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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P/대영] -소문 | 인스티즈

 

 

 

 

 

 

 

 


[대현/영재] - 소문

 

 


W.깔로레

 

 

 

 


앙상한 가지에서 초록색의 완두콩처럼 꽃봉오리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고 그중엔 몇몇 개는 벌써 연핑크의 벚꽃이 피어났다. 이제 만연한 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산뜻한 계절은 고등학생의 남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따뜻하고 나른하고 눈 따가운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이다. 그런 계절에 꽃가루며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이 체육시간에 남자는 축구를 하고 있고, 여자애들은 벤치에나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남자라고 축구를 다 잘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그 오산에 내가 가장 크게 껴있다. 하기 싫어서 패스하라고 하면 대충 굴려주고 그냥 공만 보고 달리는 중이다. 언제 끝나나 하고 팀을 따라 달리던 중 공이 갑자기 나에게 패스 되었다. 이걸 나한테 주면 어쩌라고? 한 발로 가볍게 툭 받고, 그 자리에서 서 주변을 살폈다. 상대 팀 애들이 하이에나들처럼 저를 둘러샀다. 빠져나갈 재주는 없고 그냥 앞으로 가지고 가려는데 어떤 놈이 격하게 태클을 걸어왔다. 그 바람에 공이랑 발이랑 접질려 한 바퀴 반을 굴렀다. 아이고 내 팔자야.. 눈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운동화를 보며 입에 들어가 흙들을 침과 함께 퉤, 뱉었다. 태클을 건 녀석이나 같은 팀 애들이 주변으로 몰려 괜찮으냐고 물어봤다. 놀림과 비웃음은 기본 옵션. 그런 녀석들에게 나는 툴툴거렸다. 체육복을 털고 일어나려는데 무릎에 심한 통증이 느껴져 다시 풀썩 주저앉았다. 못 일어나겠어. 내 말에 그제야 놈들이 웃음을 지우고 헐, 헐, 거렸다. 우리가 몰려 있자 체육 선생님이 다가왔고, 내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놀란 토끼눈을 하셨다.


"뭐 하는 거야?! 이 새끼들 친구가 다쳤는데 보고만 있어? 빨리 양호실 데리고 가! 너, 앞에 서있는 놈. 너가 데려다 줘라. 나머지 놈들은 벤치로 돌아가"     


선생님을 향해 몰래 툴툴 거리며 애들이 흩어졌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내 앞에 서있는 운동화는 미동이 없다. 방금 선생님이 양호실 데려가라고 시킨 애 같은데 왜 부축을 해 줄 생각을 안 하는 거지? 운동화 코만 보다 다리부터 쭉 타고 올라가 얼굴을 보았다.


"아,"


얼굴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왔다. 빛.. 때문일까.. 그래 빛 때문이겠지. 눈썹을 찌푸리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소문 안 좋은 정대현이었다.

 

 

 

 

정대현의 어깨의 잡으려다가 그냥 티셔츠 끝자락을 잡는 것으로 부축을 끝냈다. 정대현은 신경 쓰지 않는 듯 양호실까지 체육복 바지에 손을 찔러 넣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그 보폭에 속도를 맞추느라 애를 썼다. 정대현이 앞장서 양호실 문을 드르륵 열자 고요한 정막만이 흘렀다. 안 계시나? 함께 들어가 둘러보았지만 학생은 물론 양호선생님도 보이지 않았다. 정대현의 눈치를 보다가 나는 쭈볏쭈볏 말을 걸었다.


"그, 그냥 가자. 안 계시는 것 같은데.."

 

"침대가 서 앉아."

 

"어?"

 

"앉으라고."

 

정대현은 양호선생님이 쓰시는 책상을 위에서 무언가를 들어 내게 보여주면서 여전히 눈은 책상 위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정대현의 손에 들린 건 노란색 포스트잇으로 거기엔 잠시 외출 중이니 급한 학생은 한쪽에 배치된 최소한의 응급치료제만 써달라는 메모였다. 내가 대충 다 읽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메모지를 책상 위에던지 듯 놓았고 정대현은 말없이 구급약들이 있는 쪽으로 갔다. 나는 그사이 빈 침대에 신발을 벗고 위에 올라갔다. 두 다리를 올리고 쓰라림이 느껴지는 오른쪽 다리의 체육복 바지를 걷어냈다.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살갗이 벗겨져 피가 딱쟁이처럼 고여 있었다. 쓰라림을 호호 불어가며 달랬다. 그때 정대현이 내 쪽으로 오더니 무언가를 침대 위로 툭 던졌다. 붕대며 연고, 소독약, 반창고 등이었다. 나는 기어가는 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했다. 간의 의자에 정대현이 앉았다. 나는 솜에 소독약을 적셨다. 정대현은 애들 사이에서 소문은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런 애들하고 몰려다니고, 패싸움을 하고 다니질 않나, 어쨌든 내 기준에서는 썩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나쁜애는 아닌가? 소독약이 상처에 닿자 쓰라림이 배를 가했다. 입술을 깨물며 아픈 것을 찾아내며 소독 솜으로 톡톡 열심히 두들겼다. 그러다 시선이 느껴져 시선을 살짝 돌리자 정대현이 제 상처를 뚫어져라 쳐
다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눈동자를 미세하게 움직여가며 상처를 진득하게 쳐다보았다. 손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자 정대현이 눈을 들어 올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왜 멈춰?"

