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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blossom : 숨은 마음 찾기 完

w. Shetler

 

 

 

 

 

 

 

 

 

 

 

 

 

 

 

별 말 없이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걸어온 두 사람은 정류장 의자에 앉아 편하게 기댔다. 민석이 루한을 흘끔 쳐다보며 입을 쭉 내밀고, 아직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는듯 새침하면서도 뚱한 표정을 짓자 루한도 민석을 바라보며 멋쩍은듯 자신의 뒷목을 만졌다.

 

 



 

 

"왜 봐."
"그냥. 옆에 있으니까 본다."
"그러냐."
"......."
"이제 다 울었어?"
"에헤이- 거 참, 나 안울었다니까 그러네."
"그럼 누가 운거야?"
"운게 아니고. 그냥 서러워서 그랬다 서러워서."
"뭐가 그렇게 서러웠어.."

 

 

 

 

 

민석의 속을 상하게 한 바람에 결국 울게 만든 장본인인 루한은, 안그래도 미안했지만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는 그 얼굴에 더 미안해져 말을 마친 후 민석의 여린 머리카락을 건들었다. 또 한편으로 괜히 눈물을 보인게 민망했던 민석이 그의 손을 치워내며 나쁜놈, 못된놈 하며 욕을 중얼중얼 거렸다. 루한의 미안한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민석은 그가 더 속상해하지 않도록 옅은 미소는 잃지 않았다.

 

 

 

 

 

"어제 경수랑은 뭐했어. 무슨 얘기 했어?"
"얘기는 무슨 얘기. 그냥 이런저런 인생 사는 얘기 했지."
"내 얘기는 안하고?"
"네가 무슨 재밌는게 있다고 네 얘기를 해."
"치.."

 

 

 

 

 

민석이 위로 올라간 눈을 흘겼다. 뭐라 새침하게 대꾸하려던 민석의 입을 루한의 핏줄이 올라온 큰 손등으로 막아챘다. 민석은 자신의 코와 입술이 루한의 피부 일부에 닿게 되자 놀라 고개를 뒤로 내빼었다.

 

 

 

 

 

"뭐, 뭐해."
"...그냥."
"아저씨야!"
"내가 왜."
"하여간, 이, 이상해."

 

 

 

 

 

루한은 '다시 해줘?' 하며 능청스럽게 그의 손을 민석의 얼굴에 가져다대는 시늉을 했지만 민석이 질색하며 손을 치워내는 바람에 두 번은 그러지 못했다.

 

 

사실, 경수와 만나고 나서부터 민석의 근황이나 두 사람의 흔치않은 함께 쓰는 물건 등등 이런 저런 얘기한게 많았지만 굳이 그걸 민석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알게되면, 자신은 괜찮지만 민석의 입장에서는 혹시나 자신들의 무의식중에 했던 행동들이 이상하게 생각될까 싶어서였다. 다른것 필요없이 그는 지금 이 순간이 좋았다. 아무말도 없이, 아무 이상함을 느끼는것 없이 늘 그래왔던것 처럼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무언가 하나를 공유한다는 것. 알듯 말듯 하면서도 그런 분위기를 지켜나가는 것. 그것만이 민석과 함께 하면서 바랄수 있는 전부였다.
그런 루한이 굳이 친구와 어떻게 시간을 보냈다- 하는 말을 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제 안부 정도는 전해줬을거라 믿고 있는 민석은 그의 웃는 얼굴을 보며 그저 함께 웃었다.

 

 

버스가 도착하고 민석을 먼저 태운 루한이, 뒤에서 아무도 모를 한 숨을 혼자 내쉬었다.
내 손에 닿은 네 부드러운 입술은, 차갑고도 따뜻하다.

 

 

 

 

 

 

 

 

 

 

 

 

 

 

 

*

 

 

 

 

 

 

 

 

 

 

 

 

 

 

 

 

 

 

두 사람은 대학로에서 조금 떨어진 영화관에 도착했다. 영화를 미리 예매해둔 민석이 루한의 팔을 끌고 수많은 상영관 속을 헤집고 걸어 들어갔다. 콜라와 팝콘은 루한의 두 손에 고스란히 들려있었다.
민석이 선택한 영화는 요즘 흥행한다는 서양의 멜로영화였다. 자칫 잘못보면 남자 둘이서 멜로 영화를 보러 왔다며 수군거릴수도 있는 묘한 분위기가 될 수 있었지만 상영관 앞에서 그새를 못 참고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듯 지나갔다.

 

 

 

 

 

"영화관에서 주무시려고 작정하셨어요? 장르가 이게 뭐냐..차라리 공포영화를 보지."
"안 지루할거야. 이거 되게 재밌다고 했어."
"누가?"
"음..내 친구들이."
"네 친구들 대부분 여자친구 있는 애들 아니야?"
"어, 어떻게 알았어?"
"그러니까 재미있다고 하지. 이런건 원래 애인끼리 와서 보는거야. 그래야 보는 재미도 있는거지."
"......."
"그래도 오랜만에 네가 쏘는거니까 보는거다."
"루한아."
"왜."
"이런거는, 애인이 있어야 재미있어? 그럼 우린 아직 그런거 없으니까 재미 별로 없겠네?"
"..봐야 알겠지만, 대부분 그렇다고 하던데."
".....그렇구나."

