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떨린다. 하루 종일 네 생각에.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아무렇지 않은 척 나는 네가 좋았다.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머릿속은 온통 헤집어 놓으며 날 미치게 만드는.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리면 어떠랴, 같이 있는 순간이 이렇게 행복한데. 처음엔 그저, 우정 또는 친함의 일종이라 생각했다. 워낙 다른 사람과 붙어있기를 좋아하고 서슴없이 지내니, 뭐가 다를까. 하지만 그런 복잡한 생각이 한순간에 정리되었다. 차라리 네가 처음이었다면, 약간 도 넘은 우정이라 정리하면 그만이었을 텐데. 이 감정을, 느껴보았다. 예전 그때.
너를 보는 게 두려웠고, 만나면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한다는 것이 괴로웠다. 내가 좋아하면, 너는.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스킨십도 해 보았지만, '친구' 와 '우정' 사이에 그대로 묻어버렸다. 내 성격은 이러니까, 원래 그랬던 것처럼, 이건 나의 일상이니까. 혼자 단정 지어보아도, 생각만 하면 미치게 뛰어대는 심장이 그건 거짓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사랑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낀다는데 그럼 그거인 건가? 애써 진정해 보려 가슴을 부여잡는다. 아, 이건 내 성격 아닌데. 나 같았으면, 나였으면. 과연. 머리가 어지럽다. 그래 나처럼. 나대로.
어둡다. 남청색 하늘빛에 달조차 살짝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해는 이미 져버려 시원한 바람만을 남기고 있는 때. 아무리 심기가 불편한 일이 있어도 이 상황에선 모두 다 합리적으로 만들고 싶어진다. 심장이 뛰고, 두근대고, 머리가 울리며, 살짝 짜증도 나고. 이 기분을 무어라 표현해야 되지. 아 생각났다. 그거. 엿 같아. 앞서나가는 그의 등이 보인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저기 매달려 장난을 쳐 대고 있을 텐데. 그러나 지금은, 내가 뒤에서 걸어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뭐 마려운 처럼 버둥버둥. 아무리 더워도 더위만 탈 뿐 땀은 잘 나지 않는 체질인데, 얼씨구. 이젠 손에서 식은땀이 난다. 아아- 미치겠는데. 어쩔까. 그러기는 몇 분. 역시 고민하는 건, 제 성격에 맞지 않았다. 발걸음을 빨리하고 그의 뒤를 붙잡았다. 어깨에 고개를 묻고는 웅얼웅얼, 이거 원. 애가 따로 없네. 살짝 당황해 뱉는 그의 말을, 두서없이 잘라버렸다. 그리고.
"로빈 있잖아, 좀 닥쳐봐."
내가 오늘 너한테 이미지메이킹 이란 걸 해 본다. 구구절절. 내가, 내가 왜 이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겠는데. 아씨, 원래 욕 안 하는 착한 애였는데. 지금 나도 매우 혼란스럽거든? 진짜 나한테 욕하고 쌩까도 좋은데. 지금 나 이 말 안 하면 엄청 후회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내가 원래 안 이러거든? 그런데 밤만 되면 네가 생각나. 아니, 그냥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아.네가 생각나면 심장이 뛰고, 머리가 울려. 나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고,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있잖아, 내가. 너를.
"좋아해."
심장이 떨리고,
심박 수가 증가한다.
손에선 식은땀이 나며,
머리도 어지럽고,
살짝 짜증도 나는게-
이것 봐, 내가 널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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뫄..ㅇㅁㅇ......
망글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