? 아, 어쩌면 나는 주제넘는 짓을 하는것 일지도 모른다. 그는 나에게 그저 호기심을 다가왔다는 게 거의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앞에서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할리가 없었다. 기분이 나빠졌다. 그에게 놀아난 거 같았다.
"근데 얼마전에 여주씨가 이상형이라고 하지 않았어?"
다시 이어지는 감독님의 질문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전정국의 시선도, 그녀의 시선도. 그녀는 이제서야 나를 발견한 건지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 또한 같이 인사를 하였다. 전정국은 이런 나를 보고 웃더니 말했다.
"이상형과 실제 애인과는 다르죠. 그리고 이제 드라마 시작이잖아요.
굳이 다른 사람 언급하는 것보다야 여주씨를 말하는 게 낫죠. 아, 그래도 여주씨 미인이세요. 많이"
"뭐야- 정국씨. 정국씨 발언 때문에 여주씨가 얼마나 욕을 먹고 있는데, 여주씨 기분 상한거 아니지?"
다시 한번 느껴지는 전정국의 시선이었다. 전정국의 표정은 거만했다. 나에게 한번 해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치 나를 실험하려는 듯한 전정국의 시선에 나는 어디서 깡이 나왔는지 전정국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괜찮아요. 딱히 신경쓰지 않고 있어서... 두 분 잘 어울리세요"
전정국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또한 눈썹 한쪽이 살짝 올라갔다. 나는 알았다. 저 표정은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전정국의 표정을 보자 이상하게도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나름 승리의 미소를 지었지만 가슴 한쪽에는 미친 듯이 화가 났고 아팠다.
□□
촬영은 무사히 끝났다. 전정국은 연기를 하는 순간을 제외하고 나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둘은 정말 한 쌍의 커플처럼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변 여자 스태프들의 질투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 또한 날 서린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한미진... 그녀는 확실히 나와는 달랐다. 쌍커플이 져서 한껏 큰 눈이지만 묘하게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나와 달리 그녀의 눈은 오로지 순수했다. 동그랗고도 맑은 눈이었다. 전정국도 결국 자신과 같은 종족인 사람에게 끌린 것일까. 저런 순수한 눈빛에 빠진 것일까. 나는 절대로 될 수 없는 모습에 절망감을 느꼈다. 그렇게 나를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해놓고 그녀는 스케줄이 있다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마음 한쪽이 안심이 되는 것은 기분 탓이었을도 모른다.
오늘 예정된 촬영이 끝이 났다. 전정국과 나는 단 한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거에 씁쓸함을 느꼈다. 나는 코디 언니들을 도와 서둘러 짐을 챙기고 촬영장을 빠져나갔다. 아니 빠져나가려고 했었다. 내 앞을 막아서는 전정국이 없었다면. 이상하게도 전정국은 화난 표정을 내게 보였다. 지금 화를 낼 사람이 누군데 그가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얼굴을 굳히고 그를 피해서 갈려고 했지만 그가 거칠게 나의 손목을 잡았다.
"뭐하는거에요? 이거 놔요"
"할 말이 있어요"
"나는 없으니까 이거 놔요 피곤하니까"
"그럼 여기서 말 할까요?"
무엇을 말한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두려웠다. 전정국이 나에게 어떤 말을 뱉을지. 거기다 지금은 아직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나는 우리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코디 언니에게 웃어주고는 먼저 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코디 언니는 순순히 차로 향하였다. 전정국은 나를 데리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갔다.
"할 말이 뭔데요"
"내가 꼭 이렇게 붙잡고 말을 해야 말하더라 여주씨는"
"...내가 뭘 말을 해야해요? 전정국씨한테?"
"그럴거면 아까도 그냥 여유롭게 있지 그랬어"
"...네?"
"그러게 왜 아까는 질투 섞인 얼굴로 나랑 미진이를 쳐다봤냐고 사람 착각하게"
"...그게 무슨"
"내가 너 그정도 표정 변화도 모를까봐?"
"뭐라고요? 너라니요? 전정국씨. 우리가 이렇게 말을 편하게..."
"다른 말로 돌리지마. 너랑 나랑 동갑이고. 이렇게 부를 자격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쪽이 무슨 자격이 있는데요"
"키스까지 했잖아"
"..."
"너도 좋았잖아"
"..."
"아까는 질투 섞인 얼굴로 쳐다봤으면서 뭐? 할 말이 없어?"
"..."
"너는 사람이 이렇게 찌질하게 굴어야지 말을 하지"
"..."
"솔직하게 굴어도 괜찮아. 나는 그게 좋아"
"...이따가... 이따가 연락할게요. 오늘 사장님이랑 저녁 약속이 있어요"
"후- 알았어요. 그럼"
전정국은 화가 난듯 나를 몰아 붙였다. 전정국이 말하는 건 무슨 의미일까. 사실 한 가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게 맞을까? 내가 감히 그를 원해도 되는 걸까? 차를 타고 이동하는 와중에도 내 안에서의 두 가지 갈등이 싸우고 있었다. 걱정 섞인 매니저 오빠의 말에도 건성으로 대답을 하였다. 전정국. 전정국. 오직 그만을 생각하였다.
