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던 너는 힘들다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그냥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 멤버들은 항상 네 편이라며 위로해 줬지만 너는 계속 힘들어했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멤버들은 마음이 아팠고,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질 않았어.
(너와 비팀은 사귀는 사이는 아니야)
오늘은 월요일이야. 전날 밤, 너는 또 사라지고 싶다고, 사라져 봤자 신경써줄, 슬퍼해줄 사람도 없을 거라며 멤버와 통화하며 울었어.
다음날 아침, 너는 이렇게는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도 모르게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는 대신 한강으로 향했어.
한번쯤 혼자서 마포대교를 걸어보고 싶었거든.
물론 정말 나쁜 생각을 하고 간 건 아니야.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뿐이지.
한강에 도착했지만 출근 시간대기에 사람들이 적어질 때까지 너는 한강변에 앉아서 잠시 기다렸어.
한두 시간 쯤 앉아서 기다리니까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게 됐고, 그길로 다시 마포대교로 향했어.
그렇게 긴 구간도 아닌데 너는 양쪽 길 난간에 쓰인 글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걷느라 그 길을 왕복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때였어. 그제서야 정신이 든 너는 자꾸 울리는 핸드폰이 거슬려서 꺼내봤고, 몇 통인가의 연락이 와 있었어.
평소 너와 친했던 친구로부터 왜 학교에 오지 않았냐며, 어디 아프냐는 문자 한 통.
얼마 전 힘들다고 울 때 달래줬던 친구로부터 나쁜 생각 하지 말고 얼른 학교 오라는 문자
선생님이 보내신 문자 한 통, 그리고 엄마의 걱정하는 문자 몇 통.
그 중 가장 눈에 띤 건.
김진환 부재중 전화 15통, 문자 20통
너는 진환이가 보낸 문자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해.
「어디야? 교실에 없네....」
「반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오늘 안 왔다며.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파?」
「왜 연락이 안 돼....걱정되게」
「아니지.....?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지?」
「집에도 없다며. 너 지금 어디야」
「화 안낼게. 전화 좀 받자. 응?」
「나 지금 너 찾으러 간다. 빨리 연락 좀 받아.」
마지막 문자를 본 너는 정말 놀랐어.
함부로 수업을 빠지는 진환이가 아닌데 자기 때문에 수업까지 빠졌다는데 어떻게 안놀라.
그 때, 마침 진환이한테 전화가 왔고, 망설이던 너는 실수로 통화버튼을 눌러버려.
받은 너도, 건 진환이도 놀랐지.
전화를 받은 진환이는 숨을 몰아쉬고 있어. 너 찾으러 나온다는 문자가 2시간이 되어가는데 계속 널 찾으러 다녔나봐.
“여보...세요?”
네가 한 마디 하자마자 진환이가 울먹거리며 쉴 새 없이 말을 뱉어내.
“하으...걱정했잖아. 너 진짜...!하....다행이다 진짜....너 지금 어디야.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너는 얼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어.
“흐으.....얼른 얘기해!”
“나....?어...나... 지금 마포대교.”
너의 대답을 들은 진환이는 화들짝 놀라.
“어디? 마포대교? 거기가 어디라고 니가 가. 니가 거길 왜 가냐고! 너 가만히 있어. 나 지금 바로 갈 꺼니까 할 발자국이라도 움직이기만 해 봐. 나 너 진짜 용서 안 해.”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소리도 못 내고 끅끅 대면서 눈물만 흘려.
그렇게 얼마나 울었는지 뒤에서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려와.
네가 천천히 뒤돌아보자 뒤에는 진환이가 울면서 너를 쳐다보고 있어.
오다가 넘어지기라도 했는지 손바닥이고 무릎이고 핏자국이 선명해.
놀란 네가 다가가서 다그치지.
“김진환! 내가 뭐라고 이렇게 다쳐...왜! 왜 그러냐고 진짜.....”
그리고 또 다시 울음을 터뜨리지.
뭐라고 하려던 진환이는 일단 주저앉은 너를 일으켜 치마를 털어주고 그냥 꼭 안아줘.
