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바이준 지금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쫓고 쫓기고 뺏고 지키고 잃는
2014. 03. 26
[어디야?]
[나 오늘 못가. 아파.]
[어디가ㅠㅠ빨리 나아ㅠㅠㅠ]
[고마워. 미안. 내일보자.]
오늘 학교를 가지 않았다. 백현이에겐 내일 보자고 했지만 사실 내일도 학교에 갈지 의문이다.
오세훈에게 강간을 당했다. 변백현에게 말할 수 없었다.
2014. 03. 28
집에만 있으니 계속 오세훈 생각이 났다. 더러웠다.
학교에 갔다.
" 아픈건 다 나았어? "
" 응. "
" 저기, "
" 나 피곤해서 엎드릴게. "
" 아가. 나 이제 네 이름 안궁금해. 네 이름보다 더 엄청난걸 알아버렸으니까. "
" 이게 뭐야? 나 주는거야? "
" 응. 어린이날 선물. "
" 나한테 준적 한 번도 없잖아. "
" 이제 나 어린이 아니니까 주는거야. "
중학교 1학년이던 나는 경수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mp3를 사주었다.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제법 괜찮은 기종으로 골랐더니 경수는 활짝 웃으며 고맙다 하였다.
그리고 그 날 경수가 내게 준 선물은,
2014. 04. 01
" 야, 박찬열형한테 연락 왔다는데? "
" 뭐? 진짜로? 언제? 누구한테? "
" 오늘 만우절. "
" ....씨발. "
단번에 정색하고 지나치는 내게 변백현은 미안하다며, 그렇게 심각한 일인줄 몰랐다며 따라붙었지만 쉽게 웃고 넘길 수 없었다.
사실 나는 변백현이 그 날 나와 약속을 잡지 않았다면 오세훈과 그런일이 없었을거란 생각도 했었다. 얘 잘못이 절대 아닌데.
난 쓰레기다.
2014. 04. 02
" 저기, 나 어제 그 형네 집에 갔었어... "
" ...봤어? "
" 아니. 문을 안열어주더라고. "
박찬열은 학교도 안나오고 대체 뭘 하고있는걸까.
2014. 04. 04
" 안나온다더니 학교 잘만 나오네. 그동안 내 생각 좀 났니? "
복도에서 오세훈을 마주쳤다.
말을 걸어오는 그를 무시하고 걸어갔다.
오세훈은 날 붙잡지 않았다.
2014. 04. 07
내가 참여하는 첫 방송일이다. 오늘은 혜미 선배가 준비해온 봄에 대한 시를 읽기로 하였다.
시를 읽는것에 대한 긴장감은 전혀 없었다. 다만 내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김민석 선배의 시선이 불편할 뿐.
아마 오세훈과 오빠를 알고있는 모든 학생들이 내 목소리를 듣겠지.
그리고 다시 도경수를 기억하겠지. 나는 최대한 그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시를 읽었다.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존나 도경수같아. 김민석이 입모양으로 내게 말하곤 방송실을 빠져나갔다. 여자 선배들이 마무리 해야한다며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저만치 가버린 후였다.
김민석과 오빠의 접점이 그렇게도 깊었던가. 아니면 그저 내게 심리적 타격을 주고싶었던걸까.
2014. 04. 06
박찬열의 집에 다녀왔다. 분명 그의 방에 인기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체 왜 나를 피하는걸까?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을까? 집히는게 없었다. 혹시, 내가 오빠에 관해서 그를 의심한다는걸 안걸까?
편의점에 들러서 인스턴트 음식을 골랐다. 찬열이가 주고 간 반찬이 다 떨어졌다.
나는 요리를 못한다.
" 계산해주세요. "
" 네? "
" 계산해달라구요. "
알바생은 날 뚫어져라 쳐다봤다.
" 나 김종인인데. "
마지막 용의자 김종인과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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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차와 ㅌ..ㅋ....(생략)의 콤보에 의해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대신 평소보다 아주 조금..길어여..그래봤자 짧지만..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