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To Normal
: Written by Pitta (2013)
꿈을 꿨다. 7살? 8살정도 된 어린 모습의 저는 따뜻한 벽난로 앞에 앉아있었다. 어렸을 때 살던 집 같았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보면서 넋을 놓고 있는데 그 때 누군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종대야. 엄마였다. 엄마 손을 잡고 식탁 앞으로 가니 식탁엔 죄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들뜬 저에게 아빠가 커다란 선물 상자를 건넸다. 뭐가 들었을까? 신나서 포장을 뜯었다. 그리고 선물을 뜯는 순간, 꿈에서 깨버렸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낯선 천장이었다. 여긴 어딜까. 지금 여기도 꿈속일까? 아니면 연구소인가? 팔에 링거가 꽂혀있는 걸로 봐서는 병원같기는 한데 방의 분위기가 병원이라기엔 너무 아늑했다. 아직 몽롱한 정신으로 몸을 일으키려던 종대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간신히 상반신만 일으켜 앉아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을 보니 석고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팔 뿐만이 아니었다. 왼쪽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오른쪽 다리엔 발목에만 붕대가 감겨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읹 판단이 잘 되지 안하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 닫히는 소리가들렸다.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뚜둑 하고 목에서 기포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갑자기 움직이면 안 돼."
종대가 목을 부여잡았다. 얼얼한 목을 붙잡고 있었더니 방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가 제가 누운 침대로 다가와 앉았다. 묘한 머리색. 밀림에서 겨우 벗어났을 때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었다. 남자는 가지고 온 그릇을 침대맡에 내려놓고 링거팩을 집어 확인하더니 몇 번 더 주무르고 다시 행거에 매다았다. 그리고는 종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종대는 제 몸에서 열이 나고 있는건지 방이 더워서인지 이마에 닿는 손이 조금 시원하다고 느꼈다
"많이 내리긴 했는데 그래도 좀 있네."
중얼거리던 남자가 잊을뻔했다는 듯 옆에 둔 그릇을 집어들었다. 쟁반에 담겨 종대의 허벅지 위에 올려진 그릇 안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야채죽이 담겨있었다.
"아, 오른손잡이인가."
고개를 끄덕이니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남자가 숟가락으로 죽을 떠 후후 불더니 대뜸 종대의 입 앞에 가져다댔다.
"야채죽이야."
종대는 고개를 저었다. 약을 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식욕도 없었다. 죽을 거부당한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젓가락으로 새우젓을 집어 숟가락 위에 얹었다. 종대는 눈이 약간 커졌다. 어렸을 때부터 아프면 입맛을 잃어버리는 저에게 엄마는 항상 쌀죽 위에 새우젓을 얹어줬다. 그럼 밍밍하니 아무 맛도 없는 죽이 약간 짭짤해지면서 없던 식욕도 어느 정도 돌아오곤 했다. 다시 남자가 숟가락을 종대의 입 가까이에 가져다댔다. 이번에는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한 입 먹고나자 아까보다는 식욕이 돌았다. 제가 얼마나 누워있던 건지는 몰라도 연구소를 탈출하기 전에 주먹밥 하나를 먹은 게 다였고 그 뒤로는 아무 것도 먹은게 없었으니 저는 최소 하룻동안 공복상태였을 것이다. 남자는 죽을 넘긴 종대를 보고는 다시 죽을 떠 새우젓을 올렸다. 한번 후 불어 죽을 식한 남자가 다시 조대에게 숟가락을 들이댔고 종대는 괜히 민망하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도 같아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다시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이름은?"
죽을 씹던 종대가 멈칫했다.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이름을 알려줘도 괜찮은 걸까. 그래도 저한테 이렇게 먹여주기까지 하는 남자가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첸."
제 이름을 들은 남자는 몇번을 곱씹어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종대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애초에 처음 만날 때부터 연구소 근처에 있던 사람이다. 정말 연구소 사람이라면 제 이름을 듣고 저를 가만히 두진 않을 것이었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죽을 떠 종대의 입가에 가져다댔다.
"잘 어울려. 이름."
종대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 남자,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는다고.
