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굵은 철문을 힘겹게 끌고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닫았다.
그 쾅- 소리가 텅빈 건물안에 메아리쳐 계속 맴돌았다.
“김여주, 괜찮아?”
“반장님...”
분명 두사람이 같은 상황에 쳐했고 아까보다 더 나빠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반장님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함이 배가 된 여주였다.
마찬가지로 자신도 똑같이 수갑이 묶인 채 움직일 수 없는 처지임에도 여주의 안부를 묻는 반장님의 모습에 금세 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짜식아, 울긴 왜 울어.”
“안웁니다!”
두눈 한가득 눈물을 머금고 애써 웃어보이던 여주가 남자에게 맞아 찢어진 입술이 따가운지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가 다시 헤헤- 하고 웃어보였다.
“저 새끼가 때렸냐?”
“에이, 이건 뭐 상처 축에도 못낍니다.”
여전히 씩씩하게 웃어보이는 그 모습이 기특한지 반장님이 웃으며 여주의 머리를 헝클였다.
겉으로 보기엔 이제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두사람 처럼 보였지만 팀원들과의 무전도 끊어지고, 발신기도 버려진데다가 상대에게는 권총이 있었다.
사실 너무 막막한 상황이지만 자신이 흔들리면 곧바로 무너져내리는것이 팀원들이라, 묵묵히 버티는게 익숙했던 반장님은 이번에도 듬직하게 버티고 있었다.
“둘이 아주 분위기가 좋아?”
갑자기 등장한 남자의 목소리에 두 사람 다 시선이 같은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는 투명한 액체가 가득 담긴 커다란 통이 있었고 특유의 냄새만으로도 기름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짝다리를 짚고 서 있는 남자의 다른 손엔 달칵거리는 라이터가 들려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반장님이 자신의 등 뒤로 여주를 숨겨버렸다.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를 해.”
“형은 그날 나한테 얘기하고 안왔어? 아니잖아. 비겁하게 자기들 살겠다고 날 버린 니들 때문에, 나만 이꼴이 됐잖아. 내가 교도소에서 썩어날동안 즐거웠으면, 이정도는 감수했어야지.”
애써 말로 다독여보려는 반장님이지만, 남자는 더더욱 흥분한듯 날뛰었고 텅빈 공장 곳곳에 기름을 뿌려댔다.
“일단 그거 내려놓고, 내말 들어.”
“닥쳐, 내가 거기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후......네 여동생, 살아있어.”
결국 결론부터 먼저 말해버린 반장님의 말에 바닥에 기름을 쏟아붓던 행동이 반사적으로 멈췄다.
마찬가지로 결국 어쩔수없다는듯 반장님 또한 한숨을 내쉬어보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일단 수갑부터 풀어.”
“시발, 말해!!!!”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까지 들켜버려 더이상 물러설곳 없다는듯 남자가 다시 라이터를 킨채 손에 들고 반장님을 협박했다.
이야기를 들으려면 수갑을 풀으라는 조건 대신 불을 붙이기전에 빨리 이야기하라는 조건으로 맞섰다.
결국 이길수 없는 조건에 반장님이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손목을 그어서 죽었다던 네 동생, 살아있었어. 근데 뇌에 피가 공급이 안되서 뇌사상태로 누워있는 애를, 윗 대가리들이 자꾸 찾으려는 움직임이 보여서 우리가 숨겨놨었어. “
“거짓말 하지마...”
“윗사람들은 너한테 가지마라고 협박하지, 뒤에서는 네 동생 죽이려고 찾고다니지. 결국 그날 너한테 못가고 동생을 먼저 요양병원으로 숨겼어. 사람 살리는게 먼저니까. 근데 너랑 연락할 방법도 없지, 게다가 넌 그 다음날 살인미수로 잡혀들어갔지,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로 넌 우리 연락 전부다 거부하지, 너한테 말해줄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데리고 있었어. 너무 늦게 말해서 미안하다.”
20년간이나 모르고 지내왔던 사실에 남자가 눈에 초점을 잃었다. 그동안 사람들을 증오하며 살아온 자신, 자신이 지금까지 저질렀던 끔찍한 일들이 스쳐지나가는듯 입은 연신 “아니야..”를 중얼거리기만 했다.
그런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자신들이 한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버렸다는 죄책감에 반장님이 따뜻한 말투로 남자의 이름 세글자를 불렀다.
