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캠퍼스. 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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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 내가 이런거 진짜 싫다고 했잖아, 술집 안으로 들어온 민형이 인상을 찡그렸다. 민형의 팔짱을 잡고 들어오던 한빈은 그저 웃으며 자리로 끌고 들어올 뿐이었다. 안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아 체육대회 반회식도 나가지 않았는데, 진지한 얘기를 나누자니 뭐니 이상한 말들을 해서 걱정이 되어 나왔더만. 민형은 모자를 벗고 머리를 정리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미 한 잔씩 한 분위기에 민형은 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할 여유도 없이 바로 맞은 편에 자신을 민지라고 소개한 사람이 술잔을 권했다. 민형은 어쩔 수 없이 술을 들이켰다.
" 민형 다섯! "
" ...민형, 민형, 아- "
" 병신샷! 병신샷! "
민형의 의지가 어떻던 간에 분위기는 잘도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술을 마실 수록 민형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다. 다행히도, 자리를 옮기는 분위기에 민형은 화장실을 핑계로 먼저 밖을 나왔다. 화장실에서 얼굴이 빨개지진 않았는지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손을 씻고 밖을 나온 민형은 이미 멀어져가는 친구들을 보며 반대방향으로 가려 했지만 어느새 나타난 민지가 민형을 막고 섰다. 민형은 잠시 다른 곳을 보다가 다시 민지를 마주보았다.
" 어딜 도망가려고? "
" 미안, 속이 안 좋아서. "
" 그래? 그럼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
" 괜찮아. 얼른 애들 따라가. "
" 아니야 어차피 번호 물어보려고 너랑 같이 있으려던 참이었어. "
당돌한 민지의 말과 행동에 민형은 더이상 말이 없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먼저 앞장을 섰다. 민지는 ' 밤 되니까 쌀쌀하다~ ' 하며 슬쩍 민형의 팔을 잡으며 걷기 시작했다. 민형은 민지를 떼어놓으며 무어라 할 힘조차 나질 않았다. 그저 아까 학교에서 자신의 눈치를 보던 여주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러다 민지의 물음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 너 여자친구 있어? "
" 아니. "
" 모쏠이야? "
" ..... "
" 나 이번주에 친구랑 바다로 놀러가려했는데 같이 가자, 너 친구 한 명 데려와서 놀자. 어때? "
" 난 바다를 별로 안좋아해서, "
" 헐~ 바다 싫어하는 사람 처음 봐. 바다가 왜 싫어? "
" 그냥. "
" 흠.. 그래도 파란 바다 보면서 같이 놀면 재밌잖아. 아니야? "
민형은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에 민지도 따라서 섰다. ' 응? 왜그래? ' 민지의 물음에 민형은 고개를 돌려 민지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팔짱을 꼭 잡고 있는 민지의 손을 잡고 놓으며 민형이 말했다. ' 파란 바다 같은건 없는데. '
" ...뭐? "
" 바다는 파란색이 아니라고. "
" 뭐야.. "
" 그리고 너랑 바다를 갈 이유도 없고, 그러니까 이만 가. "
" 하, 진짜 미친놈 아니야? "
민지는 기분이 나쁜 듯 욕을 하며 뒤를 돌아섰다. 민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민지를 떠나보내고 집으로 들어섰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하는 민형의 표정은 덤덤하다 못해 싸늘했다. 수많은 메신저 알림과 방들을 보다가 아무런 메신저를 확인하지 않은 체 핸드폰을 꺼버렸다.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핸드폰을 집어든 민형은 연락처를 들어갔다.
[ 18 이한빈 ]
민형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빈의 연락처를 차단했다. 그리고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쉬시에게서 전화가 왔다. 민형이 머뭇거리던 사이에 전화가 끊어졌고 머지 않아 여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 ..어, 민형아. 지금 통화할 수 있어? ]
" 네. "
[ 아.. 그게.... 너 지금 어디야? 나랑 쉬시 지금 고기드림에서 밥먹는데 너도 올 수 있음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
" 갈게요. 지금 거기 근처에요. "
[ 정말? 알았어 기다릴게! ]
민형은 다시 집을 나왔다. 한빈이 부를 때와는 달리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금새 여주와 쉬시가 있는 고기집에 도착했다. 안쪽에서 민형을 먼저 발견한 쉬시가 손을 흔들었다. 민형을 발견한 여주가 놀란듯 눈을 크게 뜨며 미소지었다. 그런 여주를 보는 민형의 얼굴에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쉬시는 민형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 민형쓰 너무해! 쉬시 전화 안받았어 왜~! "
" 무음이라 못받았어, 바로 다시 걸려고 했는데. "
" 그건 그렇고 민형아 고기 더 시킬까? "
" 아뇨. 그냥 있는거랑- "
" 쉬시 더 먹어야해! 민형쓰 왔으니까 부족해서 안돼! "
민형은 손을 들어 고기를 추가하고 술잔도 부탁했다. 괜찮냐는 여주의 질문에 민형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 선배는요, 괜찮아요? ' 여주는 물을 마시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민형이 먼저 술잔에 술을 따르고 쉬시가 건배사를 자청했다. ' 우리 다같이 술 먹는건 오늘 처음이야! 쉬시 행복해!! ' 쩌렁쩌렁한 쉬시의 목소리에 여주는 웃음이 터졌다. 이미 조금 취한건지, 민형은 살짝 휘청거리는 여주의 팔을 잡아 지탱하며 건배를 했다. 소주는 원샷이라며 한 번에 마시는 여주를 보고 민형이 괜찮겠냐고 연거푸 물었다. 여주는 괜찮다고는 하지만 벌써 눈이 살짝 풀려있는 상태였다. 쉬시가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여주는 뭔가 기다렸단 듯 민형을 보았다.