 

 

 

루한이 민석을 쳐다보며 '들어가자.' 하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민석은 빠른 걸음으로 휘적휘적 앞서 나가는 루한의 뒷모습을 보며 머리에 물음표를 자아냈다. 조금의 거리가 두어지자 민석은 더욱 더 생각에 잠겼다. '빨리 와-' 하고 민석을 다시 돌아보는 루한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앞머리에 가려진 이마를 긁적였다.

 

 

 

 

 

 

 

 

 

 

 

 

 

 

 

 

 

 

 

 

상영관에 들어서고 앉는 순간부터 팔걸이가 내꺼네, 아니네 하는 이유로 또 툴툴대던 두 사람이였지만 광고가 끝나고 스크린이 올라가자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처럼 그들도 일순간 조용해졌다.

 

 

 

 

"음료수 마셔."

 

 

 

 

루한이 민석에게 들고있던 콜라를 주며 권했다.

 

 

 


"아, 실수로 빨대 하나밖에 안챙겼다."
"그런걸 다 실수해. 그럼 민석이 네가 빨대로 먹어라, 나는 덮은거 빼서 마실게."
"왜..? 그럴 필요까지 있어? 옷에 흘리면 어쩌려고."
"그럼 어떻게 해."
"..어?"
"너 입 대고 같이 먹는거 싫어하잖아. 그때도 경수가 네꺼 커피 한 번 빨대로 뺏어먹다가 너한테 맞을뻔 한거 내가 다 봤는데. 나 맞기 싫어."
"...아, 그거는.."
"영화 봐. 내가 알아서 할게."

 

 

 

루한이 피식 웃으며 음료수 컵을 덮고있던 덮개를 빼며 한 번 들이마셨다. '봤지? 이렇게.' 그리고 다시 민석에게 음료를 쥐어주었다.
민석의 그걸 받아들면서도 머리속은 무척이나 어지러워졌다.

 

 

 

 

 

 

 

 

 

 

 

한창 영화가 진행되고, 말 한마디도 없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민석을 루한이 눈동자만 굴려 쳐다보았다. 민석은 루한이 친히 빨대까지 꽂아준 콜라도 마시지 않으면서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했다. 누군가 자신을 대놓고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듯 아랫입술을 살짝 벌리고 영화에 빠져들듯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작은 얼굴에는 스크린 화면이 바뀔때마다 그것과 같은 조명색이 휘향찬란하게 반짝였다. 새삼 이렇게 옆모습을 훔쳐보니 눈썹부터 콧대까지, 그리고 입술로 내려오는 선이 참 곱다고 생각했다. 남자 얼굴이 이렇게 여자보다 고와서 어디에 쓰려고. 그런 널 누가, 어느 고운 여자가 데려갈까. 가져갈까. 누가..훔쳐갈까.

 

 

루한은 손가락을 꾹 말아쥐고 마른 침을 삼키며 다시금 눈을 돌려 영화를 보았다. 사실, 이런 영화는 별로 재미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민석에게 했던 말처럼 이런 영화는 애인이 있어야 함께 손을 잡고 보는 그런 맛으로 보는 거라고 생각했다. 표를 보는 순간부터 이 영화는 뒷전이였지만 아무 생각없이 봤다고 하면 민석이 토라질게 뻔했기에 내용 이해정도는 하려 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재밌게 느껴진다. 여자 주인공이 예뻐서 그런건지, 아니면 남자주인공의 여자를 대하는 한결같이 잘해주는 태도와 자신의 모습이 닮아서 그런건지 알 수 없었다.

 

 

..닮아? 왜? 뭐가.
문득 든 생각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민석은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보고 싶은 영화였고, 얼핏 웃음도 나오면서 재미는 있는것 같았지만 옆에 있는 루한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게 느껴지자 그 순간부터 모든 회로가 나간것만 같았다. 항상 자신을 그렇게 쳐다보지 않는다. 맨날 바보라고 놀리고, 문자로 장난치고, 툭하면 맛있는걸 사라고 매일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는 루한이였다. 그러다가도 삐지는 척을 조금이라도 하면 금세 미안한 얼굴을 드러내고 다정하게 안아줬기에 그는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바라보는 루한의 눈빛은 확연히 달랐다.
언제부터였을까. 이 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은적이 있었던것 같았다. 아까 루한과 다투고 나서 무릎까지 꿇고 자신의 얼굴을 올려다 봤을때, 그리고 그 외에도 빠르게 스쳐지나간 작은 순간들. 평소가 아니였을 뿐, 꿈에서 본 것처럼 짧은 장면들이 지나갔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는 알수 없는 감정에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질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시선은 줄곧 스크린에 고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준 콜라는 더더욱 마실 수 없었다. 엄한 빨대는 집어 던지고서 덮개를 빼고 마시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영화에서는 이런 대사가 흘러나왔다.

