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빨 브금을 들어주세요 아이야 아이는 고개를 돌린다. 4살쯤 되었을라나, 아이는 물그러미 나를 쳐다본다.나는 아이를 향해 두 손을 조심스레 뻗는다. 아이의 발에는 노란색 단화같은 아기자기한 신발이 신겨져 있다. 아이야, 거긴 너무 위험해 다리위에 서있는 아이는 위험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나는 아이를 끌어안기 위해 아이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이를 살포시 끌어 안는다. 생각보다 별다른 반항을 하지않고 안기는 아이를 끌어안으며 난 아이가 어디 다친 곳이 없나 살핀다. 뒤를 돌아 길을 가려는데 아이가 자그마한 고사리같은 손으로 나의 팔 소매를 붙잡고 어딘가를 가리킨다. 어디, … 물? 아이는 다리 밑의 물을 가리킨다. 물을 쳐다보자 물은 퍼랗다못해 시커멓게 색을 내며 흐르고 있었다. 아이는 내 품을 벗어나 다시 다리 위에 선다. 휘청휘청 곧 떨어질거같은 아이의 모습에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아이는 나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내 소매를 다시 잡아당긴다. 반대쪽 손으로는 다리밑 물을 가르킨다. ……… 떨어지자고? 무표정하던 아이는 그제서야 나를 향해 원하던 해답을 찾았다는듯 웃어보인다. 난 다리밑의 물을 바라본다. 높은 곳에서 밑을 바라보자니 아찔하다. 난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신다. 여기서 떨어지면, 모든게 끝나는걸까. 아이는 소매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재촉을 한다. 나는 신발을 벗고 아이가 올라탄 다리를 바라보며 그 위에 같이 올라선다. 아이는 나의 다리를 붙잡는다. 넌…, 누구니 아이야 아이는 말이 없다. 난 차마 떨어지지않는 발을 힘겹게 들어올린다. 몸에 힘을 빼고 바람에 몸을 맡긴다. 이제 끝나는거구나, 난 아이를 향해 웃어보인다.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데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잠시 몸을 움찔하며 다시 뒤로 힘을 실어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다. 아이는 나를 쳐다보며 의문의 표정을 짓는다. … 나는 다시 그 자리에서 내려와 아이의 작은 손을 잡는다. … 미안해, 아가야 아이는 아무 반응이 없다. 지금 내 뱃속에 너랑 비슷한 어린 아이가 있어, 내가 죽어버리면 그 애도 죽어버리는데, 그 아이가 아무것도 못해보고 나랑 같이 죽어버리면 너무 억울하잖아, 미안해 아이야. 난 죽고 싶어, 죽고 싶은데 아기는 아직 죽고싶어하지 않을거 같아 아이는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그 작은 손으로 내 뺨을 짝짝, 아프지않게 쳐준다. 난 그 밉지않은 행동에 눈을 찡그리며 웃는다. 아이는 그리고 그대로 떨어져버린다. … 아이야!!!!! 아이가 떨어지며 웃는다, 그리고 운다. 작은 눈물 방울방울이 흩어져 바람을 타고 사라진다. 그리고 모든게 하얗게 사라져버린다. 모든 내 주위를 에워싸던 배경들이 조각조각 퍼즐 조각이라도 되듯 작게 흩어져 날라가버린다. 하얀 공간에 나는 서있다. 난 천천히 눈을 뜬다. 오메가 버스 18 위안이 눈을 뜨자 보이는건 하얀 천장이였고 코와 입을 막아둔 호흡기에 불편함을 느껴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 팔을 움직여 호흡기를 떼려는데 팔이 말을 듣지를 않았다. 무언가에 묶여있는 기분. 시선을 밑으로 내리자 보이는건 하얀 붕대, 링거, 그리고 잠들어있는 타일러. 침대와 이불, 그리고 어둑어둑하고 고요한 병원의 밤. “……윽….“ 그래, 나 떨어졌지, 계단에서. 나 그래서 병원에 온거구나. 위안은 더듬더듬 과거를 정리하며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위해 애썼다. 한쪽팔, 그와 반대쪽의 한쪽 다리빼고는 성한 구석이 없었다. 소리를 내어 타일러를 깨울까하다가 그의 곤히 잠든 모습에 그냥 눈동자만 옆으로 옮긴다. 밤이다, 고요한 달빛이 위안을 비췄다가 구름에 사라진다. 1인실인거같은데 타일러가 여기로 병실을 마련해준걸까. 위안은 두 눈을 깜빡이며 야경을 바라본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회사는 어떻게 된걸까, 몇시간, 며칠? 시간이 얼마나 흐른걸까. 타쿠야가 나를 신고해 병원으로 싣고 온걸까. 그는 어디있는걸까. 마지막으로 본 그의 표정은 놀람, 정도였나.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를 떠올리면 소름이 돋았다. 눈을 감고 지워보려고 미친듯이 애를 쓴다. 근데 보고 싶었다. 너무 미친듯이 그가 싫은데 왜인지 모르게 그의 얼굴을 보고싶었다. “……….“ 그나마 성한 한쪽 팔을 조심스레 들어 호흡기를 떼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와 타일러가 깨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잠시 해본다. 다행히 그는 깨지 않았다. 