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다. 당신과의 기억이 추억이 되어 흐른다. 눈을 감고 뜰때 가끔씩 어디가 꿈이고 현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때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게 시간이 더 흘러 너와 내가 서로의 존재를 잊을쯤될때, 하나의 추억이 더 이상 서로의 마음속 어딘가 구석진 자리에 위치한 문너머에 보관되어 잊혀질때 그 때쯤이 되면 괜찮아질것이라 믿는다. 가끔 문뜩 생각이 나곤 하겠지. 마음 속을 정리하다, 우연치 않게 어떤 기분에 휩쓸려 마음속의 문을 열때, 그 추억을 찾곤 하겠지. 그 때 추억을 발견하고 그 때는 그 추억을 보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때 너와 나는 이렇게 사랑을 했지, 하고 푸스스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1년, 난 아직도 그것이 힘들어 너를 꿈꾸고 너를 지우려 애쓴다. 시간은 흐르는데 난 아직 추억들이 위치한 그 자리에 서서 한 발자국정도밖에 나아가지를 못했다.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할까. 아니, 한 발자국만으로도 엄청난 성과가 아닐까.
오메가 버스 19 (完)
“선생니임! 숙제가 너무 많아요!“
“대학은 그냥 가는줄 알아? 다 해오고 안 하면 회초리 10대씩이야.“
“독재정권! 물러가라!“
“물러가라!“
“시끄러워, 이 욘석들아. 수업 끝났으니 어서어서 집에 들어가, 길거리 돌아다니지말고.“
“네에~“
1년,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들어온 이곳에서 나는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있는듯하다.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이 타지에서 언어도 안 통하는데 알바도 해보고 집이 없어서 어찌어찌 고시원, 게스트하우스도 가봤는데. 밤에는 스탠드를 키고 외국어를 배우기위해 책을 펴 공부를 하거나 가끔 타일러와의 통화나, 스카이프를 하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나는 점점 안정을 찾게 되었다. 빡빡하게 짜여진 스케쥴속에서 나는 점점 더 나아진 생활을 하게 되었다.
운 좋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에 강사로 채용되어 직장도 생기고 이제 고시원따위에서가 아닌 원룸에서 산다. 난 아이들을 만나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학원에 있는 선생님들과 이야기한다. 이 모든게 순탄하고 유하게 흐른다. 예전과 비교도 되지않을만큼 안정적이였다. 히트싸이클 시기가 되면 억제제를 먹고 항상 가방에 예비용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다. 휴일이 되면 원룸에 들여놓은 티비와 노트북으로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검색을 하고, 바람이 부는 선선한 저녁이 되면 나가 산책을 하며 지리를 익힌다.
모든게 너무 평화로워 꿈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잠에 들어 나타나는 너의 모습에 이 꿈이 현실인가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눈을 감으면 나타나는 너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도 했다. 욕도 하고 소리도 질렀다. 애꿎은 배게를 던지기도 하고 의자를 넘어뜨리기도 했다. 울지는 않고 울음을 참기위해 발악했다, 그 때 나 자신에게 했던 다짐을 지키기위해, 울면 버틸수없음을 알기에. 이제 배게를 던지지도, 의자를 넘어뜨리지도 않는다. 꿈에 나타나는 네가 꿈인걸 조금씩 알아채서, 아직도 혼란스럽고 혼돈이 일기도 하지만 꿈이라고 치부해버리면 아침에 일어나면 내 예상대로 꿈이기에. 나는 익숙해지기위해 노력한다. 평화로움이 나를 감싸주기에 나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위해 노력한다.
“아, 우편물.“
이른 아침 학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올때쯤에는 우편물이 와있다. 옆의 보관함은 쌓인 우편물로 보관함이 터질 지경이였다.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집에 들어오기는 할까. 보관함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그 안을 뒤적거린다. 요금공지서나 쓸때없는 홍보물이 대부분이였지만 매일 우편함을 확인해야했다. 의무적인 습관이 되버렸기때문에.
To. 당신에게
이렇게 가끔 발신자도 없고 수신자도 명확하지 않은 편지한 통이 오기 때문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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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뜯어보지는 않는다. 내 모국어로, 볼펜이 아닌 만년필로 쓴듯한 이 편지가 어디서 누구에게서 온건지를 알 것 같기에 뜯을수가 없었다. 정말 다른 자에게 오는 편지일수도 있다, 이름이 `당신`일지도 모르는 이 근처에 사는 나와 같은 나라에서 온 어떤 사람에게 올 편지가 나에게 오는걸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킥킥 웃음이 세어나왔다. 우편물 자체를 아예 안 확인하면 되지만 요금통지서나 혹시모를 무언가를 대비해 우편을 뒤적거리는건 나쁘지 않다 스스로를 합리화시켜버린다. 옆에 사는 이름모를 사람처럼 우편이 가득 차는건 싫으니까.