그 말투가 너무 따뜻해서, 마치 20년전 자신이 가장 의지하고 따랐던 형의 모습 그대로여서 남자의 눈에 슬며시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이를 인정할 수 없는듯 감정과는 반대로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아니야!!!”
그 감정을 인정할 수 없는 남자의 반항은 거세졌고, 그 반항에 손에 들여있던 라이터가 삐끗- 하더니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떨어지는 라이터를 눈길이 열심히 따라갔지만 그를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라이터의 불길은 땅에 떨어져 순식간에 번졌다.
남자가 곳곳에 뿌려둔 석유를 타고 불은 점점 더 옆으로 번져만 갔다.
“으...으아아, 내가,내가 안그랬어..!”
그리고 자신마저 집어삼킬듯 커져버린 불길을 당황하며 바라보던 남자는 이내 그 불에 압도당한듯 그대로 공장밖으로 벗어났다.
결국 불길이 휘감은 이곳 안에는 수갑이 파이프관에 채워서 벗어날 수 없는 두사람만이 남았다.
“김여주, 일단 이걸로 입 막아!”
지금 두사람에겐 119에 신고할 수 있는 휴대전화도 없고, 지금 당장 이 수갑을 풀고 탈출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자신을 덮칠듯 다가오는 불길이 내뿜는 뜨거운 공기가 숨을 턱턱 막았다. 그 공기를 마시면 이곳을 나가기전 이산화탄소에 질식해 정신을 잃는다는걸 아는 반장님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등 뒤에 있을 여주에게 건넸다.
손수건을 쥔 손을 뒤로 내밀고 창문의 위치와 문의 위치 등 주변의 상황을 살피는 반장님이었지만, 한시가 급한 이 상황에서 자신이 내민 손수건 조차 받지않고 있는 여주였다.
그렇게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여주가 답답해 고개를 돌린 반장님의 등 뒤에는 홀로 고개를 무릎에 묻고 온몸을 벌벌 떨고 있는 여주가 있었다.
“김여주, 정신차려!!!”
두사람이 힘을 합쳐도 나가기 힘든 이 상황에서 오히려 더 정신을 잃어가는 여주였다.
“살려주세요, 저희 엄마 아빠가 아직 안에 있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사,살려 주세요..”
눈앞이 아찔해 더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좋으려만 눈을 감고 손으로 눈을 가려도 자꾸만 눈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집이 환영처럼 떠다녔다.
살려달라고, 가족이 아직 안에 있으니 도와달라고 아무리 애원하고 외쳐도 위험하다고 물러나라고만 하는 사람들.
불길이 치솟을 때 마다 그저 “어떡해” 하며 일렁이는 불길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렇게 자신의 모든걸 앗아간 불길이 또 여주의 눈앞에서 일렁였다.
어느새 송글송글 맺힌 식은땀과 언제 흘러내린지도 모를 눈물들이 여주의 얼굴을 적셨다.
“정신차려, 김여주!!!”
그런 여주를 반장님이 있는 힘껏 흔들었지만, 이성이 돌아오긴 커녕 더욱더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여주였다.
온몸의 힘을 잃은듯 반장님의 품에 쓰러진 여주가 반장님의 손을 잡고, 그 옛날 그랬던것 처럼 간절하게 말해왔다.
“살려주세요....”
시뻘겋게 주위를 뒤덮는 불길과는 다르게 여주의 눈앞은 점점 더 캄캄해져갔다.
이런 여주의 상태를 되돌리는 건 이곳을 빠져나가는 방법 뿐이라는걸 깨달은듯한 반장님이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의 나무들이 활활 타오르며 시꺼멓게 내뿜는 연기들, 그 사이로 주먹만한 돌이 눈에 들어왔다.
최대한 몸을 낮춰 그 돌을 손에 진 반장님이 여주에게 먼저 다가갔다.
이제 뜨거운 열기가 입안을 바싹 말렸다.
쾅쾅-
돌을 손에 쥔 반장님이 망설임 없이 파이프에 걸린 수갑을 세게 내려쳤다.
겨우 돌로 쇠로 된 수갑을 망가트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최후의 발악을 하는것 처럼 온힘을 다해 내려친덕에 수갑의 이음새가 조금씩 모양을 바꾸어갔다.