위안은 자신을 고정하고 있던 링거나 받침대 따위를 빼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침대밑에 구비되어있는 담요를 꺼내 그에게 살짝 덮어준다. 그러고는 맨발로 몸을 일으켜본다. 몸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따끔따끔했지만 거동이 심각하게 불편한 수준은 아니였다. 천천히 걸어 창문쪽으로 몸을 옮겼다. 창문너머로 보이는 달과 달빛, 밤의 야경에 감탄을 자아낸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는데 눈 앞이 흐릿하다. 투두둑, 눈물이 떨어진다. 곧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볼을 타고 뜨겁게 흘러내린다. “……흐으… 흐….“ 눈물을 닦고 싶지 않았다.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거같아서, 이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자신은 결국 이렇게 무너져버려서. 위안은 울었다. 성한 팔로 조심스레 배를 쓸었다. 쓸어대면 쓸어댈수록 눈물이 서럽게 흘러내려 자신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미안해, 아이야… 아기야… 내가… 내가 너무 미안해. 결국 세상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허락해주지를 않았다. 행복도, 아이도, 사랑도, 그 아무것도. “흐으… 아이야….“ 난 너의 이름을 뭐라 지으려했을까, 엄마는 나를 위안이라 지어줬는데. 난 너에게 어떤 부모가 되려고 했을까. 미안해, 아이야. 그냥 같이 죽을껄, 왜 나만 살아버린걸까. 네가 아무것도 해준거없는 나를 살려주고 대신 떠난거니. 위안은 한참을 흐느꼈다. 타일러는 곧 허전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 창가에 서있는 그를 보고 뭐라 말을 걸려했었다. 하지만 그가 운다는걸 알았을때 그는 그저 가만히 그의 한없이 작아보이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덮어준 파란색의 담요를 좀 더 끌어 덮었다. 불쌍한 사람, 가엾은 사람. 위안은 다짐했다. 이 눈물이 이제 마지막 눈물이라고, 이 운명과 이 삶을 한탄하는 자신의 마지막 눈물이라고. 더 이상 울지 않을거라고. 병원은 적막했고 달만이 다시 구름에서 나와 그를 비추며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 * * - 위안형 깼어요.“… 그래요?“- 혼수상태로 며칠을 보내더니 깼어요. 내 입으로는 차마 못 말할거같았는데 눈 뜨자마자 알았어요, 유산한거.“……….“- 눈 뜨자마자 서럽게 우는데 그냥 울게 냅뒀어요.“……….“- 안 와볼꺼예요?“……….“- 전 당신이 안 왔으면 좋겠지만 뭐 제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죠.“나머지… 상처들은 괜찮아요?“- 타박상이랑 골절상같은건 괜찮은거같아요. 뇌진 판정 받은게 큰일난거였지, 혼수상태에서 깬거니 이제 그것도 무사히 넘어간거 같고요.“…… 그래요.“- 마음이 제일 아프겠죠. 타쿠야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타일러의 말들을 들으며 깼다니 다행이다하며 제 마음을 안심시키는거, 그게 다였다. 몇마디를 더 주고 받다가 타쿠야는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내던지듯 놓고 턱을 괴던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가 깼대, 살아있대. 타쿠야는 자신이 운다는걸 알았다.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울어봤지. 눈물이 따갑게 볼을 타고 흘렀고 심장이 무언가로 후벼파듯 지끈지끈 저렸다. 위안을 볼 수가 없었다. 그의 표정이 자꾸 아른거려서. 쓰러질때 마지막으로 날 보던 그 표정이 나를 속박하고 죄인으로 만들고 죄책감을 들게 만들어서. 난 겁쟁이가 되어서 당신을 찾아갈수가 없다. 늘 그렇듯 꽃을 사고 병원에 들어가 병실 문앞까지 서서 문을 열까말까 하는데, 당신을 보고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당신의 눈이 날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고 나의 숨통을 조인다. 당신의 얼굴을 이제 영원히 볼 수 없지 않을까. 타쿠야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보이는 그의 원망섞인 눈에 또 다시 가슴이 아파 눈을 떴다. 영원히 이렇게 시달리지않을까. 결국 난 내 마음속에서 당신을 놓아준다, 꺾은 그 꽃을 햇빛이 잘 드는 땅에 다시 심어준다. 그 꽃이 원래대로 다시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바라며. 난 마음속에 꽁꽁 묶어뒀던 당신이라는 형태없는 무언가를 내 마음속에서 놓아버린다, 멀리 가버려, 돌아올 수 없게 그냥 아주 멀리 가버려.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가버려. 아프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영원히 웃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서 그렇게 행복하게 영원히 살아줘. 