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어쿠스틱 - 나 요즘
[빅스/정택운] 과외선생님 정택운 01.
부제 - 아홉살차이.
“별빛.”
“어제 내가 오지말랬잖아요. 이제 과외 안빼먹고 집 간다니까요?”
“내가 널 어떻게 믿어.”
과외를 시작한지 벌써 6개월째, 중상위였던 성적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마자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친구를 잘못 사귄 탓도 있었지만 제 자신이 원래 삐딱했던 이유도 없지않아 있었다. 과외를 시작하면서 초반에는 딱히 달갑지않았다. 그래서 집에도 안들어가고 선생님이 오기전에 집에서 나왔던 적도 많았다. 과외를 빼먹은것도 한달째, 그 다음 달 부터 선생님은 학교에 집적 찾아왔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과외선생님은 일주일에 5번(내가 과외 하는 날)마다 학교로 날 데리러왔고 오늘도 나를 데리러 학교에 온 선생님은 지금 내 앞에 있다.
“벌써 6개월째인데.”
“알아, 그래서 피곤해 죽겠어 맨날 너 데리러 오느라.”
“안데리러 오면 되잖아요.”
“너 도망가면 안되니까.”
“…….”
도망가기는 누가 도망간다고. 선생님을 흘끔 흘겨보고는 선생님 옆에 나란히 서서 가방 끈을 잡고는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내 팔뚝을 툭툭 치더니 손을 내민다.
“왜요.”
“가방.”
“됐어요, 제가 들게요.”
‘내놔.’ 그닥 무겁지도않은데 아 물론 가볍지도않지만, 여튼 내가 들수있는데 가방을 들어준다고 내놓으라는 선생님에 주지않겠다는듯 가방끈을 꼭 잡으니 선생님은 힘으로 내 가방을 낚아챘다.
“진짜 괜찮은데.”
“내가 안괜찮아.”
무심하게 앞만 보며 가방을 대신 들어준채 집으로 향하는 선생님을 바라보다가 요동치는 심장에 저도 앞만 보고 아무말도 안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아 진짜 설레죽겠다. 진짜 선생님때문에 두근거려서 미치겠네.
이러니까 내가 정택운을 좋아하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은 내 방 침대위에 가방을 올려놓았고, 자연스레 의자에 앉아 책상에 팔을 괴고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그렇게 보지말지 완전 설레는데. 설레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는 빨리 제 옆에 앉으라는듯 손짓을 하는 선생님에 과외 문제지를 들고는 옆에 앉으니 선생님은 의자를 살짝 당겨 내 옆에 앉더니 몸을 내쪽으로 기울고는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을 시작한지 30분도 되지않아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제 주말이라고 친구들이랑 밤새도록 놀아서 그런가 잠을 안자고 노니까 잠와서 미치겠네. 꾸벅 꾸벅 졸면서 선생님의 설명하는 목소리조차 들리지않는다. 설명하는 선생님의 미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와서 눈을 감는데 진짜 잠에 빠져버렸다.
“별빛아.”
“…….”
“야 자냐.”
“…….”
“허, 진짜 자네 그래 자라 자.”
[수업시간 다 채우고 가는거다.
생전 안졸다가 처음 졸아서 봐주는거야.
다음부터 졸면 얄짤없어.
그럼 내일 또 보자.
데리러갈게, 도망치면 죽어.]
“…….”
눈을 뜨니 침대 위다, 덮고 있는 이불을 내리고는 몸을 일으켜 일어나니 과외하다 존게 생각이 났다. 졸은게 아니라 자버렸구나 아예….
책상위를 보니 선생님이 붙혀둔 포스트잇이 눈에 띄였고, 포스트잇을 읽어보니 웃음이 나왔다.
누가 도망친다고, 또 설레게 하네.
포스트잇을 곱게 접고는 핸드폰과 케이스 사이에 꽂아두었다. 나중에 코팅해서 평생 간직해야지.
**
포스트잇이 보호되있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서 학교에 등교했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친구들에게 포스트잇을 보여주면서 자랑하였고 친구들은 다들 하나같이 한심하다는듯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였다.
“왜, 뭐.”
“아니 뭐 그냥.”
“왜.”
“짝사랑하는게 존나 한심해서.”
“…….”
“이제 좀 고백 할 때 되지않았냐?”
이제 좀 고백 할 때 되지 않았냐는 말에 이홍빈을 흘깃 째려봤다. 고백이 뭐 쉬운줄 아나. 저 일 아니라고 막 말하는것 봐. 내가 계속 노려보니 이홍빈은 ‘시력 나빠진다 노려보지마 인마.’ 라며 내 손에 들려있는 선생님의 포스트잇을 낚아채 가져가버린다.
“내놔 새끼야.”
“오늘도 데려온대?”
“맨날 데려오잖아.”
“니 과외도 진짜 지극정성이다, 원래 과외선생님이 이렇게 학생 데리러다니고 그러나? 니가 뭐 어린애도 아니고 거의 성인인데.”
“…….”
‘니 과외도 너 좋아하는거 아님? 안그러고서야 이렇게 맨날 데리러오나, 그것도 반개월동안.’ 조금 의심스럽다는 말투로 말하는 이홍빈의 말에 선생님도 나를 좋아하나 하고 희망을 살짝 품었다가 다시 그 희망을 애써 없앴다. 데려올수도 있는거지 뭐. 괜히 이홍빈이 저에게 헛된 희망을 주는거같아 이홍빈에게 쓸데없는 말 하지말라며 짜증을 내고는 포스트잇을 낚아채니 이홍빈은 고개를 까딱거리며 ‘아님말고.’ 라며 자리로 돌아간다.
“진짜 선생님도 나한테 마음이 있나…. 아니야 아 저새낀 왜 쓸데없는 말을 해가지고 사람을 혼란스럽게 해?”
이홍빈의 말에 혼란도 잠시 수업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자리에 앉는데, 선생님이 혹시 날 좋아할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수업이 끝날때까지 혼란에 잠겨서 수업을 하나도 못들었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