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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김리을 전체글ll조회 935l 2
그날은 소스라치게 찬 빗방울이 떨어지던 날이었다. 하늘은 울부짖되 성대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듯 깊고 무거운 음성을 뱉고 있었다. 벼려진 칼날처럼 날카롭게, 하지만 몽둥이처럼 무디고도 둔탁한 바람은 귓가 언저리를 끊임없이 저며내고 있었다. 코 끝에서 고드름이 얼어가고있는 기분이었으며 하얗게 피어나는 한숨은 얼음 결정이 되어 후두둑 떨어지는듯 했다. 그래, 그날은 다름아닌 12월의 한 가운데였다.    

일년의 끝달, 그리고 겨울의 시작. 문득 참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과 시작이 동시에 시작되는 이 모순되는 달은 사실 지독히도 아플법한 시간의 강 이었음을 내가 잊었던 적이 있었나. 끝은 찾아오되 아직 시작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것은 너와 나의 모습을 기괴한 그로테스트로 찍어냄이 아니었을까, 또 보자는 너의 말을 끝으로 그래, 시린 겨울은 시작되고 있었다.    

    

고막의 손상이 심각하다고, 아마 왼쪽 귀의 청력은 돌이킬 수 없으리라고 덤덤한 얼굴로 의사는 내게 고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그것은 내게 벼려진 독 가시처럼 다가와, 지독히도 아프고 고약하게 박혀버리고 말았다. 물이 고인듯 먹먹한 왼쪽 귀는 소음기를 부착한듯 더이상 아무 소음도 잡음도 담아내질 못하고 있었다.    

병원 밖으로 나오는 길은 무수히도 길고 긴 고난의 거리였다. 나는 이제 반쪽짜리 소리밖에는 듣지 못한다.. 문득 너의 음악이 들리는듯도 했다. 길고 고아한 손가락으로 무엇보다도 고귀한 선율을 자아내던 너의 순간은 고장난 귀 한쪽에서도 무리없이 들리고 있었다. 눈도 망가져버린것일까, 홍채에 새겨버린듯 시큰하고 선명한 네 모습은 결코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인생은 피아노곡과도 같은것이라던 너의 시적인 말은 늘 간직하고 있다. 괴테를 참 좋아하던 너는 글과 악보를 써 내려가는것을 참 좋아했지, 혹시 지금은 악보의 어느부분을 달리고 있니. 나는,너는, 그런 우리는. 혹시나 심술궂은 작곡가가 악보에 무작정 마침표를 그려버리지는 않았을까 두려워진다. 더이상 울리지 않는 피아노는 그저 흑백의 쓸쓸한 무채색에 물들 뿐이리라. 혹여나 내 귀 또한 더이상 울리지 않을까, 고요한 공기의 울림이 너무도 무겁고 아프게 다가온다.    

그리곤 울컥 울음이 꾸역꾸역 성대를 타고 치밀어 올라와버린다. 너무도 긴긴 시간동안 억눌려 있던 신음이었기에 그만큼 처절하고 가엾은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었다.    

    

이해를 바라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너의 행위였다. 사랑이리라, 나를 사랑해서, 그래서 붙잡아두고싶어서. 응, 그래서.    

"흡.."    

흐윽, 흐끄윽, 미처 삼키지 못한 고름이 찰대로 차버린 썩은 울음과 함께 결국 성대를 통해 흘러나왔다. 너무도 차갑고 거칠었던 너의 주먹질과 발길질을 기억한다. 발끝에 피가 묻어나자 그저 서늘하게 쏘아보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내 왼쪽 귀에 지휘봉을 꽂아넣던 네가 나는 너무도 선명해서 미쳐버릴것만 같다.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로맨틱할것만 같았던 우리의 만남은. 깨끗하고 투명한 글라스같았던 그 순수한 감정은 본인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거리낌없이 배척을 논하는 세속의 눈길로 인해 결국 깨어지고 말았다. 가엾은 유리잔은 담은 물을 모두 놓쳐버리고 말았다.    

한 순간에 모든것을 잃게 된 남자의 분노는 모두 내게로 향했다. 널, 널 안지만 않았어도, 네가 내 옆에 있지만 않았어도,    

내가 널 사랑하지만 않았어도.    

차라리 네가 죽어버린다면 좋을텐데.    

    

미쳐버린 지휘자의 지휘봉은 길을 잃고 헤메었다네. 거 참 가엽기도 하지. 구슬픈 선율은 피아노의 것, 그날은 비가 내렸지.    

