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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다의 굴레

ZERO 맹구

02

 

건조하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막 오는 지하철을 향해 열심히 뛰어 간신히 탔다. 집에 도착하면 이 찝찝함도 다 사라질 것 같아 얼른 집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막상 여유를 부렸다. 이 매연에, 이 서울의 공기에도 희미하게 나마 떠 있는 저 달은 참 아릅답구나 이런 센치한 감성에 허덕였다. 나는 사실 테라다와 마주친 순간부터는 그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울 줄 알았는데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고 이따금 생각이 나기는 했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였다. 어짜피 테라다는 내 심정도 생각도 확신할 수는 없을 거라는 요상한 자신감 덕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테라다를 다시 마주하고서 부터였다. 긴장이 됨은 물론이었고 식은 땀 마저 흘렀다. 긴장감 있는 관계는 풋풋함을 즐기기에 적합한 연인이 아닌 이상 유지하기 힘들고 애정을 갖기 힘들거라 생각해 왔다. 선택의 기로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먼저 긴장을 풀고 테라다에게 친한 척 굴거나, 아님 영영 모른 척을 한다거나. 이미 나는 찌질할 대로 찌질했지만 테라다에게는 조금의 여지를 남겨 두고 싶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우등한 상대의 옆에선 나도 우등한 것 마냥 굴고 싶어지는 것, 이를테면 한 순간의 동요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제의 느낌이 싫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갔다. 8시 10분에 출근을 하고, 회의 전 까지는 사무실 책상만 봤다. 그런데 테라다는 그렇지 않은 듯 했다.

 

어어 테라다씨! 팔 왜그래요?

아.. 괜찮아요!

 

테라다의 팔이 붕대로 감겨있다. 동시에 나는 어제의 쨍그랑 소리를 기억해낼 수 있었고 붕대를 감은게 아마 그 때문일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낼 수 있었다. 나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 계속 의식이 되었고 테라다 또한 그런 나를 계속 주시했다. 그리고 그런 제 모습을 지켜보라는 듯 수많은 눈빛에 사람 좋은 웃음으로 화답하고 있었다. 테라다는 늘 그런 사람이었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은 나 뿐이었다. 그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선배

..어

왜 안 물어봐요?

계속 내 팔 봤잖아요

 

테라다는 친한 척 어깨동무를 했다.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그냥 가만히 있었다. 경직된 내 몸을 느낀건지 어깨를 주물러댔다. 한 손으로. 붕대로 감긴 남은 한 손은 테라다가 힘을 줄 때마다 같이 들렸다. 테라다는 손아귀 힘이 셌다. 나는 그 힘에 압도 되었고 근육이 풀어지기는 커녕 저릿하게 아프기 까지 했다.

 

괜찮은 거야?

신경 좀 쓰여요?

 

이렇게 하는게 더 쓰이려나. 테라다는 평소보다도 굳은 내 표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붕대를 풀어보이는 시늉을 했다. 핏덩이가 그대로 말라 있었다. 나는 피 같은 건 보지 못할 정도로 비위가 약했고 테라다는 분명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간이 이대로 흘러 가기를 원했던 나의 생각은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테라다는 긴 팔로 내 허리를 끌어 안았다.

 

이거 하나면 돼요.

 

시간은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흘렀고 흐를 수록 팔도 조금씩 풀어졌다. 상기 된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내가 왜 선배 앞에 다시 나타난 줄 알아요?

...

선배를 좋아하거든요

 

테라다의 여유로운 표정은 역으로 나를 긴장시켰고 중압감 마저 들었다. 이런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게 무슨 일인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여튼 그랬다. 공기가 같았다. 나는 테라다가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말이지 놀려먹기 위해서 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후자일 확률이 더 높은 것은 내 직감 때문이다. 아마 테라다는 내 기분을 알고 있을 테고 거기에 대해서 딱히 생각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풀어졌던 팔의 힘이 더 세진 것을 보니 그랬다.

 

테라다의 굴레

 

그 날 이후로 테라다는 스스로가 내뱉은 말과는 별개로 행동했다. 오히려 전보다 더 친한 척 하지 않았다. 점심 시간이나 저녁을 먹으러 갈 때에 나를 불러 같이 가지도 않았고 앉을 때에도 나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테라다는 특이한 신호라던가 눈빛을 보낸다거나 주위를 살피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알다가도 모를 테라다. 나는 왜 저런 놈에게 걸렸을까. 그것은 몇년째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었다. 괜히 소매를 걷어 붙혔다. 이 답답함 때문인가 하고.

 

*

 

장위안, 오늘 시간 있어?

- 알베르토

 

알베르토로부터의 문자였다. 이 놈이 나를 부르는 것은 둘 중 하나였다. 오늘 밤 클럽에 갈 사람이 아무도 없다거나 아니면 요즘들어 여자가 생기지 않은다거나. 안타깝게도 나는 약속 따위가 없었고 요즘들어 알베르토 생각이 자주 났었기에 걸음을 조금 빨리하고 밖을 나섰다. 알베르토와 한창 자주 놀 때에 만나는 장소는 보통 논xx 클럽 앞 편의점이나 값싼 호프집이었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무려 레스토랑을 예약했다고 했다. 레스토랑이라.. 여자? 알베르토하면 생각나는 것은 여자, 술 그리고.. 생략. 나는 이미 세 개의 항목 중 하나일 것을 염두에 두고 터덜터덜 먼지묻은 구두를 끌었다.

 

오, 장위안!

 

와우. 서른 하나에도 긴 생머리의 여자를 끌고 오는 알베르토를 나는 망설임 없이 나쁜 놈이라 말한다.

 

이 분이 네가 보고 싶으시댄다.

..아, 안녕하세요.

 

누구신지. 나는 다소 퉁명스런 얼굴로 긴 생머리의 여자를 대면했다.

 

위안씨!

 

여자는 거침없이,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나를 안았다. 여자의 긴 생머리가 뺨을 때렸다. 조금 익숙한 샴푸 향이 나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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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2편은 맹구ㅎㅎ가 쓰기로 했는데 바빠서 그냥 내가 썼어!
9년 전
독자1
잘봤쟝 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우왕 기다려쪙ㅠㅠㅠ
9년 전
독자4
오우 재밌자냐....ㅠㅠㅠㅠㅠㅠㅠ위안이도 조아하자냐....다아는데 혼자만 모르자냐...
9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재밌더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와!!!!!!!!!!!!
9년 전
독자7
헐러러러러러럴 너정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금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8
끄아 저여자는 또 누구람 ㅠㅠ 담편 언제나와여ㅠㅠㅠㅠ
9년 전
독자9
헐뭐야 저여자 누구야 타쿠야가 질투하는거 보고싶닼ㅋㅋㅋㅋㅋㅋ
9년 전
비회원198.64
우왕우왕 재밌당....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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