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네스의 육아일기 01
1994년의 여름날
너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단다.
엄마는 너를 낳으시고는 하늘이 불러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셨어.
네 이름은 다니엘이야, 네 엄마의 성을 따자.
굉장히 특별한 이름이 될 거야.
알겠니? 네 이름은 다니엘 스눅스야.
1994년 10월 31일
다니엘!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아니?
Trick or Treat! 할로윈 데이야.
아직은 침대에 누워 쌔근쌔근 잠만 자는 갓난 아기지만
네가 이제 막 걸어다닐 때 쯤이면
귀여운 옷들을 입고 사탕을 받으러 다니게 될 거야.
1994년 11월 23일
오늘은 이유 없이 네가 아파서 어쩔 줄을 몰랐어.
다행히 옆집 몬디 부인이 해결법을 알았지.
아직 다섯 달을 막 넘겼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아프니…
아빠 앞날이 훤히 보인다. 아프지 말아라, 다니엘!
늘 건강해주렴, 내 아들.
1994년 11월 26일
눈도 못 뜨던 네가 눈을 뜨고 동그란 눈으로
아빠를 쳐다볼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아니?
아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어.
넌 크면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아이가 될 거야.
그리고 그 사랑을 모두에게 나눠 주는 사람이 되렴.
1994년 12월 3일
벌써 이렇게 추워졌네.
내가 널 만났을 땐 녹음이 우거지는 푸른 여름이었는데,
지금은 너를 닮아 하얀 겨울이 되었어.
네 눈은 무얼 좇고 있니?
흩어지는 입김? 채 떨어지지 못한 단풍?
어서 네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1994년 12월 12일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구나.
따뜻한 난로 앞에서 너를 안고 트리를 장식하니 이렇게 행복할 데가 없어.
우리 아들은 무슨 색을 좋아하게 될까?
여름을 닮은 파란색을 좋아할 거니,
따뜻한 빨간색을 좋아할 거니?
1994년 12월 15일
예방 접종을 받으러 보건소에 갔어.
넌 칭얼대지도 않은 채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아 있다가
주사를 맞으니 그제서야 서럽다는 듯이 울더구나.
네가 앞으로도 건강하기 위해서니까
아빠는 우는 널 보기에 가슴이 미어져도 참을게.
1994년 12월 24일
내일이면 크리스마스구나.
우리 아들도 벌써 소원을 빌려나?
아빠가 빌 소원은 딱 한 가지야.
네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
아, 이런! 네가 깨어 버렸네.
1994년 12월 25일
Merry Christmas~
네가 태어나 처음으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구나.
이제 5, 6일 남짓하면 너는 햇수로 한 살을 더 먹게 돼.
와, 우리 아들, 이제 한 살이 되는구나!
옆집 몬디 부인이 네게 선물을 주고 가셨어.
예쁜 양말에 넣어주고 가셨네.
아빠가 대신 풀어보니 우리 아들이 입을 예쁜 옷을 선물해주셨어.
네가 크면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사랑해.
1994년 12월 31일
이제 자정이 되면 너를 만난 해가 지나가 버려.
별 것도 아닌데 아빠는 괜히 눈물이 나려고 하네.
네 엄마는 아름다운 사람이었어.
너와의 첫 해를 꼭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아니, 아냐. 이 내용은 못 본 걸로 해주렴.
1994년의 끝.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일기는, 1994년 7월 12일부터
1994년 10월 31일 사이의 갈기갈기 찢어진 아버지의 일기의 조각들이다.
1994년 7월 20일
아빠는 매일매일 너를 보러 병원에 온단다.
작디 작은 네가 신생아실에 누워 하품을 하고
손짓과 발짓을 할 때에 아빠는
아, 내가 살아 있구나, 하고 느낀단다.
다니엘, 너는 아빠의 삶의 활력소야.
태어나 주어 고마워.
1994년 7월 27일
다음 달이 되면 이제 너와 함께 살게 되겠구나.
네 엄마와 함께 꾸며둔 아기자기한 방에서
너는 무슨 꿈을 꾸며 살게 될까?
착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마.
아빠도 네 옆에 오래도록 함께할게.
1994년 8월 5일
오늘이 바로 우리 다니엘이 집에 처음으로 온 날이 되는구나.
아빠는 너무 기뻐. 네 엄마도 함께 돌아왔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 몫까지 우리가 행복하게 살자, 다니엘.
아빠도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고 느꼈어. 힘내자!
1994년 8월 22일
오늘은 아빠의 생일이야.
회사에서 많은 축하들을 받았지만 집에 돌아오니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어.
우리 아들 뿐이 아빠의 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고 축복이야.
사랑하는 내 아들, 다니엘.
1994년 9월 1일
가을의 첫 날이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오늘은 아빠가 가장 비싼 분유를 사왔어.
월급날이 됐거든. 아빠가 굶더라도 다니엘,
너만큼은 절대 굶기지 않을 거야.
내 목숨보다 소중한 내 아들, 사랑한다.
1994년 9월 13일
오늘은 옆집 몬디 부인께서 널 보러 오셨어.
멀뚱히 쳐다보는 너의 까만 눈동자가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고 하시더라.
넌 그만큼 사랑스러운 아이란다.
언제나 밝게 거기서 빛나 주렴.
1994년 9월 20일
옆집 몬디 씨가 커다란 오디오를 주셨어.
너에게 들려줄 감미로운 클래식을 틀어 주라며 레코드판도 주셨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는 네가 자랑스러워.
내 세상, 내 보물.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너를 보니 뿌듯하구나.
1994년 10월 9일
날씨가 제법 쌀쌀하구나.
감기 기운이 있는 네게 뭘 해주어야 할 지 몰라
따뜻한 물에 꿀을 타 먹이려고 했는데,
몬디 부인께서 아기에겐 꿀을 먹이면 안 된다고 하시더구나.
네 덕에 아빠는 많은 걸 배워가고 있어.
1994년 10월 15일
평소엔 조용히 잘 자고 잘 먹던 네가
오늘은 하루종일 칭얼대고 잘 먹지도 않았어.
웬일일까? 아프지도 않고, 기저귀도 갈아 주었는데.
몬디 부인께 여쭈어 보아야겠구나.
나머지 일기들은 전부 타 버리거나 찢어져 읽을 수가 없었다.
1995년의 일기가 남아 있는지 찾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