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서 일기장을 읽는데 밖에서 물방울 소리가 들린다.오늘자 신문에서는 '맑음'이라고 적혀있었는데.소나기인가보다.추적추적 내린다.마치 그 날 처럼. 난 아직도 믿기 힘들다.아니,믿고 싶지 않다.십 여년전,그 해맑던 소년이 허무하게 생명을 다 했을리가 없다.소년의 몸이 자연으로 돌아가는걸 보면서도 관안에서 자던 소년은 그를 꼭 닮은 인형이고,우리가 놀던 계곡에 있는 조그만 무덤은 그저 언덕이거나 아이들이 놀다가 만든 모래집일꺼라고 그 때부터 수 년간 합리화를 해왔다. "개울 건너 큰 집에 사는 사내아이 있죠?어제 죽었다 그러드라구.그리고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자기가 죽거든 자기가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구..." 잠이 들 무렵,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듣고 말았다.잠이 순식간에 달아났었다.그 말을 들은 나는 시체 묻는 곳에 따라가지 않기로 결심했었다.가면 눈물이 날게 뻔했다.울다 지쳐서 쓰러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일은 자신이 원하는 것 처럼 되지 않는다.부모님이 나를 데려갔다.그리고 난 보고야 말았다.어머니가 말하렸던 그 옷은 소나기 오는 날 입고 놀았던 옷이였다.소년은 그 옷을 입고 관안에서 편안하게 잠든 것처럼 보였다.내가 깨우면 일어날 것 같았다.온기도 남아있어 보였다.호기심이 가득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어디로 놀러갈껀지 물어볼 것 같았다.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관의 뚜껑이 닫히고,소년의 관이 흙속에 묻혔다.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나지 않았다.그냥 멍했다.멍하게 서있던 나를 누군가가 불렀다. "얘,네가 우리 재환이 친구 '정택운'이니?" 소년의 어머니인것 같았다.왠지 소년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그러고 보니 그때는 소년의 이름도 몰랐었다. "너랑 놀고 집에 온 날에는 집에서 계속 '택운이가,택운이가.하면서 네 이야기를 했단다.아픈데도 어찌나 해맑던지.재환이가 떠나기 전에 그랬어.택운이와 처음 만난 개울가에 묻어달라고,나 묻을때 택운이 꼭 불러달라고,그리고 평생 자신을 잊지말라고.어찌나 애처롭던지.그런데 네가 누군지 몰라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뻔 했는데 택운이,네가 정씨네 아들이였다니.분명 재환이도 하늘에서 기뻐할꺼야."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기 무삽게 나는 울면서 주저앉았다.'엉엉'하고 우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널리 퍼졌다. 그 이후엔 울다가 지쳐서 쓰러진거 같다.눈을 떠보니 나의 방이 아니였다.방이 상당히 넓었고 침대,책걸상,장난감,서랍 등이 전부 새 가구였다.방 밖을 나갈려고 문 근처로 가보니 아주머니와 우리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내가 나가면 나에게 재환이와 있었던 일들을 물을 것이 뻔했다.재환이와 있었던 일을 입밖으로 끄집어 내면,또 다시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그래서 나는 그냥 방을 둘러보기로 했다. 벽에 붙어있던 사진을 보았다.손으로 '브이'를 한 채 활짝 웃고 있는 재환이가 보였다.보고 있기만 할 뿐인데 재환이의 목소리가 들렸다.갑자기 울컥해서 황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나의 눈에 띈 것은 커다란 보물상자.열어보니 잡다한 것들 뿐이였다.조약돌,장난감,인형,과자 등 정말 잡다한 물건들이였다.그리고 상자 밑바닥에서 예쁘고 공책과 또 다른 보물 상자를 발견했다.공책은 꽤 오래되어 보였고,보물상자는 내 품에 들어올 만큼 아담했다.호기심에 공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X월 X일 X요일:오늘 그 아이의 이름을 알아냈다.학교 선생님께 물어보니 '정택운'이라고 했다.