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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빠 전체글ll조회 805l 1

"나는 내가 어른이 됐다고 느낄 때 향수 뿌릴 거야"


 녀석은 그렇게 말했다. 요즘은 중 고등학생들도 다 뿌리는 향수인데 대학생이나 돼서 말이다. 어른이 되면 뿌린다니. 그런 녀석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뿌려. 그러다가 대학 졸업하기 전에는 뿌리겠냐?"


 "싫어. 내가 어른이 됐다고 느껴지면 그때 뿌릴 거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나의 말투에 녀석은 단호하게 싫다고 말했다. 녀석이 생각하는 어른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녀석에게 진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향수 뿌리기 시작 한 거야? 안본지 2주됐다고 벌써 어른이 됐냐?"


비꼬는 말투의 나의 말에 녀석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벚꽃이 만개하는 듯한 웃음으로 날 바라보며 대답했다.


". 있지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때 불기 시작한 겨울바람이 너의 진한 향수 냄새를 얼리지도 않고 나에게 가져다 줬다. 향기로워야 하는 냄새인데 나에게는 그저 시린 겨울 냄새만 날 뿐이었다 .


우리는 그러니까 속된말로 부랄 친구였다. 엄마 뱃속에서 부터 종교의 자유가 없이 태어난 아이를 좋은 말로 모태신앙이라고 포장하듯이 우리도 모태친구였다고 해야 할까. 우리가 태어나던 해, 봄은 뭐가 그리도 마음이 급했는지 생각보다 일찍 겨울을 녹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새끼들을 까기 시작했고 곧 푸르고 노란 아기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내가 태어나던 달, 이른 개화에 벚꽃은 눈처럼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분홍 눈이 쌓인 공원에서 너와 나는 세상의 빛을 아직 보지 못한 체 함께 소풍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온유엄마 아무래도 우리 멍뭉이가 태어나는 봄은 이렇게 따뜻하니까 우리 멍뭉이도 참 따뜻한 사람일거야"


"그럼 겨울에 태어나는 온유는 차가운 사람이게?"


"태명이 온유잖아. 그럼 온유도 따뜻하겠지"


서로가 원하는 답을 이끌어낸 엄마들은 여유롭게 누워 봄바람을 맞고 있었다. 그 순간, 엄마는 갑작스런 나의 탈출시도에 꽤 당황했었던 것 같다.


"온유 엄마 나 지금 애기가 나올 것 같아"


"어머 어떡해! 어떡해"


발만 동동 굴리시던 엄마와 온유 엄마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해 겨울, 겨울은 일렀던 봄이 얄미웠던 탓인지 성난듯이 눈을 뿌리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에는 분홍이라는 색깔을 없었어. 오직 하얀색이 전부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난 세상에 나와 뱃속에 있던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여유롭게 안방에 누워 귤을 까먹던 엄마와 온유 엄마는 내가 탄생하던 봄처럼 갑작스럽게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에는 우리 엄마가 녀석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병원으로 향했고 나는 너의 탄생의 순간을 함께했다. 서로가 탄생하던 순간을 함께 지켜본 그때부터 우리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였을지도 모른다.


"이진기 학교가자"


온유라는 태명을 갖고 있던 녀석은 진기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종현아 잠깐만 나 준비물 안 챙겼어. 1분만"


멍뭉이라는 태명을 갖고 있던 나는 김종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우리엄마들의 바램은 아쉽게도 진기엄마의 바램만 이뤄졌다. 녀석은 언제나 따뜻했고 남들에게 친절했다. 반면에 나는 그리 따뜻한 성격은 아니었고 남에게 관심 또한 갖지 않았다. 하지만 이진기와 다르게 매사에 꼼꼼했기에 그를 챙기는 건 언제나 내 몫이었다.


"종현아 미안해. 우리 진기가 누굴 닮아서 저렇게 헐랭 거리는지. 그래도 잘 챙겨줘. 아줌마는 종현이만 믿어요"


"네 걱정하지마세요"


언제나 나는 녀석을 데리러 녀석의 집 앞에 갔다. 그때마다 아주머니는 어릴 때도 초등학생 때도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항아 나에게 진기를 잘 챙겨달라는 말을 하셨다. 이젠 내가 이진기에게 미묘한 사명감마저 생겼다. 엄마는 나에게 진기에게 하는 반만 해달라고 말 할 정도다.


"이진기 준비물 확실하게 챙긴 거 맞아?"


"현아 나 못 믿어?"


"수학 시간에 쓸 각도기와 컴퍼스"


"챙겼어"


"미술시간에 쓸 붓이랑 먹이랑 벼루랑 앞치마"


""


"이럴 줄 알았어. 여봐여봐. 이진기 너가 뭐 하나라도 안 빼먹으면 이진기가 아니지"


녀석은 언제나 헐렁거렸다. 준비물을 한 번도 제대로 챙겨 온 적도 없었고 나는 언제나 인간 알림장 같은 역할이었다. 매사에 꼼꼼히 좀 하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았고 넘어지기는 얼마나 잘 넘어지는지 녀석을 위한 후시딘과 밴드는 항상 내 가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매우 오래전부터라 이젠 녀석이 넘어질 때 내 가방부터 여는 것이 익숙해졌다.


"현아 나 어떡해?"


"뭐두고 온 건대?"


"몰라 미술시간은 생각도 안했어."


"내꺼 써 지금 갈수도 없잖아"


"그럼 현이 너는 어떡하게?"


"너야 맨날 두고 오니까 이번에도 두고 오면 엄청 혼나겠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서 괜찮거든요?"


