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49일간의기억
프롤로그
" 나는 당신 목소리가 들려. 당신도 내 목소리가 들리는건가? "
" 당연하지 네가 듣는데 나도 못들을 이유는 없어."
" 당신은 보이지도 않아, 만져지도 않아. 그런데 어떻게 목소리를 듣는거지? 당신은 누구지? "
" 난 언제나 너의 곁에 있었어. 비록 다른 녀석들에 묻혀서 넌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겠지만.
난 너의 목소리를 듣고 매일 밤이며 낮이며 너의 곁에 있었어.
넌 지금에서야 알아차렸었지만. "
" 너는... 누구지? 유령인가? 귀신인가? 천사인가? 너는 사람은 아닌것같은데 "
" 글쎄 내가 어떤 모습이건 너에겐 보이지 않으니 그다지 필요없는 질문인것같은데. "
" 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야."
" 당연할테지. 난 너의 곁을 언제나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말인데. 내가 한가지 부탁해도 될까?"
" 무슨 부탁?"
" 내가 널 지금까지 이렇게 오랜시간동안 왜 아무말하지않고 가만히 지켜봤다고 생각해? 넌 나같은 존재에겐 아주 특별해서
널 이용하려는 녀석들 뿐이었어. 그런 녀석들은 내가 널 이용하기 위해 다 없애버렸지.
하지만 걱정마. 난 널 이용하되 너에게 유리하게 이용할테니까. 그러니까 내 부탁 들어줄꺼야? 아니...부탁보단 소원이지."
" 뭔데...."
우현은 조심스레 허공에 있을것같은 '그'를 올려다봤다. 하지만 우현이 올려본들 그의 모습은 보기는 커녕 방의 알록달록한 벽지만 보일뿐이다.
우현은 풀이죽은듯 눈을 깊이 감으며 고개를 떨구며 다시한번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마치 '그'가 보이는 것 처럼.
'그' 는 우현이 보는 곳에 있지는 않았다. 그는 우현이 누워있는 의자 건너편, 침대난간에 앉아 우현의 눈을 뚫어져라 날카로운 눈빞으로 쳐다보고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것을 알기에 체념한듯 그리고 그 날카론 눈을 우현의 주위에 넓게 퍼져있는 요상한 모습들을 한 생물체에게로
돌렸다. 그 이상한 생물체들은 그가 노려보자 분하다는 듯 이글거리고 침을 뚝뚝흘리며 모습을 감추었다.
그제서야 그는 안심한듯 또 불안한듯 우현을 애정어린눈빛으로쳐다봤다.
" 난 소원이있어. 딱 하루, 내게 진정한 육체가 주어지는 날이있어. 그날이 올수있도록 만들어줘. "
" 내가? "
" 그래, 네가. 너 이 근처의 그 아주 오래된 공원 알지? 그 공원에서 가장 큰 느티나무가 있을꺼야. 그 나무를 둘러싼 벤치가 여러개 있는데
그 벤치중 가장 정가운데에 있는 그 벤치 오른쪽 다리아래 내가 묻어둔 아주 오래된 유리병하나가 있을꺼야.
우선 그 유리병을 찾아야해. "
" 왜 유리병을 찾는데? "
" 그 유리병에 기억을 담아야해. 너.... 18살이전의 일이 하나도 기억나지않지? 그 교통사고로 말이야.
그 교통사고로 아무것도 기억하는게 없었잖아. 그래서 넌 고아가됬고....그리고 넌 이상한 목소리를 듣고.....
넌 모르겠지만 난 너의 어렸을적 기억, 그러니까 18살 이전의 기억에 내가 있어. 넌 그 기억을 되찾아야해. "
" 왜 그래야하는데?"
" 그 유리병은 내가 살아있었을때의 유일한 흔적. 어릴적 장난삼아 묻어둔거야. 난 죽었어. 그리고 내가 죽는 동시에 나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사라져버렸지. 내가 단 하루, 딱 하루 동안 육체를 가질수 있는건 날 기억해주는 사람을 만나는것. 그게 나같은 존재에게 주어진 마지막 희망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0%. 하지만 난 널 만났어. 널 찾았지. 내 목소리를 듣는 유일한 살아있는 사람.
넌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고 난 내가 할수있는 마지막 희망.... 하루를 얻을수있는 사람으로서의 마지막 시간.....
도와줄수있겠어? "
".......기억을 되찾는다라..."
" 할수있겠어? 남우현?!...."
"....좋아. 나도 내가 누구였는지 알고싶으니까. "
"하지만 기한이있어... 방금 전... 너에게 말을 건 그 시간부터 너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줄수있는 49일.
이제 꼬박 1시간이 지났어. 그 기간내에 넌 기억을 되찾아야해... 넌 내가 어떤 누군가였다는걸 되찾아야해."
" 그냥 네가 말해주면 안되나? "
" 안돼. 그건 네가 가진 새로운 기억이잖아. 과거의 기억을 되찾아야해. 과거에 내가 살아있었던걸 기억해야해.."
".......너, 이름은?"
" 나?"
" 어. 너도 이름이 있었을꺼아냐."
'그'는 우현이 이름을 묻자 반사적으로 넓직한 어깨를 들썩였다. 우현이 이름을 물어볼줄은 꿈에도 모를 일이었다.
우현은 침을 꼴깍 삼킨뒤 혹시나마 우현이 자신의 이름 정도를 기억해줄지도 모를것같다며 괜한 설레임을 가지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규....."
" 뭐?!! 말 똑바로해봐!! 안들려!"
" 성규!, 김성규. 난 김성규야."
우현은 그의 이름을 듣자 가만히 눈을 감는다. 마치 무엇이라도 생각해 기억해보려는 듯이.
하지만 우현은 미안한듯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눈을 다시 가볍게 치켜세운다. 성규는 그런 우현의 모습을 보고 풀이죽은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려는 찰나, 우현이 그의 말을 치고 들어왔다.
" 괜찮아. 지금부터 잘하면 되잖아. 기억. 49일만에 찾으면 되는거지? 난 지금 성인이고. 빨리 찾을수 있을꺼야.
수많은 시간안에 넌 내 삶에 스며들어있었던거지? 그러면 내가 살았던 그 시간을 되거슬러 올라가면 분명 난 널 기억하게 될꺼고.
널 찾게 될꺼야. 그러면 되. 그러면.... 그렇게 되면.... 넌 소원을 이룰수있을꺼야. "
" 응."
성규는 우현을 향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하지만 우현은 그런 성규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 연재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