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찬열
경수가 다음 날 학교에서 책상에 엎드려 있었음. 솔직히 힘든 것도 있어서 쉬는시간에도 안 돌아다니고 자리에만 있는데 평소랑 다르게 변백현이나 박찬열이나 시끄러운 애들이 없으니까 약간 기분이 이상하기도 함. 반 애들도 도경수가 나가지 않는 이상 변백현이나 박찬열이 반으로 찾아와서 시끄럽게 하는 게 일상인데, 오늘은 도경수도 가만히 있고 다른 둘도 조용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경수한테 말은 안 함. 그냥 양호실로 내려갈까 생각하는데 2교시 쉬는시간 종이 치자마자 누가 쾅 문을 열고 들어온 거임. 뭐지 싶었는데 자기 앞자리에 뒤를 돌아보고 앉음. 누구야 하고 고개를 드니까 보이는 건 멋쩍어 보이는 박찬열.
경수가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서로 별 말이 없음. 결국 경수가 먼저 뭐야, 하는데 박찬열이 불쑥 손에 든 걸 내밈. 다름이 아니라 평소에 경수가 먹던 빵이랑 우유를 주는 거임. 경수는 황당해서 이게 뭐야…?하는데 박찬열은 아랑곳 안하고 뜬금없이 너 너무 말랐어, 하고 말함.
…어, 어떡하라고. 지금 먹어?
박찬열이 가만히 쳐다보길래 경수가 물어보니까 말없이 고개 끄덕임. 별로 먹고 싶지도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경수가 하는 수 없이 봉지를 뜯음. 그리고는 한 입 먹는데 박찬열이 턱괴고 자길 뚫어져라 보고 있음. 무슨 자기가 아빠야? 하고 말하고 싶은 경수 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진짜 가만히 경수만 구경하고 있음. 경수 또 눈 굴려가면서 눈치보고 우물우물 빵만 씹는데 명불허전 박다정은 우유까지 뜯어가면서 입가에 대줌. 자 우유도. 경수가 속으로만 한숨 푹 쉼. 나 배도 안 고픈데..
살 좀 찌워. 그…살없어서 아프더라. 불편해.
경수가 속으로만 묻고 싶어서 생각함. 불편하긴 뭐가 불편해, 나 다시 안을 생각인가?
2세훈
예기치 않게 오전에 빵 섭취를 하고선 부른 배를 톡톡 두드리곤 이번엔 엎드려서 잠에 드려 하는데 갑자기 누가 경수를 건드림. 진짜 딱 좋은 시간이라 잠에 드려하는데 건드린 거라서 경수가 약간 짜증 섞인 얼굴로 비몽사몽 고개를 듬. 누구야…? 했더니 보이는 하얀 얼굴에 놀람. 뭐야, 너, 하고 말을 더듬어가며 당황하는데 오세훈이 태연하게 웃으면서 말 걸음. 선배 체육복 좀 빌리려고 왔어요. 그 말에 경수는 눈을 댕그랗게 뜨고선 말함. 뭔 소리야, 내 체육복이 너한테 맞을리가….
아, 선배 껄 어떻게 입어요. 베고 자려고요.
…왜 굳이 내 걸….
선배 냄새 맡으면서 자면 잠이 잘 올 것 같던데.
오세훈이 살짝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데 경수가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어서 그냥 별 말 없이 가방 뒤적거림. 안 그래도 새로 빨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세훈이한테 넘겨줌. 자, 하고 주니까 고맙다며 받아가던 오세훈이 갑자기 티나게 고민하더니 넌지시 물음.
선배 혹시 백현, 변백현 형 좋아해요?
…응?
경수는 벙쪄서 되묻는데 오세훈 혼자 멋쩍어하면서 아니, 저번에 좋다고 한 거 같아서…, 하고 중얼거림. 그게 신경 쓰인 건지 아닌 척 물어보려 한 것 같긴 한데 얼굴에 다 드러나서 실패. 그건 좀 귀여운 것 같아서 경수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더니 아 뭐야, 대답도 안해주고, 갈게요, 하고선 경수 머리 톡톡 치더니 교실을 얼른 나가버림.
3백현
음악 수업 때 두 반이 같이 수업을 듣는데 경수가 백현이네 반이랑 같이 수업을 들음. 경수보다 먼저 와있길래 백현이가 앉아있는 자리 옆에 경수가 가서 앉았는데 변백현이 아닌 척 하면서 자길 살피는 게 느껴짐. 느릿느릿 눈을 감았다 뜬 경수가 백현이랑 눈 마주치면서 왜 그래, 하고 물으니까 백현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도리질 치고. 그러다가 백현이 옆자리 애들이 떠들어서 선생님이 나와서 노래라도 하나 부르라고, 장기자랑 하라고 했더니 애들 다 신나서 와아아 소리지름. 경수는 가만히 턱 괴고선 구경하는데 갑자기 백현이가 끝자리인 경수 바깥쪽으로 펜을 떨어트리더니 그것 좀, 하고 주워달라 부탁을 함. 백현이랑 경수가 앉은 자리가 제일 뒷 줄 맨 끝쪽이었는데 경수가 군말없이 좀 멀리 굴러간 펜을 주우려 의자 옆으로 쭈그림. 그리고는 백현이한테 펜 건네면서 여기, 하는데 백현이가 펜은 안 받고 그 상태로 경수 어깨를 꾹 누르는 거임. ?뭐지 하는데 백현이도 고개 수그려서 바로 경수 입술 위로 입맞춤.