 

"응? 아.."

 

"빨리 계속해봐."

 

".. 응"

 

빨리 계속해보라고? 말이 좀 이상하지 않나? 의아하게 생각하며 빨갛게 피가 물든 솜을 버리고, 새 손에 다시 알싸한 소독약을 묻혀 다시 상처를 소독했다. 그리고 연고를 손가락으로 덜어 살짝씩 펴발랐다.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아파 바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에이 모르겠다. 연고는 대충 바르고 널브러진 구급약들 중에서 밴드하나를 까서 상처를 덮었다. 결국 정대현은 내가 치료하는 모습을 끝까지 말없이 손 하나 까닥 안 하고 지켜만 보았다. 치료도 다 끝났고 해서 이제 나가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둘이 있기 싫었다.


"끝났는데 가자"

 

"아직 수업 끝나려면 20분 남았어."


정대현은 벽시계를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정대현의 단호박에 나는 입을 말고 닥치고 있었다. 정대현이 간의 의자에 일어나 약들을 치우고 침대에 걸쳐 앉았다. 깜짝 놀라 두 다리를 살짝 접었다. 정대현은 또다시 제 상처를 보는가 싶었다 그러다 아까처럼 눈이 마주칠까 봐 내 발끝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정대현이 손등으로 제 오른발목을 툭툭 쳤다. 깜짝 놀라 고개를 팍 들자 정대현이 무표정하게 이쪽을 봤다.


"왜 아까부터 자꾸 쫄아?"

 

"아, 아닌데?"

 

"나 무서워?"

 

"..."

 

"부정은 안 하네."

 

정대현은 그 뒤로 딱히 별말 안 하며 내게 시선을 거두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저기서 아니라고 말을 했어야 했나?.. 애는 도대체 나랑 뭘 하고 싶은 거지.. 손을 꼼지락거리다 걷어낸 체육복을 다시 내렸다. 그것을 정대현이 흘깃 보는 듯했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며 15분가량을 보냈고, 그쯤 양호선생님이 돌아오셨다. 내 상처를 눈대중으로 진단해 주시더니 소독을 잘 하였으니 걱정할 거 없다고 하셨다. 침대 위에 올려둔 구급약들의 뒷정리를 양호선생님께 죄송스럽게 맡기며 정대현과 함께 양호실을 나서려 했다. 절뚝거리며 나오는데 양호실 문 턱 발이 걸렸다. 넘어지지 않았지만 우당탕 거리며 요란스럽게 나왔다. 정대현은 뒤를 돌아보며 한쪽 눈썹을 휘었다.


"뭐 하냐? 업어주기라도 해?"

 

"문 턱에 발이 걸려서.."

 

그리고는 정대현은 다시 홱 등을 돌려 걸어갔다. 뭐야? 겁나 재수 없어!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욱해서 앞질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걸을 때마다 상처 부위가 접혀 너무 아파 정대현과 나란히 섰을 때 입술을 깨물며 걸음을 늦췄다. 정대현은 또 뭐 하냐?라는 눈으로 저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손을 빼더니 제 팔꿈치에서부터 뒤로 들어와 팔목을 잡아 받쳤다. 이번엔 내가 뭐 하냐?.. 아니, 뭐 하세요? 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뭘 봐."


"아, 아니야"


"그따위로 걸으면 내일 교실에 도착하겠다"


그따위로 걸어서 미안하네요. 정대현은 저를 부축하면서 걸었다. 하지만 그것은 안하만도 못 했다. 내가 다친 것을 잊어버렸는지 자기 보폭에 맞춰 걸었다. 나는 아픔을 참고 거의 끌려가다 싶이 교실까지 갔다. 내일 못 걸으면 이 자식을 탓을 해도 될까? 헉헉, 거리며 숨을 돌리고 있을 때 정대현은 교실 뒷 문을 드르륵 열었다. 체육복을 갈아입고 있던 녀석들이나 이미 교복으로 갈아입고 앉아 있는 여자들의 시선이 한 번에 이쪽으로 쏠렸다. 정대현은 문 앞에서 저를 던지듯 놓고 유유히 반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어이없이 쳐다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애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정대현이 체육복을 갈아입으러 교실을 나가자 마자 우르르 몰려왔다. 친하지 않은 애들은 멀리서 귀를 기울였다. 피곤해 주겠는데 왜 몰려와 이것들은..


"어땠어?"

 

"뭐가?"

 

"정대현 말이야! 걔가 막 소독약 한 통 일부러 상처에 부어버리고 그러진 않던?"

 

"걔는 손도 안됐어. 환자인 내가 치료했거든?"

 

"곱게 양호실까지 가주긴 했어?"

 

"뭐?.. 그렇게 소문만큼 나쁜 얜 아닌 것 같은데?"

 

"뭐어? 진짜?"

