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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l조회 135l

유리문에 달린 보라색 방울이 딸랑, 하고 명쾌한 소리를 낸다.

내가 그 소리에 너무나도 익숙한 반응으로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니 물기어린 머리카락을 털며 한 사람이 우산을 접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저기, 하고 나를 부른다.

비도 오지 않는 맑은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남자는 흠뻑 젖은 상태였다.

그제야 손에 들고있던 책을 내려놓고 나서 내가

 

"어서오세요, 찾으시는 거라도 있습니까?"

 

하고 웃으며 물어보자 몇 분의 침묵이 감돌고 나서야

주저하는 목소리로 약 좀 주실래요? 하고 말을 꺼내길래

무슨약을 드릴까요? 되물었다.

 

"많이 아프거든요...내가"

 

한숨과 함께 가느다란 속가락이 가린킨건

어쩐지 초점 없어 보이는 자신의 빛바랜 눈동자.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든다.

 

"아아... 네 일단 앉아서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저쪽 두번째 의자로"

"아. 가,감사합니다. 사실 여기까지 오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가요? 나는 무심한 대답으로 말을 잘라먹고 나서

가게의 두 번째 의자자리 쪽으로 손짓해 안내하고는

빠르게 차를 준비했다.

마음이 불편하다.

사실 아직의 나로서는 조금 곤란한 손님이었다.

하필이면 스승님도 자리를 비운 아무도 없는 이 때 찾아오다니,

 

"우울증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 나요"

 

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금방 끓인

카모마일 차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그러자 그 손님은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한숨을 짧게 내쉰다.

 

"벌써 2달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거죠, 시간이란건

아주 변덕스러울 때가 많답니다."

 

이건 내가 줄 수 있는 일종의 힌트였다.

 

"도대체 얼마나 더 지나야 괜찮아 지련지..."

 

이 손님은 내 생각보다 심한 상태였는지

말을 꺼내다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문제가 이거였구만

 

"빨리 준비해드려야겠네요 생일이 어떻게 되시나요?"

"1월7일 이요"

 

1월7일? 7일?

7일이 뭐였지 하고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한다.

아,튤립

서둘러 발걸음을 그이 탄생화가 태어난 곳, 오늘 날짜로 계산해서

0107번 서랍 쪽으로 나는 모을 일으켜 자르를 옮겼다.

어쩐지 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분명 비가 올 확률은 제로라고 보도했고

보다시피 밖에 날씨는 해가 멀쩡히 떠 있어서 따뜻하다 못해 덥다.

무슨일인가 했더니 설마가 맞아 떨어졌어.

분명 우리 스승님은 아마도 쯧쯧 혀를 내차시며 몹쓸 병이라고

고개를 내저으실게 분명했다.

그의 탄생화 1월 7일 튤립은 실연이다.

처음 내가 들어와서 만난 손님보다는 증상이 덜 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아아.. 그때는 정말 가게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난데없이 손님의 몸에서 떨어진 물로 익사해 죽을 뻔 했으니까 말이다.

사랑하던 살마과 헤어진 후에 자신의 슬픔과 싸우다 지면

우울증에 걸리면서 그 대가로 몸을 차지하고 있는 모든 수붐이 다 눈으로

눈물로 빠져나오는 병이다 겱구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죽는 무서운 병.

저 사람 말처럼 여기 오면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슬픔에서 진건 자신이고 그 싸움에서 져놓고

살기위한 선택을 한 대가 또한 적지 않으니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언제나 선택과 대가로 나뉜다.

대체 얼마나 어떻게 사랑해야 저런 병에 걸리는 거냐고 전에 스승님께 물었던 적이 있다.

 

'누구나 그렇게 되지는 않아. 단지 운명을 만나는 몇 명만 알 수 있는 답이지'

'그렇다면 스승님은 알고 계시나요?'

'글쎄... 마지막까지도 꼬맹이 네가 그 질문에 답을 모른다면 가르쳐 주도록 하마.'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러시는 거 알아요, 맨날 그런식으로 넘어가려 하시더라'

 

얼굴과는 안어울릴만킁 어린아이 같은 웃음으로 하하웃으시며

 

'억울하면 너도 운명을 만나서 답을 찾아내도록 해'

 

스승님, 저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해왔지만 아직 그 답을 모르겠어요...