그리고 토닥거리면서 말할 거야.
‘괜찮아. 난 괜찮아. 너만 무사하면 돼. 울어. 그냥 크게 울어도 돼.“
그리고 너는 그렇게 진환이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어.
먼저 진정한 진환이가 너의 머르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키고는 말해.
“나쁜 생각하고 온 건 아니지?”
너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말해.
그제서야 진환이는 한숨을 내쉬고 좀 안심된 표정을 보여.
“다행이다 진짜.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다시 눈물이 차오르는지 진환이가 고개를 돌려.
눈물을 삼키려 하늘을 보던 진환이가 너의 어깨를 잡고 눈을 맞춰.
“많이 힘들지? 내가 대신 아파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앞으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 갇힌 것만 같아도 내가 곁에 있을게. 이렇게 걱정시키지 말고 나한테 와. 내가 오늘처럼 받아줄 테니까. 알았지?”
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진환이는 너를 안심시키듯 웃어줘.
너와 진환이는 그렇게 울어서 발그레해진 볼로 집으로 향하겠지.
2. 김지원 (BOBBY) 부재중 전화 1통, 문자 2통
다른 친구들과 별 다를 것도 없는데 왜 지원이 문자만 그렇게 눈에 띤 걸까.
「뭐야. 학교 안 옴?」
「전화는 왜 안 받냐?」
별 걱정도 생각도 없는 듯한 지원이의 문자에 갑자기 울컥한 너는 무턱대고 지원이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말해.
“이 나쁜새끼야..흐......내가...흐으 끅”
전화를 받은 지원이는 정말 심장이 발끝까지 추락하는 기분이야.
“뭐...뭐야. 너 왜 그래? 어? 왜 울어! 무슨 일인데 그래”
당황한 지원이는 횡설수설하고 너는 더 서럽게 울어. 당황했던 지원이는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를 낮추고 물어.
“너 지금 어디야. 얼른 말해.”
웅얼거리는 너를 지원이가 다그치고, 너는 숨이 넘어가게 울어.
“미안. 진정하고, 얘기해 봐. 데리러 갈게.”
그렇게 네가 마포대교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지원이는 하고 있던 모든 일을 내팽겨치고 너를 찾으러 와.
금방 도착했지만 지원이는 쉬이 다가가지 못해. 네가 정말 세상 모든 걸 잃은 표정으로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거든.
근데 갑자기 네가 점점 난간으로 다가가고, 놀란 지원이는 얼른 뛰어가서 너를 붙잡아. 지원이와 너는 놀란 얼굴로 서로를 마주해.
지원이는 너의 행동에, 너는 지원이의 등장에 놀랐지.
만나자마자 지원이가 널 다그쳐.
“너 미쳤어?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놀란 너는 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뭐라 말해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게 울어.
지원이는 이런 일에 서툴러서 우왕좌왕 하는데 네가 갑자기 지원이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아이처럼 엉엉 울어.
처음에는 지원이도 당황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머리까지 감싸 안아줘.
그렇게 또 한참 시간이 지나고 너는 정말 탈진할 정도로 울다가 너도 모르는 새에 기절하듯 잠들지.
조용해진 너를 기다리던 지원이가 말을 걸었는데 잠이 든 네가 알 리가 있나.
탈진했나 놀라서 살펴보는데 새근새근 자는 너를 보고 지원이는 자기도 모르게 싱긋 웃어.
힘들게 널 업은 지원이는 너의 집으로 향하면서 혼자 정말 많은 생각을 해.
네가 왜 여기 왔을까. 뭐가 또 널 이리 힘들게 했을까. 그러다 너 몰래 눈물도 좀 훔치겠지.
그렇게 널 집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도착해서 지원이는 가사를 써. 뭐 이런 류의?
「왜 너의 아픔을 나 훔칠 수가 없는지
왜 너의 눈물을 나 닦아줄 수가 없는지
조금만 기다려줄래
내가 그대에게 갈게
이젠 그댈 어둠 속에 혼자 두지 않을게」
아, 지원이는 네가 무슨 생각으로 마포대교에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