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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l조회 713l 3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下

w. Harvey

 






 

 

 

 

집으로 돌아온 후로부터 내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처음 서울에 상경을 했을 당시 챙겨온 가방에, 가장 필요한 것들을 쑤셔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딱히 챙길 것도 없었다. 섬에서부터 가져온 것들을 다시 고스란히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거니까. 그러나 나는 뭐가 그리 불안한 건지 손가락을 덜덜 떨며 헤매고 있었다. 머리는 분명 무엇을 챙겨야 겠다, 라고 딱 결론을 지었지만 몸은 그렇지를 못했다. 위잉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에도 이마에선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아아, 내가 뭘 챙겨왔더라. 또 뭐가 있었지? 사실은 급했다. 내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애초부터 나는 섬에서 올라오지 않은 것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깨뜨려 놓은 두 사람의 믿음을, 균열을 제 자리로 돌려놓고 싶었다. 

 

 

 

“…태민아, 뭐 해?”

 

 

- ……!!!!!!!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아직 잠에 취한 듯 감긴 눈을 비비적거리며 상체를 일으킨 형이 보였다. 딱딱하게 굳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형은 이내 시계의 시침을 확인 했다. 이제 막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다. 한참이나 피곤해보이던 형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다시 내게로 시선을 던졌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삐그덕거리며 찬찬히 내려가는 형의 눈이, 이미 볼록해진 내 가방에서 멈췄을 땐 정말이지 당장에라도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었다. 

 

 

 

“… 뭐야. 태민아 너 어디 가?”

 

 

 

차갑게 내려 앉은 형의 음성에 저절로 움츠려드는 어깨는 황급히 내 등을 돌려지게 만들었다. 성급히 몸을 일으켜 세워 내가 움켜잡은 가방을 뺏어드는 형의 묵직한 아귀 힘에 눈물이 찔끔하니 샜다. 

 

 

 

“무슨 짓이야. 이건 뭐야, 이태민.”

“…….”

“이거 뭐냐고!!!!!!!”

 

 

 

짙도록 큰 울림에 냉큼 형의 손에서 가방을 뺏어들었다. 이어지는 실랑이에 거칠어진 숨소리는 따스하기만 했던 방 안의 공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싫었다, 형과의 다툼이. 나를 질책하는 듯한 목소리가 싫어서 귀를 틀어막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입술을 꾸욱 깨물고 있는 힘을 다해 가방을 뺏어들고 싶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처음부터 형을 이겨낼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이유를 물어오는 형에게, 왜 떠나야만 하는 것인지 묻는 형에게 내가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사랑한다고? 형이 그렇게나 예뻐해주던 이태민이, 형의 하나뿐인 동생이!! 형을 사랑하고 있다고…? 나에게 얼마나 더 가혹한 고통을 안겨주어야 형이 웃을 수 있는거지…?

 

 

 

“내려 놔, 태민아. 못 가. 못 가 너!!!!!! 왜 이래. 나 한테 왜 이러니…. 형이 뭐 잘못 했어?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아무리 화가 나도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데. 우리가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네가 이래!!!!!!!!!!!”

 

 

 

형아의 짙은 눈망울. 거짓말처럼 쏟아지는 눈물들을 닦아주고 싶다. 미열의 뜨끈한 그것을 닦고 또 핥아주고 싶었다. 나는 이렇다. 형의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싶을만큼이나 추악하다. 이런 나를 보내줘야 마땅한 건데, 형은 어째서 그걸 거부하는 것일까. 우리는 애초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라는 걸 왜 형은 모르는 거지. 

 

 

 

“나 죽는 꼴 보고 싶어서 이러니?!! 내가 너 안 보낸다잖아! 내가 그렇게 말 했어, 분명! 지금은 안 된다고 말 했어 나!!! 그런데 왜 가려고 해…. 형이 싫어? 싫어 졌어…? 무슨 말이라도…!!!!!!!”