장위안, 당신을 떠나보내며 나는 눈물을 흘린다. * * * - 출국 곧 하는거예요?“네, 곧 탈거같은데요.“- 회사라 가보지는 못하고…, 도착하면 꼭 연락해야돼요! 국제전화는 비싸니까 스카이프라도!“그럴께요.“- ……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와요.“그래요.“ 행복해야돼요. 그럼요. 몇 마디를 더 주고 받은 뒤 전화가 끊겼다. 위안은 주위를 바라보았다. 가방을 매고 끌고 오는 수 많은 사람들, 수 많은 외국인,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 모든것이 낯설어 위안은 의자에 앉아 괜시레 긴장을 한다. 3개월? 그래, 아마 3개월이 흘렀을것이다. 퇴원을 하고 며칠 회사를 다니고 회사를 그만 두고 유학을 준비하고 지금 이렇게 공항에 앉아있기까지가. 위안은 이른 아침부터 장시간 공항에 앉아있자 피로감이 몰려와 눈두덩이를 꾹꾹 눌러댔다. 잠이라도 몇시간 자면 좋으련만, 긴장이 되서 잠은 안오고 멍하니 공항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그 나라는 지금 약간 덥겠지. 음식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사람들도 다르고 모든게 다르고 모든게 새롭겠지. 위안은 옆에 있던 검정 캐리어를 만지며 생각했다. 끝, 그리고 시작. 돌고 돌아 결국 도착한 종점지이자 새 발을 디딜 출발 입구. - OO행 비행기가 도착하여 X시X분까지 이륙할 예정이오니 승객들께서는 …… 방송이다. 위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캐리어와 짐을 들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계속 밑을 보며 걷다가 입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짐을 내려놓고 잠시, 아주 잠시 뒤를 쳐다본다. 발걸음이 떨어지지않는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게 끝이니까, 다시는 오지 않을꺼니까. 마지막으로 밟는 땅이니까. 위안은 무언가를 기다리듯 그 자리에 서있는다. 직원들이 그를 이상하게 바라보지만 위안은 계속 그 자리에 서있는다.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 무언가를 두고 온듯 빠르게 달린다. 넓디 넓은 공간을 한 바퀴 달리며 주위를 살핀다. … 없어. 헉헉 숨을 몰아쉬며 위안은 덩그러니 어딘가에 서있다. 사람들은 모두 입국심사를 하러 들어가버리고 위안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않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래, 이건 소설이 아냐, 드라마도 아니야. 위안은 그렇게 생각을 하자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긴다. 아까 그 곳으로, 이제 들어가면 다신 나올 수 없을 안으로. 다시는 나오지 않을 안으로.위안은 최대한 천천히 발을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옮긴다. - 안…! 환청이 들린다, 너무 생각했나보다. - 장위안!!! 장위안이라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춘다.익숙한 목소리.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린다. - … 형, 장위안, 형!!!!! 뒤를 돈다,그리고 거짓말같이 너가 서있다. 숨을 몰아쉬며 타쿠야는 다리가 아프다는듯 무릎을 부여잡고 인상을 썼다. 위안은 꿈인거같은 그의 모습에 할말을 잃고 할 행동을 잊어버린다. 타쿠야는 그를 바라본다. 3개월, 근 3개월만에 보는 서로의 모습은 낯익고 낯설어 누가 먼저 선뜻 말을 걸 수가 없었다. 타쿠야는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자 자연스레 시선이 아래로 향해지고, 그는 위로 향해졌다. 그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위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해 보였다, 아니 좀 더 말랐나. 그의 등에 있는 백팩이, 손에 쥔 가방과 캐리어가, 그가 곧 떠날것을 알려준다. 타쿠야의 숨소리가 차분히 잦아들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 대화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먼저 말을 꺼낸건 의외로 위안이였다. “… 어떻게 알았어요?“ 위안은 자신이 아직도 꿈을 꾼다 생각했다. 병원에서도 회사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지금 내 앞에 서있다. 위안은 가슴이 저릿해지는걸 느꼈다. “… 뻔뻔한 사람.“ 위안은 그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타쿠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난 당신을 증오해요, 당신이 정말 싫어.“ 타쿠야는 위안을 향해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시려서 위안에게 사무치게 다가왔다. 