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지, 여자는 꽃이라고.
근데 나는 아냐, 나는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이런 나를 누가 꽃으로 봐.
정말... 난 그냥 저런 말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비참해지니까.
-3-
"이지은! 어쩜 내가 생각하니까 딱 맞춰서 오냐"
지은이한테 웃으면서 갔는데 어째 지은이 표정이 영.. 처음 교실 들어왔을 때랑 달라보였다.
뭐지? 싶었는데 바로 굳은 표정을 풀며 "내가 쫌 짱이냐?"하며 웃는 지은이 때문에
내가 너무 이상한데에 신경쓰는거일 수도 싶어 별생각 없이 교실을 나왔다.
*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난 후 지은이랑 매점에서 마실 것을 사러 갔다.
"뭐 먹지?"
하며 둘러보는 지은이지만 내가 먹는 건 항상 정해져있다.
내가 뭘 먹든 주위에서는 저런걸 먹으니까 살이 찌지. 이런 식의 반응이라
생수사먹긴 돈 아까워서 옥수수수염차를 마신다.
(아, 하나 말해두는데 이거 먹는다고 절대 브이라인 안된다.)
"어휴 야 물을 왜 사서 마셔?"
"뭐 그냥, 맛있는데 뭘."
"하여튼ㅋㅋ"
어서 계산을 끝내고 매점 밖 벤치에서 지은이를 기다렸다.
"바나나나 바나나나맛 우유~"
한참 후 뚱땡이우유라 불리는 바나나우유를 들고 오는 지은이다.
"그거 맛있어? 난 향이 인조적이라 별로던데.."
"뭐 가끔은 괜찮던데? 아 나 오늘 완전 짜증났다!"
"왜 무슨일인데?"
"늦잠자가지고 갔더니 앞자리만 비어서 앉았더니 오늘 앉은자리가 이번 달 자리래"
"이번 달만이잖아. 공부 잘되겠네."
"나 완전 잠 많은데... 넌 오늘 반에서 무슨일 없었어?"
"반에서?,,,,"
반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 들어가자마자 욕들은거랑, 한예슬한테 맞을 뻔한거랑,
"...푸하하! 야 너 완전 귀엽다"
불현듯 귀엽다고 말한 한빈이가 떠올랐다. 자기입으로 오빠라고 말한 것도 이어서 생각나더니
어느 새 머릿속이 김한빈생각으로 가득해졌다.
"무슨생각하길래 얼굴 빨개져? 큭ㄱㅋ"
"별거아니거든! 있지... 나 오늘 처음으로 아빠아닌 다른 남자한테 귀엽단 소리 들었어.."
"헐..대박. 혹시 그거 김한빈 걔?"
"헐..돗자리 깔래? 너 걔 알아?"
"그냥.. 학교에서 유명하잖아. 근데 친구야 걱정돼서 말하는건데.."
"응?"
"걔 뚱뚱한애들한테 잘 대해준데.."
"아 진짜..?"
한빈이가?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 가볍게 툭 나온 말 같았지만 그 말은 가볍게 들리지 않았는데..
아니 왜 내가 이걸 부정하고 싶은거지? 지은이는 진심으로 날 걱정해줘서 하는 말인데
나는 지은이가 한 말을 별로 믿고 싶지 않았다.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
"어? 그냥.. 소문이 괜히 나겠니"
"그럴수도 있지 여기 근거없는 소문 최다보유자 있잖아."
"아 그러긴 한데 아무튼 걔는 진짜야! 나 걔랑 초등학교 같이 나왔는데 그러고 다니는거 많이 봤어!"
"헐.. 그래?.."
좀 아니길 바랬는데 지은이가 저렇게 강하게 주장하는 걸 보니 정말 그런가 싶었다.
지은이는 소문 잘 안믿고, 겉모습만 보는 애가 아니라 김한빈에 대해서 안 좋게 말하는게 그냥 하는 말은 아니겠지.
조금은, 아주 조금은 섭섭하고 서운해졌다. 걔는 원래 그래서 나한테 '귀엽다'란 말이 아무런 의미가 없겠구나 싶어서.
"헐 여주야! 피해!!"
"어?"
-퍽
"아!"
짧은 신음이 입에서 나왔다.