 

 

 

싫을리가 없잖아. 이렇게 사무치도록 사랑하는데…. 가질 수 없어 닳고 닳은 내 가슴이 이 속에, 고스란히 있는데… 싫을리가 없잖아. 내가 무슨 수로 형을 미워할 수가 있겠어. 멈춰진 시간 속에 맞물린 두 입술이 이대로 굳어버려서 영영 헤어질 수 없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다. 양 볼을 타고 빠르게 추락하는 눈물도 차갑게 식어가는 형의 눈동자도 이대로 우리만 있는 세상으로 빨려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빌고 또 빌고 빌었다. 내가 형을 사랑함과 동시에 용서 받지 못 할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자각 했다. 그것은 형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일 이 입맞춤 하나로, 왜 나와 형이 함게 일수 없는 것인지, 내가 얼마나 그릇된 길로 나아갔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형아의 애정을 더럽게 물들인 나를, 

형은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섬의 바람은 선선하다. 여름의 쨍쨍한 햇볕에 피부가 말라비틀어져 가도 바다 냄새가 선연한 바람은 적어도 시원 했다. 정확히 한 달만이었다. 평생 못 볼 것처럼 마을 어귀를 돌며 작별 인사를 남겼던 내가 고작 한 달만에 회귀한 것이다. 그럼에도 반겨주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는 걸 뼛 속 깊숙히 각인 시켜주는 계기였다. 깊은 마루터에 앉아 얄쌍한 두 다리를 놀렸다. 너무 외진 섬이라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몰리지 않았다. 말 그대로 삭막하도록 조용한 섬에, 마치 나 혼자 있는 느낌이 들어 괜시리 울적해졌다. 하기사, 형과 살을 부대끼며 산 그 한 달은 내게 너무도 큰 의미를 지녔기에 아주 오랫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동안 그 때를 잊지 못 할지도 모른다. 있는듯 없는듯, 바로 이 곳에서 형의 행복을 축복해주면서 그렇게 살아갈지도. 

 

다만 혼자서 그 모든 짐을 짊어질 형이 걱정 된다. 배신 아닌 배신에 치를 떨 형이, 나라는 존재를 처음부터 천천히 되새기고 곱씹어볼 형이, 이태민을… 원망할 형이. 그녀처럼. 

 

 

 

“태민이 오빠야! 여기서 뭐 하노?”

 

 

 

뒤로 팔을 뻗쳐 상체를 지탱하며 바람 냄새를 맡던 내 옆에 누군가 무게감 있게 털썩 주저 앉으며 가쁜 숨을 고른다. 찬찬히 고개를 돌려보면 섬에서 가장 똘똘하고 예쁘다던 영자가 양 볼이 붉게 타 헉헉거리며 앉아 있었다. 섬 계집 않게 얼굴도 희고 제법 젖가슴도 볼록하니 나와 여자 냄새 폴폴 풍기는 영자가 큰 눈을 땡그랗게 뜨며 나를 올려다본다. 

 

 

 

“예서 뭐하는데? 내 한참 찾았다.”

 

 

 

고거 성깔은 있어서 톡 쏘아부치는데 딱히 반박할게 없어서 슬그머니 웃자 제 스스로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한 번 퉁 당겨본다. 그것을 한참 내려다보던 나는, 용건이 있어 찾아왔겠거니 하며 입모양으로 왜? 하며 물었고 영자는 그제야 제가 찾아온 이유가 생각 난 것인지 두 손뼉을 짝 소리 나게 맞부딪히며 아, 짧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아, 오빠야 빨리 집에 내려가 봐라. 손님 오셨다.”

 

- 손 님?

 

“오빠야 찾던데? 그래 내가 왔다 아이가. 앉아 있지만 말고 퍼뜩 안 인나나.”

 

 

 

그 얇은 팔에서 무슨 힘이 샘솟는 건지 내 등허리를 퍽퍽 밀어대며 일으키는 통에 깨름직한 와중에도 헐레벌떡 골짜기를 달려내려왔다. 가파른 언덕을 달려서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건지 심장 역시 높은 호선을 그리며 쿵쾅쿵쾅 뛰어댔다. 일가 친척도 없는 내게 외부에서 찾아올 사람이라고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없었다. 그리고 아차하는 순간 발을 멈춘 건, 이미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친 후였다. 