 

 

 

 

 

-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나는 당신의 두 눈을 쳐다보지 않았을거에요.
- 말도 안되요. 세상의 모든 이들은 전부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데, 그들은 무조건 서로를 사랑한다는 건가요? 나에게 그런 진부한 말을 하려는건 아니죠?
- 아니요. 예의와 사랑은 달라요. 그들은 예의를 갖추기 위해 바라보는거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보는거에요. 내 눈에서 한 번도 그런 느낌을 받은적이 없는건가요?
-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난 사랑에 데인적이 많아 아무것도 믿을 수 없거든요.
- 믿게 해줄게요. 어떻게 하면 나를 믿겠어요?
- 내가 당신의 눈에서 사랑을 느낄때까지 바라봐줄래요? 그럼 내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죠.

 

 

 

 

 

스크린이 잠시 어두워지고, 민석은 눈을 내려 자신의 발을 쳐다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신었던 루한과 맞춘 신발이 눈에 들어와 발가락을 오므렸다가 폈다. 루한아. 나는 왜, 오늘도 이 신발을 신고 온걸까. 
그리고 너는..나를 볼때 어떤 마음을 가지고 보는걸까. 형식적인 예의일까, 아니면 또 다른 내가 모르는 어떤 마음일까. 난 요즘 들어 그게 너무 궁금해.
민석이 다시 고개를 들어 영화에 눈을 돌렸을때는, 누군가 다시금 자신을 고요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민석도 시선을 느껴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루한의 검은 눈동자가 그를 향하고 있었다. 마주친 두 눈은 피하지 않고 한참이나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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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케 잠 안자더라, 김민석."
"영화..재밌던데."
"애인도 없이 재밌게 보셨겠다? 너 나 몰래 숨겨둔 사람 있는거 아니야?"
"있으면 말 했겠지."
"..그랬겠지?"

 

 

 

 

영화관에서 빠져나와 우글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파묻힌 루한과 민석은 서로 꼭 붙어다니며 앞을 향해 걸었다.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서로 잘 아는 길인지, 익숙한 동네인지 사실 누구도 잘 알지 못했다. 그냥 두 사람은 아주 자연스레 분위기를 풀기 위해 평소처럼 장난을 치며 길이 나오는대로 걸었다.

 

 

 

 

"여자 주인공, 되게 예쁘더라."
"응."
"남자 주인공도 잘생겼고."
"서양 사람들이야 뭐 다 예쁘고 잘생겼지."
"..근데 너도 꽤.."
"뭐?"

 

 

 

 

민석이 중얼거리다 아차 싶었는지 고개를 휙 돌려 놀란 눈으로 루한을 바라보자 그가 눈가를 찡그리며, '뭐라고? 잘 못들었어.' 하고 답했다. 민석이 당황하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을 돌렸다.

 

 

 

 

"싱겁기는."
"우리 귀걸이 사러..가..가자."
"아, 참. 그래."

 

 

 

 

민석이 한숨을 내쉬며 루한보다 앞서 걸었다. 쟤, 여기가 어딘지 알고 막 걸어. 루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순식간에 민석의 뒤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괜히 다른곳을 쳐다보았다.

 

 

 

 

"내가 잘 아는 가게 있는데, 우리 거기로 갈래?"
"어딘데..?"
"어, 내 친구가 하는 가게야. 걔가 군대 다녀와서 복학 안하고 일찍부터 그냥 가게 차렸거든. 거기 악세사리도 팔고 뭐 이것저것 다 팔아. 얼마전에 가보니까 신기한거 예쁜거 많이 나왔더라고. 너도 좋아할거 같아서."
"아..그렇구나."
"응. 가게 오픈했다길래 다녀와봤어. 너 그날 바빠서, 먼저 집에 간 날에."
"아아..."

 

 

 

 

민석의 어깨가 한 손에 잡힌다. 루한이 아무렇지 않게 그의 얼굴상태를 확인하며 몸을 반대편으로 끌었다.

 

 

 

 

"여기랑 거리가 좀 멀어. 택시타고 가자."
"응."
"바로 오네."

 

 

 

 

루한이 가볍게 웃으며 택시를 잡고서는, 택시가 멈춰서자 민석을 먼저 뒤로 앉힌 뒤 자신이 앞에 앉아 택시기사에게 위치를 설명했다. 택시는 가볍고 빠르게 출발했다.

 

 

 

 

 

 

 

 

 

 

 

 

 

 

 

 

 

 

 

 

 

 

 

 

 

 

 

 

 

 

 

 

 

 

 

 

 

 

 

 

 

 

 

 

 

 

 

 

 

 

 

 

 

 

 

 

 

 

 

 

 

 

 

 

 

 

"어, 김루한!"
"나 왔어."
"금방 놀러온다더니 진짜 며칠 안에 왔네. 옆에는..친구 분?"
"응. 민석아, 인사해. 이쪽은 내친구 김종대, 어..그리고 이쪽은 김민석."
"아, 네. 안녕하세요.."

 

 

 

 

루한이 민석을 데리고 간 곳에는 그들의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안에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루한에게 인사를 건네는 종대가 민석을 보며 오오- 하고 감탄했다. 영문을 모르는 민석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쳐다보자 종대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웃고는 제 팔짱을 끼며 루한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여긴 왠일이야? 뭐 사러 왔어?"
"구경도 하고, 그냥 너 얼굴도 볼 겸 해서 왔지."
"김루한이 나를 보러 오는 날도 있네~ 세상에."
"청승떨지말고.. 그, 있잖아. 귀걸이..작은걸로 예쁜거 있어? 남자걸로."
"귀걸이? 완전 많지. 어, 잘됐다 야. 오늘 아침에 새로운것들 엄청 많이 들어왔는데. 내가 다 쓸었지롱."
"딱 좋네. 보러가자, 김민석."
"어? 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어 가만히 서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가게 안을 두리번 거리던 민석이 루한의 말에 흠칫하며 따라 걸어갔다.

