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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XX/홍차] 학생회장 차학연 | 인스티즈

 

 

 

 

 

 

 

 

 어릴 때부터, 나는 친구들을 이끌고 무언가 해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매년 반장을 맡지 않은 적이 없었다. 오죽하면 오랜 친구들은 나에게 차반장, 차리더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그 별명은 꼬리표처럼 고등학교까지 따라왔다. 나는 그 별명이 좋았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다만, 사실 나는 꽤 일을 잘 처리하는 편이었다. 경력이 있어서인지, 타고나기를 리더 체질인건지 어쩐지 이제 임원선거 시즌만 되면 친구들이 알아서 나를 밀어주었다. 차학연 아니면 누가 하냐? 야아 왜 그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은근히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할꺼야.

 

 

 

 리더쉽이 있는 자가 성공한다. 라는 제목의 자서전까지 쓸 수 있을 정도로 자타공인 리더로 인정받은 나는, 당연하게도 고등학교 스펙의 정점인 학생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부회장 선거에 당선된 1학기 때부터 담임선생님은 청소시간마다 애들을 부려놓고 교무실로 달려와 잘 정리한 출석부를 칼같이 내미는 나에게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우리 학연이가 딱 회장감인데. 회장 선거 나갈거지?

 

 

 난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해맑게 대답했다. 네! 그래 우리 학연이 아니면 누가 하니. 이제 가봐. 리더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태도인 예의를 지키며,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교무실 문을 열었다. 뜻밖에도 문 뒤에 나보다 조금 더 큰 키를 가진 남자아이 하나가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를 보고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가, 다시 웃으며 길을 터주었다. 못보던 얼굴이었다. 저렇게 잘생긴 얼굴을 한번도 안 마주쳤을리가 없는데. 힐끗 살핀 명찰이 하얀색이라는 것으로부터, 나보다 한 학년 아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선배 안녕하세요!"

 "안녕."

 

 

 나가지도 못하게, 이번에는 여자 후배들이 문 앞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예 죽치고 있는 듯 쪼그려 앉아있던 아이들이 나를 보고 일어나 인사했다. 그래그래.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지나치려는 찰나,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후배 하나가 말을 걸었다. 오빠, 2학기 때 회장선거 당연히 나가지? 뭘 벌써 그런걸 얘기하고 그래. 내 말에 꺄르르 웃던 후배들이 갑자기 자기들끼리 무언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야. 홍빈이도 나가면 진짜 좋겠다."

 "맞아. 그러면 회장 부회장 라인 딱 좋은데."

 "선배 인기 버프타면 남자애들도 뽑지 않을까? 둘이 나가야 되는데." 

 

 

 

 반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서두르긴 했지만, 방금 스친 갈색 머리 2학년의 하얀 명찰 위에 적혀있던 이름이 이홍빈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람을 깔보듯, 내려다보는 눈빛이 자꾸만 거슬렸다. 뭐 지가 어쩌겠어.

 

 

 

 

 

***

 

 

 

 

 그 녀석과 다시 마주친건, 임원선거에서 후보라인을 만들기 위해 모인 학생회실에서였다. 그새 검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이홍빈이란 놈은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간간히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언뜻 눈이 마주쳤지만, 곧 칠판을 탁, 탁 치는 학생부 선생님의 행동에 다시 시선을 돌려야 했다. 은근한 선생님의 눈이 나를 보고 한번 웃더니, 칠판에 하얀 분필로 탁, 탁 빠르게 후보들의 이름이 적혔다. 내 이름은 1, 이라는 숫자 옆에 당당히 크게 (내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적혀있었다.

 

 

 "올해부터 제도를 바꿨거든. 좀 더 빠른 투표를 위해서 회장, 부회장 한팀으로 후보 라인을 만드려는데. 괜찮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소문으로 들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막상 와보니 누구와 팀을 지어야 할지 막막했다. 물론 나와 친한 후배 한 명이 있긴 했지만 솔직히 부회장으로 두고 내 옆에서 일하게 두고 싶을 정도로 능력이 있진 않았다. 그리고 또 이홍빈과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꽤 길게 나를 보고 있었다. 쟤는 여자애들한테 떠밀려서 나왔나. 여전히 옆에 앉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시선이 이쪽을 향한 것에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잘못 봤겠지.

 

 학연이는 누구랑 하고 싶니?

