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간단히 빵으로 때울까. 우르르 몰려 뛰어가는 아이들을 멍하니보며 벤치에 앉아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빨간 목도리에 깊숙히 얼굴을 파묻었다. 길쭉길쭉하고 제법 호남형인 사내들과 유쾌해 보이는 여자들. 그리고 초여름 색의 도시. 새삼 베네치아에 왔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였다. "....여기 어디쯤인데" 꽤 나 유명하다던 빵집을 찾느라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쪽지 한 번 골목 한 번 번갈아 보다 조심스레 골목 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그 골목이 그 골목 같은데. 낯가림이 심해 선뜻 현지인을 붙잡고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던 그때 내 손에 있던 쪽지가 휙, 사라졌다. 어? "아, 여기 별로에욥. 자매가 하는 빵집인데, 둘 다 아주 고약하죠. 외국인한테는 돈을 더 받는다니까요?" 머리 하나 정도 차이나는 키 큰 사내가 노란 쪽지를 쥔 채 영어로 말을 걸었다. 그게, 그러니까.... 웅얼웅얼 목도리에 파묻힌 목소리가 부끄러워 손을 꼼지락 거리다 덥석 손목을 잡아 끄는 크고 두툼한 손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따라와욥. 내가 기막힌 빵을 사줄테니까" 성큼성큼 앞서나가는 사내에게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내내 골목어귀마다 그에게 건네는 인삿말이 들려왔다. 좋은 아침, 근데 뒤는 누구? 새로운 아벨라? 언뜻언뜻 들리는 이탈리아어를 느릿하게 해석해내는 동안 도착한 작은 빵집. 북적이는 빵집 안으론 큰소리로 가격을 얘기하는 할아버지와 쿠키를 집어드는 아이들 그리고 수다를 떨며 빵을 한아름 끌어안은 아주머니들로 가득했다. "기다려욥, 아벨라" 나는 다니엘인데, 아벨라는 누굴까. 비담 그취방에서 옮겨왔어 (찡긋)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