타쿠야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위안과 얼굴을 마주하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입맞춰도 될까요.“ 이기적인 사람, 위안은 그를 보며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위안은 곧 입술에 덮히는 포근한 감촉에 눈을 감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입을 열자 조심스럽게 들어와 얽히는 혀에 위안은 그저 가만히 그를 받아낼 뿐이였다. 타쿠야는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천천히 그에 볼에 손을 대고 입술을 포개었다. 그와 키스한게 처음이지, 아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맞추는 입맞춤이 난 처음이지. 그에게선 박하향이 나는거같았다. 타쿠야도 눈을 감았다.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주듯, 한참을 그렇게 입을 맞춘 후에야 타쿠야가 먼저 천천히 입술을 때며 그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그에게 할 말이 이것밖에 없었다. 위안은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위안은 여전히 짐을 손에 쥔 채로 아무 행동이 없었다. 위안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갑자기 손에 든 짐들을 내려놓고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그렇게 찾고 위안은 드디어 원하던걸 찾았는지 천천히 그 물건을 들어올렸다. 익숙한 물건이였다. 항상 저가 가지고 있던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한, `타쿠야` 이름이 각인된 만년필이였다.위안은 아무 말없이 타쿠야의 손에 만년필을 쥐어주었다. 타쿠야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만년필을 조심스레 손에 쥐며 천천히 바라보았다. “이 만년필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 곧 OO행 비행기가 출국할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위안은 다시 가방을 고쳐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는 잔잔한 무언가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타쿠야는 그것이 아련하다고 생각했다. “그 만년필은 내가 당신을 사랑했었다는걸 의미해요.“ 위안은 뒤를 돌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짧은 인사도 목례도 없는 그런 끝이였다.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너를 너무 증오해서 나는 너를 떠나간다행복해야해, 잘 있어, 당신 타쿠야는 만년필을 들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작아져 점이 되고 눈 앞에서 사라질때까지 타쿠야는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사랑했었다.` 그는 그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오랫동안 생각해온 만년필의 의미가, 만년필의 촉이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떠나가버렸다. 그 오랜 시간동안 당신이 보고 싶었다. 집에 찾아가고 싶었고 뭐하나 연락을 해보고 싶었고 괜찮냐, 이제 안 아프냐하는 걱정도 해보고 싶었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하는 표현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왔다. 무작정 공항을 방황하며 당신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찾은 당신, 차라리 나를 보고 원망을 하지, 울고 슬퍼하고 모든걸 토해내지, 결국 아무것도 하지않고 하지못했다. 그렇게 그도 나도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점점 멀어지고 만다. 잘가, 잘가요나의 작은 꽃내가 사랑하던 언제나 작았던 나의 그대이제 영원히 행복해야해 -다음화가 마지막화가 될거같아 ^_ㅠ여기서 완결이라면 완결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어오늘 그취방이 유독 소란스러운거같은데 그래도 난 여기에 꿋꿋하게 연재할거야! 하하하다음화에서 보자! 읽어주는 너네들 너무너무 언제나 고마워!읽어줘서 고맙고, 즐거운 주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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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아이는 고개를 돌린다. 4살쯤 되었을라나, 아이는 물그러미 나를 쳐다본다.나는 아이를 향해 두 손을 조심스레 뻗는다. 아이의 발에는 노란색 단화같은 아기자기한 신발이 신겨져 있다.
