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지, 여자는 꽃이라고.
근데 나는 아냐, 나는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이런 나를 누가 꽃으로 봐.
정말... 난 그냥 저런 말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비참해지니까.
-7-
헐...뭐야 지금 쟤네 싸우러 나가는 건 아니겠지...?
아 무슨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건데... 난 오늘 책상에 누운 것 밖에 한게 없는데!!!
한빈이랑 김지원이 나가자 반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마치 나한테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요구하는듯한 눈빛이었지만...
난 정말... 나도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다.
지금 쟤네가 설마 날 두고... 에이. 이건 제쳐두고
정말 싸우려 나간건지도 모르겠고,
김지원이 내게 번호를 물어보는 의도도 모르겠다.
사실, 한빈이가 내게 고백을 했을 때는 믿기진 않았지만 그 눈빛, 말 속에는 진지함이 느껴졌는데
김지원은 그닥 그런 느낌이 안 왔다. 정말 나에게 작업을 걸려고 전화번호를 묻는 것이라면
그 작업은 아마 다른 의미의 작업인 게 분명하다....
"야!! 김여주!!!"
갑자기 앙칼진, 하이톤의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한예슬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보같이 "으..응?" 이래버리고 말았다.
아 설마 보복하려는 건 아니겠지 하고 마음을 졸이며 있었는데
예상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빨리 나가봐!.. 한빈이 맞으면 너 때문인 줄 알아!!"
*
그렇게 한예슬의 명령아닌 명령에 나는 얼떨결에 밖으로 나가 그 둘을 찾으러 나섰다.
시계를 보니 3분있으면 종이치는데 그때까지 못 찾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허둥대며 찾는 중이다.
'아씨..얘네들 대체 어디 간거야?' 하고 짜증이 올라올 때 쯤 갑자기 계단 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번호를.. 따갔다고?"
"어."
"...왜? 너가 왜. 관심도 없었잖아."
"이제 있어."
"진심 아닌 거 같다. 여주가지고 장난치지마."
"장난? 너나 정신차려. 너야말로 걔를 통해서 누굴 보고 있는거야?"
"...걔가 누구를 말하는 거야 지금."
"말 안해도 알텐데. 이지은."
"닥쳐. 걔랑은 이미 끝난 사이된지 오래야."
"..."
헐... 나 이거 지금 계속 엿듣고 있어도 되는건가?
뭔가 이제 막 말을 서로 하는 거 같아서 말리기도 뭐하고
그러다보니 계속 듣고 있게 된다..
근데 지은이가 설마 내 친구 이지은? 아...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그러니까 지은이랑 한빈이랑 사겼던 모양인 거 같은데..
예전에 지은이가 자기 말로 자기도 뚱뚱했을 때 있었는데 사귀던 남자친구가 깨지자고 해서
자기 모습 때문인 줄 알고 살을 열심히 뺐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럼 그 남자친구가 한빈이를 말하는 거고 지금 김지원은 한빈이가
나를 통해서 지은이를 보고 있다..이렇게 보는 거네.
아닐거라고 믿고싶지만 혹시 사실이라면, 너무 비참해지는 느낌이다.
아니 김지원 왜 쟤는 뭘 저렇게 부정적으로 봐? 그럴수도 있는거... 하긴
나조차도 한빈이가 날 좋아한다는 게 안 믿겨지고 사귀는 모습도 상상이 안 가는데
내가 누굴 탓하니...
"사이는 끝났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넌 아직도 미련이있어."
"너가 뭘 알아? 그러는 넌 내가 모를 줄 알아? 너도 이지은 좋아했잖아."
"..."
"이제와서 다시 건드리는 이유가 뭐야."
"난..."
아 좆됐다. 계속 웅크려서 엿듣고 있다보니 발이 저려서 좀 옆으로 뺐는데
실내화 소리가 들린건지 김지원과 눈이 마주쳤다.
뭘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어서 그대로 있어버렸다.
"만약에 이지은이 널 아직도 좋아해도 김여주 좋아한다 할 수..있어?"
"...그럴 일.. 없어. 김지원."
일부러, 일부러 나보고 들으라고 김지원이 한빈이한테 물었다.
정말 못됐다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는
한빈이가 저 말을 하는데 많이 떨려하고
주저하는 거 같아서 좀 마음 한 켠이 씁쓸했다.
내가보기에도 아직 한빈이는 마음이 아예 없진 않아 있어보인다.
그냥 그 마음을 한빈이는 그저 피하고 인정하기 싫어 보일 뿐이었다.
딱히 기분이 나쁘지도, 빈정 상한 것도 아니지만
김지원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거 같아 그냥 소리가 나도 상관없이
일어나서 반으로 갔다. 인기척이 나는 소리에 당황하는 한빈이랑도 눈이 마주쳤지만
뭘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그냥 내 발은 교실로 계속 향할 뿐이 었다.
*
종도 울리고 수업도 한창 진행 중.
왠지 모르게 한빈이와 내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도 흐르지 못하고
벽이 생긴 듯 하다.
뭐 한빈이가 보통 아이였다면 이렇게 말이 없는 것이 당연했겠다.
아니 애초에 내 옆에 앉지도 않았을테고.
괜히 김지원때문에 사이가 멀어진 거 같기도 했지만
잠시나마 착각 속에 빠졌던 날 다시 제정신으로 되돌아 오게 해서
어쩐지 비워내진 기분이다, 마음이.
-툭
왠 쪽지가 내 교과서 사이로 날아 왔다.
"열어봐.."
그제서야 한빈이가 보낸 건 줄 알고 종이를 펴보았다.
[나랑 지원이가 대화한 걸 다 들은지, 중간에 들은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만 약속해, 오해는 하지 말아줘.]
============================================================
어제 안와서 혹시 애탄분있을까?ㅎㅎㅎ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안 온 이유는 쇼돔보고나서 매우타이어드 해서..
짤막하게 듣는 삶의 원동력이 개꿀이네옄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