제가 했던 사랑은 그런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어? 찾았다. 여기 박혀있었구나..."

 

책들이 가득 꽂쳐져 있는 책장의 칸을 지나고 지나서 문득 회상에 빠져

지나칠 뻔한 끝 쪽 자리에 있는 탄생화

꽃이아니라 약을 담아두는 책장에 멈춰 서랍을 연 후 그의 탄생화를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까 대책없는 날라리 스승님은 가게 팽개쳐 놓고 며칠째 안들어 오는 거야?

 

"저... 많이 기다리셨죠?"

 

남자는 내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자 나를 보고 흠칫, 놀라며 카운터 쪽으로 걸오면서

말끔히 마시고 비운 찻잔을 달그락, 카운터 위로 내려놓더니 고맙습니다 라고 말했다.

 

"한동안은 지금 드신 이 차의 효과 때문에 쓸데없는 생각은 안 하실거에요"

"네"

"그리고 여기 이건 찾으시는 약입니다."

 

내 손에선 그의 탄생화 아니... 이제는 탄생화를 닮은 시들해져버린 튤립 모양의

물약이 반쯤담긴 병이 흔들린다.

이미 망가져 버린 꽃이다.

잎도 거의 다 떨어져서 몇장 남아있지도 않다. 물약 속에서 피 냄새가 금방이라도

피어오를 듯 코끝을 자꾸 간질간질 건드린다. 이 남자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약을 드리기 전에 어느 정도 알고 계시는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약을 먹고 병을 없애는 것에 대한 대가는 지금 현재의 기억을 제외하고 과거의 모든 기억은

계속 사라진다 입니다."

"아 그 얘기는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제 대가 이지요? 알겠으니 약 주시죠"

"아니요 그건 일부에 불과해요 과거라는 말은 지금가지 당신이 살아왔던 과거가 사라지고

대가가 끝나는게 아니라 앞으로 당신이 죽을 때 까지의 모든 과거가 사라진다는 얘기 입니다.

당신은 앞으로 과거가 없는 채로 살아가는 거에요, 이 약을 먹은 순감부터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이 얘기도 1초1초가 지나면서 모두 과거가 되고 사라지게 된다는 거죠."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빠르게 되시나요? 대가의 기한은 당신이 죽을 때 까지입니다."

 

나는 굳이 말한 필요 없는...오히려 말해서는 안되는 약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자

손님은 알 수 없는 자

스승님은 철칙으로 손님한테 물건을 팔 때에 절대로 그에 따르는 대가에 대한

설명을 붙이지 않으셨다. 선택은 자신만이 하는 것이라면서 그냥 값을 받고 건네주시기만 할뿐...

물론 너무 야속하다고 고개를 흔들 때가 많지만

 

"무슨 그런..."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겁니다."

 

세상 끝까지 떨어지는 사람들의 표정을 이렇게 마주보고 있자하면

가끔 스승님이 옳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반면에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도 이싿. 이건 내가 스승님의 그런 행동을 볼 때마다 반문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같이 따져보면 대체 뭐 어쩌라는 건지...

 

"저한테는 더 이상 물러 날 곳이 없습니다, 그냥 주시죠."

"하지만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시는거게 어떨까요?"

"아니에요 저는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얼마죠?"

 

돌아가셔서 왜 한번 더 맞서 이겨내 보려고 하지는 않으시죠? 목끝까지 올라오다 턱 하고

막혀버린 그 말이 자꾸 입안에서 맴돈다. 다른 치료법이 있습니다. 라고도 말하고 싶지만 멈칫,

하지만 그건 이 가게를 운영하는 나 같은 치료사가 해서는 안되는 위반 이기 때문에 나 또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이상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아니요, 그건 그냥 가져가세요. 약값은 충분히 받았습니다."

 

내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네? 라고 또 되묻는 손님에게 안녕히 가세요, 라고 끝맺고 나서

나는 읽던 책을 손에 들었다. 내가 더이상 자신에게 볼일이 없니는 것을 눈치 채고 나서야

남자는 감사합니다. 라는 소리와 함께 가지고 왔던 우산을 들고 딸랑 소리를 내며 문밖으로 걸어나갔다.

조금은 가벼운 느낌으로

 

"말했잖아요, 시간이란건 아주 변덕스러울 때가 많다고."