아이야, 거긴 너무 위험해
다리위에 서있는 아이는 위험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나는 아이를 끌어안기 위해 아이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이를 살포시 끌어 안는다. 생각보다 별다른 반항을 하지않고 안기는 아이를 끌어안으며 난 아이가 어디 다친 곳이 없나 살핀다. 뒤를 돌아 길을 가려는데 아이가 자그마한 고사리같은 손으로 나의 팔 소매를 붙잡고 어딘가를 가리킨다.
어디, … 물?
아이는 다리 밑의 물을 가리킨다. 물을 쳐다보자 물은 퍼랗다못해 시커멓게 색을 내며 흐르고 있었다. 아이는 내 품을 벗어나 다시 다리 위에 선다. 휘청휘청 곧 떨어질거같은 아이의 모습에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아이는 나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내 소매를 다시 잡아당긴다. 반대쪽 손으로는 다리밑 물을 가르킨다.
……… 떨어지자고?
무표정하던 아이는 그제서야 나를 향해 원하던 해답을 찾았다는듯 웃어보인다. 난 다리밑의 물을 바라본다. 높은 곳에서 밑을 바라보자니 아찔하다. 난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신다. 여기서 떨어지면, 모든게 끝나는걸까. 아이는 소매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재촉을 한다. 나는 신발을 벗고 아이가 올라탄 다리를 바라보며 그 위에 같이 올라선다. 아이는 나의 다리를 붙잡는다.
넌…, 누구니 아이야
아이는 말이 없다. 난 차마 떨어지지않는 발을 힘겹게 들어올린다. 몸에 힘을 빼고 바람에 몸을 맡긴다. 이제 끝나는거구나, 난 아이를 향해 웃어보인다.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데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잠시 몸을 움찔하며 다시 뒤로 힘을 실어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다. 아이는 나를 쳐다보며 의문의 표정을 짓는다. … 나는 다시 그 자리에서 내려와 아이의 작은 손을 잡는다.
… 미안해, 아가야
아이는 아무 반응이 없다.
지금 내 뱃속에 너랑 비슷한 어린 아이가 있어, 내가 죽어버리면 그 애도 죽어버리는데, 그 아이가 아무것도 못해보고 나랑 같이 죽어버리면 너무 억울하잖아, 미안해 아이야. 난 죽고 싶어, 죽고 싶은데 아기는 아직 죽고싶어하지 않을거 같아
아이는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그 작은 손으로 내 뺨을 짝짝, 아프지않게 쳐준다. 난 그 밉지않은 행동에 눈을 찡그리며 웃는다.
아이는 그리고 그대로 떨어져버린다.
… 아이야!!!!!
아이가 떨어지며 웃는다, 그리고 운다. 작은 눈물 방울방울이 흩어져 바람을 타고 사라진다. 그리고 모든게 하얗게 사라져버린다. 모든 내 주위를 에워싸던 배경들이 조각조각 퍼즐 조각이라도 되듯 작게 흩어져 날라가버린다. 하얀 공간에 나는 서있다.
난 천천히 눈을 뜬다.
오메가 버스 18
위안이 눈을 뜨자 보이는건 하얀 천장이였고 코와 입을 막아둔 호흡기에 불편함을 느껴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 팔을 움직여 호흡기를 떼려는데 팔이 말을 듣지를 않았다. 무언가에 묶여있는 기분. 시선을 밑으로 내리자 보이는건 하얀 붕대, 링거, 그리고 잠들어있는 타일러. 침대와 이불, 그리고 어둑어둑하고 고요한 병원의 밤.