 

 

 

 후배들의 눈이 나를 향해 반짝였다. 빨리 나를 물어가라는 뜻이었다. 총 세명의 후보 중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하나, 이홍빈 뿐이었다. 순간 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 아, 셋 다 과분해서... 둘 중에 아무나 나와라.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때, 발랄한 여자아이들의 목소리가 아닌 낮은 저음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크게 들렸다. 제가 형이랑 할게요.

 

 

 

 

 ...나니?

 

 

 

 

 

 

 

 

 

 

 

 

 

 남-남 라인은 투표가 덜 몰리지 않겠냐는 내 말에 이홍빈은 별 걱정을 다 한다며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그래도 나랑 하겠다고 먼저 말해줬는데 그 분위기에 거절을 하겠는가. 꼼짝없이 내 이름 옆에는 그 녀석의 이름이 적히게 되었다. 슬쩍 표정을 살폈지만 만족스러운건지,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알수 없는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시 나는 이홍빈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조금 있었다. 나와 마주친 그날 이홍빈은 전학을 왔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선거에 후보의 이름으로 녀석이 올라온 것을 보고 놀랐다. 전학온지 한 학기만에. 경계할 필요를 조금 느꼈다.

 

 

 투표함 앞에 앉은 나에게 친구들이 장난을 걸어왔다. 야, 너 때문에 뽑는거야 임마. 그 말에 기분이 좋아져 생글생글 웃고 있으니 별안간 이홍빈이 뒷문으로 등장했다. 그러자 여학생 줄에서 꺄악, 꺅, 온갖 종류의 탄성이 터졌다. 그 쪽을 힐끗 보고 작게 웃은 놈이 이쪽으로 걸어와 내 옆에 앉았다.

 

 

 

 "안 떨려?"

 "형 떨려요?"

 

 

 

 나는 별루 안 떨려염.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이홍빈이 고개를 돌렸다. 기분 나쁘게 뒷통수도 잘생겼다. 괜히 오기가 생겨 그 잘난 뒷통수를 째려보고 있는데 또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어, 형. 왜??

 

 

 "진짜 까매요."

 "...어, 그런 소리 많이 들어."

 

 

 오해하지 마라. 초면이었다. 그 때 후보 라인을 정한 후로 첫 만남이었단 말이다. 내가 까만데 선크림이라도 보태준 적 있나. 예상치도 못하게 어택을 당한 나는 애써 웃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고, 이홍빈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연신 웃음을 띤 얼굴로 교실을 둘러보았다. 투표가 끝난후 교실을 정리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자진으로 남은 내 옆에서 이홍빈이 다가와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뭐냐. 내 말에 녀석은 대답했다. 어차피 앞으로 이런 일 많을텐데. 그리고 정확히 한 시간 뒤, 방송에서 나는 나와 녀석이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예상은 했다만, 얼떨떨한 느낌에 내가 아무 말 없이 책상에 볼을 대고 엎드려있으니 이홍빈이 다가왔다.

 

 

 봐요. 걱정 안 해도 된다니까.

 

 

 어쩐지 녀석과 나의 자리가 뒤바뀐 느낌에 기분이 나빠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잘해보자. 곧 교실에 들이닥친 친구들이 축하한다며 어깨를 쳐대는 통에 잘가라는 말까지 해주진 못했지만, 다 이해한다는 듯 웃으며 교실을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잠깐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나쁜 놈은 아닌 거 같다고.

 

 

 

 

***

 

 

 

 그랬는데 이홍빈은 완전 개새끼였다. 뭐, 솔직히 일을 못한 건 아니었다. 아이디어도 좋았고, 특히 여자아이들을 휘어잡는 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일도 빨리 빨리 잘 끝냈다. 완벽한 임원의 자세였지만 나는 매번 회의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다. 말 한 마디도 신중하게 해야만 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모두 다 내 말이 맞다며 박수를 쳐주었는데. 이홍빈은 아니었다.

 

 

 

 "휴지는 일주일에 반마다 한 개씩 잘 배부되고 있는것 같은데."

 "배부는 잘 되는데. 화장실에 놔둔건 없애는게 좋을 것 같아요."

 "화장실에 휴지가 없으면 어떡해."

 "화장실에 휴지 놔두면 막 풀어서 쓴다니까. 형도 봤잖아요."

