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이 조각조각 쓰여있는 글입니다. "누나, 일어났어요?" 하얀 커튼 사이로 햇빛이 하나둘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해맑게 웃으며 나를 보고 있는 상혁이다.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내가 일어날 곳은 우리집 내방인데, 어째서 다른방에 내가 있었냐는 거다. 그리고 그는 어째서 내 앞에서 아침인사를 전하고 있는것인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니 그는 그저 가만히 웃고 있었을 뿐이였다. 그가 고개를 돌리기 전까지 당혹스러운 시선과 천진난만한 눈빛이 오갈때 쯤 그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아아-. 제가 누나 데려왔어요. 누나가 제 옆에 꼭 있고 싶다고 해서." 내가 그런말을 했던가. 어제 일을 기억 해내려고 해도 희미한 기억만 날뿐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자, 얼른 식기전에 먹어요. 그가 나에게 숟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 밥상이 놓여져있었다. 일단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후, 국을 떠먹기 시작했다. 의외로 맛은 괜찮았다. 아침인데도 입맛이 돌아 또 떠먹었다. 나름 솜씨 좀 발휘 해봤는데 괜찮죠? 그가 걱정스러운듯 물어본다. 나는 그에게 웃으며 상혁아. 완전 맛있어. 요리사 해도 되겠다. 라고 대답하며 다시 밥을 먹었다. 나는 이때까지 나에게 그런 비극적인 상황이 올줄 몰랐다. 만약, 내가 다시 돌아갈수만 있다면 이때의 '나'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게, 그의대한 '마지막 출구' 였을지도 모른다고 그가 말했으니까. * 하루하루가 절망적이였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이 지독하고 무서운 꿈에서 꺼내주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현실'이라서. 외면 해버리고 싶었고 아니길 빌었지만 결국에는 '현실'이었으니까. 싫었다. 일부러 방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자해도 해보고 제발 나가게 해달라며 울고불고 빌었지만 그때마다 그는 나를 말없이 안으며 등을 토닥여줄 뿐이였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그는 날 놓아주지 않을것을 말이다. * 누나, 얼른 먹어야죠. 마른 모습은 보기 안좋아요. 그가 나에게 숟가락을 내밀었다. 나는 힘없이 그를 한번, 허공을 한번, 그리고 숟가락을 한번 보다가 뒤를 돌아 누웠다. 하아-. 뒤에서 짧은 한숨소리가 들렸다. 그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고 숟가락을 내밀었다. 먹어요, 누나. 굶은지 한참 됐잖아. 배 안고파요? 표정은 다정다감 했지만 목소리는 화를 참는듯 눌린 목소리였다. 나는 아무말없이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제발 그만 좀 내버려 두라는 눈빛도 함께였다. 그는 또 다시 한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리고 나와 시선을 맞췄다. 이번에는 곱게 넘어가지 않을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에서 배가 고프던 말던 내가 먹기 싫다는데 니가 강요해서 어쩔거냐는 심보로 다시 돌아 누우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 그가 내 어깨를 잡아채며 식탁쪽으로 앉게했다. 순간 나는 짜증이 나면서 그를 쳐다보는데 마치 그의 표정은 흠칫 할만큼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김별빛, 먹어." 이말을 마치고 그는 방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 어느 날의 아침이다. 깨어났더니 아침마다 보이던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동안 멍하니 생각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방문을 열었더니 허무하게도 쉽게 열리는거다. 거실을 보니 내가 있던 방과는 확연히 다르게 깔끔했고 심플했다. 방에서 나와 거실을 둘러보다 문득 무언가가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정적, 그리고 아무도 없는듯한 분위기. 그래, 지금 탈출을 감행하자. 무언가에 이끌리듯 현관문 쪽으로 가서 문을 열고 나왔다...곤 하지만, 내 앞에 있는것은 통로였다.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내 머리속에 누군가 외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출구, 출구를 찾아야해. 그리고 뛰어가려는 순간, 누나...? 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가 저만치서 걸어오고 있었다. 안됀다. 한번 찾아온 기회를 놓칠수야 없다. 그의 말을 가뿐히 무시하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찾고 찾아도 출구가 없다. 여기저기 가도 막혀있는 것이 꼭 미로같았다. 하긴 '납치까지 했는데 이정도야 못할리가.' 뒤를 달려서 다시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또 막힌 길이였다. 울먹였다. 그리고 화가났다. 나가지 못하는게 너무 답답하고 짜증나서. 한참을 울먹이다가 뒤에서 누가 안겨오는것을 느꼈다. 누나, 어디가요. 누나는 나한테서 빠져나갈 수 없어요. 그가 말했다. 다시 한번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는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 그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냈다. 사실 방법은 애초에 '이것' 밖에 없었던것 같다. '이것'이란 내가 이 세상과 단절되게 하는 것.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스스로 죽음을 끊는것. 어쩌면 빨리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 목욕하고 싶어. 미소를 지으면서 하는 내 말에 그는 장족의 발전인양 웃음을 띄우며 손수 물을 받아줬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물받는 것을 끝마치고 나오는 그를 한번 안아주었다. 상혁아, 정말 미안해. 오늘부로 너도 나도 다 사라지게 되는구나.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문을 잠그고 욕조에 누웠다. 물의 온도는 내가 들어가기에 적당한 온도였다. 나른하다... 따뜻함에 눈을 감았다. 몇 분이 지난 후에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옷깃에 숨겨둔 칼을 꺼내어 미련없이 손목을 그었다. 손목에 피가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하더니 곧 욕조 물 전체가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의식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느낀 그가 화장실 문이 잠긴것을 알아채고 문을 따고 들어왔다. 안돼. 상혁이가 중얼거리듯 말했고 곧 소리치듯이 외치며 내 손을 잡았다. 그가 울먹였다. 나는 힘겹게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하기를 몇분 지났을까. 의식이 다 사라져 갈때쯤에 그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나는 평안히 눈을 감았다. "선생님! 705호 환자 위험합니다! 빨리 와주세요!" 병원 안, 간호사들이 이러저리 바쁜듯 뛰어다니고 있었다. 급히 담당 의사를 부르는 간호사도 있고 아예 발 벗고 나서서 의사를 찾으러 뛰어다니는 간호사도 있었다. 그리고 급히 담당 의사가 도착해 한 여성을 살리려 이것저것 시도 해봤으나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것을 안 의사는 하던 것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20xx년 10월 1x일 김별빛 사망 사인 : 자살 평소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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