제 옆자리 친구가 시끄럽게 걸그룹 노랠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눈앞에 백현이가 살짝 고개 꺾어서 경수한테 키스하는 거임. 입술 위를 핥다가 살짝 갈라서 안을 온통 헤집고 떨어짐. 조용한 키스에 경수 멍해져서 앉아있는 백현이 올려다 보는데 백현이가 능글맞게 씩 웃으면서 우리 어제 키스를 안 했다 그치, 하고 말함.
4종인
경수 청소 구역이 체육창고라서 청소를 하러 들어가는데 어제 점심시간에 정리 못한 매트가 널부러져 있는 거임. 괜히 부끄러워서 얼른 한 쪽으로 밀어넣고 그러고 있는데 끼익 문 열리는 소리가 남. 뒤 돌아보니까 우연처럼 종인이가 서있음. 마지막 교시가 체육이었는지 체육복 차림의 종인이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채로 자길 멀뚱히 쳐다보고 있음. 손에 공을 들고 있길래 말없이 공 가져오는데 자세히 보니까 앞머리도 젖어있고 비교해보니까 자기보다 훨씬 키가 큰 걸 느낌. 경수가 느닷없이 드는 생각에 멋쩍어서 얼른 나가, 정리하게, 하면서 공을 바구니에 모아 넣은데 갑자기 뒤에서 종인이가 안아옴.
팔이 단단하게 제 허리를 안길래 깜짝 놀라서 뭐야, 너, 하니까 종인이가 말없이 경수 어깨에 제 턱을 얹음. 꼭 자기 위로 종인이가 무너져 내린 것 같은 모양에 경수가 몸을 꿈틀거리니까 종인이가 나른하게 피식 웃으면서 양손으로 경수 허리를 확 껴안음. 땀냄새가 훅 끼치고 생각보다 단단한 그을린 팔에 경수가 아무 대꾸 못하고 안겨있음.
생각보다, 더 쪼그맣다.
…….
내일 여기서 또 볼래요?
아무쪼록 김종인과 체육창고는 인연이 많다는 걸 느낀 경수였음.
경수가 다음 날 학교에서 책상에 엎드려 있었음. 솔직히 힘든 것도 있어서 쉬는시간에도 안 돌아다니고 자리에만 있는데 평소랑 다르게 변백현이나 박찬열이나 시끄러운 애들이 없으니까 약간 기분이 이상하기도 함. 반 애들도 도경수가 나가지 않는 이상 변백현이나 박찬열이 반으로 찾아와서 시끄럽게 하는 게 일상인데, 오늘은 도경수도 가만히 있고 다른 둘도 조용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경수한테 말은 안 함. 그냥 양호실로 내려갈까 생각하는데 2교시 쉬는시간 종이 치자마자 누가 쾅 문을 열고 들어온 거임. 뭐지 싶었는데 자기 앞자리에 뒤를 돌아보고 앉음. 누구야 하고 고개를 드니까 보이는 건 멋쩍어 보이는 박찬열.
경수가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서로 별 말이 없음. 결국 경수가 먼저 뭐야, 하는데 박찬열이 불쑥 손에 든 걸 내밈. 다름이 아니라 평소에 경수가 먹던 빵이랑 우유를 주는 거임. 경수는 황당해서 이게 뭐야…?하는데 박찬열은 아랑곳 안하고 뜬금없이 너 너무 말랐어, 하고 말함.
…어, 어떡하라고. 지금 먹어?
박찬열이 가만히 쳐다보길래 경수가 물어보니까 말없이 고개 끄덕임. 별로 먹고 싶지도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경수가 하는 수 없이 봉지를 뜯음. 그리고는 한 입 먹는데 박찬열이 턱괴고 자길 뚫어져라 보고 있음. 무슨 자기가 아빠야? 하고 말하고 싶은 경수 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진짜 가만히 경수만 구경하고 있음. 경수 또 눈 굴려가면서 눈치보고 우물우물 빵만 씹는데 명불허전 박다정은 우유까지 뜯어가면서 입가에 대줌. 자 우유도. 경수가 속으로만 한숨 푹 쉼. 나 배도 안 고픈데..
살 좀 찌워. 그…살없어서 아프더라. 불편해.
경수가 속으로만 묻고 싶어서 생각함. 불편하긴 뭐가 불편해, 나 다시 안을 생각인가?