“……윽….“
그래, 나 떨어졌지, 계단에서. 나 그래서 병원에 온거구나. 위안은 더듬더듬 과거를 정리하며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위해 애썼다. 한쪽팔, 그와 반대쪽의 한쪽 다리빼고는 성한 구석이 없었다. 소리를 내어 타일러를 깨울까하다가 그의 곤히 잠든 모습에 그냥 눈동자만 옆으로 옮긴다. 밤이다, 고요한 달빛이 위안을 비췄다가 구름에 사라진다. 1인실인거같은데 타일러가 여기로 병실을 마련해준걸까. 위안은 두 눈을 깜빡이며 야경을 바라본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회사는 어떻게 된걸까, 몇시간, 며칠? 시간이 얼마나 흐른걸까. 타쿠야가 나를 신고해 병원으로 싣고 온걸까. 그는 어디있는걸까. 마지막으로 본 그의 표정은 놀람, 정도였나.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를 떠올리면 소름이 돋았다. 눈을 감고 지워보려고 미친듯이 애를 쓴다. 근데 보고 싶었다. 너무 미친듯이 그가 싫은데 왜인지 모르게 그의 얼굴을 보고싶었다.
“……….“
그나마 성한 한쪽 팔을 조심스레 들어 호흡기를 떼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와 타일러가 깨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잠시 해본다. 다행히 그는 깨지 않았다. 위안은 자신을 고정하고 있던 링거나 받침대 따위를 빼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침대밑에 구비되어있는 담요를 꺼내 그에게 살짝 덮어준다. 그러고는 맨발로 몸을 일으켜본다. 몸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따끔따끔했지만 거동이 심각하게 불편한 수준은 아니였다. 천천히 걸어 창문쪽으로 몸을 옮겼다. 창문너머로 보이는 달과 달빛, 밤의 야경에 감탄을 자아낸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는데 눈 앞이 흐릿하다. 투두둑, 눈물이 떨어진다. 곧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볼을 타고 뜨겁게 흘러내린다.
“……흐으… 흐….“
눈물을 닦고 싶지 않았다.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거같아서, 이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자신은 결국 이렇게 무너져버려서. 위안은 울었다. 성한 팔로 조심스레 배를 쓸었다. 쓸어대면 쓸어댈수록 눈물이 서럽게 흘러내려 자신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미안해, 아이야… 아기야… 내가… 내가 너무 미안해. 결국 세상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허락해주지를 않았다. 행복도, 아이도, 사랑도, 그 아무것도.
“흐으… 아이야….“
난 너의 이름을 뭐라 지으려했을까, 엄마는 나를 위안이라 지어줬는데. 난 너에게 어떤 부모가 되려고 했을까. 미안해, 아이야. 그냥 같이 죽을껄, 왜 나만 살아버린걸까. 네가 아무것도 해준거없는 나를 살려주고 대신 떠난거니.
위안은 한참을 흐느꼈다. 타일러는 곧 허전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 창가에 서있는 그를 보고 뭐라 말을 걸려했었다. 하지만 그가 운다는걸 알았을때 그는 그저 가만히 그의 한없이 작아보이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덮어준 파란색의 담요를 좀 더 끌어 덮었다. 불쌍한 사람, 가엾은 사람. 위안은 다짐했다. 이 눈물이 이제 마지막 눈물이라고, 이 운명과 이 삶을 한탄하는 자신의 마지막 눈물이라고. 더 이상 울지 않을거라고. 병원은 적막했고 달만이 다시 구름에서 나와 그를 비추며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 * *
- 위안형 깼어요.“… 그래요?“- 혼수상태로 며칠을 보내더니 깼어요. 내 입으로는 차마 못 말할거같았는데 눈 뜨자마자 알았어요, 유산한거.“……….“- 눈 뜨자마자 서럽게 우는데 그냥 울게 냅뒀어요.“……….“- 안 와볼꺼예요?“……….“- 전 당신이 안 왔으면 좋겠지만 뭐 제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죠.“나머지… 상처들은 괜찮아요?“- 타박상이랑 골절상같은건 괜찮은거같아요. 뇌진 판정 받은게 큰일난거였지, 혼수상태에서 깬거니 이제 그것도 무사히 넘어간거 같고요.“…… 그래요.“- 마음이 제일 아프겠죠.
타쿠야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타일러의 말들을 들으며 깼다니 다행이다하며 제 마음을 안심시키는거, 그게 다였다. 몇마디를 더 주고 받다가 타쿠야는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내던지듯 놓고 턱을 괴던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가 깼대, 살아있대.
