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하며 붙잡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윤두준 씨의 입에서 여자 이름이 나오자 그만 두기로 했다. 역시 저렇게 잘 생겼으니 따르는 여자가 한명도 없을까. 윤두준 씨가 오르는 층 마다 불빛이 켜지고 다시 아랫층부턴 꺼지고, 윤두준 씨의 집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불이 밝기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 괜히 창문을 열고 날 다시 찾을까 싶어 서 있었지만 아무래도 날 잊은 것 같아 편의점으로 향한다. 앞타임 누나는 내가 조금 늦었다면서 무슨 일이 있냐고 걱정을 했다. 잘 얼버무려서 누나를 보낸 후, 적적한 마음으로 편의점 바닥을 닦았다. 의욕이 없었다. 뭘 해도 시간은 가지 않았고 기분은 우울했다. 고민이 들었다. 말을 아직 해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힘든데, 거절 당하면 어쩌나. 정말 어쩌나 싶다. 오늘은 괜히 이거 건드렸다, 저거 건드렸다 폐기된 음식들을 마구 먹어버렸다. 더부룩한 배를 붙잡고 쓰담쓰담 거리던 때가 아마 두시 쯤이었나. 화장실이 급해서 편의점 문을 잠그고 나와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앉아 일을 보는데 옆 건물인지 하여간 근처에서 여성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늦은 새벽에도 이런걸 하는구나 새삼 느꼈다. 동시에, (절대 아니란걸 알지만) 왠지 윤두준 씨가 생각났다. 절레절레 흔드는 것으로 그만 두기로 했다. 편의점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문 앞에서 누군가 손잡이를 잡고 흔들면서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윤두준 씨였다. 불금이라고 만취한 채로 나타났다. 몇 시간 전 만 해도 집에 갔으면서 그새 또 옷을 멋지게 갈아입고는 진탕 취해서 내 앞에 와 있는거다. 아니, 정확히는 편의점 앞에. "..여기요! 윤..윤두준 씨!" 생각으로는 백 번, 천 번도 넘게 더 부른 이름을 막상 내뱉으려니 어색했다. 윤두준 씨는 고개를 휙-돌려 나를 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으니, 나를 올려다 본다. 잔뜩 찡그린 눈으로, 나를 양아치라고 부른다. 그러더니 주정을 부리는건지 뭔지, 나한테 인생교육(?)을 했다. "그런데, 윤두준 씨는 왜 여기 있어요. 집에 가야지." 집에 가야지 갈거야- 하더니 편의점 문을 잡고 흔들거린다. 그 행동을 한참 보자니, 문을 아예 부실 것 같아 내가 부축하고 집에 옮기기로 했다. 우리집 옆 골목에 사는걸 알아서 다행이었다. 나보다 키가 큰 윤두준 씨를 부축하자니 정말 힘들었다. 자세도 엉거주춤하고 윤두준 씨도 무겁고 말이다. 내가 몇 시간 전 만 해도 멈칫거리던 그 골목에 가자 왠지 모를 용기가 났다. 아무도 없고 윤두준 씨는 아직 정신이 있으니까. "윤두준 씨.. 아니 윤두준 형... 아니 하여간, 나 말이에요. 좋아해요." "응" 내가 저 말을 하고 싶어서 얼마나 끙끙거렸는데, 그걸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듯 무심한 답. "난 진심이에요. 처음부터, 처음에 한 눈에 반했어요." "으응."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윤두준 씨. 내가 고생해서 뱉은 말들은 그냥 골목길의 힘없는 메아리가 되어버린거다. 우체통들을 살폈다. 그중 302호 윤두준 이라고 쓰인 곳을 보고 계단을 봤다. 아득해지는 느낌이다. 목에 핏줄이 설 때까지 힘을 줬다. 한칸 한칸이 꼭 극기훈련 같았다. 게다가 윤두준 씨는 발을 헛디디기도 했다. 겨우 도착한 집의 현관은 다행히 열쇠로 잠긴 문이었다. 주머니를 뒤적이고 열쇠를 찾아 집에 들어갔다. 널브러진 옷가지, 맥주캔들, 전형적인 남자 자취방의 냄새가 풍겼다. 진짜 냄새 말고 분위기가 말이다. 그것 빼고는 나름 정리가 잘 된 것 처럼 보였다. 침실에 들어가 윤두준 씨를 눕히고 대충 불편해 보이는 몇 개의 단추는 풀어주었다. 문을 닫고 집을 나왔다. 현관문은 잠굴 수 없어서 그냥 닫기만 했다. 다시 편의점에 돌아왔다. 너무 오래 비운 것 같아 걸리면 점장님께 혼이 날 것이다. 걱정이 늘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걱정은.
아까 골목길에서의 말을 윤두준 씨가 기억하먼 어떻게 하나. === 핳하하핳ㅎ... 오랜만입니다.. 제가 자주 온다고 말씀 드렸었는데... 죄송해여 너무 오랜만이져..... ㅎ핳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