 

 

물품 창고 안에서 이것저것 꺼내보는 종대의 뒤에서 루한과 민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언가 분주한 종대와 달리 두 사람은 말없이 그가 물건을 꺼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석씨는 루한이랑 같은 학교 다니나봐요?"

 

 

 

 

민석에게 종대가 물어왔다. 민석이 조금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네?' 하고 되물었다.

 

 

 

 

"같은 학교에 같은 과?"
"아..아니요. 원래 같은 과였는데 제가 전과했어요."
"왜요? 아, 루한이가 좀 많이 괴롭혀서? 이해해요. 나도 쟤한테 엄청 많이 당했거든요. 하하."
"야. 내가 언제. 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루한이랑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녀서 알거든요? 쟤, 좋아하는 애들한테 장난 많이 쳐."
"아..."
"김종대. 씁."
"학교 다닐때 인기 되게 많았는데. 지금도 인기 많죠?"
"뭐..그냥.."
"쟤가 말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착한 놈이에요."

 

 

 

 

루한이 그만 하라며 결국 종대의 엉덩이를 손으로 때리자 종대가 알았다며 시원하게 웃어보이고는 작은 상자 두어개를 꺼내어 그들을 다시 밝은 전시장으로 데려갔다. 민석은 종대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나보다 더 오랫동안 알았던 친구겠구나, 고등학교때부터 알았던 친구면.. 더 듣고 싶다. 루한의 이야기.

 

 

 

 

"아, 근데 이건 누가 하는건데?"

 

 

 

 

종대가 상자를 정리하며 루한과 민석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누가 사러 온거야?"

 

 

 

 

두 사람이 동시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말은 차마 못하고 천장만 바라보았다.

 

 

 

 

"아니면 둘 다 사러 온거?"
"..어...어. 그렇지."
"그럼 그렇다고 말하면 되지. 눈은 왜 피해.."

 

 

 

 

종대가 아무렇지 않은듯 피식 웃고는 다시 상자안의 또 다른 상자를 꺼내어 진열대 위에 늘어놓았다. 작고 검은 큐빅이 박힌 은색 미니 링으로 된 반짝이는 귀걸이와, 심플하게 금색으로 깔끔하게 이어진 피어싱형 귀걸이 두 개가 있었다.

 

 

 

 

"민석씨는..내가 봤을때 링이 잘 어울릴거 같고. 루한이 너는..뭐가 좋은거 같냐?"
"어...그럼, 나도 링..."
"야. 그냥 피어싱 해."
"뭐가 좋냐며.."
"링은 민석씨 하세요. 괜찮죠?"

 

 

 

 

어쩜 이렇게 하늘도 무심할까. 두 사람은 분명 같은 귀걸이를 사러 온거였지만 차마 함께 쓸거라고는 말 못한 두 사람이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어쩌지, 어쩌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루한이 종대의 눈치를 보며 민석의 팔을 툭 쳤다.

 

 

 

 

"..너 뭐 갖고 싶어?"
"..난 둘 다 좋아."
"너 귀..뚫을거야?"
"......."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가 겉도는 두 사람의 분위기에 종대는 가만히 귀걸이를 쳐다보다가도 눈만 들어 그들을 쳐다보았다. 속닥거리며 귓속말을 하는게 재밌었는지, 이제는 대놓고 팔짱을 끼고 그들을 보았다.

 

 

 

 

"링이 너가 잘 어울릴거 같긴 한데..나한테는 잘.."
"다른거 보여 달라고 할까?"
"난, 피어싱이 더 좋기도 하구.."
"그럼 그걸로 해?"
"근데 너 달랑거리는거 안좋아해?"
"난 뭐..그냥 아무거나."

 

 

 

종대가 웃음을 참으며 입을 가리고 천장을 쳐다보다 다시 두 사람을 쳐다보기를 반복했다. 고개를 흔들거리며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자, 루한이 이상한 기운을 눈치채고 종대를 휙 쳐다보았다. 종대와 눈이 마주치고, 루한은 숨을 들이마셨다.

 

 

 

 

"둘이 같이 끼는거면..."
"......."
"......."
"아무래도 피어싱이 낫지."
"부각 잘 안되고, 좋잖아. 그렇죠? 민석씨."

 

 

 

 

두 사람은 종대가 벌써부터 포장을 하고 있는 그 손길에, 본인들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져 서로 붙어있던 몸을 뗐다.

