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거짓말을 안하는 사람이라는건 알고있을거고. "
" … "
" 뭐, 너무 불리하다 싶으면 대화에 대한 룰을 너가 만드는것도좋아, 대신 대화를 방해하지않는 선에서. "
" 그건 생각해볼게. "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윤기의 집앞이었다. 이젠 아예 제 집인양 노크도 없이 힘껏 문을 열어젖힌 남준의 발걸음에 자신감이 묻어있는듯했다.
" 속은 괜찮아? "
집에 들어서자마자 윤기걱정인 태형의 물음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약기운이 남았는지 흐릿한 동공으로 애써 태형의 실루엣을 정확히 잡으려는듯 눈을 찡그리던 윤기가 아프지도않은지 찢겨진 다리로 침대로 걸어가 풀썩 걸터앉는다. 창가너머로부터 들어오는 햇빛에 비춰진 먼지가 일렁인다.
" 민윤기, 라고 했던가요? "
" …네? 네. "
걸치고있던 얇은 코트를 벗어 탁탁 두번 턴후 옷걸이에 걸던 남준이 갑작스레 질문을 던지자 윤기가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살짝 경련한다. 다시한번 일렁이는 먼지.
" 집에 자주 안오나봐요, 먼지가 많네. "
" 아… "
" 창문좀 열게요. 환기가 필요할 것 같아서. "
비교적 자연스러운 대화 내용에도 태형은 살얼음판을 걷는것같이 불안했다.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남준이 언제 어떠한 갑작스러운 질문을 해올지 몰랐지만 윤기의 컨디션은 사리분별을 하지 못할정도는 아니였다. 남준이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공기중에 둥둥 떠있던 아주 작은 먼지들이 창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그 모습을 넋놓고 보고있던 태형과 윤기를 본 남준이 피식 실소를 터뜨린다.
" 태형아, 괜찮을것같지. "
윤기의 몸과 정신상태가 최악은 아니었고, 남준은 대화를 하고싶어한다. 무슨 대화일지는 모르지만 아마 태형이 하지 말라고해도 어느샌가 멋대로 시작해버릴 남준이었다. 조심스럽게 끄덕인 태형이 시계를 바라본다.
" 30분만. "
" 알았어 형제. "
여유롭게 씩 웃어재낀 남준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30분, 이정도면 충분하다. 잠깐 실례좀 하겠습니다, 하는 공손한 인사와 함께 창가의 작은 의자를 끌어 앉는 남준.
" 일단 윤기씨, 저는 김남준이고 의사예요. 스물아홉살, 태형이랑 의형제구요.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간략하게. "
" …아, 스물두살, 가족은 없어요. "
" 직업은요? "
" …어, "
" 없군요, 그럼 주로 뭘 통해 돈을 벌죠? "
" 아르바이트요, 그냥 간단한. "
" 예를들면? "
" 전단지를 돌린다거나, 식당 카운터를 본다거나… 낯을 많이 가려서 서빙같은건 안해요. "
취조하는듯한 질문들을 말그대로 '대화'식으로 부드럽게 이끌어내는 남준의 질문을 따라 윤기가 입을 달싹인다. 저런 부분에선 누가봐도 마냥 완벽한 사람인데, 태형이 담배를 물었다.
" 중독자인가요? "
요즘따라 이 질문을 참 많이 듣는 것 같다고 생각한 윤기가 눈을 굴려 태형을 바라보았다. 태형이 괜찮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작은 목소리로 네, 하는 윤기. 그 모습을 본 남준의 머릿속에 메모지가 펼쳐진다. 태형을 의식하고 있는것을 보아 어느정도는 의지하고 호감을 가지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그게 남준의 입장에서 좋은 패가 될지 나쁜 패가될지는 남준도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주제도 의도도 없는 대화속에서 남준이 얻어내려고 하는 승리의 기준조차 모호했다. 그냥 이 상황을 즐기고 싶은거겠지, 태형이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생각한다.