 

 

 

 예컨대 이런 상황 말이다. 그래 이 자식아 나도 김원식이 똥 싼다고 휴지 이만큼 풀어서 물 이만큼 고여있는데 이만큼 휴지 떨어트리고 도망가는거 봤다. 오늘은 피곤해서 빨리 회의를 끝내려고 했는데, 내가 하는 모든 말마다 족족 태클을 걸어오니 그럴래야 그럴수가 없다. 이럴 거면 왜 나랑 같이 하겠다고 말한건지 모르겠다. 기분 나쁘게 일은 잘해서 뭐라고 따질수도 없고. 듣고 보면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난 그저 위엄있는 척 웃으며 맞아, 니 말이 옳아. 하면서 빨리 받아적으라며 애꿎은 서기를 노려볼 수 밖에 없었다. 회의가 끝나면 정리는 대부분 나와 녀석의 몫이었다. 피곤한게 감기 탓이었는지 자꾸 기침이 나왔다. 빨리 대충 해야지. 종이를 아무렇게나 모으고 있으니 이홍빈이 종이뭉텅이를 뺏어들었다.

 

 

 

 "이렇게 대충하는거 보면 짤리겠다, 형. 그쵸."

 "평소에는 그렇게 안하거든."

 "지금 선생님 없다고 이래요? 와, 더 나쁘네."

 

 

 

 탁탁, 종이를 몇 번 탁자에 내리쳐 정리한 이홍빈이 서랍에 서류를 꽂아넣으며 말했다. 같은 말을 해도 꼭 기분 나쁘게 하는 뭔가가 있단 말이다. 그 날도 기분이 잔뜩 상한 내가 기침을 참으며 가방을 메자, 갑자기 녀석이 내 가방끈을 붙잡았다. 왜 또! 소리치는 내 앞에 불쑥, 연두색 음료수가 들이밀어졌다.

 

 

 

 "...뭐야?"

 "새로 나왔다던데. 메론맛?"

 "나도 알아."

 "아까 누가 주고갔는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형 되게 좋아할거 같아서."

 

 

 

 흑돼지같애, 단거 좋아하죠? ...아오... 물론 나도 아직 안 먹어본 뚱뚱한 메론맛 우유가 나오는 순간부터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지만 흑돼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밝히진 않는데. 억울한 마음에 괜히 잡힌 손을 무시하고 교실을 빠져나오니 끝까지 내 옆을 따라와서 가방에 넣어주었다. 좋아하면서. 라는 말과 함께 앞머리까지 정리해준 후 먼저 뒷모습을 보이며 가버리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가까이서 본 얼굴이 진짜 잘생겨서 순간 대꾸할 말도 잊어버렸다. 병주고 약주는건가.

 

 

 

 아 물론 그 날 메론맛 우유는 아주 잘 먹었다. 맛있었다.

 

 

 

 

 

***

 

 

 

 나는 정말 녀석이 마음에 안 들었고, 차라리 그 때 내가 별로라고 했던 후배를 데려와서 부회장 자리에 앉히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마냥 이홍빈을 내칠 수 없었던 것은, 수많은 여자아이들의 데이트 신청도 다 거절하고 학교 일에 집중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이홍빈은 좋은 평을 받았다. 나도 녀석의 일처리에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라서, 그냥 유하게 일이 흘러갈 수 있도록 자제했다. 나를 싫어하나, 처음에는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회의가 늦어지면 꼬박꼬박 문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는 걸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고. 집에 같이 가면서 내가 얘기를 하면 조금 틱틱내거나 돌직구를 날리긴 해도 잘 들어주는 걸 봐서 성격 자체가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냥 묵묵히 내가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참아왔던 감정이 확 터지는 건 순간의 일이다.

 

 

 

 

 

 

 

 

 

 

 

 

 

 "축제는 12월 24일로 정했어요. 크리스마스까지 갈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무슨. 26일에 해야 겨울방학 일정이랑 딱 맞지."

 "...뭐, 그것도 괜찮네. 그럼 장소 대여하는 거 다시 얘기하자. 그리고 축제 시작을 낮에 해야 할 것 같은데..."

 "회장님이 공약을 걸었으면 지켜야지. 밤에 한다고 그랬잖아요."

 "안전 문제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3시나 4시에는 하자고 교장이 그랬어."

 "뭐 그건 형 잘못이니까. 그럼 춤 무대 1부 뒤로 빼는 건 확정된거죠?"

 "뭐?"

 

 

 

 어느새 학생회실이 조용해졌다. 우리 둘만 목소리를 높이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체육부장 자리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택운이가 귀찮다는 듯 내 시선을 피했다. 김원식이 급하게 입모양으로 신호를 주고 있었다. 1부는 무슨 1부야. 난 침착하게 다시 말했다. 춤은 2부로 뺐으면 좋겠는데. 그게 더 반응이 좋고.

