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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배드배틀키즈

메리제인 씀

**트리거주의





[NCT] 공주와 배드배틀키즈 ⒝ | 인스티즈





1. 차가운 물로 얼굴을 몇번을 씻어 내리고 나서야 정신이 드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감기 기운에 나도 모르게 축 처지는 몸을 애써 툭툭 털어낸다. 아무 말 없이 나를 지나치던 선생님의 시선과 그들의 웃음과 나를 바라보는 김정우의 얼굴이 떠오른다. 몽롱함에 잠깐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손으로 세면대를 붙잡았다. 아. 감기다. 금방이라도 어디 솜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고 싶은 기분. 거울 속에는 아직도 홧홧하게 아픔이 느껴지는 상처의 흔적들. 몇 개월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몇 주라고 하기엔 긴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한계점이 오고 있는 걸까. 아무렇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어디서 부터 꼬인 거지. 거울에 이마를 가져다 대고 있으니 으슬으슬한 기운이 온 몸을 타고 흘러 올라온다. 아무도 오지 않는 수업 시간의 화장실. 나는 마지막의 기억을 찾으려 했지만 검은 암전이 전부였다. 으슬대던 기운이 나를 와삭 베어 문 것 같기도 하고 기억나지 않은 검은 화면이 다시 뿌연 시선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타일 위가 아닌 양호실 침대였다. 눈을 뜨는 소리가 들린 것도 아닌데 양호실 천장의 시선을 맞출 때 쯤 가려져 있던 커튼이 확 하고 걷어진다. 너는 진짜, 어디까지 미친 거야. 예전과 다른 표정은 아니었지만 이번엔 조금 더 확실히 굳은 얼굴이 내 시선에 자리 잡힌다. 김도영은 가끔 본인이 김정우가 된 것처럼 군다. 절대 닮을 리 없는 그 얼굴이 이상하게 주는 미묘한 닮은 시선. 거즈가 붙여진 나의 얼굴을 스쳐 그 손바닥이 나의 이마에 내려 앉는다. 미적지근한 온기인 것 같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해서 다시 눈이 감기고 싶었지만 이내 자잘자잘 들려오는 목소리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냥, 좀 인정하고 살아. 너밖에 이젠 김정우 밖에 없잖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걔가 나의 왕자였는데? 왕자는 공주를 좋아해줘야 되는 거잖아. 내가 보기엔 걔는 공주를 좋아하지 않아. 왕자가 아니잖아. 왕자가 아니라서. 여러가지 생각이 겹쳤지만 입술은 열릴 수가 없었다. 그저 더운 숨을 훅훅 뿜을 뿐 김도영은 한참을 같은 주제로 떠들다 이내 숨소리가 잦아지는 나를 알아차린 모양인지 털썩 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는다. 공주야. 그리고 그 누구도 부르지 않던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공주야. 아프지 좀 마. 내가 보기엔 김도영은 아마 아픈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다. 아픈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웃기지만.