그 아이는 내 이름을 알까?> 〈X월 X일 X요일:택운이와 함께 놀았다.나에게 참외와 무우를 줘서 먹었다.예쁜 꽃들의 이름도 알려줬고 꽃들도 따다줬다.보물상자에 넣어둬야지.> 〈X월 X일 X요일:놀다가 비가와서 놀랬지만 근처에 있던 풀숲으로 만든 집으로 들어가서 비를 피했다.풀집 이름이 수숫뭐시기였는데 아무튼 택운이가 가르쳐줬다.내가 안쪽에 있는 바람에 택운이는 비를 많이 맞았다.너무 미안했다.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택운이가 업어다 줬다.너무 행복했다.> 〈X월 X일 X요일:너무 아프다.약먹으면 낫는다고 했는데.의사선생님 거짓말쟁이.> 〈X월 X일 X요일:택운이 보고싶다.> 이후로 일기가 쓰여져있지 않았다.첫 일기부터 마지막 일기로 갈수록 글씨가 이상하게 써져있었다.아파서 그랬던걸까.일기장을 덮고 옆에 있던 보물상자를 열었다.내가 따다줬던 꽃들이다.들국화,싸리꽃,등꽃,그리고 보라색이 좋다며 유독 아꼈던 도라지꽃까지 다 모아 놨다.한 입 먹다 남은 참외와 무우도 있었다.분명히 맛없다고 내팽겨쳤었는데 다시 들고와서 넣어놓았나보다.보물상자를 끌어안고 다시 울고 말았다. 밖에서 어머니가 나를 블렀다.재환이의 일기장과 보물상자를 들키지 않게 챙기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방에서 나왔다.집에 도착할때까지 들키지 않았다.그 날 이후로,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덤을 찾아가서 도라지꽃을 놓고 갔다.잠자기 직전에 일기장을 읽고 잠들기도 했다.심지어 꿈에서 재환이와 함께 놀던 꿈도 꾸었다.자다가 일어나면 '내가 왜 깨어났을까.'라고 생각라며 다시 잠들기도 했다.하지만 다시 꾼 꿈에서는 항상 내가 무덤앞에 서 있었다.사실 요즘도 그런 꿈을 꾸고있다. 그러던 어느 날,어느 때 처럼 학교를 마치고 재환이에게 줄 도러지꽃을 들고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었다.재환이의 집에서 낮선 사람이 보였다.아주머니나 아저씨는 아니였다.불안감이 엄습했고,징검다리에서 다시 되돌아가 큰 집 앞으로 뛰어갔다. "넌 누군데 남의 집 앞으로 급하게 뛰어오니?" "혹시 여기 재환이네 집 아니에요?" "우리집에 네 또래인 아이는 없단다.학연이는 한참 너보다 나이가 많은데...혹시 전 집주인 아들인가?아무튼 재환이라는 아이는 없단다." "죄송합니다." 그 일 이후로 아주머니와 아저씨를 뵌 적이 없었다.혹시 자신의 아들의 무덤에 와서 꽃을 놓고 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전혀 그분들의 모습을 볼수 없었다.아예 오질않는건지,아니면 내가 갈때와 시간이 겹치지 않는건지는 모른다.하지만 잡초들이 정리되지 않는걸 보면 아무래도 오지 않는것 같았다.그래서 난 중학생때부터 정리해주기 시작했다.물론 요즘도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재환이가 몇개월 뒤면 잊혀질 '소나기'일줄 알았다.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갑다기 세차게 쏱아지다가 금방 그치는 비일줄 알았는데,비는 그칠줄 모른다.그저 야속하게 계속 내릴 뿐이다. 나는 들고있던 보물상자와 일기장을 다시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소나기가 그쳤다.창밖에 어린 남자아이 둘이서 징검다리에서 장난치고 있다.어릴적 재환이와 내가 겹쳐보인다.아이들을 보곤 피식 웃으며 옷을 챙겨입고 집밖으로 나섰다.도라지꽃도 잊지않고 챙겼다.재환이와의 추억을 곱씹듯 징검다리를 건넜다.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재환이가 떠나기전에 이름을 불러줬어야했다.후회가 파도처럼 빌려온다.언덕앞에 도착해서 도라지꽃을 내려놓고 인사를 건냈다. "재환아,나왔어." 소나기는 그칠줄 모르고 하염없이 내릴뿐이다. 황순원작가님의 소나기를 읽고 '뒷편은 어떨까?'라고 생각해서 써봤어요 헤헷..글잡도 처음이고 써보는거도 처음이라서 어색하네요.포인트는 앞으로 계속 10p로 할 예정이에요.글 다루는 솜씨가 워낙 서툴러야지..비록 기숙사라서 자주 못올것 같지만,댓글로 소설이나 동화중에 각색하기 괜찮겠다 싶은걸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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