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직 눈을 뜨진 않았다 눈 뜨면 세상이 뒤틀리며 더 역한 토악질을 내뱉을 것 같았다 숙취 제기랄... 얼마나 속에 양주를 들이부은 건지 어제의 일은 기억이 잘 나지도 않았다 다만 사진 같은 장면들이 혼합되어 있을뿐 그래 일단 은주의 생일이라 친구 다섯 끼리 클럽을 갔고 양주를 좀 마셨고 친구들은 춤을 추러 스테이지로 나갔었고 난 머리가 어질거려서 따라가다 앞에 보이는 의자에 바로 앉아버렸다 그리고 기억 나는 민트 색깔의 머리... 그 남자와 비상구에 갔고 그 남자가 주는 담배를 태웠던 것까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암전 아니 남자의 팔짱을 끼고 모텔까지 온 것까지 아니, 그 전에 모텔을 가자고 먼저 꼬득인 건 잔뜩 취한 나였던 장면까지 기억이 난다 아오... 그러니까 취해서는 원나잇을 했나 보다 가까스로 눈을 떠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럼 그렇지 모텔이다 아니 모텔 치고는 너무 좋은 환경... 호텔급은 되어 보이는 걸 옆에 누운 남자는 내게 팔을 내어준 채 곤히 자고있다 뽀얀 피부의 깊은 쇄골, 높은 콧대와 속눈썹 와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된 남자를 뽑았구나 에어컨 바람이 가슴 사이를 타고 들어와 추위를 가담했다 몸을 부르르 떨며 이불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뒤척거리던 남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가깝게 얽히는 시선이 아찔했다 남자는 잠이 덜 깼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팔을 뻗어 나를 품에 안았다 아침부터 섹시한 남자가 날 끌어안는 건 좋은데 난 숙취가 덜 풀린 상태인지라 금방이라도 토악질이 올라올 것 같음에 손길을 뿌리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수차례 헛구역질을 내뱉고 세수를 하고는 화장실을 나왔다 남자는 놀랐는지 상체를 일으킨 상태였다 와중에 이불이 내려가서 드러난 상체가 그렇게 섹시하지 않을 수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