편지는 언제나 하얀 봉투에 담겨온다. 그 안은 노랑일지 분홍일지 파랑일지, 아무것도 없을지 모르지만 겉의 봉투는 항상 우체국에서 파는 그 기본적인 하얀 봉투이다. 그리고 언제나 생각보다 정갈하고 단정한 글씨로,
To. 당신에게
이렇게, 발신자없이 내 주소와 발신인 우편주소, 우편번호만 적혀온다. 국외우편배송이 가능하던가, 찾아서 하려면 할수야 있겠지만 이런 고전적인 국외에서 날라온 편지는 새삼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다. 나는 천천히 그 편지를 들고 계단을 밟아 오른다.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긴 복도가 나오고 난 그 집들중 한 집에 들어가기위해 주머니에서 낡은 동색 열쇠를 꺼낸다. 철컹, 끼익 하는 문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난 망설임없이 그 안으로 들어간다. 가방을 놓고 외투를 벗고 서랍으로 향한다.
하나…, 둘, 셋, ……… 일곱.
지금까지 똑같은 글씨, 똑같은 봉투, 똑같은 `당신에게` 라는 말이 든 편지는 일곱통이 왔다. 나는 열어보지않아 빳빳한 여섯통의 봉투 사이로 한 통을 넣고 다시 서랍을 닫는다.
난 양말과 외출용 복장을 갈아입고 깔아놓은 이불에 누워 눈을 깜빡인다. 이렇게 눈을 깜빡이다보면 잠이 들때도 있었고, 잡생각이 나 생각을 정리할수도 있었다. 아, 오늘은 후자인가보다. 내 머릿속은 지금 여러 잡다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난 나의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편지, 편지. 오늘은 편지가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며 나를 괴롭힌다.
난 마음이 날아갈듯이 가볍기도 하고, 또한 무언가 무거운 추로 매달아놓은듯 무겁기도 하다. 이 편지가 오면 나는 너가 나를 잊지않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 내가 너를 잊지 못하는것처럼 너도 나를 잊지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기분좋게 만들고 편안하게 만든다, 내가 너를 잊어도 넌 나를 생각하기를 바라니까. 영원히 나를 생각하고 나에 대해 좋게든 싫게든 기억해줬으면 하니까, 속죄하고 그렇게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니까. 그리고 편지가 오면 난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편지를 신경쓰는 내가, 1년이 지나도록 이런 생각을 가지는 내가 너무 바보같아서. 이 편지의 내용이, 이제 나를 잊는다는건 아닐까, 이제 나를 떠나보낸다는건 아닐까. 웃으며 밥 한번 먹자, 하는식의 농담이 적혀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 그리고 혹시 내가 너무 그립다고 그러지는 않을까 싶어서.
그러고 보니, 오늘 편지는 무언가가 같이 딸려온듯 무게가 있었다.
나는 눈을 감는다. 편지가 안 보고싶어 안 보는게 싶은게 아니였다. 보면 네가 너무 그리울까봐, 지금까지 너를 잊기위해 했던 내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아니, 기다란 끈이 되고 밧줄이 되고 족쇄가 되어 내 숨통을 조이고 날 속박해버릴까봐. 영원히 네가 떠나가지 않아서 반복해서 편지가 닳고 닳을때까지 읽을까봐. 언젠가 웃음으로 남을 수 있는 추억이 아니라 내 심장을 도려내는 아픈 추억으로 영원히 남을까봐, 한 발자국 걸음을 옮긴걸 다시 뒤돌아 원래의 곳으로 가버릴까봐.
행복하세요? 하고 누군가가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것이다. 글쎄, 불행하지는 않아요. 나는 오늘도 더 행복해지기위해 하루를 산다. 그리고 이 행복을 유지하기위해서는 너는 내 마음속 문너머에서 잠들어있어야한다. 네가 깨버려 문 밖으로 나오면 나는 너에게 빠져 불행해질테니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 독이되는 그런 사이였으니까. 너는 치명적이고 나는 너의 눈부심이 감당이 안 됐었으니까. 그래서 편지를 읽지 않는다. 편지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 * *
“우리 예전에 같이 어머니보러 가겠다고 한거 기억나요?“
-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건가? 어, 그러면 이번에 다시 들어오는거예요?
