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지, 여자는 꽃이라고.
근데 나는 아냐, 나는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이런 나를 누가 꽃으로 봐.
정말... 난 그냥 저런 말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비참해지니까.
-13-
"그냥 지냈지.."
"나 안 보고 싶었어?"
'그걸 지금 말이라고...'
너무 지원이를 보고 싶어했다 나는.
"보고 싶었지..."
"보고 싶은 사람이 나 못 알아 봐?"
"그거야!! 니가 너무.."
"너무?.."
몰라서 저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나?
그거야.. 너무 잘생겨지고 덩치도 커지고..
목소리도 낮아지고, 예전같은 마냥 소년 같았던
느낌이 사라지고 이젠 뭔가 더 남자다워졌다.
"...됐어. 너 근데 왜 나인거 알았는데..."
"못되게 굴었냐구?"
"...어"
"억울해서.
나만 너 알아보는게 억울해서."
"너일꺼라고 생각도 못했어.. 너 들어오자마자 나 째려봤잖아.."
"나 눈 나빠져서 인상 찌푸리는데..째려보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
그냥 너 맞는지 확인할라고 그렇게 본건데..속상했어?"
"아니! 무슨.. 손이나 놔..."
저 말을 하면서 날 마치 애 다루듯이 손을 잡고
'어이구 그랬어요? 우쭈쭈쭈'같은 표정을 지으며 날 보는데
주위에서 바로 시선이 집중되니 부끄러웠다.
"싫어. 얼마만에 잡는건데..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 넌."
"...."
참 기분이 이상하다. 저번에 한빈이랑 계단에서 싸울 때..
지원이도 지은이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지원이가 예전처럼 내게 이러니 날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착각에 빠지고 싶어하는 내가 참 이질적이다.
지원이를 잊기로 한 시점부터 나중에 지원이가 나타나도
나는 모르는 사람처럼 대할거라고 굳게 다짐했는데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내 나름의 굳은 결심이 무너진다. 한순간에.
"근데 넌 한빈이가 좀 잘해주니까 거기에 아주 헤벌레 해가지고.."
"뭐..뭐가!!.."
"그럼 아니라고 할 수 있어? "
"....."
지원이게 저런 말을 들으니 갑자기 말문이 정말 막혔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한빈이가 정말 점점 좋아졌는데
친구이상으로도 느껴졌는데
지원이가 나타나니 너무 내 감정이 혼란스럽다...
"....살찌면 남자애들이 안 달라붙을 줄 알았는데...안심도 안 되네, 이미 흔들려서."
"..그래 나 엄청 살찌고. 한빈이한테도.. 흔들렸어. 솔직히.
근데 나는 그 동네 떠날 때 너 잊기로 결심하고 떠난거야.
계속 기다려도 안 왔으니까. 내가 힘들 때도.. 위험할 때도 너는 없었잖아..
그래서 나만.. 나만 너 못 잊는 거 같아서 떠난거야.
근데 너가 갑자기 이렇게 나타나서 예전같이 나 좋아하는 것 처럼 말하면...
너무 혼란스러워."
"...."
"..그리고 저번에 보니까. 너도 지은이 좋아하는 거 같던데..너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말을 마칠 땐 이미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참았지만 그래도 억울하다.
마치 내가 정절을 못 지킨 사람같고 저렇게
내가 전적으로 나쁜사람인 것 마냥 말해버리니 억울했다.
"내가 왜 널 잊었을 거라 생각해 김여주. 울지말고 나 봐."
"흡..끄윽.. 그거야..너..너가 끅. 하.. 한 번도 나보러 안 오고.. 히끅"
"뚝. 그래서... 나 잊었어?"
볼에 흐른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고
눈에 고인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쓱 흝어주며
애절하게 지원이가 날 봐라봤다.
"난 아직도 너 보면 좋아. 애초에 이지은은 관심 밖인데도?"
"그걸..흐끅 어..뜨케.. 알아? 난 못 생겨졌는데..흐으"
"지금도 너보면 키스하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