2. 히히덕 거리며 붙였던 껌 덕에 나는 뒷목이 다 보일 정도로 머리를 잘라내야 했다. 학생, 괜찮은 거야? 하며 걱정을 하는 미용사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잘려 나가는 나의 머리카락을 본다. 그나마 엄마와 닮은 자연 갈색의 머리카락. 마지막 엄마의 뒷모습은 여전히 엉성히 묶여있던 머리였을까. 아니면 모든 걸 다 놓고 가겠다 생각하며 풀어 해친 생머리였을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단발이 어색해 나는 뒷목을 긁적였다. 예쁘네. 나를 미용실까지 끌고 왔던 이태용의 담백한 감상평에 나는 아무 말이 없다. 방황하는 나를 학교에서 꺼내 주는 것도 이태용, 돈을 지불한 것도 이태용, 버스를 태워준 것도 이태용, 머리를 자른 기념으로 먹어야 된다며 나를 이 곳에서 제일 맛있고 유명한 음식점으로 밀어 넣은 것도 이태용이다. 이태용은 이내 음식에 질렸다는 듯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파스타를 포크로 찔러 댄다. 그럴 거면 따로 식히지. 반쯤 비워진 나의 그릇을 힐끗 쳐다보던 이태용이 내게 파스타를 덜어 주며 말한다. 너, 은근 잘 먹네. 그러고 보니 항상 이태용은 내가 다 먹은 후나 먹기 싫은 날에만 마주쳤었다. 파스타를 입에 넣고 우물대고 있을 때만 빤히. 그 뒤로는 힐끗 다시 다른 곳으로 시선이 돌아가는데 나는 그런 행동을 수차례 하는 이태용에 거의 다 먹고 나서야 입술을 뗐다. 너, 진짜 이상하다. 내 말에 이태용이 픽 웃는다. 누가 누구보고 이상하대.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었다. 둘 중 누가 더 이상하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내가 더 이상한 사람으로 찍힐 것 같다. 이태용은 김정우와 완벽히 다른 사람이다. 어떻게든 나에게 다가오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왜 인지 이유도 없이 날 챙기는 이태용의 그 다정함은 김정우의 그 친절과는 조금 먼 거리에 있었지만 두 개의 친절은 내게 똑같이 버거웠다. 습관이 된 것처럼 어수선하게 비어버린 나의 뒷목을 주무르니 이태용의 눈이 조금은 편안히 변한다. 뭐할까. 이태용은 내게 묻는다. 나는 글쎄. 하며 말을 돌린다. 돌아간 나의 고개에 진득하게 뺨에 붙는 시선. 노골적인 시선에 나는 떡밥을 주지 않는다. 그냥, 나는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3. 날씨가 급변해 화창할 것 같더니 이내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두워지는 하늘, 짜증을 내며 하교 하는 아이들, 그리고 나는 멍하니 교문 앞에서 그 누군가를 기다린다. 하교를 하는 아이들이 힐끗 나를 쳐다보다 가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 샌가 나는 유명 인사가 됐다. 물론 좋은 쪽이라 할 수 없지만.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어느샌가 조용히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그건 며칠 전의 이야기였다. 갑작스러운 사과가 담긴 쪽지와 익명의 문자가 수두룩. 아마도 이제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지만 나의 흉터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건 명백한 사고였다. 아니, 사고여야만 했다. 홧김에 했던 일이 이젠 정말 잡을 수도 없이 쉽게 번졌을 때 이미 일은 벌어져 있었다. 미동도 없는 나를 껄끄럽게 바라보던 시선과 홧김에 밀렸던 내 몸, 그리고 굴렀던 나의 몸에 모서리에 서 있던 부딪쳤던 화병의 파편들. 그리고 별가루 처럼 흩어졌던 화병의 꽃과 조각이 되어 떨어진 화분이 정확히 나의 목덜미를 찌르고 추락한다. 귓가로 크게 들리는 찢겨지는 소리와 함께 나는 황급히 지나쳤던 부분을 부여 잡으며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아아악! 소음과도 같던 나의 비명소리에 놀라 벙끗거리는 아이들과 소음에 웅성거리며 나를 바라보던 시선. 그리고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온 피에 어떤 여자애의 비명 소리와 욕이 씹히는 소리. 나는 그대로 기절하지도 못한 채 덜덜 떨리는 반대쪽 손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너무 아파. 아파. 아파. 아프다고 생각을 해버리니 겉잡을 수 없는 화끈거림이 나를 집어 삼킨다. 울려 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눈을 비집고 터져서 숨이 저절로 헐떡여졌다. 아파. 아파. 중얼거릴 줄만 아는 멍청이처럼 서 있는 나를 아이들 사이에서 황급히 빠져나온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잡아 챈다. 눈이 동그랗게 변한 김정우. 김정우. 나는 처음으로 김정우를 불러보았다. 아파 죽겠어. 아파 죽겠다고. 나의 칭얼거림에 숨을 한번 크게 들이 마신 김정우가 나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아직도 지혈 되지 못한 피에 입술을 세게 씹은 김정우가 이내 자신의 머리를 힘껏 쓸어 올렸다. 병원 가자, 김공주.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나를 억지로 휘어 잡은 김정우의 손바닥은 뜨겁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나는 나를 이끌며 황급히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거는 김정우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처음 보는 김정우의 표정은 꽤 웃겨서 울음 사이로 웃음이 툭 튀어나올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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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확히 깊게 내리 앉은 상처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듯 가라앉지 못하고 흉터로 자리 잡혀 있었다. 껌 때문에 자른 머리카락 덕분에 나는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흉터를 내보인다. 여름의 끝자락에 와 있는 날씨 덕에 안쪽에 더 껴입을 수 없는 하복 차림. 소문의 그 소동의 주인공이 나라는 걸 증명하듯 흉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그 이후로 나를 괴롭히진 않지만 나는 이미 심신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고, 잠이 필요했다. 방학이 며칠 남아있지 않을 무렵 잠깐 잠든 어느 점심의 그 날. 나의 흉터를 훑고 지나가는 간지러운 손가락에 눈을 살짝 떴을 땐 애매모호한 표정의 이태용이 있었다. 무슨 일이야? 라는 물음을 하기도 전에 욕을 실컷 씹으며 이태용은 흉터에 대한 감상평을 날린다. 씨발 같네, 진짜. 그 날을 회상하기라도 한 듯 잔뜩 힘이 들어간 주먹에 나는 킥킥 웃음을 흘린다. 어차피 다 끝나버린 일에 대한 화는 불필요했다. 이태용은 나의 웃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가도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와 나의 앞자리에 털썩 엉덩이를 붙인다. 야, 공주야. 항상 간지럽다고 생각되는 내 이름. 나는 아무런 답도 없이 이태용을 바라본다. 너는 진짜 김정우가 좋냐? 나는 그 물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한 번도 김정우에 대해 말해본 적도 없다. 그냥 자꾸 얽히게 될 뿐이지. 나는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고, 사귄다고 말한 적 없고, 내가 걔의 소유물이라고 인정한 적도 없다. 나는 불필요한 물음에 대답을 꺼렸기에 입술을 더욱이 꾸욱 누른다. 이태용이 머리를 한참 헝클이며 다시금 물었다. 갖고 싶게 하지 말란 말이야. 별로 얽히면 안 좋다고.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줄줄이 이어 놓는다. 마치 내가 자신의 모든 관곌 망치고 있다고 말하 듯. 뭐래. 나의 말에 이태용은 잠깐 얼빠진 얼굴로 나를 본다. 그래, 맞아. 네가 뭐가 잘못이냐. 불순한 우리들이 잘못이지. 기운이 쭉 빠졌다는 듯 눈썹이 흐려지는 이태용의 눈썹 끝을 엄지로 쭈욱 올리며 말했다. 이상한 얼굴. 확 떨어지는 얼굴, 그리고 좋은 그림이네. 하며 말을 하는 태일선배의 목소리에 시선을 던졌을 때 뒷문에서 그 언제처럼 아무 걱정없는 그 웃음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태일 선배가 있었다. 고요함이 잠깐 흐른다.


