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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정택운] 010 1110 0524
너는 몇 번이나 시도한 끝에 간신히 전화번호를 알아낼 수 있었다.
매달리고 옆에 붙어서 콕콕 찌르고 짜증내는 거 다 참고.
덕분에 이재환 질투도 한 몸에 받아야 했지만,
너는 계곡에서 들은 한 마디를 떠올려 곱씹었다.
"확실한 건 그 소문 아니니까 믿지마. 이재환한텐 얘기하지도 말고."
너가 흐뭇한 표정으로 뻐근거리는 어깨를 움직였다.
"그리고 궁금한 건 나중에 물어봐."
*
지금 당장에라도 물어보고 싶었다.
이 나이에 이래도 되겠냐만은 보다시피 아직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인지라 말이다.
어차피 전화해봤자 짜증낼 게 뻔한 남자라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그치만 오래 기다리진 못하겠고 내일 쯤 연락할 생각이다.
"이별빛! 뭐해용!"
옆 집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이재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거울을 슬쩍 들여다본 후에 방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쉬고 있어요~"
"쉬고 있었어요~?"
방 침대에 너가 털썩 앉자 이재환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너를 바라보았다.
어김없이 흰 셔츠를 입은 이재환은 창틀에 기대 말을 걸었다.
"비행기 보낸지가 언젠데 답장 안할거야?"
너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깔고 앉은 종이비행기를 발견했다.
머쓱하게 종이비행기를 확인한 너가 실없이 웃어보였다.
이재환은 포기한 듯 고개를 저으며 두 손을 이마에 짚었다.
"정말,"
"근데 아직 답장하기 힘들단 말야. 반은 땅으로 떨어져."
이재환은 너 말에 종이 한 뭉치를 가지고 오더니 의자를 갖고 와 앉았다.
그리곤 종이를 하나 들어올리더니 차근차근 접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우와."
"심심할 때마다 접다 보니까, 짠. 이쁘지?"
이재환은 막 만든 비행기를 너에게로 던졌다.
던지기는 정말 잘 던져서 비행기는 무사히 너의 무릎 위에 안착했다.
너는 그런 비행기에 감탄하다 무언가 적힌 것을 보았다.
[별빛아.]
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재환을 바라보았다.
"이건 또 다른 모양~ 이건 인터넷에 쳐도 안 나올걸?"
이재환은 눈이 거의 소멸할듯이 웃으며 두번째 비행기를 날렸다.
너는 비행기를 받고 어딘가에 써있을 문구를 찾아 비행기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날개 끝 조그맣게 적힌 글씨를 발견한 너가 자세히 들여보았다.
[못생겼어요]
너가 글씨를 확인하자마자 이재환을 째려보았다.
아주 그냥 배 잡고 신나게 웃는 이재환이었다.
근데 왜 귀엽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건지.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귀여워."
이재환의 말에 순간 얼굴이 새빨게지는 느낌이 들었다.
티가 날까 봐 고개를 푹 숙였다.
지잉
때마침 진동소리가 들려 너가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했다.
한상혁이었다.
핸드폰으로 이재환 목소리가 들리기라도 할까봐
여기서 받으라는 이재환에게 손을 휙휙 휘저은 채 거실로 향했다.
*
'야! 너! 그저께 어딨었어!'
"갑자기 왜 이래, 또! 놀러갔었거든?"
'니가 서울에 친구가 어딨다고 놀러가!'
너가 소리를 지르다 이 건물은 방음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치를 보며
핸드폰에 얼굴을 밀착하곤 소리를 줄였다.
"너 말고도 친구 많아. 너 그저께 우리 집 왔었니?"
'그래, 왔었는데 너도 없고 전화도 안 받고.'
삐진 듯한 목소리에 미안함을 느끼는 너였다.
밖에 나가면 도통 핸드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너라 괜시리 서운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니까 문 좀 열어줄래?'
"미쳤어?!"
*
너가 차마 현관문을 열지 못하고 거실을 돌아다녔다.
방 창문은 열려 있고 이재환은 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소문을 철썩같이 믿는 한상혁이랑 이재환이랑 만날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그렇다고 무슨 힘이 있겠는가, 걱정되는 마음으로 살짝 문을 열었다.
"왜 이렇게 안 여냐."
야구잠바를 걸친 한상혁이 치킨을 싸들고 너의 집으로 들어왔다.
가뜩이나 냄새도 잘 퍼지는데 저 냄새 맡고 이재환이 소리칠까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혁이는 그저 해맑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소파로 향했다.
"저번에는 내가 좀 실수했다. 짜증내고 가버려서 미안. 치킨 먹자!"
너가 고개를 돌려 방을 확인했다.
창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고 종이비행기가 또 올려져 있는게 재촉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너의 시선에 상혁이가 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야동이라도 보고 있었냐? 와서 먹어. 이 동네 원래 비싸?"
얼굴을 찡그리며 결국 상혁이한테 다가갔다.
한상혁 목소리라도 옆 집에 안 들렸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상혁아. 음료수 좀 사러 갔다 와주라."
"아, 콜라 마셔."
너는 사이다가 좋다며 박박 우겨댔고 영문도 모르는 상혁이가 결국 떠밀려 일어났다.
머리를 긁적이다 문 앞에 선 한상혁이 너를 바라보았다.
간 사이에 창문을 닫던지 해야하는 너가 빨리 가라고 고개를 휘저었다.
"너 뭐 숨긴 거 있지."
"없는데?"
가려고 할 땐 언제고 집을 둘러보는 한상혁이었다.
혹시나 방 안에 들어갈까봐 방 문 앞에 자리를 잡고 서있는 너였다.
"그 소문 신경쓰고 있는건 아니지?"
상혁이 거실 티비를 바라보다 너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히려 신경쓰고 있는건 한상혁 같았다.
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그, 안 믿게 됬어. 나도 들은게 있어서."
"넌 너무 잘 믿잖아. 아휴, 진짜 그 이재환이라는 사람만 생각하면..."
무슨 방 앞에서 이름을 말하는 한상혁에 깜짝 놀랐다.
방문은 닫긴 했지만 하마터면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질 뻔 했다.
계속 눈치를 보던 너가 빨리 사오라고 한상혁의 어깨를 툭툭 쳤다.
빈틈을 노리고 있던 건지 한상혁이 웃으며 방문을 열었다.
평소에도 집만 오면 너의 방에서 놀았기 때문에 당연히 한상혁은 자연스럽게 열었을 테지만
*
"누구세요."
한상혁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수십년 같은 몇 초뒤에
낯익은 목소리가 대답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어? 친구 분이 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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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더 바쁘네요....^^.....
하지만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ㅠㅠ 방학 전까지 완결은 내야죠!! 으쌰으쌰
재밌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드려요ㅠㅠㅠㅠ유유
브금이 씐나게 수월하게 모아져서 기분이 좋네용 앞으로 몇 편은 브금 걱정이 없어요 (해맑)
내용이 짧은 건 기분 탓..ㅎ 내일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