 

"나쁜 게 아니라"

 

"응응,"

 

"좀 못 됐어"

 

나를 둘러싼 애들이 왜왜,를 새끼 새들처럼 짹짹거리듯 물어왔다. 진짜 귀찮게들 하네. 그런 생각을 할 때 즘 갑자기 애들이 떠들던 입을 다물고 흩어지더니 일사불란하게 자리에 착석했다. 선생님이라도 오셨나 하고 뒤를 돌아보니 선생님 대신 정대현이 있었다. 저를 빤히 쳐다보다가 자리로 앉았다. 그 모습을 눈을 계속 눈으로 좇았다. 뭐야? 방금 내 이야기 들은 거야? 뭐야, 뭐야!?!? 나 이제 어떡하냐며 애들한테 구원의 눈빛을 보냈지만 매정하게 외면했다. 저것들을 친구라고 뒀나 보다. 결국 혼자 머리를 쥐어 싸맸다.

 

 


청소시간이 되자 나는 이면지와 분리수거 담당이라 오늘도 이면지가 한가득 쌓인 상자와 캔과 병류가 담긴 상자를 쌓아 들었다. 다쳐서 청소 제외? 우리 반에는 그런 거 없다. 쓰러지면 모를까 이따위 상처 빠진다고 했다간 난리칠게 분명하지. 하지만 아까보다는 괜찮아진 덕에 바보처럼 절뚝거리지 않았다. 무거운 상자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 학교 건물 뒤 분리수거장으로 갔다. 상자를 한 번 고쳐 들고 문이 활짝 열어진 분리수거장으로 걸어가는데 분리수거장과 컨테이너 박스 좁은 사이로 어떤 인영들이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그쪽으로 눈이 갔는데 담배를 피우는 무리들이었다. 쾨쾨한 연기가 하늘 중으로 퍼져 나갔다. 우와, 이런 거 처음 봤어. 그렇게 감탄 아닌 감탄을 하다가 그 무리들 사이에서 조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정대현이 담배 피는 애들과 살짝 떨어져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쟤도 피는구나. 저거 담임한테 이르면... 쥐어 터지겠지? 정대현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때면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와 눈이 딱 마주친 상태로 뿌연 연기를 입에서 뱉어 내었다. 나는 모르는 척하고 분리수거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면지가 바닥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곳에 이면지 상자를 거꾸로 들고 쏟아부었다. 종이들이 팔랑팔랑 떨어지다가 빈 캔과 쓰레기 두어 개 그리고 우유팩이 함께 떨어졌다. 이럴 줄 알았지, 그렇게 여긴 일반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쳐 듣지를 않아요. 에효.. 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분리수거할 쓰레기를 주워들었다. 그때 누군가 빈캔을 집어 들어 올렸다. 마시기라도 하실려고? 시선을 쭈욱 타고 올라가다 입을 살짝 벌어졌다. 정대현이 빈캔을 분리수거 캔 쪽에 던져 넣었다. 깡! 하고 벽에 부딪히고 정확히 통에 들어갔다. 나는 쓰레기를 주섬주섬 주워 들고일어났다.


"또 뭐 할 거 있냐?"


"응?, 아.. 이거 분리수거"


캔과 병이 담긴 상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정대현이 그 상자를 들고 분리수거 함 가까이 갔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쓰레기를 버리고 같이 분리수거를 했다. 얘 왜 이래? 저를 도와주는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된 거 라더니 그런 건가? 혼자 정신없이 생각하던 중 정대현이 팔 꿈치로 내 팔을 툭 쳤다. 응? 하고 쳐다보니 또 인상을 팍 쓰고 분기 수거함 쪽으로 고개를 까닥였다. 분리 수거함으로 눈을 돌렸다. 생각에 빠져 나는 캔류, 병류 상관없이 한 곳에 버리고 있었다. 나는 당황하며 하나씩 꺼내 다시 버렸다. 그리고 분리수거가 끝나자 정대현은 빈 상자를 내게 내밀었다.


".. 고마워"


"나 아직도 못됐어?"


"뭐?"


"아까 교실에서 그랬잖아"


오 지져스. 그럼 그렇지 얘가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도와 줄리가 없지, 결국엔 꿍꿍이가 있었어! 그리고 이 으슥한 분리수거장 때리기 딱 좋은 장소잖아!! 품에 안은 상자를 더 끌어안았다.

 

"또, 또 경계한다"

 

"그럼 안 해?"

 

"왜 하는데?"

 

"나 때릴 거잖아!"

 

"내가 왜 너를 때려? 때려도 한 주먹도 안 나올 것 같은데"

 

"이것 봐!!"

 

내가 계속 땍땍거리자 정대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고 제 뒷덜미를 잡고 분리수거장을 나왔다. 엄마야 나 진짜 맞나 봐.. 엉엉거리며 정대현의 손에 끌려 걸어갔다. 그런데 분리수거장 보다 더 눈에 안띄는 곳으로 갈 줄 알았더니 정대현은 우리 교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 가려 했다. 뭐지? 아예 대대적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때리겠다는 건가? 나는 발에 힘을 주워 멈추었다.


"왜, 또?"

 

"때릴 거면 아무도 안 보는 데로.."

