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제 간 택 (皇帝揀擇) 04
: 현명한 여인을 태자빈으로 삼아, 태자빈으로 하여 태자를 정하도록 한다.
"마마, 서두르셔야 합니다-!"
"옷,옷은 어디있느냐!"
"탁자에 올려놓았나이다! 대체 해만 뜨면 일어나시던 분이 오늘따라 이리 늦으시면 어찌합니까!"
"빨리 준비할터이니 잠시만,잠시만이면 된다."
"다른 저하들께선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내 어서 나갈테니, 먼저 가서 저하들께 먼저 드시라 말씀드리거라."
새벽녘, 종인 저하와의 만남 이후 들어와 잠시 누워있는다는 것이 깜박 잠에 들어버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나를 설마하고 찾아들어온 향단이가 깜짝 놀라 나를 깨웠다.
향단이의 호들갑에 겨우 잠에서 깨었을 땐, 약속된 조찬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였다.
급하게 얼굴을 씻고, 머리를 빗고, 옷을 집어들어 정신없이 껴입었다.
빗어도 단정해지지 않는 머리를 결국 하나로 묶어 올렸다.
궁 내에서는 뛰지 않고, 문을 벌컥 열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첫 조찬부터 늦어버린 나에게 원칙 같은 것이 우선시될 리가 없었다.
급한 마음에 벌컥 문을 열고, 신을 신고, 치마를 걷어부쳐 뛰려하던 참에 문 옆에 기대어 서 있는 한 인영을 보았다.
"ㅎ,흐앗!"
"네 몸종이 이르기를 곧 나온다 하였건만, 이리 기다리게 하면 어찌한단 말이야."
한참을 기다렸다는 듯,피곤한 눈빛으로 나른하게 나를 쳐다보시는, 1황자 저하께서 서 계셨다.
"어...어찌 먼저 가시지 않고..."
"내 너와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였는데, 어찌 사내 놈들 사이에서 첫 인사를 나누란 말이냐."
"ㅇ,어제는 경황이 없어 저하를 찾아 뵙지 못하였습니다. 소녀, 저하를 만나 무한한 영광이 아닐 수 없나이다."
"나 또한 어제 빈을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컸었다. 내 1황자, 김 민석이라 한다."
* * * * *
저하와 함께 나란히 걸어 춘현전의 건너편 건물까지 가는 길은 어색함에 땅만 보고 걸었다.
저하께서도 별 말이 없으시고,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가셔서 그 뒤를 졸졸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저하께서 멈추셔서, 나도 따라 멀뚱히 서게 되었다.
"저하, 아니 가십니까? 다른 저하들께서 기다리고 계실텝니다."
"어찌 내 뒤를 따르는 것이냐. 너는 나의 빈이지, 나인들이 아니지않느냐?"
"ㅇ,예?"
"얼른 이리 옆으로 오래도."
그저 저하를 멀뚱히 바라보며 서 있자, 저하께서 나에게로 다가오셨다.
그렇게 다가오셔서는 내 오른 손목을 끌어당겨, 자신의 옆으로 오게 하시고는, 금세 다시 손을 떼 버리셨다.
"ㅋ,큼. 꼭 내가 이리 움직여야겠느냐. 어서어서 오래도."
갑자기 닿은 저하의 손길에 나 또한 당황하여 저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때, 저하의 귀 역시 붉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뭐랄까, 툴툴대시는 어투와는 다르게 귀여우신 모습에 조금은, 설렜던 것만 같다.
그렇게 조금을 더 걸었을 때, 저멀리서 계단에 걸터 앉아 계시는 나머지 세 저하의 모습이 보였다.
"형니이이이임-! 어서 오십시오! 저 배고픕니다아아!"
종대 저하께서는 크게 손을 휘두르시면서 소리를 지르셨고, 종인 저하께서는 급히 내 쪽으로 달려오셔 나와 민석 저하의 등을 떠미셨다.
"저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어서 먹어요! 어서!"
"먼저 드시라 향단이가 전하지 않았습니까?"
"에이-,빈과 함께 하는 첫 조찬인데, 어찌 저희만 먼저 수저를 들겠습니까-."
종인 저하께 이끌려 조찬을 하러 들어갔다.
식사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민석 저하, 준면 저하, 그리고 종인 저하께서는 묵묵히 드셨지만, 종대 저하께서는 끊임없이 옆에 있는 종인 저하를 괴롭히셨다.
"종인아, 콩을 다 골라내는 것을 보니, 역시 아직 어린 것이구나."
"콩 안 먹는다고 아이가 된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요."
"무슨 소리냐. 성년이 1년이나 더 남은 네가 아이가 아니면 무엇이냐? 골고루 먹어야 쑥쑥 크는 것이다."
콩만을 쏙쏙 피해 드시는 종인 저하의 모습을 지켜보시던 종대 저하께서는 막내 동생을 훈계하듯, 짐짓 엄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으나, 말투에서 장난스러움이 묻어났다.
그저 조용히 대꾸를 하며 식사를 하시던 종인 저하께서는 아이 취급하시는 종대 저하의 모습에 아무 말 않고 종대 저하를 쳐다보셨다.
"자, 어서 콩을 먹어야 쑥쑥 클 것이 아니냐-."
"쑥쑥 커야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형님이 아닙니까?"
"ㅍ,푸흣-."
"형님들도 웃지 마십시요. 두 분도 쑥쑥 커야하는 것은 같지 않습니까?"
결국, 불퉁한 얼굴을 하고 계시던 종인 저하께서 한 마디를 하시자, 종대 저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종인 저하의 뼈 있는 한 마디를 듣고, 나머지 두 저하께서도 웃음을 터뜨리셨으나, 입이 삐쭉 나온 종인 저하의 툴툴대는 어투에 조용히 식사를 계속할 뿐이셨다.
* * * * *
식사를 한 후, 어제 준면 저하와의 약조대로 준면 저하와 내 방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
"아직, 어지러운 방 안이라 저하를 모시기가 부끄럽사옵니다."
"아닙니다. 충분히 단정한 모습이 아닙니까."
저하께서 방을 한 번 둘러보시고는, 겹겹이 쌓여 아직 정리되지 않은 서책에서 눈길이 머무르셨다.
"서책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예, 혼자 할 일이 없어, 책을 보는 것을 즐겨하였습니다."
"그럼, 혹여 황실 도서관에 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요, 다만 황실 도서관은 황제 폐하와, 사서들을 제외하고는 폐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무슨 걱정이십니까. 몰래, 들어가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차피, 아바마마께서는 늦은 밤이 되어야,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하실테고, 게으른 사서들은 도서관에 눌러 앉아있지 못하니,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있겠습니까?"
암호닉 |
언제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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