 

 

 

 

 

 

 

 

 

 

 

 

 

 

 

 

 

 

 

 

 

 

 

 

 

 

 

 

 

 

 

 

 

 

 

 

 

 

 

 

 

 

 

 

 

 

 

 

 

 

 

 

 

 

 

 

 

 

 

작은 상자를 든 루한과 민석은 근처의 공원으로 갔다. 종대는 루한이 가게에서 나가기 전, '잘해드려. 되게 예쁘게 생겼다.' 라며 민석의 외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듯이 놀려댔고, 루한은 대체 뭘 잘해주냐며 다시금 종대의 어깨와 가슴을 툭툭 쳤다.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괜히 변명에 변명을 늘어놓은 루한이 멀찍이서 기다리고 있는 민석에게 급히 달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 생각을 못했네. 아, 그냥 우리 둘이 같이 사는거라고 하면 되는거였는데, 내가."
"그게 뭐 쉬운 일인가. 알아, 됐어."
"......."
"지금 다 사놓고선 뭐."

 

 

 

 

민석이 피식 웃으며 그의 손을 때렸다. 그리고 루한보다 먼저 앞서간 뒤 공원의 작은 벤치에 앉았다.

 

 

 

 

"귀는 못 뚫었네. 아플까봐 좀 걱정 했는데, 그냥 우리 이거 번갈아가면서 끼자."

 

 

 

 

민석이 먼저 루한에게 말을 건넸다. 루한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하고 답했고 민석은 두 팔을 위로 들어 기지개를 펴며 하품을 해댔다.

 

 

 

 

"피곤하냐?"
"그냥. 기침이 자꾸 나와서 잠을 잘 못잤더니 좀, 그러네."
"그럼 일찍 들어가자."
"그래야지.."

 

 

 

 

민석이 졸린 눈을 두어번 깜빡이며, 루한의 어깨에 작은 머리를 기댔다.

 

 

 

 

"..뭐해."
"나 조금만.."
"......."
"조금만 기댈게요."

 

 

 

 

민석이 기대며 말하자 루한의 어깨에 그대로 목소리가 실려 떨려왔다. 안그러던 애가 갑자기 이러면, 나는 경직되버려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루한은 괜히 마른침을 삼키며 입술을 감쳐물었다. 답지않게 한숨이 새어나오려고 했으나 입을 꼭 막고서는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 애썼다.

 

 

 

 

"루한아.."
"...어."
"넌..대학 오기 전에, 인기가 많았나보다."
"아..별로. 걔가 헛소리 한거야."
"헛소리 아닌거 알거든.."
"왜."
"너 여기 와서 여자애들한테 연애편지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내가 한 번 세어볼까..? 군대 가기 전에 다섯 번, 갔다와서 다섯 번. 확실하진 않아도 열 번은 넘으려나..."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루한이 놀라 어깨를 확 틀자 민석의 머리가 공중에서 툭 떨어졌다. 확 떨어진 머리에 놀라 민석이 눈을 올리며 루한을 얄밉게 째려보았다.

 

 

 

 

"갑자기 이러면 어떡해. 나 머리 아프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나 그런거 받았던거."
"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게 아무리 많아도 그런건 알거든?"
"..내 가방 봤어?"
"..봤지."
"언제..?"
"아, 몰라. 좀 된 일이야."

 

 

 

 

민석이 코를 훌쩍이며 다리를 달랑거렸다. 으, 머리 아파.
루한이 기가찬듯 코웃음을 치며 민석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두 손으로 잡았다. 한때, 학교 전용 사물함에다 지금껏 받은 모든 편지들을 모아둔 다음 한꺼번에 처리할 목적으로 가방에 담아 넣은적이 있었다. 그때 루한은 민석에게 잠시 가방을 맡기고 과방에 가야 했던 일이 있었고 루한은 그때가 문득 떠올라 민석을 추궁했다. 봤단 말이지..그것들 다.
그래서, 넌 어땠는데. 

 

 

 

 

"아프냐?"
"응. 골 떨어질것 같아."
"내가 잡아줄게."
"잘 잡아. 자리 잡게.."
"..김민석."
"......."
"그래서 넌 그거 보고 무슨 생각 했냐."
"뭘.."
"그 편지들 보면서, 무슨 생각 했냐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해. 내 것도 아니고 전부 다 네 연애편지인데."
"......."
"생각을 해야할건 너지 내가 아니잖아. 내가 보고 뭐 대리만족이라도 느끼리? 아유, 우리 루한이 인기 많아서 좋겠다. 잘 키웠네- 하고 칭찬 해줘?"
"......."
"아무 생각 없었어."
"......."
"인기 많아서 좋겠다- 김루한은."
"......."
"..이 정도?"

 

 

 

 

루한은 민석에게 감정적으로 대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연애문제, 이성문제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티내지 않으려 했다. 혹시나, 민석과 자신의 관계가 아주 조금이라도 틀어질까 싶어서. 하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야기에 돌연 달라진 루한의 눈빛을 받음으로 오히려 놀란건 민석이였다. 편지 이야기를 괜히 꺼냈나, 왜 갑자기 예민한 표정을 지어보이는걸까.

