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치매입니다! 어 오늘은 카톡이 아니에요..ㅠㅠ 어제 가족들과 놀러 가는 바람에
카톡도 못 만들고 해서 오늘은 글로 찾아뵙게 되었네요! 비록 허접한 글솜씨지만 잘 봐주셨으면 해요
브금은 오늘 내용과 잘 어울리는 아이유의 복숭아!
" 하루만~ 너와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면~ "
으으, 졸려죽겠다. 평소보다 크게 설정해 둔 알람 덕에 아침에 못 일어나는 내가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지금 몇 시지? 9시..음 그렇구나 좀 더 잘.. 뭐? 9시? 으어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윤기랑 10시까지 만나기로 했는데..
일단 씻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갔다. 원래 느릿느릿한 성격이라 머리 감는 데만 해도 10분이 걸리던 내가
오늘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5분도 채 되지 않아 머리 감기를 완료했다.
드라이기는 제쳐놓고 선풍기를 틀었다. 아직 좀 추운 감이 있지만.. 대충 물기를 털어말리고는 선풍기를 머리 쪽으로 해놓고
바로 화장에 돌입했다. 스킨과 로션도 대충 찍어바르고 아이라인이며 마스카라며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모두 대충했다.
그래도 30분 정도 걸린 탓에 무슨 옷을 입을 지도 대충 정해야 할 삘이다ㅠㅠ.
옷장을 열고 나에게는 좀 헐렁한 맨투맨에 청스키니진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스냅백. 나에게 있어서 패션의 완성은 스냅백이다.
내 생명과도 같은 스냅백조차 대충 고를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큰 고민에 빠졌다.
여성스럽게 분홍색? 은 내 취향이 아니라 패스. 그렇다고 점점 더워지는데 검은색도 아니다 싶어 패스.
여러 개를 패스하고 나니 남은 회색 스냅백. 오 이거 내 맘에 드는데 하며 스냅백을 쓰고 거울을 보았다.
오늘만큼은 나도 힙합걸. 요~ 스웩~ 힙합정신~ 을 외치며 거실을 누비고 있을 때
카톡왔숑! 카톡왔숑! 하는 알림 소리가 들렸다.
잠자는 힙합걸의 코털을 건드린 자가 누구냐.. 하며 카톡을 확인하는 순간 아차 싶었다.
윤기에게서 카톡이 왔다. 어디냐. 라는 말에 시계를 보니.. 오 하나님 10시 10분이었다.
시간에 민감한 윤기이기에 매일 약속 시간에 늦지 않고 준비하려고 애썼는데.
오늘은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 금방갈게! 라는 카톡을 하나 보내놓고 다시 준비에 돌입했다.
머리는 대충 다 말려진 거 같은데 뻗쳐 있다. 우씨.
고데기를 빨리 하려다 이마에 닿고 말았다. 아 뜨거.. 흐엉 엄마 너무 뜨거워ㅠㅠㅠㅠ 하고 있다가
맞다. 지금 뜨거운 게 중요한 게 아니야. 하며 다시 고데기를 했다. 어느 정도 잘 말려진 머리에 뿌듯해하며
빠진 건 없나 체크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시간은 10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윤기에게 미안해져서 얼른 어디 쯤 있나 찾고 있는데 우리 집 앞 벤치에서 졸고 있다.
웃으면 안 되는데 왜 이리 웃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식. 자는 모습은 왜 또 귀엽고 난린지. 아침부터 엄마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윤기가 인기척을 느낀 건지 깼다.
" 어, 어. 일어났어? 왜 여기서 자고 있어.. "
" 니가 하도 안 나오길래.. 졸려서. 넌 준비하는 데 뭘 그리 오래 걸리냐. "
" 많이 기다렸어? 미안.. 늦게 일어나서 "
" 가시나 오늘 이쁘네 ㅋㅋㅋㅋㅋ 스냅백 나랑 커플이다. "
" 어, 그러네 ㅋㅋㅋㅋㅋ "
" 됐고 얼른 가자. 나 배고파. "
배고프다는 윤기의 말에 늦었으니 밥은 내가 쏘겠다고 했다. 저번에 자기가 셀빠 쏘기로 했으면서
좋다고 가자는 윤기다. 나빴어. 고깃집에서 먹으면서 생각한 건데 얘 진짜 잘 먹는다.