2세훈
예기치 않게 오전에 빵 섭취를 하고선 부른 배를 톡톡 두드리곤 이번엔 엎드려서 잠에 드려 하는데 갑자기 누가 경수를 건드림. 진짜 딱 좋은 시간이라 잠에 드려하는데 건드린 거라서 경수가 약간 짜증 섞인 얼굴로 비몽사몽 고개를 듬. 누구야…? 했더니 보이는 하얀 얼굴에 놀람. 뭐야, 너, 하고 말을 더듬어가며 당황하는데 오세훈이 태연하게 웃으면서 말 걸음. 선배 체육복 좀 빌리려고 왔어요. 그 말에 경수는 눈을 댕그랗게 뜨고선 말함. 뭔 소리야, 내 체육복이 너한테 맞을리가….
아, 선배 껄 어떻게 입어요. 베고 자려고요.
…왜 굳이 내 걸….
선배 냄새 맡으면서 자면 잠이 잘 올 것 같던데.
오세훈이 살짝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데 경수가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어서 그냥 별 말 없이 가방 뒤적거림. 안 그래도 새로 빨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세훈이한테 넘겨줌. 자, 하고 주니까 고맙다며 받아가던 오세훈이 갑자기 티나게 고민하더니 넌지시 물음.
선배 혹시 백현, 변백현 형 좋아해요?
…응?
경수는 벙쪄서 되묻는데 오세훈 혼자 멋쩍어하면서 아니, 저번에 좋다고 한 거 같아서…, 하고 중얼거림. 그게 신경 쓰인 건지 아닌 척 물어보려 한 것 같긴 한데 얼굴에 다 드러나서 실패. 그건 좀 귀여운 것 같아서 경수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더니 아 뭐야, 대답도 안해주고, 갈게요, 하고선 경수 머리 톡톡 치더니 교실을 얼른 나가버림.
3백현
음악 수업 때 두 반이 같이 수업을 듣는데 경수가 백현이네 반이랑 같이 수업을 들음. 경수보다 먼저 와있길래 백현이가 앉아있는 자리 옆에 경수가 가서 앉았는데 변백현이 아닌 척 하면서 자길 살피는 게 느껴짐. 느릿느릿 눈을 감았다 뜬 경수가 백현이랑 눈 마주치면서 왜 그래, 하고 물으니까 백현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도리질 치고. 그러다가 백현이 옆자리 애들이 떠들어서 선생님이 나와서 노래라도 하나 부르라고, 장기자랑 하라고 했더니 애들 다 신나서 와아아 소리지름. 경수는 가만히 턱 괴고선 구경하는데 갑자기 백현이가 끝자리인 경수 바깥쪽으로 펜을 떨어트리더니 그것 좀, 하고 주워달라 부탁을 함. 백현이랑 경수가 앉은 자리가 제일 뒷 줄 맨 끝쪽이었는데 경수가 군말없이 좀 멀리 굴러간 펜을 주우려 의자 옆으로 쭈그림. 그리고는 백현이한테 펜 건네면서 여기, 하는데 백현이가 펜은 안 받고 그 상태로 경수 어깨를 꾹 누르는 거임. ?뭐지 하는데 백현이도 고개 수그려서 바로 경수 입술 위로 입맞춤.
제 옆자리 친구가 시끄럽게 걸그룹 노랠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눈앞에 백현이가 살짝 고개 꺾어서 경수한테 키스하는 거임. 입술 위를 핥다가 살짝 갈라서 안을 온통 헤집고 떨어짐. 조용한 키스에 경수 멍해져서 앉아있는 백현이 올려다 보는데 백현이가 능글맞게 씩 웃으면서 우리 어제 키스를 안 했다 그치, 하고 말함.
4종인
경수 청소 구역이 체육창고라서 청소를 하러 들어가는데 어제 점심시간에 정리 못한 매트가 널부러져 있는 거임. 괜히 부끄러워서 얼른 한 쪽으로 밀어넣고 그러고 있는데 끼익 문 열리는 소리가 남. 뒤 돌아보니까 우연처럼 종인이가 서있음. 마지막 교시가 체육이었는지 체육복 차림의 종인이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채로 자길 멀뚱히 쳐다보고 있음. 손에 공을 들고 있길래 말없이 공 가져오는데 자세히 보니까 앞머리도 젖어있고 비교해보니까 자기보다 훨씬 키가 큰 걸 느낌. 경수가 느닷없이 드는 생각에 멋쩍어서 얼른 나가, 정리하게, 하면서 공을 바구니에 모아 넣은데 갑자기 뒤에서 종인이가 안아옴.
팔이 단단하게 제 허리를 안길래 깜짝 놀라서 뭐야, 너, 하니까 종인이가 말없이 경수 어깨에 제 턱을 얹음. 꼭 자기 위로 종인이가 무너져 내린 것 같은 모양에 경수가 몸을 꿈틀거리니까 종인이가 나른하게 피식 웃으면서 양손으로 경수 허리를 확 껴안음. 땀냄새가 훅 끼치고 생각보다 단단한 그을린 팔에 경수가 아무 대꾸 못하고 안겨있음.
생각보다, 더 쪼그맣다.
…….
내일 여기서 또 볼래요?
아무쪼록 김종인과 체육창고는 인연이 많다는 걸 느낀 경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