 

 

 

“태민아, 잘 있었니?”

 

 

 

 

 

 

 

 

 

마치 내가 있는 곳에만 공기가 돌지 않는 느낌이다. 바쁘게 숨을 쉬어봐도 가슴 언저리가 답답해서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나란히 앉아 손만 꼼지락거리는 내 옆모습을 한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 사람은 꼭 일주일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나를 만나러 올 거란 생각도 해보지 못 했고, 이렇게나 빨리 다시 만날 줄은 더 더욱이나 몰랐다. 그제서야 여름의 더운 바람이 내 얼굴을 때리는 것만 같았다. 

 

 

 

“얼굴이… 많이 야위었네.”

 

 

 

엹은 화장을 한 그녀 역시 많이 헬쓱해 보였다. 왠지 모르게 서글퍼 보이는 눈동자 또한 내가 그녀를 얼마나 괴롭게 만들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 나는 더 깊게 고개를 수그려야만 했다. 

 

 

 

“그렇게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너 꾸짖으러 온 거 아니야.”

 

- …….

 

“… 데리러 왔어, 태민아.”

 

- ……!!!!!!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발언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도톰한 입술을 얇게 휘며 웃는 그녀의 얼굴엔 거짓따윈 없었다. 영문을 모르겠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내 손을 포개어 잡은 그녀는 갑작스레 눈물 한 방울을 뚜욱 흘러내렸고, 무언가 잘못 되도 단단히 잘못 되었다는 걸 느꼈다.

 

 

 

“…형이 기다려. 같이 갈거지?”

 

 

 

우리는 서로에게 숨 막히는 존재였다는 걸, 

그는 이미 진작에 알아챘던 것이다. 

 

 

 

 

 

 

 

 

 

입구 앞을 서성이는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 문상객은 한산할 정도로 적어서, 울타리를 쳐놓고 먹이를 주듯이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지녔던 형을 기억해내기가 더 수월했다. 흙뿌리가 발목을 옭아맨 것처럼 온통 검고 묵직한 분위기의 사람들을 하나 둘 어깨너머로 스쳐보내고 있었고, 그런 내 옆에는 담담한 표정에 그녀가 있었다. 배를 타고, 버스에 올라탔을 때도 그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간간히 그녀를 힐끔 힐끔 쳐다보는 나의 어깨를 부둥켜 안아주는 것 외엔. 커다란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도 내가 왜 이 곳에 와야마 하는지를 자각하지 못한 멍청함을 보였었더랬다. 온통 어리둥절 해서 그녀의 뒷꽁무늬만 쫓아 걷기만 했다. 검은 테두리에 휩싸인 형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도 난 그저 그녀의 옆모습만 쳐다보고 있었다. 

 

 

 

“…크게 다퉜었어.”

 

 

 

삽십 분쯤 지났을까.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보며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복잡해 보여서 딱히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난 벌써부터 겁을 먹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내가 앞에 있는데도 횡성수설 이상한 말만 늘어놓더라.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어.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서는. 사람 겁 먹게 말이야. 몇 번이고 뛰쳐나가려는 거 무서워서 붙잡았어, 내가. 그 사람 가엽기도 해서 뺨도 쳐보고, 밀어도 보고 별 짓을 다했다 정말로.”

 

- …….

 

“그 때… 더 끈질기게 붙잡았더라면… 하고 생각 했어. 널 만나기 전까지는.”

 

 

눈두덩이가 뜨거웠고, 볼이 후끈거렸다. 머리가 지끈거려서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였고 가슴께도 쿡쿡 쑤셔와서 사실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듣질 못 했다. 어째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건지. 혹시, 내가 형아를 등 지고 홀로 도망친 것에 대해 나를 질책하려는 건가, 생각도 해봤지만 그녀의 얼굴은 놀랍도록 차분하고 온화했다. 그건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이라 당장이라도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만큼, 그렇게나 어색했다. 