 

 

 

 

"정말 아무 생각 없었어?"
"그랬다고."
"..그랬구나."
"무슨 말을 하길 바라는건지 모르겠네. 내가 질투라도 느껴야 정상인거야? 응?"
"..김민석."
"지금 막 무슨 생각이 떠오르긴 했지."
"......."
"왜, 김루한은..그렇게 많은 여자애들이 늘 애정공세를 해도 단 한 번을 쳐다도 안볼까. 그 수많은 연애편지들은 왜, 물에 젖거나 헐거워지거나..보기가 힘들 정도로 관리가 안됐을까. 정말 관심이 없는걸까..여자에는. 왜 잘생긴 김루한은 지금껏 여자친구가 없는걸까. 그리고 지금도."
"......."
"왜 나랑만 같이 다니는걸까."

 

 

 

 

루한의 눈동자가 당혹스러움으로 까맣게 번지기 시작했다. 민석은 눈을 떼지 않고 루한을 주시했고, 그러다 피식 웃어버렸다.

 

 

 

 

"내가 이런 생각 했다고 한다면,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할거지.."

 

 

 

 

씁쓸히 말을 하고는, 고개를 떨궈버렸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 안한거야. 네가 이상하게 볼까봐."
"......."
"근데, 아까 네 친구가 그러잖아. 너 인기 많았다고."
"......."
"네, 그건 저도 알아요! 하고 말하고 싶었어. 봐온게 많으니까, 나도 너에 대해서 아는거 많다. 자랑하고 싶었어."
"......."
"근데, 하필 자랑을 해도 그런거 뿐이야.."

 

 

 

 

민석이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자신만 들릴 목소리로 읊조렸다.

 

 

 

 

"..속상하게."

 

 

 

 

그가 얼굴을 가리다 두 손을 내려 제 입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보는 루한의 마음은 더 무너져 내릴것 같았다. 속상하다, 라는 그 말이 너무나 잘 들려 모른척 할 수 없었다. 뭐가 속상한데. 나에 대해 알리고 싶은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 아니면 내가 널 이상하게 볼거라는 점? 아니면, 그 모든것들 전부 다?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속상한거야?

 

 

 

 

"말 해봐."
"......."
"내가 널 얼마나 속상하게 했어. 말 해봐."
"..없어. 난 단순해서, 화나면 그냥 바로 풀려. 속상한거 없어."
"방금 그랬잖아. 속상하다며."
"인기가 없어서 그런다. 내가 너랑 다니면 비교 돼."
"지금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믿어?"
"너 잘생겼다고 해줘도 난리냐?"

 

 

 

 

끝까지, 루한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는 민석 덕분에 루한의 마음은 더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뭐가 속상한건지 전혀 아무것도 모르겠다. 모든건 다 루한의 추측일 뿐 민석의 마음을 알기에는 어느 하나 확실한게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늘 솔직할 수가 있어."
"......"
"가끔은 숨기는것도 미덕이라고 하잖아."
"......"
"그렇잖아, 루한아."

 

 

 

 

민석이 조금 젖은 눈으로 루한을 쳐다보자 루한의 눈마저 깊히 젖어들기 시작했다. 김민석 너는, 그래서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다는건데. 그래서 네 마음은 대체 어떻다는건데. 네 앞에 있는 나를 어떻게 하고 싶은건데.

 


도저히 며칠간 참을 수 없었다. 민석을 좋아한다는 자신의 마음을 쥐도새도 모르게 알게 되버린 이후로는 더 장난만 쳤다. 알지 못하도록,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해서라도 감출수 있도록. 좋아한지도 꽤 오래된것 같았다. 핸드폰 화면에 네 이름이 뜰 때, 길을 걷다가 너와 비슷한 아이가 있으면 남몰래 웃음이 나올때, 교복을 입은 아이들 중 명찰에 네 이름과 같은 이름을 달고 다니는 아이를 볼때마다 네 생각에 빠져들 때.
그리고, 오늘 너와 함께 본 흔해빠진 멜로영화가..재밌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이 감정을, 혹시 너도 함께 느끼는건지. 숨기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묻고도 싶었다. 확인하고 싶었다.
도저히, 정말이지 며칠간 참을 수 없었다.

 

 

 

 

"네 말뜻,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
"뭘 숨기겠다는건지도 모르겠고."
"......."
"네가 속상하다는게 나 때문에 그런거라면, 적어도 나에게는 설명해줘야 하는거잖아."
"알려고 하지마."
"왜."
"알려고 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왜. 대체 왜."
"애인같은거 없으면서도, 애인 만들고 싶다는 생각 든적 한 번도 없으니까."
"......."
"네가 있으니까."
"......."
"그래서 너 말고는 아무도 필요 없으니까."
"김민석."
"이 정도는 너도 알고 있잖아."
"......"
"알려고..하지 말라니까."

 

 

 

 

네가 나에 대해 아는 전부가, 내가 더 표현하지 않아도 오로지 그것뿐인 내 마음의 전부야.
민석이 조용히 말을 덧붙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나 피곤해서 일찍 가서 잘래."
"...너. 감기약은 먹었냐."
"아니, 감기에는 약도 안든다더라."
"이 시기에 감기 걸리는 애는 너 밖에 없을거다."
"그래, 독감에 걸렸으니까 나한테 옮으니까 떨어져라."
"민석아."
"...왜."
"네 감기, 내가 가져가줄까."
"무슨 소리 하냐? 개고생 한다니까."
"..내가 진짜 가져가면, 너 편할지도 모르잖아."
"나 내일 학교 늦게갈거니까 대출이나 좀 해줘."