 

".. 너 진짜 쳐 맞고 싶으면 계속 그래라"

 

나는 헙, 하고 입을 말았다. 정대현은 나를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고 계단에서 내 뒷덜미를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혼자 성큼성큼 올라가 버렸다. 정대현이 완전히 올라갈 때까지 계단 한 가운데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화났나..?"

 

 

 

 

학교가 끝나기 전에 매점에서 입에서 살살 녹는 크로와상을 사와 손에 꾹 쥐고 있었다. 그리고 종례가 끝난 뒤 그 앨 찾았지만 어딜 갔는지 없다. 겁나 빨라! 교실 전체를 훑어보고 교실을 나왔다.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와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아까 낮처럼 그곳에 있지 않을 생각이 들었다. 분리수거장으로 가 담배 피우던 곳을 슬쩍 보자 아니나 다를까 정대현이 그곳에서 몇 명과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폐가 아주 썩겠네 썩겠어. 속으로 잔소리를 해댔다. 심호흡을 한 번 쉬고 정대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정대현은 손으로 재를 털고 저를 발견하곤 곧 다시 무시하고 눈을 돌렸다. 그러나 점점 가까워 지자 정대현이 당황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았다. 마주 보고 섰을 때 담배 연기 때문에 나는 눈을 찌푸렸다. 그러자 정대현이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떨어 트려 발로 비벼 껐다. 정대현에게 크로와상을 내밀자 어리둥절에 하며 그것을 받았다.


"내, 내가 아까 뭘 잘못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화난 것 같았으니까.. 미안하니까 주는 거야.. 간다."


제 임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에 몸을 돌려 갔다. 그리고 그 뿌듯함은 곧 쪽팔림이 되어 몰려왔다. 오늘 가서 이불 킥하겠다.


"야!"


뒤통수에서 정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저만치서 뛰어오더니 어느새 내 코앞까지 왔다. 어쩐지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보였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방금 웃겼던 것 같아..


"이거 주려고 일부러 거기까지 왔냐?"


"응.."


"근데 나 밀가루 음식 못 먹는데"


"뭐어!?!?"


"아씨, 깜짝이야"


나는 경악스러운 얼굴로 빵과 정대현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내가 뭐 때문에 매점까지 이 비싼 크로와상을 사 오고 그 민망한 짓을 했는데 뭐시 어쩌고 저째?! 억울함에 울상을 지었다. 그리곤 내놓으라고 빵을 다시 가져 가려다 정대현이 빵을 급히 뒤로 뺐다.


"왜?"

 

"어차피 못 먹을 거 가져가서 뭐 하게?"

 

"그렇다고 줬다 뺐는 게 어딨어?"

 

"버릴 거면서.."

 

"안 버려, 안 버려"

 

나는 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훽 돌려 다시 걸었다. 정대현은 그런 나와 나란히 걷기 시작하면서 큭큭 웃었다.

 

"아주 무서워서 발발 떨 때는 언제고 이런 거 할 생각은 어떻게 했데?"

 

"발발 떤 적 없어!.. 그냥 떨었어."

 

"존나 웃겨. 그건 그렇고 왜 나만 보면 쪼는데? 내가 너한테 뭐 했냐? 아니면 피해 망상 같은 거 있어?"

 

"그거야 당연히! 애들 사이에서 하도 너 소문 안좋으..니까.."

 

순간 정대현의 표정이 굳었다. 그와 동시에 나도 굳었다. 이제 보니 이 주둥이가 문제가 이 주둥이가. 정대현의 눈썹이 심각하게 굳혀졌고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정대현이 말하지 않아도 나도 멈춰섰다.

 

"그래 그 소문이 뭐냐? 주변에서 간간이 듣긴 했는데 자세히 들어 본 적이 없어"

 

"별거 아닌데.."

 

"빨리 불어."

 

결국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소문에 대해 말했다. 내용을 듣는 내내 정대현은 어이없는 듯 피식, 피식 계속 웃었다. 끙끙거리며 이야기를 마치고 정대현의 눈치를 살살 살피었다.

 

"어이가 없네"

 

"애들이 원래 남 이야기하는 거 좋아해.."

 

"사실이 아니라서 더 열 받고 어이없어"

 

"아니라고?"

 

"패싸움은 무슨, 치고받고 싸우는 그 먼지 난리는 데를 왜가? 그리고 그 자식들하고 어울려 다닌다고? 담배 필때 옆에서 알짱 거리 거 이외 면상 볼일 없고 그리고 내가 좋은 성격은 아닌데, 그 새끼들처럼 쓸데없이 성질 부리고 다니거나 힘자랑하고 다니진 않는다고.. 아 진짜 빡치네? 여자관계 문란하다는 말은 없었냐?"

 

"어? 어?"

 

"이 씨발.."

 

"아, 아니야 없었어! 근데 너가 막 담배도 피우고 다니니까 애들이 더 그런 줄 알지"

 

"원래부터 피던 걸 어쩌라고"

 

담배 일찍 피운 게 뭐 자랑이라고..

 

"너 방금, 뭐 자랑이냐고 생각했지?"

 

"헐? 아니 아니!"