    

사실 귀에 지휘봉이 박혀든 그 순간까지도 나는 아무것도 자각하지 못했다. 사랑을 후회한다며 괴로운 고해성사를 이어가던 너는 잔상처럼 흐릿할 뿐, 욱신거리는 것은 몸이 아닌 심장이었다.    

우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현실로 내팽겨질때 까지도, 그렇게 나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너의 낮은 비명이 찢겨나간 내 안의 무언가와 함께 흩어지며 너는 결국 흐느꼈지.    

"내가..내가 미안해, 내가 미쳐버린거야"    

그래. 우리는 사랑에 미쳤었다, 그 미쳐버린 시간들이 나는 가장 행복했었는데.    

"병원, 병원을 가야해..병원..준수야 내가 미친거야, 난..난 이렇게까지 할 생각 없었어. 내가 널 어떻게 이렇게만들어, 어?"    

덜덜 떨리는 네 목소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면 그건 정말 미친걸까. 끔찍한 고통이 윙윙 머리를 중심으로 온 몸에 감도는데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게아니면, 기어코 너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기 위한 나의 발버둥인가.    

"준수야..내가..내가 널..나는...죽으면 안돼 준수야, 네가 사라지면 난 정말..준수야 나는 널..."    

흐려지는 눈앞은 원망스러웠다. 고통또한 흐려져 감에도 나는 소리없는 절규를 외칠 수 밖에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눈을 뜨면 네가 보이지 않을것을 아니까. 끝까지 가장 아쉬웠던 것은,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너의 음성을 귀에 담지 못했다.    

미친 사랑의 서막은 이제야 드러났음에도.    

    

묵직한 눈꺼풀을 온 힘을 다해 겨우 들어올리자 예상했듯 흰 벽지만이 눈에 들어찼다. 허망하기까지 해 왔다. 예전같았더라면 너는 그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내 머리칼을 쓸어넘이고 있었겠지, 그리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할거야. 좀 괜찮아 준수야?    

몽롱한 정신으로 너를 회상하는 와중에 누군가가 말한다. 좀 괜찮나요?    

퍼뜩 든 정신에 앞을 바라보니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길죽하고 서늘한 인상의 그는 별 감정이 실리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왼쪽 귀는..."    

귀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듯 합니다."    

뭐야.. 두리뭉실하고 명확치 않은 그 설명이 별 생각 없던 내게 오히려 불안감을 물어다 준다. 그나저나    

"저 데려온 남자는 어디갔어요? 그러니까, 키는 크고요..목소리는 낮고 되게 멋져요..또.."    

아주, 아주 잘생긴 남자에요. 웃을때는 눈꼬리가 접혀서 순해져요. 우리 둘은 웃을때 눈이 접히는게 닮아있었어요 아니 결국엔 서로가 닮게끔 맞춰간걸까요 아니면..    

"울지마세요 환자분, 보호자분은 곧 오실거에요."    

하이톤의 높고 거슬리는 음성이 귀를 긁는다. 의사 옆의 간호사였다. 미처 보지도 못했던 그녀의 위로는 감사 보다는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내 눈앞에 박유천이 없는데 무슨말이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의사와 시선을 마주했다. 같지도 않은 간호사의 위로보다는 저 푸릇하고 서늘한 시선이 오히려 와닿는 기분이었다. 꼭 나를 현실로 붙잡아당기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 마치 박유천의 지휘봉처럼.    

"나 퇴원시켜줘요, 나 이제 괜찮아."    

시선의 끝에 왜 네가 아닌 저사람이 서 있는거야 유천아.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내 고장난 귀가 한껏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거기에서 심장이 뛰기라도 하는 양.    

    

당연스럽지만 즉시 퇴원은 불가하다 했다. 3주 동안의 긴 긴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내고나자 의사는 내게 고했다. 왼쪽 귀의 청력을 잃으셨습니다. 고막의 손상이 워낙에..심각해서요. 뾰족한 물건에 찢겨져 나간듯 말입니다. 그 말이 다시 뾰족하게 내게 박혀오는듯 했다. 후에 인공 고막을 부착시키는 방안도 있다 했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뤄두겠다고 덤덤히 말했다.    

왜냐면 이 상처는 네가 만들어 준 거니까.    