 

자신만이. 오직 자신 스스로만이 꼭 알아채야하는 사실이 있다. 그거너 우리 가게에서 다루지 않는

미래에 대한 비밀이다.

소원을 들어주는 각는 과거와 현재를 다루고 바꾸지만 미래는 건드릴 수 없다.

어째서 앞으로 자신이 만날 새로운 사람들과 감정들을 보지 못하고 현재에 급급해 저렇게 쉽게 포기해 버리는 걸까.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됐을 것을, 자신의 사랑이 2달이면 잊어버릴 하찮은 감정이라고 치부해 버린건가?

기다림에 지친 사람한테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라고 조언을 해봤자다.

그럼 언제까지요? 라고 되물어올게 뻔한 일이니까.

약값은 저 사람이 앞으로 만날 수 있었던 새로운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하게되고 아이를 가지게 되었을때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가지고 오는 탄생화의 씨앗으로 대신 받게 될 것이다. 아버지 때문에 미래를 잃어버린

그 불쌍한 아이의 목숨으로.

나의 이런 슬픈 생각을 깨트리려는 듯 유리문에 달린 보라색 방울이 딸랑, 하고 다시 소리를 낸다.

방금나간 손님에 대한 존재를 얼굴에 지우지 못하고 나는 축 처져서 책장만 휘적휘적 넘기고 있는데 가게 안으로

너무나도 밝게 들어오는 소리가 나를 퍼뜩, 정신을 깨우고 고개를 들게 했다.

 

"이봐 꼬맹이 장사는 잘 했냐?"

 

스승님이다.

 

"도대체 어디를 그렇게 다녀오시는 거에요?"

 

스승님이 내 눈앞에 서서 나를 빤히 보고 계셨다. 안녕, 손을 흔들며, 왜이렇게 나를 반겨? 수상해. 라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시면서.

 

"뭐야너. 아직도 더 배워야 하는구나. 표정에 어떤 손님이 왔었는지 그렇게 다 드러내면 안되지."

"저 혼자만 놔두시고 싸돌아다니니까 그런거잖아요."

"됐고 좋은 소식을 하나 가지고 왔다."

"왜요. 돈이라도 따셨어요? 아니면 신비한 약을 구하셨어요?"

"조만간 너한테 좋은 꽃을 가진 녀석들이 찾아올 거다."

 

쯧쯧, 하고는 풀죽어 있는 내 얼굴 에다가 혀를 차던 스승님이

이리저리 가게 안을 둘러보시다가 내 머리카락을 흩트려 놓는다.

그것이 기운내라는 위로.

그리고는 그 큰손 한가득 담고있던 색색의 사탕들을 카운터 앞으로 우르르 쏟아 내려놓고

이건 오늘치 월급이야. 수고했어. 작게 속삭이셨다.

 

"네? 아씨... 월급이 이데 뭐에요. 장난치지 말고"

"장난 아닌데"

"자꾸 확! 그리고 그건 무슨 말씀이에요? 좋은 꽃이라니요? 나한테요?"

"글쎄..."

 

스승님은 궁금어린 내 질문들은 싹 다 무시하고 씨익웃으시면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한참 뒤적거리더니 보너스 라고 말하시면서 박하사탕 한개를 꺼내서 내려놓으셨다.

 

"난 이것만 먹는거 다 아시면서 장난은"

 

그 모습에 결국 내가 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밥해드릴게요 하며

스승님이 마지막에 꺼낸 박하사탕만 들고 몸을 휙 돌렸다.

내 뒷모습에 어린아이 같은 웃음소리를 크게 내시며 뭐라고 중얼중얼 말하시는데

어쩐지 욕 같아서 귀 기울이지 않았던 내가 왜 뒤에서 혼잣말을 하냐고 인상을 찌푸렸다.

 

"못 들었어요 스승님. 뭐라고요?"

 

스승님은 그럼에도 두 번은 말해 주시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나를 콕 찝어 가리키시더니

역시 꼬맹이라 귀가 아직 덜 자랐나. 하시며 입고 있던 검은 양복을 팽개치고 나 씻는다 라며 방으로 들어가신다

아오... 저 양반 저거

 

"글쎄. 그 꽃이 너를 찾아온 운명 일지도 모르지"

 

씨익 하고 웃음이 입에 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는 바닥으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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