 

"니 얼굴이 거짓말을 못해요"
 

 
정대현이 한 손으로 내 양 뺨을 눌렀다. 우브브 거리며 정대현 손에서 바둥거렸다. 정대현이 손을 놔주자 볼을 감싸 쥐고 주물렀다. 소문이 아닌 게 맞는지 입도 험하고 손도 험하네 완전. 정대현은 열 받는다고 연신 말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난 따라가고 싶지 않았지만 나도 거기서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같이 가야 했다. 정류장에 털썩 앉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정대현은 금방 화를 누그려 트렸지만 인상을 풀지 않았다. 어딜 봐도 일진 포스 팍팍 풍기지만 그런 헛소문이 돌다니 누구라도 기분 나빴을 것이다. 왠지 시무룩 해졌다.


"미안, 괜히 이야기 꺼내서.."

 

"뭐?"

 

"나는 그게 사실인 줄 알고.. 너가 진짜로 막,"

 

"됐어. 너가 사과한다고 그 소문이 다시 담아지는 것도 아냐"


정대현은 내 사과를 시큰둥하게 받아들였다. 흐지부지한 분위기에서 정대현은 차도로 고개를 빼곰빼곰 내밀며 보다 한 버스가 오자 나에게 이 버스냐고 물었다. 나는 번호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대현은 타라고 고개를 까닥였고, 나는 주춤 일어나 버스에 올라탔다. 창가에 앉아 의자에 앉아 있는 정대현을 보았다. 정대현은 저를 빤히 보다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뭐, 뭐지? 웃는 이유를 생각하는 세에 버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떠났다.

 

 

 

다음 날 아직 잠이 묻은 얼굴로 교실로 들어섰다.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교실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누군가와 부딪혔다. 으아, 하고 상대방을 보는데 아침부터 정대현이다. 미안, 하고 사과하는데  정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시선이 좀 아래에 머물러 있었다. 뭘 보는 거지? 시선을 따라 내려가자 명찰을 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곤 정대현은 저를 지나쳐 교실을 빠져나갔다. 뭐야? 쟤는 양호실에서부 터 느낀 건데 의미 없는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상한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자리에 앉고 책 가방을 내리고 시간표를 보며 교과서를 책상 서랍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사 책이 아무리 뒤져도 없다. 하필 1교시 수업인데.. 옆 반 가서 빌려와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데 또 누군가 부딪혔다. 또 정대현이다. 정대현이 짜증 나는지 입에서 알파벳 C 가 새어 나왔다.


"미안.."


"아.."


나와 눈이 마주치면서 아, 소리를 내며 살짝 벙하게 저를 쳐다봤다.

 

"왜 그래?"

 

"아니야, 됐고 이거 나 먹어라"

 

정대현이 나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나는 얼떨결에 받았고 음료수를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정대현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또 하나의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어제 빵 때문에 주는 건가? 진짜로 나쁜애는 아니구나. 고개를 주억 거렸다. 그때 수업 시작하는 종이 울렸고 나는 헐레벌떡 옆 반으로 달려갔다.

 


또다시 지긋지긋한 청소시간이 다가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상자를 들러가는데 반장 녀석이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가 물으니 담임이 무언가를 부탁하였는데 그게 정대현한테 사생 카드 종이를 안 냈다고 빨리 내라고 전해달라는 거였다.


"못 말하겠어"

 

"그냥 말해"

 

"그래도 좀.."

 

"내가 대신 말해 줄까?"

 

"진짜?"

 

"뭐 큰일이라고"


나도 아직도 정대현이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조금 덜 무섭다. 나는 상자를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갔다. 분명 또 거기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있겠지? 역시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언제나 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근데 저 녀석은 맨날 청소도 안 하고 저기 있네? 슬쩍 보고 얼른 분리수거장 안으로 들어가 분리수거를 했다. 오늘은 쓰레기가 별로 없어 들어간지 얼마 안돼서 일을 마치었다. 빈 상자를 겹쳐 넣어 한 손으로 덜렁덜렁 들고 나왔다. 짧아진 담배를 끄고 있는 정대현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담배 냄새다.


"그렇게 싫은 티 낼 거면 가까이 오질 마."

 

"담임이 너 사생 카드 빨리 내라고 전해 달래서 왔거든?"

 

"아, 그거?"

 

"응. 그거 내일.."

 

"정대현 따까리 생겼다 더니 진짠가 보네?"


낯선 목소리에 나는 눈을 댕그랗게 뜨고 정대현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몇 무리들은 보았고, 정대현도 몸을 틀어 쳐다보았다.


"뭐?"


"어제 빵 갖다 바쳤다던데 빵셔야?"

 

"난 니가 뭐라 지껄이는지 모르겠는데?"

 

그 무리와 정대현이 살짝의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어어.. 이야기 어떻게 이렇게 되었지? 정대현의 뒷모습은 꾀나 성이 나 보였다. 말려보려고 했지만 내가 끼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아 관두었다. 그리고 상황이 커지기 전에 나는 빠지는 게 좋겠다 싶어 슬금슬금 뒷걸음 질 쳤다. 살짝 그들과 떨어지자 나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러나 몇 걸음 못가 그 자식들이 나를 발견했나 보다.