"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
" 아마 17살이요. "
" 왜? "
왜? 윤기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내가 왜 이 남자한테 나에대한것을 말해줘야하는 거지? 저도 모르게 열린 입을 다시 꾹 다물고선 남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 왜 자꾸… "
" 아, 기분 나빴나요? 악의는 없지만 나름 주치의가 된 기념으로. "
" 주치의? "
" 그냥 어쩌다 보니 급작스럽게 맡게된 임시지만요, 저랑 대화해둬서 나쁠것은 없습니다. "
" 태형이가 불렀나요? "
" 네, 약은 왜 시작했나요? "
자신이 하는 질문에는 대강 모호한 대답을 뱉어내고서는 안좋은 기억을 상기시켜내는 남준의 계속적인 질문에 윤기의 눈썹이 확 찌푸려졌다. 말하기 싫어하는구나, 금방 눈치챈 남준이 부드럽게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다.
" 말하기 불편한 내용인가요? "
" …네, 조금. "
" 말 안할거예요? "
" 말 해야하나요? "
" 말해주시면 좋죠. 치료에 참고할수도있고. "
" 무슨 치료요? "
" 약, 끊을생각 없으신가요? "
" … "
" 피는 안섞였지만 태형이는 저한테 소중한 동생이거든요. "
" …아, "
" 아시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태형이는 윤기씨 되게 좋아해요. 솔직히 전 태형이가 멀쩡한 사람 만났으면 좋겠거든요. 아, 윤기씨가 멀쩡하지 않다는건 아니고. "
윤기가 뒷목을 손으로 마사지하듯 몇번 주물거리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하긴, 안그래도 태형은 자신과 어울리기에 꽤 화려한 남자라고 생각되었던 참이고 약을 시작한 이후로 거의 처음으로 약을 끊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위해, 어울리지 않더라도 부족한 사람이 되지않기위해. 소중한 의형제의 애인 혹은 좋아하는 사람이 마약쟁이라니, 아마 윤기가 남준이었어도 탐탁지 않았을것이다.
" 나는 윤기씨가 나한테 얘기 해줬으면 하는데, 치료목적이니까. "
" …그게, "
몸을 움츠린 윤기가 태형쪽을 슬쩍 쳐다본다. 아, 불편하구나. 태형한테 들려주기 싫은 감추고 싶은 부분이구나. 자의는 아니었나보군, 남준의 머릿속에서 윤기의 과거에 대한 그림이 어느정도 윤곽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귓속에 기계 돌아가는듯한 소리가 공명한다.
" 태형아, "
" 어? "
" 형 담배사다줘. 새걸로. "
" 형 끊었다며. "
" 피고싶어, 요 앞이니까 다녀와라. 응? "
" … "
태형의 눈이 윤기쪽을 흘끗, 쳐다보자 입술을 꽤 힘주어 꾹 다물고 있는지 핏기가 싹 가신 입술이 눈에 띄였다. 3초 정도의 짧은 정적, 윤기가 고개를 들어 태형을 눈에 담는다. 이제서야 꽤 선명해진 동공이 두드러져 느리게 꿈뻑인다.
" …다녀올게, 십분도 안걸릴거야. "
잘 다녀와, 이빨을 다 드러내는 남준의 웃음. 윤기의 과거가 듣고싶지 않은것은 아니었으나 태형도 눈치라는게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숨기지않고 다가간다고해도 상대방은 숨기고싶은게 있기마련이었고, 특히 사연이 꽤 많아보이는 윤기한테 굳이 과거를 캐묻고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어쩌면 듣지않는게 자신한테도 윤기한테도 이익일것이라는것을 잘 아는 태형이었다. 낡은 문 손잡이를 잡고선 다시한번 뒤돌아보자 새삼 잿빛분위기인 윤기의 집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숨을 크게 내쉰후 살짝 녹이 들어 쇠냄새가 나는 철제 현관문에 부서질듯 붙어있는 손잡이에 살짝 비친 자신의 노란 머리칼이 이질적으로 보였다. 마치 잿빛이어야하는 세상에, 억지로 묻혀놓은 물감같은, 그런 이질감. 난 윤기에게 어울리는 사람인가, 무턱대고 윤기에게 애정을 강요하는것은 아닌가. 끼익- 하는 낡은 쇳소리를 내며 열린 현관문이 무겁게느껴졌다. 쿵, 답지않게 묵직한 닫히는소리.