몸뚱아리에 새겨졌건 발길질의 흔적은 이제 더이상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너를 이제 한동안 볼 수 없겠구나 짐작한다. 잠적했을꺼야, 어디론가로. 짧았던 우리의 흔적또한 모두 네가 지워버렸겠지.    

그래서 나는 이 망가진 귀라도 붙잡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것만 같다. 소실된 청력이 마지막 흔적이 될 줄이야, 씁쓸함에 텅 빈 웃음이 새어나온다. 공허하고 외롭기만한 그런 웃음이.    

6개월. 의사는 내게 6개월을 말했다. 그 안에 수술을 하지 못한다면 귀는 그대로 서서히 아물어 갈 겁니다. 그럼 수술 성공률은 점점 낮아져요, 꼭 6개월 내로 다시 오셔야 합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느낌이었다.    

    

스산한 12월의 바람이 겨울비와 함께 나를 맞이했다. 길었던 회상을 끝내고 나니 어느새 나는 또 외로움 한복판에 서 있었다.    

정처없이 걸었다는 말 만큼 알맞은말이 또 있을까, 걷고 또 걸어. 겨울의 싸늘함에도 채 얼지않은 눈송이들이 어깨를 적시고 온몸을 적셔도 개의치 않고 걷고 또다시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너와 나의 집.    

    

어느새 녹슬어버린 경첩의 낡은 신음소리만이 문을 여는 나를 반겼다. 너에게 늘 커피를 끓여주었던 낡은 커피포트, 내가 즐겨입었던 샤워가운, 우리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담은 작은 앨범. 무엇하나 남지않은 이 빈 공간이 그제야 낯설게 느껴졌다. 다 버려버린 걸까 네가 나를 버렸듯, 그렇게 너는 낮은 신음을 흘리며 죄 흩어놓은걸까. 그런 네 모습을 상상하니 미련한 나는 너를 동정한다. 힘들었겠지, 네가 나를 짓이기고자 했을때 너 또한 숨가쁘게 힘들었음을 나도 아는데.    

문득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지금 아마도 죽어버릴듯 힘든 여정 중이라고.    

그렇게 힘들어 할 거면서 도데체 왜 버린거니, 어리석은 유천아.    

유일하게 덩그러니 남아 있는 피아노 한대를 지긋이 보며 말한다. 저건 내 몫의 버려야 할 것이라는 걸까, 고아했던 네 손가락이 스쳤던 피아노를 바라보자 레퀴엠을 연주하고 싶어진다. In paradisum, 천국에서. 장송곡에 걸맞지 않는 경쾌한 음율. 그리고 너와 내가 참 많이 좋아했던 곡.    

늘어진 피아노 건반이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레퀴엠을 입에 잡아 물었다. 내 열 손가락또한 우적우적 잡아물은 건반은 이내 집착스럽게 곡을 연주한다.    

    

슬프고 늘어진게, 장송곡에 딱 알맞는구나.    

    

습기가 스며들어 눅눅해진 방 안의 공기가 습하게 허파에 들어찼다. 바깥과는 달리 온도가 좀 더 높아서일까,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 12월의 습도가 별로 나쁘게 와닿지는 않는다. 여전히 들리는 빗소리의 건재함은 오히려 든든하게까지 느껴진다.    

오소소 돋는 소름은 젖은 옷을 아직 말리지 못한 탓이리라, 갑자기 몸에 감긴 옷가지들이 집착스런 손아귀처럼 느껴져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답답해, 나는 너무너무 답답해, 답답해서 미쳐버릴것만 같아.. 숨을 갈구하며 셔츠의 단추를 죄 튿어버렸다. 묘한 파열음을 내며 제각기 흩어져버리는 단추들을 보자 어쩐지 마음이 놓여서는 짙고 깊은 한숨과 함께 벽에 몸을 널어놓는다.    

    

말도안되는 한 나절이 너무도 자연스래 사라져버린 탓에, 고독은 물밀듯 치달아 폐부를 외로움으로 가득 채워 나를 서서히 가라앉히고 있었다.    

머릿속마저 냉기에 얼어버린듯 굳어 돌아가지 않는다. 기능을 상실한 무기력한 두뇌는 깊은 심해 마냥 그저 어둡고 공허하며 음험하다.    

    

그저 나를 휘젓는것은 오직 너였다.    

    

--    

사실 연재욕심으로 올린게 아니라 그냥 글 평가받고싶은 마음이 컸어요ㅎㅎ연재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 짧게나마 평가해주실수있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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