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이 들어왔다. 손이 하얗게 질릴정도로 핸들을 꾹 잡던 찬열이 자기 화에 못이겨 핸들을 세게 내리쳤다. 모르는 사람의 번호로 백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백현이 서럽게 울었다. 말을 하는 중간에 전화가 끊겼다.
"시발-"
결국 거칠게 차를 유턴시킨 찬열이 가던 길을 되돌아갔다. 전화가 온 시각은 약 10분전. 길이 막혀 정체되어 있는 그순간에도 손에는 땀이 잔뜩 올라오고 침은 바싹 말랐다. 전화를 해봤지만 백현의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다시 그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해도 그 누구하나 받지 않았다.
히끅- 히끅- 대던 울음소리가 차차 멎어갔다. 물 좀 마시라며 가져다 준 물을 벌컥벌컥 마신 백현이 남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노란머리의 남자가 말 없이 백현 앞에 볶음밥을 내려놓고 그앞에 마주앉았다.
"놀랄만하지."
"내가 뭐,뭐 잘못했어요?"
잘못?. 큭큭 볶음밥을 한숟갈 뜨던 남자가 웃자 백현이 그제서야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눈가는 빨갛게 트고 눈물에 젖은 속눈썹이 반짝였다. 침을 삼킨 남자가 얼른 먹으라며 숟가락을 더욱 앞으로 가져다놓자 백현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나, 배 안고파ㅇ.."
꼬르륵-. 타이밍이 죽여주네. 금세 얼굴이 새빨게진 백현에게 다시 숟가락을 내민 남자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봐, 배고프잖아. 숟가락을 받아들고 잘 잘려진 스팸만 깨작거리던 백현이 남자에게 물었다.
"나.. 어떻게 알아요?"
"음, 밥 한숟갈 당 질문 한개!"
"... ..."
말없이 얼른 밥 한숟갈을 떠먹은 백현이 어서 질문에 답하라는 듯 눈으로 재촉하자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나랑 같은 학교인데, 나 한번도 못봤어요?"
끄덕끄덕. 얼른 다시 또 밥 한숟갈을 먹고,
"내가.. 그.. 남자 좋아한다는 거.. 누,누구한테 들었어요?"
머리를 긁적인 남자가 애매한 표정으로 백현을 바라봤다. 사실 자기도 그런줄 몰랐는데... . 큼큼 물을 벌컥 마신 남자가 뻘쭘한 표정으로 웃으며
"사실 몰랐어요. 설마 게이일 줄 누가 알았겠어... ."
"... ..."
라고 말하자 백현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보기좋게 구겨진 미간을 검지손가락으로 꾹꾹 누른 남자가 미안했는지 그릇에 고개를 쳐박곤 백현을 쳐다보지 않았다.
"아! 내 이름... 모르죠?"
"... ..."
"김태형이에요! 실용음악과 2학년."
실음과 김태형♥
과연 변백현은 무슨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