 

 

 

 

민석이 루한의 옷깃을 잘 정리하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금세 루한의 손에 손목이 잡혀 더 앞으로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 민석이 시선을 돌려 그의 눈을 마주보자,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출, 해줄게."

 

 

 

 

기껏 한다는 소리가 그 말이라 민석은 어이가 없어져 해맑게 웃었다.

 

 

 

 

"해줘."
"..진짜 해줄게."
"그래. 그럼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어. 사줘."

 

 

 

 

민석이 다시 웃음을 굳히며, 어설프게 손목을 빼내려 하자 루한의 손에도 힘이 풀어졌다. 민석이 고개를 숙이며 손을 빼내고, 뒤로 걸었다. 루한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검은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민석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귀걸이 잘 쓸게."
"......."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같이 가자."
"......."
"나 먼저..간다."

 

 

 

 

민석이 모든걸 숨기는듯이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루한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김민석!"
"......."
"뒤 돌아."
"......."
"등 보여달라고. 뒤로 걸으면 다치니까..뒤 돌으라고."
"아, 응."

 

 

 

 

민석이 머리를 매만지며 작은 상자를 든 손으로 가방을 고쳐멨다. 그리고 차가운 저녁바람을 마시며 뒤를 돌아 조금은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 고집쟁이."
"......"
"너 나한테 다 불기전까지는 못 가."

 

 

 

 

 

순식간에 민석의 등과 어깨를 껴안은 루한이 민석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우뚝- 걸음을 멈춘 민석이 눈을 몇번이나 깜빡이며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누가 봐도. 너랑 나는 그냥 친구 아니더라."
"....뭐?"
"너랑 나는 누가 봐도 아니라고."
".....너."
"어제 경수랑 만났을때. 네 얘기 했다."
"......."
"너랑 나랑은 분명한 커플이라고. 경수같으면 못한대, 친구."
"......."
"네가 본 편지는 다 잊어. 그때 너랑 헤어지고 나서 전부 다 불 태워버렸으니까..너도 잊어."
"...너, 그걸.."
"설마 봤나 싶었는데 진짜 봐 버렸네..."
"너 그걸..왜 다 태..태워.."
"갖고 있을 필요 없잖아. 너랑 같이 있고 싶으니까. 난 네가 있어서. 너가 있어야만 해서. 그 편지들, 너랑은 아무 관계 없어서."
"...야. 네 맘에 안들어서 편지 없애버린걸 왜, 왜 전부 내 탓하는데.."
"최대한 솔직하게 얘기 해보자."
"......"
"사실, 나는 확신 없었다. 나만 그런줄 알았어. 나만 너를 친구로 생각 안하는줄 알았다."

 

 

 

 

이제야 알았다. 네가 속상하다고 했던 그 마음, 전부 나도 함께 느끼고 있었던 그런 속상함이라는것을.

 

 

 


"너 나랑 친구 하기 싫다는 말을 그딴식으로.."
"민석아, 미안해."
"......"
"나 너랑 이젠 친구 못할것 같아."
"....이..나쁜놈이."
"..나쁜놈한테 감기 좀 옮기자."

 

 

 

 

무슨 말이냐며 고개를 돌리려던 민석을, 그대로 루한이 몸체를 돌려세워 빠르게 민석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갑작스럽게 맞춰오는 입술에 놀란 민석이 눈을 크게 뜨며 루한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것도 잠시 민석의 눈이 감길듯 말듯 하다, 루한이 그의 눈을 가볍게 누르자 어쩔 수 없이 감겼다.
루한의 큰 손이 다시 민석의 작은 뒤통수를 받치며 동시에 허리를 잡고 놔주지 않았다.
머리를 잡던 손을 들어 민석의 귓볼을 만졌고 입술은 끊임없이 민석의 입술만을 부드럽게 삼켰다. 손가락에 닿는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금속의 느낌이 좋아 루한이 슬몃 미소지으며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맞물렸다. 루한의 마음을 확인한 민석 역시, 체념한 듯 한숨섞인 웃음을 입술 사이로 뱉어내며 두 팔을 들어올려 루한의 목에 감고, 입술을 열어 그를 받아들였다.

 

 

 

 

"대출은 네가 해야겠다, 민석아."
"..아니. 둘 다 학교 못 갈거 같은데?"
"똑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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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한 단골이냐? 또 오셨..어? 민석씨."
"안녕하세요."
"얼굴들이 다 좋아보이네. 오랜만에 오셨구나~"

 

 

 

 

처음 종대의 가게를 방문했을때와는 달리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있었다. 쭈뼛거리며 종대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그 때는 없다는 듯, 서로 눈만 마주치면 웃기에 바빴다. 종대는 그 손을 보며 잠시 표정을 굳히다, 당당한 그들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솔로는 나 뿐인가보다.' 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나한테 뭘 잘 부탁하냐며."
"누구."
"민석씨 잘 해달라니까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서."
"그렇게 됐어."
"야, 손에 땀 안 차냐.."
"안 차. 그때 골라준 귀걸이는 잘 쓰고 있어."
"어. 그래. 오늘은 뭐 보려고?"
"저희..쓸거요."