5. 자다가 죽겠는 걸. 너무 푹신한 침대 위에서 잤더니 몸이 더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피곤함 또는 피로감이 모조리 날아갈 줄 알았던 휴일의 아침은 오히려 지독한 수면을 다 불태우기라도 하겠다는 듯 나를 몹시 괴롭혔다. 자고 또 자도 자꾸 잠이 나를 부르는 기분. 오랜만의 숙면에 얼굴이 퉁퉁 부어서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계단에서부터 놀림을 받아야만 했다. 베이비. 너무 귀여워. 쪼르르 달려 와선 그 큼지막한 손으로 나의 탱탱 분 얼굴을 쥐어 잡는데 어딘가 모르게 화약 냄새가 났다. 화약 냄새. 나의 중얼거림에 잠깐 뜸을 들이던 루카스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인지 엉성한 얼굴로 오, 미안. 미안. 하며 내게서 떨어진다. 나는 하품을 진하게 하며 저번에 알려 주었던 주방으로 돌았다. 따뜻하고 맛있는 스튜부터 갖가지 음식들이 차려진 아침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분한 식단에 잠깐 서성거리자 뒤에 있던 이마크가 나를 밀며 얼른 식사를 하자고 했다. 그거 알아? 모두 너랑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어. 그 말이 뭐라고 따뜻했는지. 그랬어? 나는 습관처럼 뒷목을 긁적이려다 흉터가 남은 자리를 쓸었다. 흉터가 생긴 뒤에 나는 가끔 그 오싹한 기분을 찾았다. 모두의 시선이 손끝을 향하더니 이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 황급히 사라진다. 나는 우선 놓여진 숟가락으로 수프를 한모금 떠올린다. 아무 말 없이 먹기 시작하는 나를 따라 식기가 부딪치고, 음식이 떼어지고, 먹는 소리가 들려서 나는 음식을 한 모금 먹고 떠드는 루카스를 한 번, 음식에 집중한 이마크를 한 번, 핸드폰을 확인하며 우물 대는 김도영을 한 번,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 턱을 괴고 나를 지켜보고 있는 김정우를 한 번 봤다. 햇살이 찬란하게 들어오는 주방은 꼭 마치 옛날에 지켜봤던 티비 속에 나오는 화목한 가정을 보는 것 같아서 나는 킥킥 웃었다. 소리 내며 웃는 나를 보며 잠깐 소리가 잦아 들었지만 나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희망이라는 게 이런 건가. 희망인가. 꿈인가. 맛있게 구워진 스테이크를 엉성하게 쓸며 나는 생각한다. 꿈이라면 영원하고 싶은데.