“음…, 잠시동안?“
- 잠시라도 들어오는건 들어오는거죠! 와, 드디어 같이 가보는구나.
예전에 전화로 가자고 한 곳, 사실 여기였어요. 엄마가 잠든 곳.
왜요?
힘내라고요. 그냥 그곳에 가면 다시 그리웠던 추억이이 떠오르지않을까…. 전 그렇게 생각했어요.
몇 분뒤 전화를 끊은 위안은 꺼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났을까, 1년이나 흐르니 향수병이라도 도진걸까. 그냥 내 나라에 돌아가고 싶은걸까, 어머니가 많이 보고싶어졌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고 그 생각과 동시에 자연스레 타일러와 했던 약속아닌 약속도 생각났다. 타일러도 많이 보고 싶었다. 위안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방의 불을 껐다. 어둠으로 감싸진 방 안에 위안은 몇분을 멍하게 서있다가 깔려진 이불과 배게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 가지못했던 엄마에게 1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가는 나자신이 많이 낯설었다. 그때의 일들이 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어머니의 인상을 바꿔놓았다. 꼭 엄마에게 찾아 인사와 사과, …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책꽂이에 있는 어머니의 낡은 노트가 생각났다.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가 한 생각에서 생각이 멈췄다. 사실 아까부터 이 생각을 하고싶었는데 애써 부정한걸지도 몰랐다. 생각하고싶지않았는데 타일러가 던진 한 마디가 파장이 컸다.
- 타쿠야, 회사도 그만 두고 요즘 소식이 뜸하더라고요.
왜 타일러는 타쿠야의 언급을 한걸까, 우리 둘 사이에서 금기시하던 무언의 약속이였다. 타쿠야의 언급은. 타쿠야가 사라졌댄다. 회사도 관두고, 어디로 사라졌댄다. 돈 많은 잘난 사람이 사라지면 어디로 사라지겠는가, 해외로 유학이든 여행이든 그렇게 떠났을수도 있고 그냥 집에서 여자나 부리며 놀 수도 있었다. 한가롭고 잘난게 제일 잘 어울리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왜 내 마음이 이렇게 불안하고 불편할까. 답답하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잠에 들지 않고 이것저것 너가 사라진 이유를 생각한다.
“아…, 편지.“
편지에는 뭐라도 적혀있지않을까. 일주일전에 온 편지는 그가 어딘가로 사라진 뒤에 쓴 편지였다. 그 편지에 뭐라도 적혀있진 않을까. 위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사물을 분간할수있을만큼 뚜렷해졌다. 위안은 불을 키지않고 서랍으로 발걸음를 옮겼다. 드르륵, 하고 서랍이 열리며 안에 든 언제 쓴건지 모르는 편지 뭉텅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들어있는게 가장 최근 편지인데. 더듬더듬 손으로 편지를 구분하다가 닿는 무언가에 그 무언가가 든 편지를 집어낸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불을 킨다. 밝은 빛에 눈이 시리다.
“…… 안돼, 난 못봐.“
내 안정을 깰것만 같은 이 편지에, 나는 두려워 견딜수가 없다. 편지, 너에게 온 이 편지에 무엇이 적힌지 알지를 못해서. 네가 결혼을 한다 써져있지않을까, 날 잊겠다고 한건아닐까, 어디 가서 즐겁게 지낸다고 써져있는건 아닐까. 읽을까말까 읽을까말까 쉴 새없이 고민을 하다 결국 편지를 열기로 결심한다. 편지를 두어번 주물럭거리다가 문득 이 안에 든 내용물의 정체가 의심이 간다. 이 촉감, … 이 길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편지를 우지직, 보기싫게 뜯는다. 안에는 편지와,
“……… 만년필.“
내가 너에게 준 만년필.
손이 떨린다. 뭐야, 뭔데.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게 무슨 의미야, 나에게 이걸 왜 다시 돌려준거야.
안에 든 편지를 조심스레 꺼내 펼친다.
안녕, 당신.
오랜만에 편지를 또 보내요.
이제 1년쯤 지난건가, 당신을 떠나보낸지 1년이나 흘렀죠? 이번에는 잘 자라고 있어요, 벌써 다 큰거같네요. 볼때마다 감동스러워요. 이 감동을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만년필을 돌려드려요. 1년간 이 펜으로 편지를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나에게 이 펜을 준건 당신이 날 사랑했던 감정을 나에게 준거잖아요. `사랑했었다는 의미` 그 사랑, 그 의미 돌려드려요. 이걸 받고 당신 마음속에 날 사랑했던 마음이 영원히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한번도 답장 없던 그대, 이 편지를 읽었을지 안 읽었을지, 혹시 편지가 분실되는건 아닌지. 늘 그렇듯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편지를 마칩니다. 그리운 당신, 미안하고 또 사랑합니다, 내 마음속에 영원히 거주할 나의 사랑.