■■
"왔어? 앉아 여주야"
"일찍 오셨네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사장님과의 저녁 약속이었다. 보잘 것 없는 나를 지금까지 잘 키워준 고마운 분이었다. 자주 먹던 레스토랑에서 항상 앉던 자리였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한명이 더 있는지 사장님의 옆자리, 즉 내 앞자리에 검은색의 코트가 걸러져 있었다.
"...오늘 다른 분도 있으세요?"
"아... 말을 안했구나... 너한테 투자하고 싶다는 분이 있어서... 요즘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는 기업의 이사님이야"
"...사장님. 저 그런거 안한다고 했잖아요. 저요. 지금도 충분해요."
"그게 아니고 여주야. 그런게 아니야"
"그게 아니면요? 신인때도 스폰하나 안했는데, 지금 하라는거 아닌가요?"
"..."
"저한테 투자한다는거... 대가가 있는거잖아요"
당황스러웠다. 쌩신인인 시절에도 사장님은 나에게 어떤 스폰도 권하시지 않았다. 주위에서 추파를 던진다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사장님은 나를 지켜주셨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지금에서야 나와 나에게 투자를 한다는 사람의 자리를 마련한 건지 모르겠다. 서러움이 몰려왔다. 이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사장님께 서러움을 말하고 있었을까 어디선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가 같은거 없어. 네가 생각하는 스폰은 더더욱 아니고"
"민윤기...?"
"자리에 앉아. 순수하게 너한테 투자하고 싶어"
"..."
"또한 보고싶었어"
"..."
"오랜만이야 김여주"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내 눈앞에는 나를 매정하게 떠난 그가 있었다. 지독히도 아팠던 사랑. 지독한 첫사랑이었던 그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그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민윤기. 그의 이름이었다.
□■
캔디러브입니다!
오늘 늦었죠...ㅠㅠㅠ 죄송합니다...ㅎㅎㅎ
오늘 진짜 역대급으로 이상...ㅠㅠㅠ 죄송해요...
그래도 우리 독자님들은 재밌다고 해주시겠죠..ㅠㅠㅠ 착한 내님들....ㅠㅠㅠ 감사해요...
글쎄 신알신이 290명이 넘었어요(소곤소곤)
암호닉
겨울/ 몽9/ 퍄퍄/ @불가사리/ 해나/ 떡볶이/ 윤쏭/ 볼우물/ 보라색달/ 국이네/ 꾸꾸/ 요로시꾹/ 11000110/ 효비요니/ 0207/ 새싹/ 다니단이/ 꼬취꼬춰/ 이슬/ 초코맛솜사탕/
단미(사랑스러운여자)/ 젼국/ 보름달/ 랑짐/ 전정국/ ■계란말이■/ 사설/ 1013/ 뿜뿜이/ 아기어피침침/ 찰떡쿠키/ 봄봄/ 꿀레몬청/ 꾹토끼/ 꾸꾸/ 슈가나라/ 본싱어/ 요를레히/
봄플/ 맑은 햇살/ 가봉/ 롤링/ 찬란/ 공좌님/ 슌/ 토토로/ 허쉬초콜릿/ 달리/ 지니/ 망개야/ 모란/ 만듀/ 감자/ 다카포/ 요진/ 할보할/ 사랑이모여/ 쿠키/ 짜몽이/ 꿀떡끌/ 유건/
뮤즈/ 0415/ 설레임/ 토쿠/ 밍숭늉/ 데이지/ 하늘맑음/ 꾹화/ 1307/ 유자몽/ 서딩딩/ 꼬취꼬춰/ 돌하르방/ 꾹침/ 향단/ 바리바리/ 미니혀니/ 보라도리/ 초코랑해피/ 찬란/ 핫초코/
알람/ 펭귄/ 식빵/ 꿀돼지/ 분위기/ 물빠않석/ 스타빌로/ 찜찜/ 바다코끼리/ 뉸기찌/ 꾸꾸야/ 117110/ 파슬리/ 김다정오빠/ 귤선생님/ 거창아들/ 요미공듀/ 낙월/ 쿄요테/ 꾸니/
망개하리/ 룰루랄라/ 초콜렛러브/ 노랑말/ 돼지고기만두/ 별의밤/ 포동이/ 가든천사/ aidram/ 뷔주얼/ 태태요정/ 이핏/ 다카포/ 보라색바다/ 지민이네집/ 큄/ 청록/ 띠로롱
꼬질이/ 치미아이/ 가근천사/ 애플파이
암호닉은 최신화에다가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암혹닉 신청해주시는 분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