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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아무런 빛도 생기도 띄고 있지 않은 종인의 눈이었다
"이번엔 진심인가보네."
"..."
"왜? 신기해? 맞춰서? "
뜨끔하는 종인이었다
수도 없이 사랑을 말하고 헤어짐을 고했던 둘이었다
"그래. 나도 이젠 지친다. 그만하자"
이 말을 남기고는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경수였다
그런 경수를 보고 종인은 한 번 더 멍해졌다
한 번은. 적어도 자신이 아무리 미워도 한 번은 잡아줄거라 생각했다
안에서는 한창 자신의 짐 챙기기에 여념없는 경수가 있었다
문을 빠끔히 열고서는 그런 경수의 등을 바라보는 종인이었다
왜 몰랐을까
왜 저 어깨가 저리도 쳐 져있는 것일까
왜 이제껏 철 없이 굴었을까
"...경수야."
"말..시키지 마. 진짜...뛰쳐나갈지도 몰라"
물기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내가 잘못했어. 외박도 안하고 여자도 안 만나고.. 아 그래, 너 담배도 싫어하잖아. 담배도 끊을께"
"너 그거 모르지"
...?
"나 너 때문에 요즘 담배펴"
"..."
"씨발. 왜 너는..조금만 빨리 왔으면..그랬으면 씨발. 여기까진 안 왔어"
"경수야.. 내가 다 미안해. 내가 다.."
하며 경수의 팔을 잡으려는 종인을 뿌리치고는 악에 받힌 듯 말하는 경수였다
"씨발 나는 첫키스도 너였고"
".."
"첫 섹스도 너였고"
"..."
"첫..사랑도 너였다고."
말을 마치고는 종인을 지나쳐 뛰어 나가는 경수였다.
종인은 알았다.
이제 그는 돌아오지 않음을.
이미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가버린 그였기에.
아니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 자신이었기에.
똥글망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