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처음에 사랑이란게 上
미안ㅠㅠㅠㅠㅠㅠ너무 늦었지. 근데 딱히 풀만한 썰이 없어서 사귀게 된 첫만남 애기해줄께.
택운이랑 나랑은 일단 같은학교였음.
택운이가 일반고를 간 이유는 우리 고등학교가 운동으로 되게 유명했어. 특히 우리학교 교기가 축구라서 학교 축구팀이 되게 유명했음ㅇㅇ
아무튼 지금도 국대이다싶이 그 때도 택운이가 그 학교팀에서 제일 에이스였어. 그래서 인기가 매우 많..았지.
솔직히 그때까진 이해가 안됬음. 딱히 잘생긴것도 모르겠고 왜 축구선수를 좋아하지, 뭐 이런느낌? 그래서 오히려 정택운 좋아하는 여자애들보면 살짝 한심?한 느낌으로 봤지.(그때의 난 가히 병신이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어.. )
택운이한테 빠지게 된 결정적인 날은 택운이가 속한 축구팀이랑 다른 팀이랑 경기가 있던 날이였어. 우리학교 경기장에서 하는거라 우리 학교 학생들은 들어갈수 있거든.
그때 이홍빈한테 책 빌리러 갔다 붙잡혀서 축구보게 됐음. 이홍빈은 내 고등학교 친구임ㅇㅇ
근데 나는 축구에 매우 무지한 사람이라서 그냥 지루하게 축구경기보다 핸드폰보다 수다 떨다 그렇게 보고있는데 후반 43분이 되도록 0:0인거야. 솔직히 이 쯤되면 경기도 끝이고 약간 지루한 감이 있고 수업준비도 해야되서 슬슬 들어가려 일어섰어. 근데 뒤에서 사람들이 막 오오오- 이런 소리를 내는거야.
뭔일인가 싶어서 나도 그 때 딱 봤는데 그 때 택운이가 골을 딱! 넣은거야.
진짜 그때 골 넣고 세레머니 하는데 진짜 개존잘인거야...
그때 분위기 장난 아니고 전부 환호하고 정!택!운! 막 이러는데 나도 모르게 동조하고 있었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그때 알았어ㅋ
그렇게 종료휘슬이 불고 경기가 끝나고 인사하고 선수들은 퇴장하는데 내 정신도 퇴장했어. 그때 진짜 멍해가지고 이홍빈이 한 대 치기전까진 굳어있었어.
" 야, 안가냐? "
" 어....어?어... "
" 왜 이래 미친놈처럼. 돌았냐? "
" 어.... 그런가봐. "
진심 그때 이홍빈의 썩은 표정은 잊을수 없었다... 시궁창의 오물을 뒤집에 쓴 듯한 얼굴을 하고있는데 그때는 굴하지 않았음.
" 야, 니 쟤 누군줄 알아? "
" 방금 골 넣은 사람? 정택운아냐? "
" 어어... 그래, 걔. 나 쟤 좋아. "
" 뭔 소리야. 5분있으면 종친다. 빨리 들어가라. "
" 나 쟤 좋다니까. "
" 금사빠냐? 아주 지랄을 해라, 지랄을. "
예비종이 쳐서 어쩔수 없이 교실로 들어갔는데 그 수업시간은 계속 정택운만 생각했어. 그리고 종치고 이홍빈한테 책 돌려주러 갔음.
책 빌려준 대가로 빵을 사달리는 이홍빈의 부탁아닌 명령에 같이 매점으로 내려갔지.
근데 매점에 테이블 같은거 있잖아? 거기에 오늘 경기한 축구부 애들 있는거야. 그래서 완전 당당하게 인사했음.
" 안녕? "
" ? "
" 너 오늘 골 넣은거 완전 멋있었어. "
내가 지금 생각해도 패기 갑이였음.
내가 한 번 꽂히면 눈에 보이는게 없는 스타일인데 아마 그 패기가 이때 폭팔했던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거 먹어. "
하고 내가 먹으려고 산 빵 주고 반으로 왔어.