"현아 사랑해. 진짜 너 밖에 없어"


녀석의 사랑한다는 말에 심장이 간질거렸다. 붓으로 심장을 간지럽 히는 기분이었다. 두근두근 심장은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현아 어디 아파? 왜 그래? 우리 늦었어. 빨리 뛰어야 돼"


자기 때문에 늦은 것도 모르고 자기 때문에 멈춰선 것도 모르고 녀석은 언제나 한발 느렸다. 눈치도 없었다. 차라리 그런 모습이 나에겐 더 속 편했지만 말이다.


"아냐"


그때 난 알아차렸어야 했다. 위험해. 그만 다가가. 이젠 더 이상 다가가면 안돼. 그저 사춘기 소년의 철없는 감정으로 터부시한 그 순간이 잘못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녀석을 좋아한다는 것을. 하늘에는 다시 분홍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녀석을 펄럭거리며 분홍 눈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현아 그거 알아? 벚꽃 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뤄진대"


"바보야 그런 말을 믿어?"


학교가 파한 뒤 녀석을 집에 들여보내고 가로등하나 없어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를 거다. 어둠속에서 애정행각을 나누는 커플들을 의도치 않게 욕도 먹었지만 손톱보다도 작은 벚꽃을 나는 조심히 내 다이어리에 벚꽃을 끼워놨더랬다. ..12년의 알림장 생활이 그렇게 끝나갈 때 즈음 우리는 같은 대학에 지원했다. 수능이 끝나고 매일처럼 널 기다리던 나는 대충 목도리를 두른 채 눈물을 뚝뚝 흘리는 흘리며 내려오는 너를 볼 수 있었다.

"현아 나 아무래도 망한 것 같아. 재수해야 될 것 같아"


얼마나 크게도 울던지 주변 사람들은 다 녀석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안쓰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나 진짜 재수하기 싫어. 너랑 같이 대학가고 싶어. 너무 억울해. 수능을 도대체 왜보는거야. 시험 한번으로 이렇게 평가되는 거 너무 억울해"


눈물과 콧물로 뒤섞인 얼굴을 하고서는 할 말은 다 하는 녀석이었다. 만약 녀석이 대학 진학에 실패한다면 나는 함께 재수를 할 생각이었다. 내가 공부를 시작한 이유도 녀석이었고 앞으로도 진기의 알림장 역학을 하고 싶었으니까. 나는 눈물과 콧물로 뒤섞여 있는 진기의 하얀 얼굴을 내 손으로 닦고 다시 목도리를 고쳐 매어줬다.


"너 대학 안가면 나도 안가. 재수하면 같이 해줄 거니까 울지마. 뚝 그쳐"


". 그래도 대학 갈 사람은 가야지... 근데 진짜 나 재수하면 같이 해줄거야?"


퉁퉁 부은 눈으로 날 바라보던 너의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는 나였다.

"그래. 너 없으면 무슨 재미로 대학 다니냐?"

"현아"


나를 끌어안고 다시 울던 너를 바라보며 너의 옆에 있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조금 더 일찍 태어나서 이렇게 이진기를 태어날 때부터 지켜볼 수 있게 해줘서 엄마께 너무 감사하다고.


너는 생각보다 점수가 그렇게 못나온 것은 아닌지 원래 가려던 과는 아니었지만 원래 가려던 대학에 하향조정해서 지원을 했다. 생각보다 수능 점수가 잘나온 나는 사범대로 진학하기로 했다. 녀석의 집에서 같이 합격결과를 보기로 한 날, 진기는 내손을 꼭 잡고 눈을 꾹 감았다.


"종현아. 나 진짜 너무 떨려. 아 어떡해 나 못 봐. 나대신 봐줘"


"야 그래도 당사자가 봐야지 왜 내가 보냐"


"아 나 진짜 못 보겠어"


"진짜 내가 봐?"


내가 대신 클릭한 결과는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예비5번이라는 숫자가 어찌나 얄밉던지 내가 진기보다 더 화를 냈었다.


"이진기 얘네 진짜 미친거 아니야? 너가 뭐가 모자르다고 예비야?"


너는 말이 없었다.


"야 괜찮아. 불합격도 아니고 예비야. 가능성 있어"


사실 그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했다. 10명 정원에 예비 5번이라니. 그정도면 문을 닫고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기는 괜찮다고 어차피 많이 기대도 안했었다고 그저 초연하게 웃을 뿐이었다. 나는 내 결과는 확인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다. 혼자서 확인한 합격이라는 글자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면 같이 이것저것 하기로 약속도 많이 했었는데 녀석은 집에서 울기만 했다. 아주머니는 울기만 하는 아들이 안쓰럽다가 이제는 지치기 시작하신건지 대학을 갈 거면 다른 곳을 알아 보던가 재수를 할 거면 그만 울고 학원을 알아보라고 하셨다. 그 말에 자극을 받은 진기는 예비 번호를 받고 나서 들어가지도 않던 대학 입학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갔다. 그 옆에는 당연히 내가 있었다.


"종현아. 나 진짜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재수를 하던 다른 대학을 가던"


"야 이진기 다른 대학 가기만 해봐"


"종현아. 기도해줘"


너의 손을 꼭 잡고 너의 결과를 기다렸다.


'축하합니다'


내 대학 결과보다 너의 대학 결과가 더 긴장됐다.


빵빠레를 울리며 너의 합격을 축하해주는 홈페이지의 모습에 너는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대학에 가게 됐고 나는 평소처럼 너의 알림장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서로의 대학생활에 바빠 많이 만나지 못하던 그 순간 너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새로운 향기로 나에게 다가왔다. 손에서 겨우 움켜쥐고 있던 모래알들이 스르륵 빠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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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짝사랑 종현이ㅠㅠㅠㅠㅠㅠ 너무 좋네요후휴ㅜㅜ 신알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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