 

"야 정대현, 니 빵셔간다. 야 빵셔 어디가냐?"


 
내가 왜 정대현 빵 셔틀인데?? 나는 그 빵셔빵셔 거리는 소리를 무시하며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야! 유영재!!"


그때, 대현이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나는 걸음 우뚝 멈춰 서 돌아봤다. 저놈이 내 이름을 아네? 정대현은 나를 쳐다보다 다시 그 무리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봤냐? 쟤 이름 유영재 니까 빵셔빵셔 거리지마 씨발. 그리고 어제 유영재가 나한테 빵준거 본 새끼는 눈 삐꾸냐? 아니면 귀가 호구냐? 어딜 봐서 그게 나한테 갖다 바치는 모습으로 보이냐고? 누가 봐도 시켜서 준게 아니라 유영재가 그냥 준 거잖아? 야 이 같잖은 것들아, 뭘 모르면 함부로 주둥이 지껄이지 마."


"뭐? 근데 이 새끼가.."

 

헐! 그냥 무시 할려고 했더니만 이거 그대로 두면 진짜 큰일이 날 것 같았다. 후다닥 정대현한테 달려가 한대 치기 일보 직전에 팔을 끌고 그곳에서 나왔다. 끌려 나오면서도 그 애들한테 발길질을 하며 난리를 피웠다. 멀어지면서도 서로 쌍욕 하느라 정신없었다. 초딩이야? 왜 들이래?! 정대현의 팔을 퍽퍽 치며 그만하라고 말렸다. 건물까지 와서도 정대현은 분리수거장을 보면서 씩씩거렸다.   


"야, 그만해!"

 

"빡치잖아! 알지도 못하면서 꼴리는 데로 지껄이고.. 근데 넌 화도 안 나? 너한테 그러는 거잖아!"

 

"어차피 사실 아닌 거 알고, 내가 거기서 말해 봤자 내 입만 아프지. 그리고 거기서 더 했어봐, 너 안 그래도 안 좋은 소문 더 굳혀진다니까?"

 

"지금 내 소문 걱정할 때야?"

 

"걱정이지.. 나처럼 애들이 너 이미지만으로도 가까이 안 올려고 하던데"

 

어쩐지 그제야 정대현은 씩씩거리던 어깨가 조금씩 진정되어 갔다. 이제 좀 감정이 누그러졌나 보네. 그제야 나도 한시름 놓았다. 한숨을 푸욱 쉬고, 교실에 돌아가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랐다. 거의 계단을 다 오를 때 즘 나는 문듯 잊어 버렸 던 것이 생각나 손뼉을 딱! 쳤다.

 

"아!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분리수거 상자를 두고 왔어, 아.."

 

".. 먼저 올라가. 내가 가져올게"

 

"어? 아냐 내가 갈게"

 

"됐어"

 

하고는 계단을 빠르게 다시 내려가 버렸다. 멀어지는 정대현의 등을 보다가 결국 찝찝한 마음으로 교실로 돌아왔다.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의 말씀만이 교실 안을 채웠다. 칠판에 빼곡히 적힌 글을 공책에 옮겨 적다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분리수거 상자가 있어야 할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었고, 정대현의 자리도 비어있었다. 상자를 만들어오는 거야? 왜 안 오는데..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심란한 마음에 샤프로 공책 위에 끄적끄적 긁어댔다. 선생님이 말씀을 한시름 쉬시고 교과서를 앞뒤로 펄렁이셨다. 완전히 정막이 도는 이 순간 갑자기 교실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역시 모든 반 애들과 선생님의 시선이 그곳으로 몰렸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 정대현이었다. 그런데 그 몰골이 말이 아니라 나는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교복이 온통 흙투성이에 얼굴에 생채기가 있었다. 한 손에 들린 분리수거 상자를 뒷 사물함에 올려두고 선생님께 늦게 죄송하다고 꾸벅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선생님도 놀라셔 어버버 거리며 사과를 받고 멍하게 서 계셨다. 터진 입술이 쓰라린지 정대현은 입술에 상처를 만지며 눈을 찌푸렸다. 나는 뭐에 홀린 듯 의자를 끌며 일어났고 몇몇 시선들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선생님, 양호실.."

 

"뭐라고?"

 

"양호실 좀 다녀올게요"


나는 선생님의 대답도 듣지 않고 정대현한테 성큼 성큼 걸어가 팔을 잡고 끌었다. 무방비한 정대현은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끌려 나왔다. 나는 뒤에서 뭐라고 하든 팔만 부여잡고 그대로 양호실로 갔다. 양호실 문을 열자 양호선생님이 보고 우리를 알아보셨는지 또 왔냐고 하셨다. 그러다 정대현 얼굴을 보셨는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지고 놀란 얼굴을 하셨다. 구급약을 급히 꺼내 주시다가 전화벨이 울려 구급약을 손에 든 체 전화를 받으셨다. 왠지 통화가 길어질 것 같아 그냥 구급상자를 들고 침대로 갔다. 선생님은 뭔가 할 말이 있으신지 했지만 통화 때문에 말씀하지 못하셨다. 정대현을 침대에 앉히고 나는 간의 의자에 앉아 구급상자에서 소독 솜을 꺼냈다.