 

 

 

 

민석이 한마디 툭 던진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루한이 입술을 씰룩이며 주위를 둘러보다, 민석의 손을 한 번 더 꼭 잡고는 종대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자 종대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루한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루한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가만히 말했다.

 

 

 

 

"여기, 예쁜 커플링 뭐 있냐?"
"......"
"남자 사이즈로, 우리한테 잘 어울리는걸로 골라줘."

 

 

 

 

 

 

 

 

 

 

 

 

 

 

 

 

 

 

 

 

 

 

 

 

 

 

 

 

 

 

 

 

 

 

 

 

 

 

 

 

 

 

 

 

 

 

 

 

 

 

 

 

 

 

 

 

 

 

 

 

 

 

 

 

 

 

 

 

 

 

 

 

 

 

 

 

 

 

 

 

 

 

 

 

 

 

 

 

 

 

 

 

 

 

 

 

Love blossom : 숨은 마음 찾기

fin.

 

 

 

 

 

 

 

 

 

 

 

 

 

 

 

 

 

 

 

 

 

 

 

 

 

 

 

 

 

 

 

 

 

 

 

 

 

 

 

 

 

 

 

 

 

 

 

 

 

 

 

 

 

 

 

 

 

 

 

 

 

 

 

 

 

 

 

 

 

 

 

 

 

 

 

 

 

 

 

 

 

 

 

 

 

 

 

 

 

 

 

 

 

 

 

 

 

 

 

 

 

 

 

 

 

 

 

 

 

 

 

 

 

 

 

 

 

 

 

 

 

 

 

 

 

 

 

 

 

 

 

 

 

 

 

 

 

 

 

 

 

 

루민행쇼하시구요..포인트도받아가세요..^-^* ㅋㅋㅋ

짧은 단편을 잇는 내내 짠내가 났습니다. 누구요? 저에게서요...ㅋ..!?ㅋ...ㅋ....저..이 사람들처럼 연애 하고 싶어요. (당당)

행쇼하는 루민이를 보게 되어 감덩입니다~ ㅋㅋ 

총 세 편정도 쓰려고 했는데, 다음에 어떻게 이어야할지, 어디서 끊어야할지 떠오르지 않아 빠르게 마쳤습니다. 원래 단편은 정말 짧고 굵은게 진리라면서요?ㅜㅜ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쇠...

조금 더 분홍분홍한 향기가 나게 하고 싶었는데 첫번째 쓸때만큼 체력이 따라주지 못해서 좀 더 소오름돋지 못한점 양해부탁드려요~~

그리고 댓글도 잘 보고 있어요~ 제 사랑 치즈스틱님 보고 계세요? 그리고 독자 두 분까지!!! 제가 정말 사랑합니다..

더 해드릴 말이 없어요~ 못난 글잡이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사랑합니다 ^-^*

아무래도 단편 위주로 먼저 가져올거 같은데 많이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대사속에 나오는 영화 대사는 제가 쓴거에요~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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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멈춰라! 우와 인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해피네요 ㅠㅠㅠㅠ 완전 기쁘다!! 작가님 요번 글도 무지 좋았어요 풋풋한 느낌이 좋았어요~~ 담에 또 뵈요 ♥
10년 전
독자2
귀엽네요!! 서로 마음 확인할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예쁜글 읽고갑니다! 다음에 또 봐요!!!!
10년 전
독자3
와진짜작가님필력짱이예여...분위기봐...ㅠㅠㅠ사랑해여ㅠㅠㅠ
10년 전
독자4
진짜 봄같은 글이네요ㅠㅠㅠ간질간질하면서ㅠㅠ
10년 전
독자5
으아 선선한 오후 벚꽃 흩날리는 골목에 서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요ㅠㅠ!!봄내음 한아름 끌고다니는 루한이랑 민석이!!!ㅠ작가님 진짜ㅠㅠ사랑해요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작가님 필력짱이시다ㅜㅜㅜ 너무달달해서 제 애간장까지 다 녹을뻔했어요ㅜㅜㅜㅜㅜㅜㅜㅜ 앞으로도 좋은 글 연재해주세요~~ 잘보고갑니다!!
10년 전
독자7
와 정말 달달함의 결정체ㅠㅠ둘이 너무 예쁘고 귀엽다...제가 진짜 보고싶었던 느낌의 글이에요!정말 봄이 다가온 느낌이랄까요 따스하고 간질간질하고ㅎㅎ잘봤어요 작가님!다음글도 기대할게요♡
10년 전
독자8
하.. 저에여 치즈스틱! 내가 작가님 사랑이래ㅠㅠㅠ 세상에ㅠㅠㅠ 작가님 이러케 막 내 맘 들었다 놨다 그러기 잇기 없기ㅠㅠ? 저는 열심히 고등학교 생활중이에요 으으으으 힘들어서 작가님글도 못보고ㅠㅠㅠ (컴퓨터 할 시간이 없어요.. 세상에나..) 1개월 전 글이라니 이미 봄은 지나간것같은데 왜 저는 몽글몽글하고 글이 달달한게 왜 꼭 다시 봄이 제 눈앞에 있는거 같죠 좋다..♥ 우리 작가님글은 아직도 많~이 남았으니 저는 또 슝슝 읽으러 갈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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