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선배의 얼굴에 적잖히 당황했다. 선배와 분명 같이 눕긴 했지만 피곤했던 탓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어버린 자신이었기에…. 그래도 이렇게 다정하게 선배를 보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최근들어 선배에게 온 갖 몹쓸 짓이란 짓은 다 해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어제도 그렇고, 얼마 전, 한 달 전… 내가, 남우현이, 선배한테 잘 해준 적이 있었긴 했나?
선배에게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가득하다. 하지만 한 번 틀어진 이상 다시 예전처럼 행동하기도 뭐했고 지금처럼 이렇게 가자니 자신이 미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복잡해지는 머릿 속에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는데, 자신의 눈가 옆에 작은 밴드가 붙어있다. 며칠 저 집에서 선반에 찧어 상처가 났었는데, 보나마나 선배가 해준 것이기에 우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성규…. 자신이 어제 그렇게 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자신을 챙겨주는 성규가 바보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우현이다.
"선배는 아프지도 않나."
자신의 눈가와는 다르게 성규의 볼에 길게 난 생채기에 자신이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구나, 미쳤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우현이다. 침대 옆 탁자에 그대로 올려져있는 약통에, 새끼 손가락에 약을 짜 조심스레 성규의 상처 위에 발라주었다. 긴장한 탓인지, 미안한 탓인지, 여러 감정이 섞인 채 약을 바르는 우현의 손은 미세하게 떨려왔다. 내가 선배를 만나는 게, 맞는 걸까? 맞는 거에요 선배?
"……우현아, 우현아…"
갑자기 부스럭대는 성규에 놀란 우현이 굳은 채 가만히 있자 우현이 떠나기라도 할 듯 뒤척이며 우현의 옷자락을 꽉 쥐는 성규이다. 그런 성규에 가슴 한켠이 찡해지는 우현이다. 우리가, 미련했어요 선배. 미련했어. 다시 잘 해주지 못 했던 나도, 바보처럼 다 받아주기만 했던 선배도. 잘 해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다정한 말 한마디 건내는 게 뭐 어렵다고. 좋아한다 말하는 게, 사랑한다 말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이렇게….
얼른 선배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얼른 그 작고 귀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자신만. 갑자기 크게 부풀어 들뜨는 마음이, 꼭 어린아이 같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먼저 선배에게 미안하다 말하고 싶다. 자신이, 잘못한 게 분명 맞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을 때까지 기다려줘 고맙단 말도, 너무 사랑한단 말도… 모두, 다.
오랜만에 깊게 잔 탓인지, 몸이 상쾌했다. 우현과 함께 잠들어서 그런가…. 하지만 옆을 바라보니 어디갔는지 우현의 자리는 비고 없다. 아침 일찍 나간 건가. 아쉽다. 얼굴 더 보고싶었는데. 어젯 밤 두 명의 우현을 만난 것 같았다. 요즘들어 까칠하고 무서운 우현, 예전처럼 다정했던 우현. 분명 같은 우현이지만 확실히 달랐다. 하지만 어떤 우현이든 자신이 좋아함은 다름이 없었다.
"일단, 씻자."
하면 할수록 꼬리를 물고 끊이질 않는 생각에 일단은 씻는 게 나을 듯해 방을 나서 화장실로 향하는 성규이다. 어…? 식탁 앞에 앉아 가만히 앉아있는 건, 우현이었다. 아침 일찍 나간 게 아니었구나. 근데 왜, 안 가고 가만히 있지. 왜일까? 부르고 싶은데, 내쳐질 것만 같은 느낌에 포기하고 최대한 발걸음 소리가 안 나게 조용히 걸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 기다린 것도 있는데 더 못 기다리겠어.
"…선배."
자신을 부르는 우현의 목소리엔, 울음기가 가득했다.
…우현아, 울었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성규는 고개만 틀어 우현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우현 눈빛 역시 촉촉히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운 게, 맞구나. 우현이 네가 왜? 갑자기 나한테 미안해진 거야?
그런 거야? 후회해? 아…파 우현아?
"대답 안 해도 돼. 들어요."
"……"
"미안해요, 다."
"……"
"고마워요. 정신 차렸어 나."
우현아… 남우현. 먹먹해진 가슴에 입만 벙긋거리는 성규이다. 미안해요, 이 말을 듣는 순간부터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게, 고맙단 말을 듣고 나서는 바로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미안해할 게 누군데, 고마워할 게 누군데…. 나도, 나도 다 미안해 우현아.
"아…"
"좋아해요, 이 말엔 대답 좀 해줄래요?"
"……"
"해줘요, 제발. 선배도 그렇다고. 그래야 알 것 같아요."
주체할 수 없었다. 얼굴이 눈물로 범벅된 것도 모자라 아이처럼 소리내어 엉엉 울기 시작하니 우현이 다가와 떨리는 어깨를 안아주었다. 이제야, 이제야….
"대답, 안 해줄 거에요?"
"으으…, 남우현…"
"왜, 김성규."
성규는 떨리는 입술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기분이 좋았다.
우현아 우리,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도, 나도 여전히 좋아해."
더보기 왜 이렇게 오랜만인 것 같죠 그대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불규 입니다 반가워요 그대들....ㅠ.ㅠ 원래는 어제 오려 했으나!
공연을 보고 집에 늦게 들어온 탓에 바로 잠들어 버리고 말았어요.. 오늘도 좀 늦은 건 사실이네요 죄송해요☞☜..♡
내용이 급 전개가 된 것 같은?! 빨리 행복한 현성이들이 보고싶어 우현이를 급 정신차리게 해버렸네요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브금도 바꿔보았어요.. 어울릴지 걱정이네요 흑흑..
앞의 현성이들이 너무 우울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금 나아진, 달달한 현성이들을 맛보시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불규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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