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teen |
15살
w.라즈베리
"아오시발"
정우는 문을 열자마자 제 발 앞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보고 담배를 던질 뻔했다 벌써 제 발근처로 다가와서 갸르릉 거리며 몸을 비비는것이 익숙했다 쉬쉬,꺼져 새끼야. 워이워이. 정우가 살짝 발짓으로 고양이를 밀춰냈다. 갸르릉 거리던 고양이가 문과 조금 떨어져갈때 문을 쾅 닫아버렸다. 밖에선 아직도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박박들려왔다. 누구였더라.. 고양이한테 정을 붙이지 말라했었는데.
밤10시에 티비소리에 작은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손에 잡고있던 담배를 입에 문채 현관문으로 이동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건 제 가슴쪽으로 보이는 어린애 하나였다.
"아저씨!" 교복을 입은채 정우에게 안겨 얼굴을 부비었다. 잠깐 당황한 정우가 경수를 그대로 안고있다가 잠시 웃으며 경수를 안으로 들어 보냈다. 뭐야,아저씬 내가안반갑나봐. 아니 고양이들어온다.문빨리 닫고.
경수는 이근처의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미술을 전공하는탓에, 원래 저의 살던곳보다 먼 예고에 다니게 되서 혼자 이 아파트에서 자취를 했었는데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던것이 벌써 이런 관계까지 와 있었다. 그나이에 어떻겠어. 그저 귀엽기만 하다
"아, 피곤해-" 경수가 가방을 벗고 기지개를 쭉펴더니 그대로 쇼파에 누웠다. 야 양치는 하고 자야지.
"저 벌써 안 잘꺼거든요?" "내일 학교안가?
개교기념일이지롱- 앞의 작은테이블에 신문지와 컵을 치우던 정우의 목에 경수가 팔을 건채 바라보며 말했다. 나 늦게잘꺼에요~ 아저씨집에서~ 정우가 짧게 웃음지었다. 그대로 부엌으로 걸어가는데 혹시나 뒤로 걷는 경수가 다칠까봐 어느때보다 천천히 발을 옮겼다. 정우에게 풍겨오는 담배냄새에 경수가 코를 막았다. 아저씨담배 언제끊을거에요!
"안 끊을거야 새끼야."
헐.아저씨랑 안놀아. 정우에게서 떨어진 경수가 쪼르르 쇼파에 가서 앉았다. 그런 귀여운 행동에 정우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쇼파로 발을 옮겼다.
며칠째 경수는 오지 않았다. 고양이도. 솔직하게 말하면 불안한 마음도 가슴한편에 자리잡아있긴했다. 카톡을 보내도 옆의 1은 사라지지 않은채 선명하게 적혀있었고 심지어 옆집 소리도 안들리는 듯했다. 일주일정도가 그렇게 지나가자 회사에 나가도 밥을 먹어도, 모든게 무의미 해졌다. 마치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저도 모르게 사라진것 같았다. 일을 마치고 텅빈 집에 들어온 정우가 한숨을 쉬며 마이를 벗었다. 목에 걸쳐진 넥타이를 잡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들겼다. 몇초를 멍하니 있다가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문으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문 앞에는 도경수가 서있었다.
경수는 말없이 정우를 올려다 보다가 아무말 없이 방안으로 들어갔다. 킁킁대는게 계속 울었나 보다. 경수는 히끅대며 거실에 서있었다 그런경수의 뒷모습을 정우도 가만히 보고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수의 안아주었다. 까만 뒷통수가 숙여지더니 엉엉 울어댔다. 서럽게 우는 경수가 밑으로 쓰러지지 않게 꽉 잡았고 경수의 두 작은손이 정우의 손을 따스히 잡고있었다.
"맥주먹을래?"
쇼파아래에 웅크려 앉은 경수가 정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가 쓰라리게 붉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수가 다시 팔로 눈을 닦아댔다. 씁. 맥주를 내려놓은 정우가 경수의 팔을 제지 했다
맥주 한 캔을 홀짝홀짝 비워내기 시작한지 벌써 새벽을 달리고 있었다. 켜진 티비에선 흥행했었다던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껌껌한 집안에서 화장실에서 나온 경수가 비틀거리며 웃었다. 정우의 다리사이로 앉은 경수가 정우의 가슴팍에 기댔다. 술을 별로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수의 모습에 저 또한 몽롱해진 정우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경수의 가슴을 안았다.
"아저씨..." "응.." "제가 학교에 작품을 냈능데.." "응.." "완전 잘했는데... 그거일드응하면 돈도 주는데"
경수가 팔을 위로 벌리면서 낄낄댔다.
"근데...저게이잖아요.." "........" "제친구가 말했나봐요.." "........" "그래서 자동으로 후보에서 탈락됬어요..히.....히히....." "....경수야" "저 진짜 열심히 그렸는데.... 잘그렸는데...진짜.."
말하고 있던 경수의 얼굴이 아래로 숙여졌다. 정우의 손등이 촉촉했다. 그저 가만히 품에 안겨 있는 경수를 안을 수 밖에 없었다. 티비에선 계속 알수없는 메아리만이 텅빈 거실안에서 맴돌 뿐이였다. 가만히 경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얗다. 하얀도화지 같은 얼굴에 두툼한 입술이 보였다. 마치 사람에 취한 사람처럼 정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저도모르게 경수의 얼굴로 다가왔고 그 작은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개었다. 따뜻했다. 작은 숨이 제게로 옮겨와 온몸을 채워놓는것 같았다. 살며시 입술을뗀 정우가 멍하니 경수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예쁘다. 넌.
정말 예쁘다.
그 일 이후로 계속 드나들다가 일주일 후부터 집엔 아무도 있지 않았다. 가끔 갈색빛의 고양이만이 제집에 들어와 갸릉 거렸다. 오랜만의 출장에 정우가 캐리어를 끌며 문을 열었을땐 고양이가 거실가운데앉아 야옹- 눈을찢으며 울어댔다. 새끼.. 정우가 없는 동안에 밤마다 정우의 집을 왔다간건지 익숙한듯 뒷발로 귀를 정리했다. 집도내일좀 치워야 겠다. 캐리어를 아무데나 던져놓고 맥주를 꺼내러 냉장고로 향했다. 어? 작은 쪽지가 붙혀있길래 떼니 냉장고에 반찬통도 몇개가 있었다. 우렁각시가 다녀갔나,엄마가 다녀갔나, 픽하고 웃으며 쪽지를 읽는 정우는 끝도 다 읽지 않은채 얼굴을 굳혔다. 그리곤 쇼파로 가 뒤에 누가 감쳐둔 제 팔만한 큰 캔버스를 꺼내었다. 오랜시간 먼지에 쌓인 천을 끌어내리니 흑백의 선이 춤을 추는 캔버스 안의 얼굴은 바로 저였다.
모퉁이아래엔 썼다지운 흔적이 새겨진 뭉툭한 글자가 자리잡아있었다.
-for my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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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fifteen 은 하정우와 도경수의 나이차를 말합니다 아니뭐 그렇다고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