6.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울고 있다. 나의 목을 세게 쥐는 악력은 더 세게만 조르고 나는 숨을 쉬고 싶어졌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누구를 위한 사과인지. 아니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 꿈의 끝은 어딜까 싶어서 꽥 소리를 지르니 이내 달빛이 찬란한 푹신한 침대가 끝이었다. 나를 조르고 있던 손바닥은 힘을 너무 줘 벌겋게 변해버린 나의 손바닥. 나의 죄책감은 난가 싶어서 나는 손바닥을 하얀 실크 이불 위에 닦아냈다. 악몽에 으슬으슬 추워지는 기분에 제일 얇은 이불을 찾아 내 온 몸에 둘렀다. 뒷모습은 마치 유령과도 같겠지만 그 포근함과 어딘가 향이 잔잔히 흐르는 것이 안정이 되어 나는 새벽 몰래 나 혼자만의 여행을 떠났다. 방문을 열고 적막한 복도를 지나 제일 정원이 잘 보이는 발코니를 찾는다. 대형 유리 너머로 보슬보슬 소리도 없이 비가 내리는 정원은 여전히 푸른 잔디와 울창한 나무들이 득실댔다. 저기 너머로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쟃빛으로 가득한 달동네의 천국인데. 이 높에서 모든 것이 다 보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여전히 저 끝에 보이는 건 여전히 푸르고 울창한 인공으로 만들어진 정원. 빗소리가 톡톡 창문을 때리고 나는 그 소리가 듣고 싶어 귓가를 가져간다. 순간적으로 돌린 시선 옆엔 언제 서 있었는지 모를 김정우가 있었다. 헙. 소리가 새어나오려던 걸 급히 손바닥으로 막아낸 김정우가 안정을 찾은 나의 얼굴에 손바닥을 떼어낸다. 나와 같이 귓가를 가져가면서 우리는 같이 빗소리를 들었다. 한참을 서 있기가 뭐해서 나는 조용히 웅크리며 하얗게 변하는 빛을 쳐다봤다. 이 시간에 뭐해? 나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았다. 김정우는 대답도 없이 내 곁에 엉덩이를 붙인다. 나는 피했던 시선을 마주하며 다시금 물었다. 뭐해, 너. 김정우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핑크색 캐릭터 밴드를 내게 내밀었다. 이미 연고와 치료를 받아 없어진 상처에도 밴드를 주는 의미가 뭘까. 하지만 예전처럼 씹어 뱉거나 찢진 않았다. 만지작 거리고있는 틈을 타 김정우가 말도 없이 다시금 뺏어 밴드를 벗겼다. 그리고 조용히 내게 불쑥 다가와 목덜미에 남겨진 흉터에 아주 조심스럽게 밴드를 붙여준다. 숨을 꾹 참아 뱉고 나서야 간질거림과 함께 핑크색 밴드는 나의 흉터를 삼킨다. 이제 좀 낫네. 김정우의 목소리는 낮았다. 하지만 어딘가 평온해 보였다. 이상한 새끼. 나의 말에 픽 웃던 김정우가 아주 장난처럼 내 볼에 입술을 붙이더니 이내 발악할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뜬다. 뜨끈하지 않은 미적지근한 김정우의 입술이 흉터처럼 볼에 새겨졌을 때 나는 또 다른 흉터가 생긴 것처럼 그 부분이 홧홧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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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여름방학은 시작 되고 날씨는 정말 오락가락했지만 나는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도 기다려주지 않고 곧바로 정원으로 달려 들었다. 야, 김공주!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달려든 나는 후두둑 떨어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아직도 색이 변하지 않는 잔디를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로 뛰어 다닌다. 누가 보면 꼭 미친년 같겠지만 어차피 보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람들이었으니 상관 없었다. 제일 큰 떡갈나무 밑에서 작게 피어오른 클로버를 찾는다던가 아무도 타지 않는 그네를 열심히 탄다던가 마치 어렸을 때 못해봤던 일들을 모조리 지금 당장 해버리겠다는 심정으로 시작된 나는 빙글빙글 힘이 들어 잔디 위로 확 넘어가 넘어지는 것처럼 누웠다. 얼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세지 않았지만 여전히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고 김도영은 또 감기에 진탕 걸리고 싶냐며 짜증을 냈다.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짜증을 내는 김도영을 포섭하려다 베이비, 정말 못 말려. 라고 말하는 루카스를 나와 같은 빗줄기 안으로 끌어 들였다. 우산을 쓰고 있던 루카스도 이내 나의 탱탱볼 같은 행동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우산을 접는다. 야. 루카스! 어차피 꾸중을 들을 거라면 실컷 해보고 꾸중을 들어야지. 루카스는 정말 나와 놀아줄 심산이었는 지 나와 같이 달리기도 하고 어디 선가 꺼내온 공 또는, 놀만한 것들을 가지고 왔다. 비에 축 젖어 늘러 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루카스의 손, 이미 젖어버린 옷들. 하지만 전혀 불편해 하지 않는 나와 루카스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방관할 수 밖에 없는 김도영의 표정. 그리고 이층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던 김정우의 시선에도 나는 여전히 빗줄기를 맞고 있었다. 다만 예전과 달리 우울하지도, 괴롭지도 않았다. 우울할 게 뭐가 있을까. 생사를 모르는 부모님을 내게 묻는 사람도, 질투심에 가득 차 어떻게든 나를 볶아 먹으려던 아이들도,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없는 우리들의 화원에서. 실컷 떠들고 웃고 뛰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기분에 잠깐 멈췄을 때 루카스의 엄지가 어느 새 붙어있던 먼지를 떼며 물었다. 베이비, 왜 울어? 그 물음을 묻는 루카스의 목소리는 컸지만 현관과 정원의 거리는 넓었기에 모두가 들은 것은 아니었다. 루카스, 조용히 해. 얼굴 주변이 홧홧하게 열이 오르는 기분. 하지만 비라고 하기엔 눈가 주위만 따뜻한 물인 걸. 루카스의 말에 나는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기뻐서 운 거야. 사실 기쁜지, 행복한지, 즐거운지 잘 몰라서 눈물이 났다. 이게 뭐지. 나는 뭐지. 방수처리 되지 않은 밴드가 뚝 흉터에서 떨어진다. 겨우 반나절에 떨어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밴드의 여운에 흥이 다 빠져서 루카스를 재촉한다. 들어가자. 놀기 싫어. 변심으로 뻔히 보이는 속내에도 루카스는 아무 말 없이 나의 손을 꾹 붙잡고 내버려뒀던 우산을 들었다. 이미 흠뻑 젖었는데도 꿋꿋하게 루카스는 우산을 씌워졌고 나는 도저히 울 수 없었다. 