이 수갑을 풀어낼 수 만 있다면 손이 돌에 찍히는 고통과, 힘껏 내리치는 탓에 점점 피가 새어나오는 손 쯤은 아무렇지 않다는듯 반장님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을 내리쳤다.
삐걱-
두고 보기 힘든 이런 노력에도 하늘은 끝까지 무심했다. 오래되서 폐쇄된 공장인만큼 노후된 건물은 뜨거운 불길을 오래 견뎌내지 못했고 벌써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사람의 위에 있던 천장의 작은 나무기둥도 뜨겁게 타오르더니 결국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크게 삐걱거리는 소리에 천장을 올려다 본 반장님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망설임없이 여주에게 달려들어 여주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곧바로 뜨거운 나무기둥이 반장님의 어깨로 떨어져 내렸다.
후끈거리는 고통이 어깨부터 온몸을 뒤감았지만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한거면 시간의 여유가 더 없었다. 괴로워 할 틈도 없이 다시 고개를 든 반장님이 여전히 피가 새어나오는 손으로 여주의 수갑을 내리쳤다.
탕-
그리고 손에 쥔 돌이 파이프를 내려찍는 소리와 함께 여주의 수갑 고리부분이 드디어 끊어졌다.
그제야 손에서 돌을 떨어트린 반장님이었지만 그 고통에 손을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겨우겨우 수갑을 끊어내긴 했지만 이미 남자가 서있던 출구 쪽은 불길로 휩쌓여 버렸고, 아무리 둘러봐도 지금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창문을 깨고 나가는일이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는 여주가 무슨 수로, 무슨 힘으로 창문을 깬단 말인가.
또 한번 고민에 휩싸인 반장님이 여주와 창문, 그리고 손에 쥔 돌맹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콜록, 콜록.”
이제는 뜨거운 공기에 기도마저 타버릴듯 숨쉬기가 버거웠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이 돌멩이를 던져 창문을 깬다면 여주가 탈출 할 수 있겠지만, 이 돌맹이로 자신을 묶어두고 있는 수갑을 부순다면..... 아아,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단 한명이라도 무사히 탈출하는게, 이제 겨우 25살 된 무엇이든 열정넘치는 우리 막내를 지키는게. 그래, 그게 나의 일이었다.
쨍그랑-
이를 악 물고 마지막 힘을 짜내어 던진 돌맹이에 창문이 와장창 무너져내렸다.
쨍그랑-
“아빠, 그렇게 세게 던지면 어떡해요!”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들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캐치볼을 하다 유리창을 깨는게 하루 일과였던, 그래서 늘 와이프에게 잔소리를 듣던 그 일상이 반장님의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유리창을 깨던게 이렇게 쓰일줄은 몰랐으니까.
“김여주, 빨리 나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제 저 밖으로 달려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 공포감에 휩쌓여 머리를 감싸쥔 채 덜덜 떨고만 있는 여주에게는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다.
지금 밖으로 나가라고 다그치고, 소리쳐도 여주의 귀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 여주를 빤히 바라보던 반장님이 결국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즈막히 여주를 불렀다.
“여주야, 아저씨가 엄마랑 아빠 데리고 나갈게. 먼저 나가 있어.”
그리고 그 말에 반장님의 손을 잡고 덜덜 떨고만 있던 여주가 무언가 홀린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초점없는 눈빛이었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위태롭지만 천천히 창문을 향해 걸어나갔고 날카로운 유리에 베이지 않게 허리춤까지 오는 창문을 타고 넘어갔다.
그 모습을 이제 첫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를 지켜보듯 바라본 반장님이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여보, 미안해...”
***
멀리서 불길을 발견한 민현과 다니엘은 곧바로 그곳을 향해 뛰어가면서도 빠르게 지원요청과 소방대원에게 신고를 끝마쳤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주위에 있던 성운과 성우가 곧바로 달려왔으며 정신을 차린 범인을 양쪽에서 잡아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활활 타오르고 있는 이 공장 앞에서 네 사람다 아무것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미 입구는 너무 뜨거운 불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일렁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이미 주저 앉아 좌절하고 있는 성우였고, 그래도 아직 포기할 수 없다는듯 이리 저리 기웃거리고 있는 민현이었다.
그리고 차마 그 불길 가까이 갈 수 없다는듯 떨려오는 손을 애써 숨기던 다니엘이 결국 벽에 기대어 머리를 감싸쥐며 주저앉았다. 그의 호흡이 마치 불안하게 흔들리는 불길 같았다.