- 타쿠야
…… 넌 너무 이기적이야.
난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다. 안 울꺼야, 너에게 우는 내 자신이 너무 안타까울테니. 너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너도 내가 너를 잊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었구나. 근데 나는 너를 못 잊고, 넌 결국에 나를 잊었나보구나. … 가슴이 아프다. 나를 못 잊는거보다 나를 잊기에, 너가 나보다 먼저 나의 존재를 잊기에 가슴이 아프다. 결국 난 편지를 읽고, 너를 또 그린다. 오늘 꿈 속에도, 내일도 그 내일에도 네가 나타나 나를 괴롭히겠지.
난 추억속에서 제자리발걸음을 한다, 결국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 * *
[진짜 주말까지 회사에 체류되있을줄은 몰랐어요 ㅠㅠ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니다, 시간 좀 걸리니까 먼저 들어가요!]
타일러의 문자를 확인한 나는 납골당 주위를 몇번이고 돌며 안에 들어가지않고 서성거린다. 그러길래 이런 일없는 다음 날에 가자니까 왜 꼭 오늘 날짜로 가고싶다고 타일러답지않은 오기를 부려서는. 타일러의 단호한 그때의 말을 생각하며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뭐 회사에서 갑작스런 연락이 온게 타일러 잘못은 아니니까. 그냥 먼저 들어가 먼저 한번 보는것도 나쁘지않을것이다. 처음 와봐서 위치를 잘 알지도 못하고. 약간은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혹시 울더라도 타일러 앞에서 말고 지금 울어둬야지. 어, 왼쪽이랑 오른쪽중에 어디지, 몇번이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 그니까 몇번째 칸이지.“
한참을 빙빙 돌듯 몇바퀴를 돌다 드디어 생각이나 어머니가 있는 장소 앞에 발걸음을 디딘다. 내년에 올때 또 까먹을거같은데…, 쉽지않은 장소찾기에 혼자 투덜거리며 혼잣말을 내뱉는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어머니가 잠든 이 곳을 한번 바라본다. 아무도 없는 이 공간은 적막하다. 손에 든 꽃과 술, 그리고 엄마의 공책를 꺼내기위해 시선을 밑으로 향한다.
……… 아무도 찾아올지않을거같던 이 장소에 생각보다 많은게 놓여져있다. 꽃, 편지, 담배, 술….
“……… 꽃? 생화잖아.“
아무리봐도 금방 사가지고 온듯한 하얀 꽃에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 꽃을 꺼낸다.… 그 마담이 온건가, 누군가 엄마를 기억하는 사람이 온건가. 별로 확신이 안 서는 생각에 머리를 굴리며 이러저리 고민하는데 무언가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 갑자기 숨이 막혀온다.
이 편지를 드립니다.
흰 봉투, … 늘 보던 글씨체.
심장이 뛴다. 뭐지, 어떻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움켜쥔다. 아무리 봐도 그때의 그 글씨체에 한번 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낀다.
편지를 뜯는다.
이번으로 7번째 당신을 찾아옵니다.
밉기도 밉겠지만 7번이나 찾아오니 그래도 반갑지않던가요. 1년이 흘렀습니다. 1년전 이 장소를 알고 이렇게 내가 여기 1년이란 시간동안 찾아올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곧 당신의 아들도 이곳을 찾지 않을까요. 다시 찾아와서 그가 당신에게 행복하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네요. 이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될거같아요. 내 심장을 당신의 아들에게 맡겼거든요. 그 펜이 내 심장이고 곧 그의 사랑이라 그가 그것을 영원히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심장, 그 사람이 내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는걸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행복할까요, 행복하겠죠, 그 사람. 이만 말을 마칩니다, 죄송합니다. 언제나 마무리는 이 말로 마치게 되네요. 당신의 아들을 사랑해서 아직 그를 잊으려면 멀은거같아요.
“… 꽃 향기인줄 알았는데.“
……… 너의 목소리.
시간이 멈춘다. 잘 흐르던 시간이 너의 목소리로 멈춰버린다. 사고가 고장난듯, 그대로 정지해버린듯 난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다.
“당신 향기네요.“
뒤를 돌면 보이는건 꿈이 아닌 정말 실제의 너일까, 이게 꿈이 아닌걸까.
“안녕, 당신.