8. 아무리 이렇게 굴어도 내 것이 없잖아. 공허함이 말려 들어온다. 너, 진짜 미친년이구나. 바닥에 쓰러져 웃음을 킥킥 흘리는 나를 향해 물었던 아무개의 물음이 떠오른다. 그래, 나는 아마도 미친 것 같다. 결핍으로 피어난 이 맹목적인 공허함이 나를 미치게 만드는 걸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대우를 받아도, 써도 모래 성과 같은 이 이질감. 감기에 걸리지 않게 목욕을 하고 약도 먹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좋은 질감의 옷을 입고 푹신한 침대에 얼굴을 처박아도 나는 이 공허함을 지울 수가 없다. 질식할 정도로 숨어있는 나의 목덜미를 잡아 끌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시선이 김도영이었다. 그러다 너 죽어. 나는 김도영의 말에 히죽 웃는다. 이미 면역이 다 됐다는 듯 흉터를 옅게 만든다는 연고를 나의 흉터 사이에 골고루 펴 바른 김도영은 꼭 이 저택의 안방마님 같아서 나는 그 우스운 상황을 비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엄마. 장난스럽게 그리 부르자 김도영이 눈썹을 움찔 하며 개소리 할 거면 얼른 자. 하며 나를 타박했다. 이내 일어나려는 김도영의 팔을 확 잡아 다시 앉힌 나는 김도영의 어깨 부분에 턱을 가져다 대며 결핍을 감추려 몸을 붙였다. 김도영에게선 새 옷 냄새가 났다. 매번 새로운 옷을 입는 편은 아니었지만 항상 빨래를 한 것 같이 청결한 냄새. 졸려. 나의 투정에 얼음처럼 앉아만 있던 김도영이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럼 좀 자. 어깨에 턱을 괴고 있으니 김도영의 목소리가 저 멀리 동굴 속에 들리는 기분이 들어서 좀 더 귀를 가슴 부근에 가져다 댄다. 재워줘. 나의 투정에 김도영은 말이 없었지만 이내 침이 꿀꺽하고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김공주, 너 다른 사람한테도 이래? 김도영은 한참 말이 없다 내게 물었지만 나는 잠 투정처럼 그 질문을 치워버린다. 몰라. 졸려. 조용히 해. 김도영은 정말 걱정을 한다는 듯 답했다. 이럴 거면 이런 것 까지만 해. 알았지? 당부하는 목소리에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미래는 나도 모르겠으니까. 그때가 되어 봐야 알지 않을까. 꽤나 위험한 생각. 그저 지금 나만의 평온함을 위해 남을 이용하고 싶다. 나를 눕히는 김도영의 얼굴엔 피곤함이 묻어있다. 그 표정은 김정우와 닮아있다. 잘자. 김도영의 손바닥이 나의 눈을 감겨주며 진득하게 그 눈가 주위를 덮어준다. 공주야. 잘자와 공주야 사이의 그 공백의 의미를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도 무거운 다정이 너무 나는 적응할 수 없어서 눈가에서 손바닥이 떼어지자마자 덮혀져 있던 이불을 얼굴 전체 위로 끌어 올렸다. 김도영은 타박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다. 쓸모없는 다정, 김도영은 원래 그랬다. 그 다정의 무게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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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에 떠 있는 신작 알림과 조회수 그리고 초록글까지! ♡〜٩( ˃́▿˂̀ )۶〜♡