"야, 왜 오버하고 그래? 교실로 돌아가"

 

"가만히 있어봐"

 

"하지 마"


"..."


"유영재"

 

".. 왜"

 

"그렇게 손 떨면서 뭘 하겠다고"

 

소독 솜을 집은 집게를 든 손이 정대현 얼굴 근처에서 파르르 떨렸다. 정대현이 그런 나의 손을 쥐고 아래로 내렸다. 나는 집게를 양호실 바닥으로 떨구고 말았다.

 

"걔 들하고 싸웠지?"

 

"아니"

 

"왜 싸웠어? 내가 아까 말렸잖아"

 

"안 싸웠다니까?"

 

".. 애들이 다 봤잖아! 너 보고 또 이상한 말하면 어떻게.."

 

뭔가 내가 억울해져서 울컥 울음이 올라왔다. 정대현의 허벅지에 이마를 대고 훌쩍 대자 정대현이 당황한 목소리고 우냐고 연신 물어왔다. 어색한 손으로 등에 손이 닿았다가 떨어졌다가 머리 위로 손이 닿았다가 떨어졌다가 정신없었고 나는 우느라 정신없었다. 그 사이 통화를 끝내고 온 양호선생님이 이 상황을 보고 놀란 듯하셨고 상황을 이해하려 애쓰셨다.


"어머, 왜 이래?! 아픈 사람이 얘였니? 근데 너가 얼굴에 상처가.."

 

"내가 하지 말랬잖아! 왜 말을 안 들어? 흐엉.."

 

"아니 애가 아픈 게 아니라, 그게 사정이 좀 있어서.. 유영재, 그만 울어"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얼굴로 저를 보고 피식, 피식 웃었다. 나는 휴지를 뜯어 코를 팽! 하고 풀었다. 휴지를 구겨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다. 정대현을 보는 게 민망해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너가 많이 다쳐서 친구가 많이 놀랬나 보네. 진정하고 교실로 올라가?"


"네.."


양호선생님은 어르고 달래는 말투로 내게 말씀하셨다. 나는 코맹맹이 소리로 대답하고 양호선생님이 눈 붓는다며 차가운 수건을 건네주셨다. 차디 찬 수건을 만지작거리다 정대현이 제 어깨를 눌러 눕히고 수건을 눈 위에 올려주었다. 한기가 눈두덩이에서 시원하게 느껴졌다. 코를 한 번 훌쩍거리고 몸을 고쳐 누웠다.

 

"왜 너가 울어?"

 

"몰라.."

 

"그 소문이 순간 기분 나빴던 건 사실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말이고 어떤 놈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하지도 안한 짓을 했다고 나쁜 애라고 하는데 어떻게 상관이 없어?"

 

"근거 없는 소문이 왜 사실화되는 줄 알아?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래야 마음이 편하거든, 눈에 안 보이니까 설사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게 있더라도 그게 사실이라고 믿어야 편하니까. 그 상황이 되면 나도 그럴지 모르지. 쌤쌤인거야"


수건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눈을 비비고 정대현을 바라보았다. 정대현이 무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솔직히 정대현의 말에 공감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머릿속이 복잡해 말을 다물었다. 뭐가 또 맘에 안 들어? 정대현이 묻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눈가에 붙여진 한 쪽이 살짝 떨어진 반창고가 보여 손을 뻗어 붙여 주었다. 머리 위에 붙은 먼지도 털어 주고 손을 땠다. 정대현이 말없이 저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직도 나 무서워?"

 

"뜬금없다.."

 

"무섭냐고"

 

"..아니, 음.. 요~만큼은 아직 무섭지만 안 무서워"

 

정대현이 실 없이 웃었다. 처음 보다 확실히 무서움이 덜 하긴 하지. 이렇게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도 상상도 못했는데 이 정도면 대단한 발전이지. 처음에 둘이 양호실 와서 혼자서 쫄아서 덜덜 거렸던 불과 어제 일이 생각났다. 그러다가 궁금한 것이 있어 정대현에게 물었다. 

 

"너 처음에 양호실 왔을 때"

 

"어"

 

"그때 내 상처 막 뚫어져라 쳐다봤잖아 그거 왜 그랬던 거야?"

 

".. 나 상처 본거 아닌데"

 

"아냐, 너가 막 나 계속 치료하는 거 봤잖아?"

 

"그거 너 다리 본 건데"

 

"뭐 인마?!"

 

"남자 다리치곤 하얗고 매끈해서 신기해서 봤어"

 

"변태.."

 

"신기해서 본 거라니까?"

 

침대 위에서 티격태격 거리다가 다 쉬었으면 농땡이 부리지 말고 돌아가라는 양호선생님의 불호령에 우리를 눈치를 보며 양호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나와서도 변태네, 아니네 옥신각신 거렸다. 

 

 


교실로 돌아오자 당연 돌아오는 건 반 애들의 시선. 들어가자 마자 수십 개의 눈이 한 번에 몰려서 깜짝 놀랐다. 정대현은 그러든지 말든지 화장실 갔다 오겠다면서 들어오자 마자 나갔다. 나는 홀로 그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며 들어가자 친한 녀석 한 두 명이 저에게 다가왔다. 나는 귀찮아서 비키라고 하고 의자에 풀썩하고 앉았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따라왔다.