“안돼... 안돼........”
아무것도 기억나지않는 자신의 어린시절, 그 유일한 기억은 불길에 휩싸인 집이었다. 왜 이 불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앗아가기만 하는건지. 그 야속함에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달라고, 어린시절 자신의 유일한 매개체이자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를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꽉 쥔 다니엘이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며 빌고 또 빌었다.
쨍그랑-
그런 그들의 바램을 듣기라도 한건지 갑자기 창문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입구의 반대쪽에서 나는 소리에 세사람이 그리고 달려가면 천천히, 그러나 위태롭게 겨우 그곳에서 걸어나오고 있는 여주였다.
“김여주!!”
자신과 마찬가지로 눈에 초점을 잃고 잔뜩 공포에 휩 쌓인채 걸어나오는 여주의 모습이 보이자 다니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눈에서 짧은 눈물이 한방울이 톡 떨어졌다.
누구보다 빠르게 여주에게 달려간건 민현이었다. 하지만 나름 오랜 형사 생활에도 방금 화재현장에서 탈출한 사람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몰라서, 그저 소중한듯 여주를 품에 안았다.
그렇게 자신을 품에 안고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여주가 조금씩 정신을 차렸다.
“황형사님...”
이제야 제대로 정신이 드는듯, 하지만 충격에선 헤어나올 수 없는듯 그자리에 풀썩 쓰러져 앉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황형사님을 반복해 불렀다.
소방관들은 빠르게 창문을 통해 그 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방금 저 불길속에서 나온 여주의 상태를 확인했다.
마찬가지로 구급대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는 여주의 상태를 확인하던 민현이 한껏 굳은 표정을 하고는 범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민현답지 않게 범인의 멱살을 잡아쥐었다.
“때렸어?”
그 눈빛이 너무 매서워 할 말을 잃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범인은 무언가에 홀린듯 흐흐 웃음짓기 시작했다.
“죽었어야 되는건데, 아쉅네.”
퍽-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민현의 주먹이 빠르게 남자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민현의 돌발적인 행동에 곧바로 성우와 성운이 팔을 잡아당겨 말렸지만 민현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진정해, 이러다가 징계먹어.”
“그깟 징계, 먹이라고 해.”
징계따위는 두렵지 않은듯 민현의 눈빛은 식을 줄 몰랐다.
“환자 나왔습니다!”
하지만 구급대원이 반장님을 업고 밖으로 나온건 상황이 달랐다. 곧바로 모두가 반장님에게 모여들었다.
“안에서 연기에 질식한것 같습니다. 호흡이 되지않고 맥박도 제대로 안잡힙니다.”
지금까지 가장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던 성우마저 입을 틀어막았다. 반장님의 입에 산소마스크가 씌어지고 바로 현장에서 심장 제세동기와 심폐소생술이 들어갔다.
“모두 물러나세요, 샷.”
그 전기충격에 반장님의 몸이 땅에서 튀어오르고, 구급대원이 계속해서 심폐소생술을 가했다. 모두가 그 모습을 숨죽여 바라봤다.
하지만 인공호흡, 심폐소생술 그 동작을 계속 반복해도 반장님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 이 상황에 모두가 눈물이 차올랐다.
“오후 7시 53분, 환자 사망하셨습니다.”
몇 분 동안이나 반복하던 심폐소생술 끝에 결국 소방대원의 입에서 사망진단선고가 흘러나왔고 그 말에 누군가의 앞에선 한번도 눈물을 보인적 없던 민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듯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니야, 이건 아니에요.
그 옆에서 응급치료를 받고있던 여주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듯 자신을 막는 구급대원을 제치고 반장님에게 다가갔다.
“왜 계속 안하세요, 조금만 더 하면 일어나실거에요 ....이거, 이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미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도 목소리 한가득 울음을 머금은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구급대원을 나무랐다. 그러다 이건 아니라며, 아직 아니라며 본인이 직접 반장님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가슴에 손을 겹쳐 올리고 하나,둘 박자에 맞춰 움직일 때 마다 여주의 눈물이 반장님 위로 떨어져내렸다.
“일어나요. 일어나세요, 반장님.”
계속해서 대답없는 반장님을 향해 여주가 더 크게 소리쳤다. 아직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못해 콜록거리며 울음을 토해내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여주를 뒤에서 민현이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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