예상하지도 못한 반응이어서 조금 당황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사실 여러분이 써주신 댓글 하나하나 꼼꼼히 다 읽어보고 써주신 여러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얼른 왔어요!

그럼 우리 모두 다음 글에서 만나요~ 피드백과 댓글은 저에게 사랑입니다 :.゚٩(๑>ω<๑)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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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헛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와있는데 떠 있어서 후다닥 읽었어요 .. ! 분위기 너무 최고되는 것 같아요 엉엉
5년 전
비회원69.236
다음화가 더 좋아서 다음화를 또 기다리게 됩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5년 전
독자2
작가님! 앞으로 여주가 왜 그렇게 됐는지도 차차 풀어나가실 예정인거죠?!ㅎㅎ 너무너무 기대됩니당ヾ(*'∀`*)ノ♡ 작가님 파이팅!!
5년 전
독자3
글 분위기 너무 좋아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까님 사랑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162.228
보이자마자 바로 읽었어요!!!!
제 인티 첫댓과 두번째 댓글은 다 작가님
글입니다ㅎㅎ
분위기도 그렇고 필체도 그렇고 딱 제 스타일!!!
행복합니다ㅎㅎㅎㅎ
다음편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게요!!!

5년 전
독자4
세상에 너무 대박 ,, ㅠㅠ 작가님 사랑합니다 ,, 글 분위기가 너무 너무 좋아요 ㅠㅠ
5년 전
독자5
모죠...자까님ㅠㅠ이 대작은 뭐죠
사랑합니다ㅠㅠㅠ♡

5년 전
독자6
와 진짜 분위기 최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글 너무 좋아여ㅜㅜ

5년 전
독자7
작가님ㅠㅠㅠㅠㅠ 분위기 너무 좋아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에 숨이 막힙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8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서 한번에 싹 다 읽어버렸어요 몽롱한 꿈속에 있는 느낌이 들다가도 냉혹한 현실같기도 하고 ㅠㅠㅠㅠㅠ글못알이지만 앞으로 계속 보고싶어요 ㅠㅠㅠ♥️
5년 전
비회원14.250
김동영 사랑햐,,, 마크와의 썸띵도 곧 나오겠죠,,,?
5년 전
독자9
작가님ㅠㅠㅠㅠ저 거의 숨 참으면서 봤어요!! 빨려들어갈 것 같은 기분ㅠㅠ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루ㅠㅠㅠ♡
5년 전
비회원19.100
너무 재밌어요 자까님 ,, ㅜㅜ 이런 글 너무 감사해용 💚
5년 전
독자10
정우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요 ㅠㅠㅠㅠ 여주 뭔가 상처가 같은 거 같아요 분위기도 너무 조쿠요.... 루카스도 좋고 도영이도 좋고요... 정우도 좋아요... 다 좋아 헝헝 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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