타쿠야는 자신이 운다는걸 알았다.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울어봤지. 눈물이 따갑게 볼을 타고 흘렀고 심장이 무언가로 후벼파듯 지끈지끈 저렸다. 위안을 볼 수가 없었다. 그의 표정이 자꾸 아른거려서. 쓰러질때 마지막으로 날 보던 그 표정이 나를 속박하고 죄인으로 만들고 죄책감을 들게 만들어서. 난 겁쟁이가 되어서 당신을 찾아갈수가 없다. 늘 그렇듯 꽃을 사고 병원에 들어가 병실 문앞까지 서서 문을 열까말까 하는데, 당신을 보고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당신의 눈이 날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고 나의 숨통을 조인다. 당신의 얼굴을 이제 영원히 볼 수 없지 않을까. 타쿠야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보이는 그의 원망섞인 눈에 또 다시 가슴이 아파 눈을 떴다. 영원히 이렇게 시달리지않을까.
결국 난 내 마음속에서 당신을 놓아준다, 꺾은 그 꽃을 햇빛이 잘 드는 땅에 다시 심어준다. 그 꽃이 원래대로 다시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바라며. 난 마음속에 꽁꽁 묶어뒀던 당신이라는 형태없는 무언가를 내 마음속에서 놓아버린다, 멀리 가버려, 돌아올 수 없게 그냥 아주 멀리 가버려.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가버려. 아프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영원히 웃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서 그렇게 행복하게 영원히 살아줘.
장위안, 당신을 떠나보내며 나는 눈물을 흘린다.
- 출국 곧 하는거예요?“네, 곧 탈거같은데요.“- 회사라 가보지는 못하고…, 도착하면 꼭 연락해야돼요! 국제전화는 비싸니까 스카이프라도!“그럴께요.“- ……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와요.“그래요.“
행복해야돼요. 그럼요. 몇 마디를 더 주고 받은 뒤 전화가 끊겼다. 위안은 주위를 바라보았다. 가방을 매고 끌고 오는 수 많은 사람들, 수 많은 외국인,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 모든것이 낯설어 위안은 의자에 앉아 괜시레 긴장을 한다. 3개월? 그래, 아마 3개월이 흘렀을것이다. 퇴원을 하고 며칠 회사를 다니고 회사를 그만 두고 유학을 준비하고 지금 이렇게 공항에 앉아있기까지가. 위안은 이른 아침부터 장시간 공항에 앉아있자 피로감이 몰려와 눈두덩이를 꾹꾹 눌러댔다. 잠이라도 몇시간 자면 좋으련만, 긴장이 되서 잠은 안오고 멍하니 공항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그 나라는 지금 약간 덥겠지. 음식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사람들도 다르고 모든게 다르고 모든게 새롭겠지. 위안은 옆에 있던 검정 캐리어를 만지며 생각했다. 끝, 그리고 시작. 돌고 돌아 결국 도착한 종점지이자 새 발을 디딜 출발 입구.
- OO행 비행기가 도착하여 X시X분까지 이륙할 예정이오니 승객들께서는 ……
방송이다. 위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캐리어와 짐을 들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계속 밑을 보며 걷다가 입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짐을 내려놓고 잠시, 아주 잠시 뒤를 쳐다본다. 발걸음이 떨어지지않는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게 끝이니까, 다시는 오지 않을꺼니까. 마지막으로 밟는 땅이니까. 위안은 무언가를 기다리듯 그 자리에 서있는다. 직원들이 그를 이상하게 바라보지만 위안은 계속 그 자리에 서있는다.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 무언가를 두고 온듯 빠르게 달린다. 넓디 넓은 공간을 한 바퀴 달리며 주위를 살핀다. … 없어. 헉헉 숨을 몰아쉬며 위안은 덩그러니 어딘가에 서있다. 사람들은 모두 입국심사를 하러 들어가버리고 위안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않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래, 이건 소설이 아냐, 드라마도 아니야.
위안은 그렇게 생각을 하자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긴다. 아까 그 곳으로, 이제 들어가면 다신 나올 수 없을 안으로. 다시는 나오지 않을 안으로.
위안은 최대한 천천히 발을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옮긴다.
- 안…!
환청이 들린다, 너무 생각했나보다.
- 장위안!!!
장위안이라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춘다.익숙한 목소리.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린다.
- … 형, 장위안, 형!!!!!
뒤를 돈다,그리고 거짓말같이 너가 서있다.
