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들으시면 더 빙의 잘 될텐데๑'∀'๑ 안들으실거예요?)
너는 22살이고, 너의 연하 남자친구 오세훈은 21살
오늘은 학교 축제날.
학과별로 진행하는 여러 이벤트 후에 본격적으로 동아리 공연이 시작되었어.
너는 동아리 공연으로 무대에 올라가야 할 일이 있는데,
무대 아래에서도 잠시를 연하 남자친구와 떨어지지를 못했지.
다음날이 너의 남자친구의 생일이라는 걸 계속 머리에 새기고 있던 너는
동영상 이벤트를 해주기로 결심했어.
얼른 가방 안에서 카메라를 꺼내 든 너는 세훈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댔지.
너는 동영상 찍고 있는데 사진 찍는 줄 알고 오세훈은 브이를 해보여.
너는 웃겨죽을 것 같아서 '사진 다시 한 번 찍을게!' 하니 오세훈은 다른 포즈를 취했지.
그렇게 대기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사회자가 너의 동아리 소개를 하는 소리가 들려.
동아리 선배들이 무대 뒤에서 흩어진 너와 동아리 멤버들을 불러모았어.
" 얘들아, 곧 올라간다. "
세훈이가 무대에 올라가기 전 긴장하는 내 손을 꼬옥 잡아줬지.
" 잘하고 와요. 기다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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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내려온 너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을 생각도 안 하고,
세훈이가 어디 있을까. 하고 찾으러 다녀.
그런데 내려오자마자 너의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남자들이 몰려 와.
" 춤 진짜 잘 추시던데, 몇 학년이세요? "
" 아, 저기… 제가 지금 어디를 가야…. "
" 괜찮으시면 번호 좀 주시면 안되요? "
금새 너의 주변은 남자들이 바글거리기 시작했어.
무대 아래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던 세훈이가
시끌시끌해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너가 남자들한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봐.
너는 번호를 자꾸 물어오는 남자들에 쩔쩔 매며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본 표정이 계속 굳는 세훈이야.
사람들 너머로 세훈이를 찾은 너는 도와달라는 눈빛을 마구마구 쏴.
그 눈빛을 읽었는지 세훈이는 성큼성큼 너에게로 다가 와
손목을 잡고서는 제 등 뒤로 너를 숨겼어.
그리고 남자들에게 말했지.
" 제가 얘 남자친군데, 누구세요. "
남자들은 세훈이의 눈치를 보며 너에게서 멀어져 가.
남자들이 다 가고 난 뒤에 세훈이에게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았지만
표정이 굳은게 심상치 않아.
세훈이의 표정을 풀어질 줄을 모르고 집에 갈 때까지 계속 되었어.
" 잘 들어가요. 저 갈게요. "
원래는 헤어지기 싫다며 찡찡거리는게 일상이였는데,
세훈이가 너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서는 망설임 없이 가버리자 너는 자꾸만 걱정이 되.
내일이 세훈이 생일인데.
화났으면 정말 정말 안되는데.
너는 서둘러 집에 들어가 오늘 찍은 동영상들을 편집해 삐진 세훈이에게 보내줘.
보내고 나니 벌써 시계가 숫자 3을 가리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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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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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집에 도착해 너가 보낸 동영상을 보고 기분 다시 좋아진 단순한 연하 남자친구.
애교가 가득 담긴 너의 목소리에 세훈이는 허공에 대고 대답을 해.
-" 세훈아, 삐지지 말구 내일 만나자! 누나가 생일선물 사줄게요~ "
" 네, 누나아. "
*
다음 날 만난 세훈이는 이미 화는 풀려있었어.
들떠보이는 세훈이에 너도 기분이 좋아졌지.
이른 시간이지만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백화점으로 들어왔어.
너와 세훈이가 가려고 하는 남성매장은 아랫층에 있었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세훈이가 너를 올려다보며 말했어.
" 오늘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왔어요? "
" 나 원래 항상 예쁜거 몰랐어? "
" 허, 참. "
쭈욱 둘러보니까 향수 가게가 제일 먼저 눈에 띄였어.
너가 향수 사 줄까? 라고 물어보니
" 에이, 나 선물 진짜 필요 없는데. "
하면서도 웃음기가 퍼지는 얼굴을 주체하지 못 하는 세훈이야.
향수 코너를 돌고 있는데 세훈이가 한 향수 냄새를 맡더니,
" 어우, 누나. 이거 냄새 완전 이상해여. "
그럼 향수말고 다른 거 골라 봐.
너의 말에 세훈이는 남성의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마음에 쏙 드는 무스탕이 보였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입어봤어.
너가 봐도 정말 잘 어울리는 거야.
정말 누구 남친인지 참 잘생겼다. 하고 흐뭇하게 세훈이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 왜 그렇게 봐여. 부끄럽게. "
라며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는 세훈이야.
그러다가 이내 무스탕을 다시 벗고서는 제자리에 돌려놓아.
" 왜? 그거 별로야? "
너의 물음에 세훈이는 고개를 끄덕였어.
얘는 뭐가 이렇게 까다로워?
선글라스 가게에서도 여러가지를 집어 착용해 보더니
이거 예쁘다. 우와. 하면서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 어, 이거 귀엽지 않아여? "
모자 가게에서도 여러 모자를 써 보고서는 다 제자리로 돌려놓는거야.
너는 세훈이를 계속 졸졸 따라다니느라 힘이 빠진 상태였어.
조금씩 힘들어지는 너는 세훈이에게 말했지.
" 원하는 거 진짜 없어? 나 힘들어어…. "
너의 늘어지는 목소리에 세훈이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어.
" 저 선물 진짜 필요없어여. "
" 뭐? 진짜? 왜? "
너 생일선물 사주려고 알바하면서 꼬박꼬박 돈 모았더니.
투정어린 너의 말에 세훈이는 귀엽다는 듯이 웃어버려.
" 그랬어여? 예뻐라. "
예뻐죽겠다는 표정에 너는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걸 애써 숨겨.
그리고 입술을 삐쭉거리는 너의 눈치를 보더니 세훈이가 말해.
뭐, 원하는거 있긴 한데.
뭔데?
저 나중에 누나 집에서 라면 먹게 해줘여. 한 2년 뒤에?
생뚱맞은 요구에 너는 ' 뭐, 라면쯤이야… ' 라고 대답했어.
제가 조금은 더 참을게요.
세훈이의 말에 그게 무슨 뜻이냐며 물으려고 했지만,
세훈이는 벌써 밖이 깜깜해졌다며, 얼른 집에 가라며 너의 등을 떠밀었어.
세훈이는 시간이 이르던 늦던, 밖이 어두워지면 너를 항상 집에 보내거든.
너는 찜찜했지만 마지못해 등을 돌렸어.
몇 걸음 옮기지 않아 뒤를 다시 쳐다보니
멀어져가는 너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너에게 세훈이는 훠이훠이하는 손짓을 해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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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너의 전화기가 따르릉 울리고
그 전화를 받으니 세훈이의 목소리가 들려.
" 집에 도착하면 전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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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