" …불안하네. "
태형이 밖으로 나가자 어색한 분위기가 윤기의 집을 가득 메웠다.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는듯하더니 태형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그제서야 윤기를 바라본 남준이 정적을 깼다.
" 들어볼수있을까요. "
" … "
" 그럼 제가 질문할까요. "
" … "
" 성폭행? "
곧바로 맹점을 찔러내는듯한 남준의 날카로운 발언에 윤기의 동공이 엷어진다. 차마 네, 하는 대답이 입밖으로 튀어나오질 않았다. 마치 누군가 목젖을 손으로 꽉 쥐고서는 놔주지않는, 그런 느낌. 그저 죄라도 지은양 고개를 끄덕거리는수밖에 없었다.
" 나도 뒷골목에 살아봐서 알아요, 아마 약에 취하게 한후 성폭행했겠죠? "
" … "
" 그 이후로는 그 기억을 잊기위해 약을하고? 그게 중독이되고. "
" … "
" 몸도 팔았겠죠. "
차갑게 내뱉는 남준의 말속엔 친절도 배려도 없었다. 추궁도 취조도아닌, 그저 윤기의 기억을 그대로 상기시켜 얇은 면도날로 저며내는듯한, 고문.
" 왜 대답을 안하죠? 몸을 팔았나요? "
다 알면서, 다 알면서 윤기의 상처를 멋대로 들쑤셔내는듯한 남준이었다. 사실이었지만 인정하기는 싫은, 그런 사실.
" …혹시, "
" …? "
" 태형이에게도 판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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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꼭 읽어주세요!
안녕하세요 어마어마하게 늦어버린 델루젼입니다..
ㅆ...쓰차를 먹었어요...하... 제가 손으로 똥을자주싸다보니 이런일이 생기네요..고기가 무려 다섯개..
이번주부터는 제가 바빠질것같네요, 내님들 매일매일 기다리게해놓고 정말 입에 5.5개여도 할말이없습니다.
연재주기를 좀 늦춰야 할것같은데요, 한주에 최소 1-2편 정도로 올리고,
틈틈히 독방에 예전에 써놓았던 조각글 몇가지를 글잡으로 끌어올까합니다. 단편으로요.
때로는 내님들이 원하는 소재, 커플링 신청받아서 써오기도할거예요!
항상 제 글 예쁘게 봐주시는것에대한 제 작은 선물(?)로요!
일단 나코틱부터 완결짓는게 최우선이긴하지만 나코틱조차 저의 작은 망상과 조각으로 시작된 픽이다보니
아주 세밀한 사건전개는 짜여있지않아서 사건과 사건사이를 잇는 그런게 부족해요ㅠㅠ
아마 제 예상으로는 나코틱이 거의 절반 조금안되게 전개가 된것같네요,
꾸준히 봐주시는 내 님들께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홈을 파서 자유연재로 할까도 했는데 그러기엔 내님들한테 정도 많이들었고 너무 미안해서 옮기질 못하겠네요ㅠㅠ
홈은 제 글이 주체하지못할정도로 많아지면 옮기겠습니다. (아마그럴일은거의없을것같네요)
항상 책임감 없이 이랬다 저랬다 마음대로해버리는 저를 항상 기다려주시고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혼내시기는 커녕 매일매일 더 걱정해주시고해서 항상 힘이납니다.
정말 혼내주셔도되요 내님들,
쓰차먹어있는동안 여지껏 써왔던 나코틱을 정주행해봤습니다. 정말 오타도많고 표현 부족한부분도많고,
이런 부끄러운글 보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여러분들 감사하다는말을 몇백번해도 모자라요ㅠㅠ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항상 죄송하고 기다리게해서 미안해요 내님들..
때로 화나고 짜증나면 화내고 짜증내셔도 되요! 피드백도 맘껏해주세요!
암호닉도 확인해주세요ㅠㅠ 제가 댓글을 봐놓고 추가하지못하는 경우가있네요ㅠㅠ
혹시 신청했는데 없는 암호닉있으면 댓글달아주세요!
독자분들 내가 진짜 너무 좋아해요ㅠㅠ 댓글도 너무 너무 열심히 읽고있어요!
혹시 질문같은거 있으시면 맘껏해도되요! 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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