" 저 민형아.. 혹시 오늘 뭐 기분나쁜거 있었어? "
" ...네? 저요? "
" 응... 나한테 화난거 같아보여서.. "
" 제가 왜요. 그럴 일이 전혀 없는데? "
"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
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컵을 찾다가 그만 컵에 있던 물을 쏟았다. 민형이 빠르게 휴지를 꺼내 여주의 손과 테이블을 닦았다. ' 민형아 미안해, 내가 왜이러지. 나 안취했는데. ' 여주의 말에 민형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젖은 여주의 손을 닦아주며 민형이 말했다. ' 왜이렇게 귀여워요. ' 여주가 되물었다. 뭐라고?
" 왜이렇게 귀엽냐구요. "
" ..... "
" 엥? 뭐야! 누나 사고쳤어? "
어느새 돌아온 쉬시에 여주는 순간적인 정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까 민형이의 말에 도무지 무어라 해야할지 몰랐었다. 쉬시가 돌아오자 다시 분위기가 활기에 찼고 어느새 가게가 문을 닫는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 여주는 술에 잔뜩 취했지만 절대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민형은 그런 여주를 눈치 채고 여주의 옆에 서서 한 손은 여주가 넘어질까 여주의 등에서 떨어진 채로 뻗으며 걸었다.
" 누나! 누나 집 어디야? "
" 나 선배 집 어딘지 알아. 내가 데려다줄게. 먼저 가봐 쉬시야. "
" 엥. 혼자서 괜찮겠어? "
" 응. 괜찮지. "
쉬시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어깨를 으쓱이며 ' OK. 잘가 민형~ ' 손을 흔들며 뒤를 돌았다. 민형은 점점 흐느적거리기 시작하는 여주의 팔을 어깨에 감싸 걷기 시작했다. 여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 연거푸 ' 미안해.. 미안해 민형아. ' 만 되뇌이고 있었다. 민형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어느새 도착한 여주의 집 앞에서 민형은 잠시 고민하다가 여주의 집 문 앞까지 데려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 선배, 선배 정신차려봐요. 이 문 비밀번호 걸려있는데, "
" 일이삼사 별 두개... "
" 아, 제가 누를게요 그럼. "
엘레베이터가 없어 잠시 당황한 민형은 조심스럽게 여주의 몸에 손이 닿지 않으려 노력하며 여주를 옮겼다. 4층에 다다른 민형은 여주를 벽에 기대고 서도록 했다. ' 선배, 집이에요. 눈 떠봐요. ' 민형이 여주의 감긴 눈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주는 느릿하게 눈을 떠서 민형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반응 없이 민형을 바라보던 여주는 또 다시 ' 애들이 다 아는거 같아. ' 라고 말했고 민형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 뭐를요. ' 되물었다.
" 학교에서.. 지은이가 알려준대로 갔는데.... 너가 없었어. "
" ..... "
" 너가 없고... 경민이가 있었는데.... 다 아는거 같아. 일부러 거기로 알려준거 같아. "
여주는 곧 흐느끼기 시작했다. 민형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여주를 안아주었다. 여주는 안기자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여주를 안아 다독여주며 민형은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울던 여주는 민형의 품에서 떨어졌다. 술이 조금은 깬건지 여주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 미안.. 너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지... "
" 이게 뭐 어때서요. 울 수도 있고, 제가 선배를 다독여줄 수도 있는거죠. "
"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
" 얼른 들어가요. 피곤할텐데. "
" 으응. 고마워 데려다 줘서.. "
민형은 잠시 말없이 서있었다. 문고리를 잡은 여주는 그런 민형을 바라보았다. 손을 뻗어 여주의 얼굴을 살짝 감아 엄지손으로 눈물자욱을 닦아준 민형은 여주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민형의 손짓만 따라 움직이던 여주의 시선이 다시 민형의 눈에서 멈췄다. ' 갈게요. ' 그리고 그대로 뒤를 돌아 계단을 내려갔는 민형의 뒷모습을 보던 여주는 홀린 듯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얼굴을 붉히다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더 캠퍼스 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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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흐름 |
독자님들 의견을 반영해서 최대한 비슷한 내용으로 이끌어보려 했는데, 그 때의 저랑 지금의 저는 왜이리도 다른걸까요ㅜㅜ 엉엉.. 최대한 비슷한 흐름으로 가되, 이야기의 내용은 좀 다를 것 같습니다ㅠㅠ 흑흑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취업 준비를 하다보니 더 늦어졌네용 ㅜㅜ 흐어이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