괜히 사준다고 했어.. 내 돈.. 그래도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내가 다 배불렀다.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일까ㅎㅎ.
다 먹고 나서 어디 갈 지를 물어보니 영화를 보자고 한다. 나도 영화 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하며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윤기가 이리 오란다.
가봤더니 차가.. 헐 니 차야? 하니 그렇댄다. 언제 면허 땄대.. 완전 모르고 있었다.
덕분에 버스 요금 아끼고 좋지 뭐~ 흐흐. 영화관에 도착해서 뭘 볼 지 고르고 있었다.
" 너 무서운 거 잘 봐? "
" 아니.. 나 스파이더맨 보고 싶은데. "
" 벌써 봤을 거 아니야. 너 스파이더맨 광팬인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
이런. 들켰다. 내 사랑 앤드류와 데인을 보려던 작전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안 봤다고 뻥 칠 걸. 툴툴대며 영화를 보러 들어왔다. 나 무서운 거 잘 못 보는데..
민윤기 너 무서운 거 잘 봐? 하며 물으니 그냥 좋아한댄다.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다 되서 영화가 시작했다. 처음부터 오싹한 기운이 드는 게.. 오늘 잠 못 잘 것 같다.
내용은 대충 귀신이 나오면서 주인공이 귀신을 보는 거였는데 귀신이 나오는 장면에서 꺄아아아아!!!!! 라며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입을 막고 있어서 다행이지.. 점점 절정으로 다가가는 스토리에
나도 모르게 무서워서 윤기를 껴안아버렸다. 처음에는 가만히 있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날 떼어내버린다.
" 야 왜.. 나 무섭단 말이야.. "
" 더워. 괜찮아 안 무서워. "
덥다며 날 밀어낸다. 어쭈 이게. 자기가 보자고 했으면서..
괜히 짜증이 나서 몸을 반대편으로 틀고 영화를 봤다. 으으.. 언제 끝나..
멀뚱멀뚱 화면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 내 눈을 가려온다.
" ㅁ.. "
뭐야.. 라고 말하려는 찰나 옆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댄다. 아무리 무서워도 나처럼 입 막고 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윤기가 손을 치웠다.
" 귀신 나올 거 같아서. 너 무섭다며. "
덥다고 떨어지라고 할 땐 언제고 너 무서운 거 못 보잖아. 라며 내 눈을 가려주고는
민윤기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인다. 잘생겼다.. 하며 나도 모르게 넋 놓고 쳐다보고 있으니
민망했는지 얼른 영화나 봐. 라며 고개를 돌린다.
.. 뭐랄까 설레는 기분이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윤기에게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졸랐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더니 계속 조르는 나에 결국 오케이를 했다.
항상 윤기가 술을 못 마시게 해서 오랜만에 마시는 거라 기분도 좋고 해서 평소 주량을 넘겨버렸다.
완전 꽐라가 되서 집에 가는 길에 비틀비틀 걷고 있다가 갑자기 빵- 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난 윤기의 품에 안겨 있는 꼴이 됐다.
" 어, 어.. "
" 가시나가 위험하게. "
그러면서 나와 자리를 바꿔 자신이 차도 쪽으로 간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있어 보이냐.
술 들어가더니 ㅇㅇㅇ 눈에 뵈는 게 없나보다.. 하며 다시 길을 걷고 있는데
계속 비틀거리는 내가 신경 쓰이는 건지 슬쩍 손을 잡아온다.
" 큼. 너 많이 비틀거리길래 잡는 거니까 오해하지 마라. "
" 귀여운 것 ㅋㅋㅋㅋㅋㅋㅋ "
" 뭐? "
아차. 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뱉어버리고 말았다.
" 아니.. 그니까.. "
" 나 귀엽냐 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아주 꼬투리 제대로 잡았다. 몇 주 간 날 놀려먹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Aㅏ.. 한숨만 흘러나온다. 흥 빨리 집 가서 잘 거야.
((( 거북이 / 도서부장 / 바밤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