 

 

 

 "원래 늘 1부에 춤을 넣어와서, 그러려면 순서를 다 엎어야돼요. 노래랑."

 "...후. 그래. 어렵겠지. 어."

 

 

 

 김원식의 눈꼬리가 실망으로 쳐졌다. 그래도 내가 회장일 때는 춤 무대를 뒷쪽으로 빼고 싶었는데. 리더쉽 외에 내가 뽐낼만한 것은 어릴때부터 좋아했던 춤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이번 축제에 기대가 컸는데, 뜻밖의 복병이 나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결국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그 동안 참고 참았던 일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야, 이홍빈. 내 부름에 이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 녀석이 대답했다. 네?

 

 

 

 "너 나한테만 왜 그러냐."

 "뭐가요."

 "맨날 보면, 나한테만 막말하는 거 같아. 이홍빈 너."

 

 

 

 나 싫어해?

 

 

 내 질문에 이홍빈은 그제서야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뭘 또 그런걸 묻냐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고집부리지 마요. 흑돼지 형.

 

 

 

 또 그 빌어먹을 애칭으로, 내 기분을 제대로 헤집어놓은 이홍빈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더 봐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급하게 대충 싼 가방을 어깨에 들쳐메고 문을 열었다. 뒤에서 뭐라고 부르는 것도 같았지만, 지금 기분으로는 도저히 녀석을 볼 수 없었다. 내 완벽했던 리더인생에 길고 두꺼운 금이 그어진 느낌이었다.

 

 

 

 

 

 

 

 

 

 

 

 

 

 이홍빈이 춤 무대를 2부 마지막으로 빼자고 제안한건 다음날 2차 회의에서의 일이었다.

 

 

 

 "다른 학생들 말 들어보니까 거의 2부 쪽을 선호하는 것 같더라구요. 회장님 말대로 2부가 괜찮을 거 같아요."

 "..."

 "아니에요?"

 "...그럼 2부 확정. 장소 다시 얘기해."

 

 

 

 

 나는 녀석이 조금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안건을 읽는 옆모습을 보다가, 잘 빠진 목덜미를 한 대 쳐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서기가 글을 받아적는 조용한 순간에, 이홍빈과 갑자기 눈이 마주쳤다. 내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웃자 녀석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참나. 웃겨. 피하고 싶은게 누군데.

 

 

 

 

 

 

 

 

 

 왜 갑자기 이걸 2부로 옮겨.

 거의 다 2부에 춤 무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요.

 좀 곤란한데. 이미 보고도 보낸 상태라서....

 ...중요한 무대들을 뒤쪽으로 넣고 싶은데, 안돼요?

 ...뭐 일단 선생님이 노력은 해볼게. 근데 학연이는 어디 있고 너만 왔어?

 ...어, 그게. 아픈가봐요. 하. 하. 하.

 

 

 

***

 

 

 

 조명이 뜨거웠다. 무대 뒤에서 갈아입은 셔츠를 바짓단 속으로 우겨넣으며 바쁘게 돌아다녔다. 회장 일 하랴, 춤을 맞춰보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정도 고생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거라서, 1부 내내 그렇게 일만 하다가 겨우 여유가 생겨 앉을 수 있었다. 무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안 떨린다면 거짓말이겠지. 몇 번 맞춰보긴 했지만 하도 일을 많이 해서 다리에 힘이 좀 풀린 것도 같았다.

 

 

 "야 차학연. 곧 있으면 축제 끝나는데 너 안 가도 돼?"

 "그러게, 안 찾네. 왠일이지."

 

 

 그래도 무대 하라고 시간 줬나보지 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의자에 앉아 동선을 다시 생각하고 있을 때, 벌컥 문이 열리고 뜬금없이 이홍빈이 등장했다. 놀랄 틈도 없이 빠르게 내 팔뚝을 붙잡고 나온 녀석은 숨이 찬듯 헉헉거렸다. 야, 이홍빈. 야. 왜 왔어.

 

 

 "이거."

 

 

 어느 날 그랬던것처럼, 이홍빈은 지랑 어울리지도 않는 하얀색 꽃다발을 꺼내 내 앞으로 들이밀었다. 진짜 웃기네 얘. 내 까만 손에 억지로 쥐어준 하얀 꽃다발이 대조적으로 예쁘게 드러났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싶어, 나는 고개를 들어 이홍빈을 보았다. 그 회의 이후로 서로 할 일만 하느라 감정을 다 풀지 못해서, 아직 어색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잘하고 와요."