 

 

 

“…차선을 넘어오는 트럭과 충돌 했어. 상대편 운전자도 아직까지 혼수 상태고. 그럼 말은 다 했지. 즉사야. 진기씨 차는 형체도 못 알아볼만큼 찌그러졌어. 우습지. 연락을 받은 그 때도 한참을 웃었어. 너무 갑작스럽잖아.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내 앞에 있던 사람인데.”

 

- …….

 

“괴로울거란 거 알아. 하지만 나한텐 진기씨가 더 소중하니까, 너도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 했어. 순전히 내 의지야 너를 데리고 온 건. 평생 숨길수도 있는 거지만, 그건 진기씨한테 못 할 짓 하는 것 같아서.”

 

- …….

 

“진기씨는 내가 아니라 태민이 너를 선택 했던거야. 너 데리러 가는 길이었거든.”

 

- ……!!!!!!!!!

 

“사고만 나지 않았어도, 내가 네 앞에 있을 일도 없었겠지. 넌 진기씨와 함께 있었을테니까. 모르겠니?”

 

- 아… 아….

 

“…진기씨도. 너와 같았다고 말하면 알아듣겠니…?”

 

 

 

내가 감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요. 저물어진 형과 나의 애정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찬찬히 다물리는 입술은 눈물을 토해내지 못한다. 여전히 밝게 웃고 있는 형의 영정 사진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지칠 줄 모르고, 늦된 줄도 모르고 움직이는 다리는 풀썩, 사죄 하듯 구부러졌다. 올곧게 나를 향한 형의 큰 눈동자가. 많이 아팠을 형의 잔상이 내 어린 치기를 부러뜨렸던 것이다. 

 

 

 

- 아아… 형아야…. 진기 형아야….

 

 

 

차마 만질 수 없는 사진 속의 그 사람. 내 평생을 바쳐 사랑 했고, 그리워 하던 그 사람이… 내게 오기를 자청했다. 늘 드넓은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며 깊은 넝마와 같은 그리움으로 찌들은 나를 향해 달려오다 발목이 부러지고, 동공이 무너져 그렇게 흩어져 버렸다. 함께 임을 바랬던 그가, 혼자만의 길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 형아… 나 왔어… 태민이 왔어, 형아야….

 

 

 

이젠 들을 수 있을까. 설렘과 지침으로 늘어져 있던 내 목소리를. 몇 만번이고 형아에게 외치고자 했던 그 말들을, 이젠 들을 수 있게 되었어 형아…? 갈고리에 찢겨져버린 내 쇳소리 나는 목소리, 형이 갈망하던 것. 형이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들을 두고 어디로 간 거야. 

 

 

 

- …형 웃지만 말고 대답해…. 들리잖아, 이젠…. 이젠 들리잖아. 대답해 어서!!!

 

 

 

얼마나 긴 시간동안을 기다려왔는데…. 형의 그 대답이 듣고 싶어서, 귀를 열고, 들리지 않을 먼 곳에 있어도 묵묵히 기다려 왔는데!! 형 만날 날만을, 다시 만나서 혼자가 아닌 함께. 둘이서 사랑할 날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지금 어디에 있어. 이제서야 형이 내민 그 손을, 그 의미를 알게 됐는데 형은 왜 다시 멀어져버렸어? 왜 다시… 우리 헤어져야만 해…?

 

 

 

- 사랑해!!!!! 들리지?!!! 형아 들리는 거지?!!!! 내가 형아 사랑해!!!!! 사랑한단 말이야!!!!!!!!!!!

 

 

 

손아귀에 힘을 주어 티셔츠를 잡아 뜯었다. 여전히 허공까지 미치지 못하는 내 안의 울분이, 사랑이 형에게만은 들리길. 허연 천을 찢어내고 살갗을 긁어내면서 울었다. 이제껏 들려주지 못 했던 내 마음, 지금이라도 들어주라고. 