지은이가 피해란 말에 고개를 돌리자 마자 보이는 건 축구공.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앞이 안 보여 그게 축구공이라고 자각하는 건 맞고 난뒤에 깨달았다.
"헐 여주야 괜찮아? 얼굴좀 봐봐..."
머리가 띵한것도 띵한 거지만.. 것 보다 몸이 축축하고 추웠다..
축구공에 맞아서 들고있던 옥수수 수염차가 그대로 교복 상의에 부어져 축축해진 거였다.
"아...미안"
머리를 감싸쥐고 위를 올려다보니 김지원이 공을 찬 후 달려온건지 숨을 헉헉대며 서있었다.
근데 맞은 것 보단 지금 물때문에 젖은 내 교복셔츠안에 비친 내 속옷이 너무 적나라 해서 부끄러웠다.
황급히 손으로 가렸긴 했지만 부끄러운건 여전했다. 아 왜 하필..
"야!김지원 너 공을 왜 여기서 차"
"..."
지은이가 나를 가려주며 김지원한테 꾸짖는 소리를 한다.
뭐 그러든 말든 지금 교복상태가 말이 아니니 그냥 어디로든 사라지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다.
"야 이거 입어"
갑자기 내 위로 검정 후드집업이 날라왔다. 기분이 얼떨떨했지만
고맙다고 말하기도 전에 반대편으로 달려가버리는 김지원 때문에 그냥 눈만 끔벅거렸다.
"어휴.. 쟤네는 왜저러고 사나 몰라."
옆에서 내 대신 툴툴거려주는 지은이에 그냥 웃으며 괜찮다 하고 후드집업을 입었다.
다행히 사이즈가 XL여서 꽉끼지 않았고
운동하다 온얘 치고는 땀냄새도 안나서 좋았다. 그냥 특유의 김지원이 가진 냄새?라고 해야되나 암튼 이상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
점심시간이 끝나자 지은이와 헤어져 교실로 들어갔다.
"헐? 뭐야 왜 쟤가 저걸 입고있어?"
"저거 김지원꺼 아니야?"
"왜 입어? 존나.. 오염되게"
역시나 이 옷 때문에 말들이 오갈것같았지만 막상 실현되니 주눅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내 자리로 가니 한빈이도 좀 놀란 눈치다. 하긴 상황을 모르면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
근데 의자를 꺼내 앉기도 전에 한예슬이 내 쪽으로 왔다.
"여주야 왜 니가 이걸 입고있어? 안 어울리잖아"
"어? 아..그게"
"벗어"
한예슬이 갑작스럽게 그대로 후드집업의 지퍼를 밑으로 내렸다.
당연히 말리기도 전에 손이 제지 당해져서 후드집업이 그대로 옆으로 펴졌다.
그리고 여과 없이 아직도 젖어있는 내 셔츠, 그리고 속옷이 보여졌다.
부끄러워서 바로 후드집업으로 다시 가리고 그자리에 털썩 앉았다.
한빈이도.. 본건지 몸을 뒤로 뺀다.
" 와ㅋㅋㅋ나 진심 개더러운거 봤어 애들아 김여주봐봐!"
"미쳤어 한예슬? 김여주 일어나."
애들을 내 주위로 불러모으려는 한예슬을 바로 제지하는 한빈이다.
그리고 일어나라며 내게 손을 뻗어서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한 손으론 계속 후드집업을 움켜쥐고.
반아이들이 내 주변엔 없지만 이미 내게 시선이 몰린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손을 잡은 한빈이는 그대로 반 밖으로 걸어갔다.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뭐야"
그리고 나오면서 이제막 들어오는 교복만 입은 김지원이랑 눈이 마주쳤다.
영문도 모른채 그냥 한빈이 손만 잡고 끌려나간다. 어디로 가는지도 이제 수업 곧 시작인데 가서 뭘 할 건지도 모른채
그냥 갔다. 그러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한빈이를 불러 세우려 했다.
"한빈아.."
"..."
"한빈아!"
"...."
근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해서 그냥 크게 김한빈!!하고 외치자 그제서야 우뚝 멈췄다.
"어?"
"어디가는데? 나 이제 괜찮아."
한빈이의 힘이 풀린 손을 놓으며 후드집업을 다시 올렸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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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오늘 좀 불량 길지 않나여??ㅎㅎㅎㅎㅎ 항상 댓글달아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당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