 "..."

 "쪽팔리게 하지 말고."

 

 

 

 그러면서, 이홍빈은 여전히 숨을 고르면서도 손을 뻗어 덜 잠긴 맨 윗쪽 셔츠 단추를 잠궈주었다. 이렇게 가까운 건 또 처음이었다.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던 이홍빈이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말했다. 2부 마지막으로 빼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알죠? 투정을 부리는 듯한 은근한 생색에 나는 웃음이 터졌다. 너만 힘든거 아니거든요. 내 말에 다시 웃은 이홍빈이 뭔가 급한 일이 있는듯 시계를 한번 봤다. 뒤에서 문이 열리며 나를 재촉하는 댄스부 친구들과 김원식의 목소리에 마음이 급해졌다. 인사는 하고 가야... 그런 내 말이 무안해지게 이홍빈이 내 등을 떠밀었다. 가. 가라고. 흑돼지 형. 아마 자기도 꽃다발처럼 유치한 걸 준 것이 민망했던 모양이다. 그 말에 또 내가 눈을 부라리자 이번엔 눈에 띄게 웃어주었다. 안 그래도 떨리던 가슴이 제대로 직격타를 맞은 것처럼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예상치도 못한 직구였다. 내가 말했었나. 내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강하게 리드당해보는거 처음이라고.

 

 

  뒷이야기지만, 내가 춤 무대때문에 자리를 비운 사이 이홍빈은 내 몫까지 일을 하느라 2부에도 쉬지 못하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 관객석을 보았을 때,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자리에 앉지도 못한채 서서 나를 보고 있던 녀석은 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모양인지 빤히 나를 보다가 갑자기 실실 웃었다. 멍청이.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나는 웃었다.

 

 

 

 

 봤어? 나 하는거? @.@

 응.

 어땠어?

 조명 조금만 더 까맸으면 안 보였을거에요. 제일 못생겼던데. ㅇ_ㅇㅋ 

 ...

 근데 제일 잘 춰서 괜찮았어요. 또 못생긴 표정한다.

 그냥 잘했다고 하면 되지...ㅇ슢ㅇ

 ...배고프다. 밥 먹어요. 상금도 받았으면서.

 솔직히 잘했지? 섹시했지?

 ...허.

 

 

 


 

나는 좋아합니다 학교물

 

[VIXX/홍차] 학생회장 차학연 | 인스티즈

 

철컹철컹하지만 좋아합니다.. 학교물.. 그리고 홍차... 뜨끈뜨ㄱ끈홍차...

그냥 언젠가 한번 써보고 싶었던 소재... 빇독방에서 반응이 좋아서 글로 써봤는데

역시 나는 글고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쟈합니다. 감쟈감쟈왕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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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야!!!!콩침이ㅋㅋ좋다!!!!!♥요니귀여워ㅋㅋ아증말ㅋㅋ너무귀여워ㅜㅜㅜㅜㅜㅜ!!!!잘봤어용~다음얘기도기다릴게욧>_<
10년 전
바뽀
ㅋㅋㅋ약간 요니 귀엽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얘기라니 감사합니다!!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그리고 저도 학교물 좋아하죠ㅠㅠㅠ으아아진짜진짜 기여워요!뭔가 순수하고 그런데 주인공들은 또 진지하고 아 이런거 너무 좋아요 달달달달하니ㅠㅠ잘보고 갑니다!
10년 전
바뽀
우와아아ㅏㅏㅏ 순수하다니.. 제 글이 순수하다니...(죄책감)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3
저도 좋아합니다 학교물 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바뽀
저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풋풋한 매력...
10년 전
독자4
헐 학교무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작가님 사랑해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달달하면서도 티격태격하고 막 그런거 보고싶었는데 취향저격 @_@ 전 죽습니다 ㅠㅠ
10년 전
바뽀
저도 학교물 사랑합니다 교복!!!!교복!!!!!!!풋풋함!!!!!!!!!!!!!(음흉) 잘 살리지도 못한 글인데... 제가 더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얍
10년 전
독자5
세상에 학원물이라니!!!!!!! 작가님 제가 교복에 살고 교복에 죽는걸 어찌아셨어요!!!!!!! 으ㅜㅜㅜㅜㅜㅜㅜㅜ 느무 막ㅜㅜㅜㅜㅜㅜㅜㅜ 달달하고 좋네여 ㅜㅜㅜㅜㅜㅜ 홍차 행쇼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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