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어디가 박찬열!"
"신부가 사라진 마당에, 그냥 여기 버티고 있어야되? 비켜."
"야, 찬열아!"
찬열은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내고는 결혼식장을 나섰다. 자신도 원하지 않았고, 여자도 원하지 않았던 결혼식을 양가 부모님의 뜻대로 진행했더니 결국 이런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신부가, 사라졌다. 신랑 대기실에서 썩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던 찬열은 소식을 듣자마자 헛웃음을 짓고는 자신을 막는 친구들을 밀치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 문을 신경질적으로 열고 닫은 찬열은 운전석에 앉아 숨을 골랐다. 억지로 하는 결혼, 어차피 하게될거 마음 편하게 하자 라는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여자는 오늘 아침까지도 하기 싫다는 둥, 억지로 이러는거 정말 비겁하다는 둥 찬열에게 온갖 투정을 부려댔다. 아침에 그랬을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어. 씨발, 누군 좋아서 결혼 하는줄 아나. 찬열이 시동을 걸고 거칠게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시끄럽게 울리는 휴대폰의 배터리를 분리하고 뒷좌석으로 내던진 찬열은 엑셀을 세게 밟으며 속도를 올렸다. 한참을 빠르게 달렸을까, 저 멀리 도로 한가운데에 한 인영이 서 있었다. 찬열은 120을 넘어간 계기판을 슬쩍 보고서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어떤 미친놈이 도로 한가운데에 서있고 난리야. 안그래도 화가 나있는 찬열은 자신의 차를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는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이봐요, 여기 차도인거 몰라요? 정신 나갔어? 치일뻔 했잖아!"
"....."
"이봐요, 왜 말이 없,"
찬열이 남자의 얼굴을 그제서야 자세히 보았다.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며 강아지같은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남자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고는 털썩 주저 앉았다. 당황한 찬열이 한쪽 무릎을 굽혀 남자의 어깨를 잡아 흔들며 왜그러냐고 물었다.
"이, 이봐요. 왜그래요?"
찬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숨을 헉헉대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찬열을 한참이나 바라보고는 가방에서 노트와 연필을 꺼내들고 뭐라뭐라 적어내려갔다.
'죄송해요. 차가 오는 소리를 못들었어요.'
남자는 정갈한 글씨체로 글을 써내려간 후 노트를 들어 찬열의 눈 앞에 내밀었다. ...말을 할줄 모르나? 귀가 안들리나? 노트에 써진 글을 빤히 쳐다본 찬열이 눈을 돌려 남자를 보았다. 찬열과 눈이 마주친 남자는 다시 노트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죄송한데, 저좀 일으켜주실수 있으세요?'
노트를 가만히 내려다 보던 찬열은 남자가 물음표를 다 쓰기도 전에 양 팔을 잡고 일으켰다. 남자는 고맙다는듯 옅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찬열을 지나쳐 가려던 남자는 다시 앞으로 고꾸라졌다. 앞으로 쓰러지는 남자에 놀란 찬열이 어깨를 잡아 눈을 마주치고는 말했다.
"많이 힘드시면,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
괜찮다는듯 고개를 내젓는 남자를 불안하게 훑어본 찬열이 이내 남자의 팔을 잡고 조수석으로 가 문을 열고 남자를 집어 넣고는 자신도 운전석으로 돌아와 앉았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노트에 다급하게 뭐라뭐라 적어대던 남자가 찬열에게 노트를 들이 밀었다.
'저 진짜 괜찮아요. 바쁘신거같던데, 혼자 갈수있어요.'
"저 안바빠요. 괜찮으니까 데려다 드릴게요."
찬열은 아직도 망설이는것같은 남자에게 주소를 알려달라고 말했고, 끈질기게 주소를 물어오는 찬열에 결국 노트에 주소를 써 보여주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주손데. 찬열은 슬쩍 머리를 갸웃거리다 이내 주소에 적힌 곳으로 출발했다. 찬열은 운전하는 도중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꼭 쥐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슬쩍 웃어보였다.
"근데, 왜 도로 한가운데 서 있던거에요?"
찬열의 말에 남자가 한참을 고민하더니 노트에 끄적이고는 차가 신호에 멈추자 찬열에게 노트를 보여주었다.
'광장공포증이 있어서, 탁 트인곳을 잘 못다녀요.'
"아.."
광장공포증이 있다는 말에 찬열은 남자를 보며 냅다 화부터 낸게 너무 미안해졌다. 찬열이 민망하다는듯 헛기침을 하며 운전을 하자 남자가 찬열을 향해 살짝 미소지었다. 20분정도를 달려 남자가 말해준 곳에 도착한 찬열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어쩐지, 주소가 익숙하다 했다. 자신이 도착한 곳은 세훈이 살고있는 곳이었다. 찬열과 백현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세훈이 달려 나왔다. 세훈은 남자의 어깨를 붙잡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형, 괜찮아? 다친데 없어?"
자신의 말에 괜찮다는듯 웃어보이는 백현을 보고는 옅은 한숨을 내쉰 세훈이 범퍼에 슬쩍 앉아있던 찬열을 보았다.
"뭐야, 박찬열? 너 오늘 결혼식 있대매."
"몰라, 결혼식 말 꺼내지도 마."
"뭐야. 우리 형은 어떻게 알아?"
"집 가는길에 도로 한복판에 서있길래, 위험해 보여서. 형이라고?"
"엉, 우리 사촌형."
둘의 대화를 빤히 바라보고있던 백현이 찬열과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어주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찬열은 백현이 들어간 문을 빤히 쳐다보다가 세훈에게 물었다.
"사촌형인데, 너네집에서 살아?"
"아.. 사정이 좀 있어서. 좀 들어갔다 갈래?"
세훈의 말에 찬열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탁 트인 도로에서도 광장공포증이 발생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유ㅠㅠ...
글 써놓고 뒷처리 안하는건 제 특기라 이거 언제 쓸지 아돈노우^.^!
이거 연재 안하면 계속 단편만 쓸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