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루마 - Flows In You ]
비가온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방울이 내 뺨에 떨어진다.
그리고 너의 기억이 내 머리를 스친다.
나는 또 무너진다.
상혁이랑 헤어진지도 한달이 넘었다. 그리고 한달째 매일 같은 꿈을 꾼다. 내가 그 날 상혁이의 집에서 본 것은 착각이 아니였잖아. 낯선 여자의 속옷과 너의 속옷이
같이 널부러져있고 방금 정사한것같이 젖어있는 콘돔은 전사를 확실히 보여주는 상황이였으니까.
넌 왜 그랬을까.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있는 내가 잘못인걸까.
내가 너를 사랑하고있다는걸 알고 매일 밤 나에게 찾아와 애원아닌 애원하는 너의 모습이 나를 더 힘들게해.
-누나
- .. 또야?
- 누나, 오늘은 늦었네요? 비도오는데 감기걸리겠다.
- 신경쓰지마.
- 에이, 왜그래요 누나.
- ...
애써 상혁이에 대한 마음을 숨긴채 무시하고 들어가려하자 내 손목을 세게 잡아 날 껴안았다.
불규칙하게 뛰는 내 심장이 상혁이에 귀에 들리기라도 하는지 피식 웃으며 날 더 꽉 안았다.
- 놔줘..
- 누나, 나 하나 궁금한거있는데
- 내 말 안들려? 이거 놓으라고.
- 누나는 언제까지 나 싫어하는 척 할꺼에요?
연인사이끼리 이래도 되나?
- 그만해. 지겨워, 똑같은 레파토리
- 아, 누나랑 이렇게 껴안고있으니까 너무 좋다 -
누나는요? 누나도 좋죠?
항상 이런 식이다. 내가 일을 마치고 우리집 골목을 들어가면 남자의 실루엣이보이고, 다가가서 확인하면 상혁이다. 상혁이는 마치 나를 전 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싱글벙글 웃으며
'누나-'하며 부른다. 그리고 다가와서 오늘 하루를 묻고 날 껴안는다. 내가 그만하라고 소리치면 상혁이는 들리지않는다는 듯 내 말을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해버린다.
그리고 다음엔 무섭게 변한다. 다른사람처럼-
- 더러워..
찰싹-
- 하, 이젠 아프지도않네.. 이제 나 울면서 집에 들어가면 되는거지?
- 오늘은 세게 나오내? 내가 이 맛에 누나 좋아하잖아 -
누난 매일 달라서 좋아.
- 미친ㄴ...
상혁이의 큰 손이 내 뺨을 스쳐갔다.
한달째 맞아오는 왼쪽 뺨은 이제 아프지도않고 매일 맞다보니 나도 이제는 말이 막 나온다. 한상혁만큼은 아니지만-
그리고 내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혁이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입술을 겹쳤다. 이것도 거절해 봤지만 소용없다. 그냥 끝나길 기다리는게 내 최선이다.
전에는 너무 달콤하고 행복했던 키스가, 이젠 끝나기를 기다려진다.
조용히 눈을 뜬채 미동도 없이 눈물만 흘리는 나를 본 상혁이가 재미없다는 듯 나를 놓아줬다
- 이상하네. 아까 껴안을때는 심장 엄청 뛰더니만.
- 나 이제 너 안좋아해, 아니 안 사랑해
그러니까 제발 나 좀 그만 찾아와.
- 거짓말. 내가 누나가 거짓말치는것도 모를까봐?
- 왜, 그년은 어디다두고 날 찾아와?
- 그년? 누구말하는거에요?
-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니.
너네집에서 내가 본 그것들 언제까지 아니라고 우길거야?
- 누나, 많이 피곤해요? 얼른 들어가서 쉬어요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오겠네-
- ...
- 왜 울어요 누나?
나랑 헤어지기 싫구나? 얼른 들어가서 푹 쉬어요!
-.....
- 잘가요 누나!
끝이다- 내가 그 여자 이야기를 하면 상혁이는 다시 나를 무시한채 집으로 들여보낸다.
그리고 이 다음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순간이다- 매일 밤 꿈에나오는 마지막 장면
- 맞다, 누나!
내가 돌아보면 상혁이가 그 말을 내뱉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매번 바보같이 알면서도 돌아본다.
상혁이의 얼굴이 보고싶다. 상혁이는 매번 이 순간에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얼굴을 하고 끔찍한 말을 한다.
귀를 막고 눈만 뜨고 보고싶다. 하지만 들린다.
- 누나는 아직도 나 사랑하는거 다 알아요.
내일봐요. 사랑해!
괴롭다. 상혁이와 좋았던 순간으로 돌아가고싶다. 학교 신입생이였던 상혁이가 선배인 나를 좋다고 따라다니면서 애정공세를 하던 그 날.
처음으로 나에게 카톡하면서 상혁이 혼자 부끄러워하던 그 날.
처음으로 같이 영화보러가서 자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기대라며 어깨를 빌려줬던 그 날.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함께 빙수를 시켜먹던 그 날.
집 앞 놀이터에서 좋아한다며 빨개진 볼로 고백하던 그 날.
같이 학교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면서 졸던 그 날.
그리고 이 악몽의 시작인 우리 집 앞에서 서툴게 첫 키스하던 그 날-
무엇이 상혁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너무나도 따뜻하고 다정했던 상혁이가 보고싶다.
그때가 그리운걸까.
그대가 그리운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