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에 시험 기간이라고 야자를 신청해서 공부를 하는데 야자를 안 하다 하려니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다. 같은 반인 종대를 꼬셔 같이 야자를 하는데 처음에는 궁시렁 궁시렁 하더니 석식에 맛있는 게 나오니 하길 잘했다며 나한테 고맙다고까지 했다. 저 단순한 김종대... [ㅇㅇ아 배고파.] [공부하는 척 하지 마.] [저기... 못생 님... 매점...] 조용히 공책에 무언갈 쓰길래 오, 김종대! 이러고 있었는데. 하하. 김종대한테 뭘 바란 거야, 나는. 생각해보니 나랑 종대, 백현 그리고 찬열이까지 넷이서 항상 시험 기간에 같이 놀았는데 백현이와 찬열이 둘은 점수가 정말 잘 나오고 나랑 종대는... 쟤네 둘이 특별나게 머리가 좋아서 그런 거야. 아마 그렇겠지...? [쫑따이 바나나 우유 사 줘.] 바나나 우유에 바를 쓰자마자 나를 노려보는 종대에 움찔했지만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 난 절대 김종대 따위에게 쫄지 않아! *** "종대 땡큐염." "사준 거 절대 아니니까 다음에 배라 아이스크림으로 갚도록." "와, 치사하다. 치사해. 김종대 남자도 아니다." 바나나 우유가 도대체 뭐라고가 아니고... 나한테 1200원을 투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단 말이야? 실망이야, 김종대. "야 내일부터 찬열이랑 백현이도 야자 한다던데." "찬열이도?" 은근슬쩍 찬열이 주위로 야자 자리 옮길까? 아니야. 그러면 난 또 공부를 안 하고 찬열이만 의식할 것 같은데. 으씨, 박찬열 너는 왜 야자하고... 어? [너 내일부터 야자해?] [어.] [너 또 지름길로 다니잖아.] [위험해.] [이 오빠가 너 지켜주러 야자까지 한다.] 아, 뭐야... 박찬열... 설레게, 정말. 이거 그린 라이트 맞나구여, 정말! 마녀 사냥에 사연 보내볼까? 아니야... 미성년자라고 사연 취급도 안 해주겠지.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건 그린 라이트 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친구 관계? *** 나는 초등학생 때까지 무지하게 뚱뚱했다. 키는 지지리도 작으면서 살만 뒤룩뒤룩 찌고. 아니다. 초등학교 때까지 키는 그래도 박찬열보다는 컸다. 손가락 한 뼘 차이라고 하면 믿을까 모르겠다. 중학교 올라가면서 다이어트도 하고 안경도 벗고 렌즈를 끼기 시작하며 한 동안은 용 됐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살 뺄 때 엄마 말 조금이라도 들을 걸 그랬다. 너 그렇게 살 빼다가는 키 하나도 안 커. 그래... 그래서 지금 이런 사태가 온 거야. 찬열이는 중3이 되년서 키가 훌쩍 자라기 시작하더니 나랑 키 차이가 엄청 난다. 남자치고는 작은 편에 속하는 종대나 백현이랑도 십센치 차이가 나니 찬열이랑은 말 다 했다. 키가 작아서 박찬열한테 못생 다음으로 많이 듣는 소리가 땅콩이지만. 어렸을 적부터 써오던 일기는 내 예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그리고 찬열이와 지내오던 날들을 다시 추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00x년 11월 27일 오늘은 무지하게 추웠다. 학교가 끝나고 찬열이랑 떡볶이를 먹기로 약속했다. 물론 찬열이가 떡볶이를 사준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나쁜 애였다. 찬열이 생일을 찬열이한테 떡볶이 얻어 먹고 집에 가서 엄마한테 들어서 알았다. 내일 찬열이한테 내 소중한 네잎클로버를 줘야겠다. 오늘의 일기 끝. ] 어제 밤에 이 일기를 보며 한참을 웃었다. 찬열이 생일 선물을 네잎클로버로... 나도 참 나 같다라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나는 찬열이한테 제대로 된 선물을 해 준 기억이 없다. 매번 이상한 쿠폰들 같은 걸로 떼우고... 허나, 찬열이는 내 생일 선물을 항상 거창하게 줬다. 고등학교 올라와 첫 생일 선물은 하트 속에 조그맣게 글귀가 적혀있는 목걸이였다. 안에 적혀있는 영어 글귀가 궁금해 가끔 목걸이를 뚫어져라 쳐다볼 때마다 물어보지만 매번 답을 회피한다. 인터넷에 찾아보기라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자세하게 보이지가 않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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