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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나름 도도한 척 구는 내 남자친구, 김성규. #첫날 급한 사정으로 당분간 같이 살게 된 성규. 곤히 낮잠 자는 그를 보다 문득 우리 집에 처음 온 날이 떠올랐다. “야, 여기 청소는 하긴 해? 먼지 좀 봐.” 아니꼬운 표정으로 창틀에 쌓인 먼지를 훑던 성규가 이번엔 방구석에 떨어져 있던 종이들을 보고 혀를 찼다. 지가 무슨 내 엄마야, 뭐야. 저녁까지 이어진 짐정리에 많이 피곤했는지 TV를 보고 있던 내게 다가와 배고프다며 칭얼댔다. “풀 말고 고기 먹자, 어? 없어? 그럼 사오면 되지.” 결국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급하게 장을 보고 저녁을 차려주었다. 반찬 하나하나 토를 달던 성규가 콩자반을 내게 밀어버리고 투정을 부리다 이내 내 눈치를 보며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잘 먹는 모습은 보기 좋네. “설거지는 니가 해.” “내가? 나 아직 정리 다 못했어.” 조용히 일어나 싱크대에 밥그릇을 두고 다시 방으로 사라지려는 성규를 붙잡았다. 어린 아이처럼 칭얼대는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자 나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방으로 발길을 돌리다 슬쩍 뒤돌아봤다. “내일부터 진짜 할게. 나 이거 빨리 정리해야해. 키보드 설치 못했다고.” 길거리나 간혹 클럽에서 공연하던 성규는 요즘 작곡에 빠졌는지 아예 방을 작업실로 만들어버렸다. 짐정리를 핑계대고 곡 작업하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김성규, 망할 놈.” 끝내 방문을 닫고 사라진 성규에 열 받아 열리지 않을 문을 노려보고 부엌으로 가 고무장갑을 꼈다. 평소보다 더 많아진 그릇에 인상 쓰며 하나하나 씻었다. 계속 이러고 있으면 허리 아픈데. 내일부턴 진짜 봐주는 거 없이 설거지, 청소 다 시킬 거야. “왜 그래, 허리 아파?” 방문도 채 닫지 못하고 침대에 엎드려 누워있었다. 한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던 성규가 열린 문 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더니 꽤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지금은 대답하기도 귀찮은데. “내 방 출입금지야, 나가.” “많이 아파? 그깟 설거지 한 번 더 했다고 이러냐.” “나가!” 한 손으로 대충 밀어도 꿈쩍 하지 않던 성규가 가만히 지켜보다 허리를 꾹꾹 눌러주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몸을 일으키려는 것도 제지하고 안마라도 해주려는 듯 제법 그럴싸하게 주무르는 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미안해. 다음부턴 나도 도울 테니까 그만 좀 아파라.” 이렇게 다정하게 말하면 또 내가 풀어지잖아. “근데 그만하고 나가야겠다, 계속 이러고 있음 위험해.” 아 저 변태를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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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렇게 에피소드 몇 개로 쓸까 생각중인데..
계속 쓸지 말지 결정 못했어요.
만약 계속 쓰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쓸 수 있는데..
담주에 셤 치는게 하나 있거든요 ㅠㅠ
원래 4월까지 쭉 조용히 있으려다 아까 갑자기 막 쓰고 싶어서
급하게 써봤어요.
매번 말하지만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암호닉♥
도끼
텐더
SZ
해프닝
롤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