숨을 몰아쉬며 타쿠야는 다리가 아프다는듯 무릎을 부여잡고 인상을 썼다. 위안은 꿈인거같은 그의 모습에 할말을 잃고 할 행동을 잊어버린다. 타쿠야는 그를 바라본다. 3개월, 근 3개월만에 보는 서로의 모습은 낯익고 낯설어 누가 먼저 선뜻 말을 걸 수가 없었다. 타쿠야는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자 자연스레 시선이 아래로 향해지고, 그는 위로 향해졌다. 그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위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해 보였다, 아니 좀 더 말랐나. 그의 등에 있는 백팩이, 손에 쥔 가방과 캐리어가, 그가 곧 떠날것을 알려준다. 타쿠야의 숨소리가 차분히 잦아들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 대화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먼저 말을 꺼낸건 의외로 위안이였다.
“… 어떻게 알았어요?“
위안은 자신이 아직도 꿈을 꾼다 생각했다. 병원에서도 회사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지금 내 앞에 서있다. 위안은 가슴이 저릿해지는걸 느꼈다.
“… 뻔뻔한 사람.“
위안은 그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타쿠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난 당신을 증오해요, 당신이 정말 싫어.“
타쿠야는 위안을 향해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시려서 위안에게 사무치게 다가왔다. 타쿠야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위안과 얼굴을 마주하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입맞춰도 될까요.“
이기적인 사람, 위안은 그를 보며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위안은 곧 입술에 덮히는 포근한 감촉에 눈을 감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입을 열자 조심스럽게 들어와 얽히는 혀에 위안은 그저 가만히 그를 받아낼 뿐이였다. 타쿠야는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천천히 그에 볼에 손을 대고 입술을 포개었다. 그와 키스한게 처음이지, 아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맞추는 입맞춤이 난 처음이지. 그에게선 박하향이 나는거같았다. 타쿠야도 눈을 감았다.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주듯, 한참을 그렇게 입을 맞춘 후에야 타쿠야가 먼저 천천히 입술을 때며 그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그에게 할 말이 이것밖에 없었다. 위안은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위안은 여전히 짐을 손에 쥔 채로 아무 행동이 없었다. 위안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갑자기 손에 든 짐들을 내려놓고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그렇게 찾고 위안은 드디어 원하던걸 찾았는지 천천히 그 물건을 들어올렸다. 익숙한 물건이였다. 항상 저가 가지고 있던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한,
`타쿠야`
이름이 각인된 만년필이였다.
위안은 아무 말없이 타쿠야의 손에 만년필을 쥐어주었다. 타쿠야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만년필을 조심스레 손에 쥐며 천천히 바라보았다.
“이 만년필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 곧 OO행 비행기가 출국할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위안은 다시 가방을 고쳐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는 잔잔한 무언가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타쿠야는 그것이 아련하다고 생각했다.
“그 만년필은 내가 당신을 사랑했었다는걸 의미해요.“
위안은 뒤를 돌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짧은 인사도 목례도 없는 그런 끝이였다.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너를 너무 증오해서 나는 너를 떠나간다
행복해야해, 잘 있어, 당신
타쿠야는 만년필을 들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작아져 점이 되고 눈 앞에서 사라질때까지 타쿠야는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사랑했었다.` 그는 그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오랫동안 생각해온 만년필의 의미가, 만년필의 촉이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떠나가버렸다. 그 오랜 시간동안 당신이 보고 싶었다. 집에 찾아가고 싶었고 뭐하나 연락을 해보고 싶었고 괜찮냐, 이제 안 아프냐하는 걱정도 해보고 싶었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하는 표현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왔다. 무작정 공항을 방황하며 당신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찾은 당신, 차라리 나를 보고 원망을 하지, 울고 슬퍼하고 모든걸 토해내지, 결국 아무것도 하지않고 하지못했다. 그렇게 그도 나도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점점 멀어지고 만다.
잘가, 잘가요나의 작은 꽃내가 사랑하던 언제나 작았던 나의 그대
이제 영원히 행복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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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가 마지막화가 될거같아 ^_ㅠ
여기서 완결이라면 완결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어
오늘 그취방이 유독 소란스러운거같은데 그래도 난 여기에 꿋꿋하게 연재할거야! 하하하
다음화에서 보자! 읽어주는 너네들 너무너무 언제나 고마워!
읽어줘서 고맙고, 즐거운 주말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