대여섯 번쯤 떠먹여주는 숟가락이 지나가고 나자 그릇은 바닥을 드러냈다. 남자는 종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뭐랄까, 사료그릇을 비운 애완견에게 잘 먹어서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주인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기분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그릇을 한쪽으로 치운 남자가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냈다. 종대는 실험실에서 억지로 삼켰던 약들이 떠올랐다. 그 약을 먹고 나면 잠도 오지 않고 심장박동도 빨라지면서 기분은 나빠지곤 했다. 그런 종대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침대 헤드 옆 선반에 약통을 올려놓았다.
"비타민이야. 놓고 갈게 이따가 챙겨 먹어."
약통 옆에 물컵까지 챙겨준 남자는 죽그릇을 가지고 일어섰다. 멍하니 남자가 올려놓은 약통만 쳐다보던 종대가 조그맣게 남자를 불렀다.
"저기…."
"저기 아니고, 크리스."
"네?"
"내 이름."
저기라고 부르는 호칭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살짝 찡그리던 남자가 다시 불러보라며 재촉했다. 다시 불러봐, 첸첸.
"제가 왜 첸첸…."
"첸보단 첸첸이 더 귀여우니까."
"……."
"하고싶은 말 있었던 거 아냐?"
"아, 그게…. 화장실 좀…."
"이 방 나가서 왼쪽 복도 끝. 욕실은 화장실 옆에 있고. 근데 아직 씻는 건 무리일거야."
크리스의 말에 종대는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팔에 힘을 줬다. 일부러 오른쪽 팔에는 힘을 빼고 왼쪽으로 몸을 지탱하고 일어섰지만 왼쪽 팔도 붕대만 없지 정상은 아니었는지 그거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어깨가 뻐근했다. 가만히 종대가 하는 모양을 지켜보던 크리ㅡ가 다가와 종대를 도왔다. 앉아있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제가 입고있는 옷은 저의 체격보다 훨씬 컸다. 하늘색 파자마처럼 생긴 옷이 사이즈 안 맞는 환자복을 입은 것처럼 헐렁했다. 잠시 제가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고 있는 종대를 눈치챈건지 크리스가 약간 난처한 얼굴색을 했다. 미안. 나 혼자 사는 집이라 사이즈 맞는 게 없더라고. 그래도 옷이나마 입고 있는 게 어디냐고 판단한 종대가 오른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싣고 겨우 일어나 걸음을 떼자 파에 연결된 링거가 흔들렸다.
"오른손으로 여길 이렇게 잡고…. 그래, 그렇게."
출렁이는 링거가 불안했는지 크리스는 행거를 잡고 걷는 법을 가르쳐줬다. 힘있는 걸음걸이는 아니어도 나쁘진 않았다. 몇 걸음 더 떼기 시작한 첸을 보던 크리스가 방문을 나섰다.
"천천히 나와."
그렇게 말하고 나가면서도 크리스는 문을 열어두고 나가는 걸 잊지 않았다. 볼수록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종대는 왼쪽 복도 끝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Next To Normal
: 불안과 친절, 그리고 그 중점에 우리
: Pitta
1. 수수사탕님 레나님 슈퍼마켓님 콩님 비형님 ♥
2. 내일이 시험 끝나는 날인데 예정보다 하루 일찍 2편 들고 왔어요
3. 개인홈을 만들려고 했는데 저는 안되나봐요.. 아무리 해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ㅠㅠ 혹시 트윈 하시거나 도와주실 분.. 없겠죠
4. 저도 크리스가 죽 떠먹여 줬으면 좋겠..
5. N2N(넥투노)은 뮤지컬에서 제목을 따온 게 맞습니다. 원래는 시계태엽오렌지로 제목을 정했었는데
어떤 분 신작이랑 제목이 겹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문제될까봐 바꿨어요. 제 닉네임은 임시입니다.
필명을 뭘로 써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아, 참고로 피타는 빵 이름이에요. 맛있어요♥
* N2N은 완결이 난 후에 텍스트 파일로 풀어드릴게요. 그럼 그때 공유하셔도 괜찮아요. 물론 지금은 긁어가셔도 의미가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