"둘이 언제 그렇게 친했어?"


"그.. 너 정대현한테 뭐 약점 잡혀서 꼬봉 노릇한다는 소리 있던데.. 그거 때문이야?"


"누가 그래?"


"어? 애들이.."


"애들 누가? 데리고 와바 나랑 너랑 걔들이랑 삼자대면하자"


"아, 아니야?"


"꼬봉?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 그래!"


"아니구나 미안, 헛소문이었네 역시."


"그럼 왜 갑자기 정대현이랑 같이 다녀? 너도 정대현 싫어했잖아"


"싫어 한 적 없는데? 그냥 무서워.. 한 거야"


뭔가 말하고도 창피하다..


"그리고 그렇게 나쁜 애도 아니고.. 아, 못된 애도 아니야"


소문이 이래저래 한데 정대현은 그렇지 않다고 주절주절 이야기하지 않고 그렇게만 말했다. 다행히 친구들은 믿어주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정대현이 패싸움 한 모습을 본 사람도 없고 항상 혼자 다닌다며 저들끼리 소문에 좀 모순이 있다고 짚어냈다. 그 모습에 나는 왠지모르게 뿌듯해 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그래서 애들이 막 너 다시 보기 시작했어!"


"응"


"내가 말 안 했는데도 애들이 알아서 그렇게 말하더라구!"


"잘 됐네"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정대현의 손을 잡고 짤짤 흔들며 신나서 재잘 댔다. 정대현은 그런 나를 올려다보며 가만히 웃어 주었다. 잘 됐지? 하자 미소를 머금은 체 눈을 느리게 깜박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나서 팔랑팔랑 데다가 정대현이 갑자기 내가 잡고 있었던 손에 힘을 실어 자신 쪽으로 끌었다. 깜짝 놀라 뭐 하냐며 쳐다보자 뒤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돌아보자 지나가던 사람이 저랑 부딪힐 뻔했었다. 아.. 나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저를 바라보고 있는 정대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몸을 오른쪽으로 갸웃, 왼쪽으로 갸웃 거려 보였다. 몸이 움직이는 데로 정대현 눈도 같이 움직였다. 몸을 바로 세워 섰다.


"뭘 그렇게 아까부터 빤히 쳐다봐?"

 

"내가?"

 

"응, 한시도 눈을 안 때네 할 말 있어?"

 

"아.."

 

여전히 정대현에게 손이 잡힌 채로 나는 몸만 살짝 내밀고 버스가 오나 안 오나 확인했다.

 

"내가 습관 하나가 있는데, 양호실에서 너 다리 봤던 것처럼"

 

"응"

 

정대현의 말에 대충 대답하며 멀리서 오는 버스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찌푸렸다. 버스 색깔은 맞는데..

 

"관심 있는 거 빤히 쳐다보는 거"

 

"응"

 

"내가 너한테 관심 있는가 봐"

 

점점 다가오는 버스의 번호가 확인되었다. 내가 타야 할 버스의 번호였다. 하지만 나는 타지 못하고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보내버리고 정대현을 내려다보았다.

 

".. 버, 버스 놓쳤잖아"

 

"그럼 나랑 계속 같이 기다리면 되겠네"

 

그러면서 내 손을 더 꼬옥 잡아왔다. 내 버스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 왔고 정대현은 그때까지 시선과 함께 내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깔로레 입니다 ㅎ

별거 없구요 그냥 갑자기 학원물이 쓰고 싶어서 가볍게 써 본 단편입니다;ㅁ;

마지막 고백씬을 어떻게 마무리 져야할까 하다가 

 일부러 강하게 표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풋풋함..☆★?ㅋㅋㅋㅋㅋㅋㅋ 

으어어어 어려워요ㅠㅠㅠㅠ ㅋㅋㅋㅋㅋ 

 

 나중에 뵈요 독자 여러분♥

 

 (오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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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어어짱재밌어요ㅜㅜㅜㅜ이런거좋아요ㅜㅜ
10년 전
깔로레
으앜 ㅠㅠ 재미지셨다니 기쁘네요 ㅠㅠㅠ
10년 전
독자2
젛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보고가요!
10년 전
깔로레
좋네여 ㅠㅠㅠ 부족글 봐주셔서 감사드려여 ㅠㅠㅠ
10년 전
독자3
재밌어요ㅜㅜㅜㅜㅜㅜ 잘보고가요! 한번더 다시 봐야겠어요ㅠㅜ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깔로레
재탕까지 해주시다니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ㅎㅎ
10년 전
독자4
아.. 설레죽습니다0<-< 대현이가 빤히바라보는 저..저..!!!!!!!!! 바람직한버릇ㅠㅜㅠㅜㅠㅜㅠㅜ 작가님 오늘은 안사랑합니다ㅡ♥ㅡ (만우절인거아시죠?ㅋㅋ)
10년 전
깔로레
아 독자님 센스쟁이♥♥ㅎ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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