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 뭐예요? "
" 아, 제 이름이요? "
꽤나 당황스러웠다. 정식으로 건넨 수줍은 한마디가, 이름이 뭐예요 라니.
내이름을 알려주고 그의 이름을 되물었다.
정택운. 택운이라고 했다.
택운, 택운. 혹여나 잊을까 입 속에서 중얼거리다가 그가 가자마자 포스트잇을 한장 뜯어내어 그의 이름을 적었다.
「정택운- 옆집 남자」
다음 날 아침, 늦게 일어난 탓에 아직은 축축한 회색빛 하늘을 이정표삼아 무작정 이동네를 걸었다.
이사 온지 이주는 된 듯 싶은데 매일 작업실-집-작업실-집이라는 반복되는 루트를 걷다보니 쉬는 날엔 꼭 한번씩 산책을 할 것이라는 내 위시리스트도 잊어버리고 말았나보다.
오분 정도, 회색 하늘, 회색 아스팔트, 회색빛의 몇몇가게들을 지나치니 갈색 나무판자위에 흰색 페인트로 단정히 적어둔 몇자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 에리카.
조그만 동네 카페지만 커피와 브레드, 브런치까지 끼니를 해결할만한 수단은 되겠다 싶어 나는 홀리듯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의자는 하얀색. 바닥은 갈색 나무바닥. 벽은 연한 민트색. 어울리지 않는 듯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어울리는 세가지 색들이 칙칙한 날씨에 피어난 꽃마냥 거리에도, 내 마음에도 빛을 밝혔다.
" 어서오세요. "
" 어, 택운씨! "
" … 어서 와요. 아침은 먹었어요? "
" 아- 니요. 택운씨가 제일 자신있는 걸로 주세요. 맛있게. "
" 비싼데. "
" 에이, 이웃디씨 해줘야죠! 배고파요- "
" 오분이면 돼요. "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글안에 참치와 양상추같은 싱그러운 것들이 고개를 비죽 내밀며 맛깔스러움을 더했다. 물론 맛도 있었다.
" 택운씨는 굳이 이 동네로 온 이유가 있어요? 땅값이 싸서? 주민이 별로 없어서? "
" 비가 자주 와서요. "
" 예? "
" 이동네는 비가 자주 오더라구요. "
" 아.. 비오는거 좋아하는구나? 난 칙칙해서 싫은데. 뭔가 어둡잖아요. 무섭게시리. "
" 그게 좋아요. 칙칙하고, 음산한거. "
" 신기하다. 되게 몽환적인 사람인가보네요. 택운씨는. "
" 어쩌면. "
고개를 살짝 숙이고선 가볍게 웃는다. 날카로워 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수줍음도, 정도 많은 이남자는 의외로 귀여운 면도 없지않아 있다.
" 저는 사진작가에요. 뭐, 정확히 말하면 백수지만? "
" 그럴 것 같았어요. "
" 뭐가요? 설마, 백수가요?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이 없는 표정으로 미간을 있는 힘껏 찌푸리고 그를 노려보자 진정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나를 빤히 바라본다. 풀렸다.
" 말 수가 적네요? 난 말 진짜 많은데. "
" 빗소리가 좋아서. 말을 줄였어요. "
" 비 오는거 진짜 좋아하는구나. 지금부터 2주가 택운씨한테는 가장 행복한 날이겠네요? "
" 이번엔 3주라던데.. "
" 흐으- 망했다. "
" 뭐. 그래도 천둥은 싫어요. 시끄러워. "
" 호불호가 뚜렷하네. 언제 한번 같이 저녁 먹을래요? 뭐 물론 이 동네에 밥 먹을 데도 없지만. "
" 그러면.. 오늘 비 온다는데 저희 집에서 저녁 같이 드실래요? "
" 좋아요. 일인가구라 가뜩이나 외로운데, 잘 됐네. 오늘 브런치는 맛있게 먹었어요. 여기 팔천원. "
오천원 짜리 지폐 한 장과 천원 짜리 지폐 세 장을 빼꼼히 바라보더니 내 손에 삼천원을 쥐어주곤 그가 말했다.
" 나중에 또 와요. 이따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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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사담!ㅋㅋㅋㅋ 사실 너무너무 쓰고 싶어서 프롤로그부터 무작정 올렸는데 아마 2편부터는 7월 달이 넘어서야 나올 것 같은 느낌적 느낌?ㅋㅋㅋ 댓글써주시는 모든 분들 신알신해주시는 모든 분들 다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