……… 미안해요, 내가 당신앞에 보이면 안될텐데.“
천천히 뒤를 돈다. … 너가, 화분을 든 네가 보여서, 아무렇지도 않게 날 보고 평온하게 웃는 네가 보여서, 내가 너무 그리던 니가 보여서.
한참을 그렇게 서로만 바라본다. 그때, 공항에서의 그때처럼 서로 말이 없다. 넌 왜 여기있는거야, 왜 여기에 서 있는거야, 왜… 왜……….
“… 이기적이구나, 여전히.“
난 눈물을 흘린다.
너는 나에게 다가와 눈물을 닦아준다. 너의 손가락이 내 눈물을 닦아주느라 뺨을 스치고 눈가를 스칠때마다 그 손길이 너무 포근해서, 그리워서 눈물이 더욱 흐른다. 넌 이기적이다, 원망하고 혐오하고 싫어하는데…
“이 꽃, 다 키워서 여기에 갖다놓으려고 왔는데.“
“……….“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너의 손에 작은 꽃이 들려져있다.
“……… 더 이상 불행하지않죠?“
너의 질문에 난 대답을 하지 못한다. 행복하냐 물으면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 있었을텐데, 왜 불행하지않냐 물어보는거야. 너는 나에게 꽃을 건네준다. 그러고 입고 있던 외투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장위안`
“당신에게 이것을 드려요.“
만년필, 너에게 준 만년필과는 또 다른 … 만년필.
“… 이걸 주게되네요, 이제 당신은 제 만년필을 다시 돌려주세요, 전 당신에게 이걸 드릴테니.“
“……… 이걸 내가 받으면, 여기서 이제 끝이죠. 서로 주인에게 펜이 돌아갔으니 이제 끝인거죠.“
넌 꽃을 든 내 손사이에 만년필을 끼워넣는다.
“아뇨, 당신이 이번에 그 펜을 저에게 돌려줄때는,“
그가 점점 나에게 다가온다. 입술이 맞춰지고 혀가 얽힌다. 흐르던 시간이 멈춰 고요함이 너와 나를 감싼다. 너와 입을 맞췄을때 그때도 그랬듯이 너에게서는 희미한 담배냄새가 난다. 내가 먼저 너를 피한다. 너는 천천히 입술을 땐다. 그러고 너는 나에게 말한다.
“나를 사랑한다는 의미로 줬으면 좋겠어요, `사랑했었다`말고 `사랑한다`.“
천천히 시간이 다시 흐른다.
예전과는 다른 속도로, 다른 느낌으로.
“이 만년필은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걸 의미해요.“
평행선을 걷던 우리가 서로를 만났을때, 그 때 거대한 파동은 아니지만 작은 파동이 일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군가 나에게 행복하냐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대답한다고 했었지. 아, 이렇게 대답할까.
내일은 더 행복해지지않을까요.
이렇게.
오메가 버스 (完)
-
드디어 끝이났구나~
ㅠㅠ 으아... 숙제를 다 마친 기분이야.....
텍스트본 올릴때 좀 더 길게 말하겠지만
난생처음 써본 장편팬픽이 이렇게 사랑을 받아서 몸둘바를 모르겠어, 19화라는 짧지않은 장편을 지금까지 읽어준 너네 아벨라 메동 쥬뗌므 ㅠㅠㅠㅠ
지금까지 정말 읽느라 수고많았어 ㅠㅠ
그리고 사실 6화정도부터 완결은 타쿠야를 죽이려했어 ㅋㅋㅋㅋㅋ 편지에 만년필이 동봉되는거까지는 똑같았고 장위안이 죽은걸 알고 펜들고 슬퍼하는거였는데
개연성이... 심각하게... 떨어져서..... 결국 18화까지쓰고 너정들 반응보고 고민 뒤 바꾼 결말
(지금 이 결말은 초기예정결말이였고 또한 텍스트본 특별외전결말이였어, 해피버전엔딩이라 쓰려했지...ㅎㅎ)
팬북은... 타쿠안 팬북내주시는 총대분이 정말 진지하게 내주신다면 거기에 들어갈거같고
만약 그게 엎어지면~ 음... 아마 무산이겠지?
사극드라마라고는
몇년전 X주의 남자밖에 안본 내가 예전부터 쓰고싶었던 퓨전사극콘티로 타쿠안으로 쓰게되네 ㅎㅎㅎㅎㅎ (기쁨)
연후국 설화라고... 잘부탁해!
사담이 결말이라 울컥해서 너무 길어지네... 다시 한 번 지금까지 이거 읽어줘서 너무 고맙고 텍스트본에서 보자!
혹시 궁금한거있다면 텍스트본 올리면서 같이 답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