 

형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철컥, 

 

 

 

꼭 쥔 주먹 안에 색이 발한 열쇠가 있다. 둔탁한 철음과 함께 돌아가는 문고리는 일년 전, 형과 나의 체취가 묻어 있는 그 곳. 얼마 전 보내져 온 그녀의 편지 한 통에는, 나로썬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내용이 적혀 있어 얼마 전부터 시작된 복통으로 아린 배를 움켜쥐며 급히 차를 타고 상경하던 길이었다. 고맙게도 이제까지 형과 나의 보금자리를 살펴주던 그녀의 결혼 소식은 그녀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던 나에겐 꽤나 미안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덩달아 이젠 그녀 역시 이 집을 관리할 수가 없게 되어 흔쾌히 형의 물건을 정리하기로 얘기를 끝마쳤다. 

 

열쇠를 집어넣는 순간에도 씁쓸함이 꽤 커서 나는 억지로 딱딱하게 굳은 얼굴 근육을 끌어올려 웃었다. 형은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내가 그녀를 잊었던 것처럼.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형의 부재를 또 다른 누군가가 채웠을테고, 이미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사람을 가슴에 껴안고 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기분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못된 생각일진 모르지만, 비로소 형이 내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몇 일이 지나고, 몇 달이 흘러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내 곁을 지키는 형아 특유의 향을 난 도저히 지울 수 없었으니까. 

 

여러가지 의미로 시간은 더디게도, 빠르게도 흐른다. 형의 일그러진 시신은 내 의사로 인해 화장을 했다. 형과 나의 유년기. 우리가 긴 시간동안 머물렀던. 형의 일생동안, 우리가 가장 깊게 물들었던 그 때를 품에 쥐어주고 싶어서였다. 형아는 내가 사는 섬마을 깊은 바닷가에 뿌려졌다. 더이상 우는 이는 없었다. 다만 흩어져 가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 뿐이었다. 

 

 

 

- ……!!!!!!!!!!!!!

 

 

 

사람들은 말 한다. 형은 죽은 사람이라고. 모를리가 없다. 그것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은 바로 나였으니까. 형은 없다. 어디를 가도 그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형은 그저 아주 잠시 머물렀다 간 것뿐, 처음부터 오래 서성일 마음은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힘들어서. 혼자 하는 사랑이 아프고 쓰려서, 아주 오래 전부터 떠날 채비를 마쳤던 건지도….

 

 

 

- …흐읍… 흐으윽….

 

 

 

떠날 거였다면…. 차라리 잘해주지를 말지. 부딪히고 얽힐 우리 인연, 나보다 먼저 깨달았다면 무딘 내가 다가서려 해도 매섭게 밀치고 도망가버리지. 왜. 왜 죽을 듯 나를 붙들어서… 아프면 아프다고 떼라도 쓰지 뭐가 그리 두려워서 꾹 참고 있었을까. 왜 이런 놈으로 태어났냐고. 왜 마음껏 만질수도, 마음에 담을수도 없는 놈으로 태어났냐고 욕도 해보고, 때려도 보지…. 

 

얼마나 아팠을까. 꽉꽉 들어차서 마음에 담기도도 버거운 그 애정, 어떻게 숨겨왔을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해 왔던 것일까….

 

 

 

‘이태민, 이진기의 러브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을 

얼마나 삭혀 왔을까, 당신은….











::




미안 얘들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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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대박ㅠㅠㅠㅠㅠㅠㅠ
완전조으다ㅠㅠㅠㅠㅠㅠ

12년 전
Harvey
거마워요ㅠㅠㅠㅠ
12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2년 전
Harvey
ㅇ.ㅣ..이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닼ㅋㅋㅋ
12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누나가 아주 밀당이쩌네영..............방금전까지 제가 아으다르다르해하면서 하닥댔는데 진기가 죽었어!!!!!!!11진기형아가!!!!!흐유긓구유휴구ㅡ휵
12년 전
Harvey
ㄷ..뎨둉함미다......................................... 제가 좀.........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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