진짜 이 뒤로 꾸준히 따라다녔어.
야자빼고 경기보러다닌적도 있고, 훈련 끝나면 도시락도 싸가고, 하루에 몇통씩 카톡도 보내고. 물론 답은 없었지만ㅋ
사실 처음엔 나도 한달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따라다니면서 볼때마다 더 좋아지고. 그냥 그때는 아무것도 안해줘도 마냥 좋았음.
택운이도 처음에는 막 피해다녔는데 한 두달 인가 따라다니니까 완전 해탈에서 그냥 냅두더니 한 반년?되니까 말대꾸도 이것저것 해주고 그냥 썸아닌 썸을 탔지.
애가 고딩때만해도 여사친 없고 그냥 남사친들만 있었거든. 그래서 여사친은 나 혼자라서 학교에는 우리 둘이 사귄다, 아니다로 막 내기도 하고 사귀는 줄 아는 애들도 있었음.
그날도 여김없이 정택운 경기를 따라갔던 날이야.
도시락 딱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택운이가 나오는거야. 여자랑 같이...
그리고 거기는 선수하고 감독, 관계자만 들어갈수 있는데 거기서 나온것도 그렇고 얘가 여사친 없는것도 아는데 여자랑 나오니까 진짜 당황.
" 아, 나 폰 두고 나왔다. 잠시만 기다려. "
하고 누구한테 말한건지 모르겠는데 다시 택운이는 안으로 들어가고 그 여자하고 나만 남았어.
" 누구세요? "
내가 또 궁금한거 못참는 성격이라 물어봤어.
" 네? "
" 누구신데 택운이랑 같이 나오시나 해서... "
" 아... 그게... "
" 혹시... 여자친구세요? "
" 아니, 뭐... 그냥... "
되게 머뭇머뭇 거리는데 이건 뭐, 친구도 아니고 여친도 아니고.
그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택운이가 나오는거야. 그래서 먹으라면서 도시락을 주는데 미안하다고 하는거야,
" 미안. 오늘은 같이 못먹겠다. "
애가 피하긴 피했어도 거절한건 거의 없을정도로 거의 다 받아줬는데 거절하니까 당황했...지. 거기다 여자 데리고 가니까.
둘이 가고나서 나 혼자 도시락 들고 집에 가는데 급 쓸쓸해지는거야.
얘가 나랑 사귈것지도 모르는데 나 혼자만 좋아하고 슬퍼하고 지치고 다 부질없어지는듯한?
내가 중딩때 아이돌 좋아한적 있었는데 이런 비슷한 현타를 느껴서 탈덕했는데 딱 그때가 그런느낌이였어.
다음날에 교실에서 수업하고 있는데 창문으로 운동장 보이잖아. 택운이 훈련하길래 보는데 어제 봤던 그 여자가 또 온거야.
이상한 파일?같은거 주면서 뭐라뭐라 하는데 택운이가 진짜 활짝 웃으면서 뭐라뭐라 하는데 내가 한번도 보지못한 귀한 웃음을...
계속 운동장 보다 지적받아서 다시 수업했긴했는데 계속 머릿속에 멤돌았음.
근데 집에 와서 공부하는데도 계속 그 생각이 나는거야.
택운이랑 그 여자랑 무슨 사이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주 나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음.
그러다 낸 결론은 그만두자 였음ㅋ
어이없지? 나도 그럼.
진짜 뭔데 갑자기 서러워서 펑펑 울었음. 내가 좋아서 따라다닌거고 원망할수도 없고.
사실 택운이 따라다닌다고 성적도 떨어지고 여러모로 따라다니는거 그만두는데 합리화하면서 폰에 있는것도 다 지우고 나혼자 이별한거처럼 요란하게 마음정리했음ㅋㅋㅋㅋ
그 날 이후로 훈련도 안가고 경기도 안가고 딱 집-학교-학원-집의 루트를 반복했어.
한 그렇게 일주일을 살았나, 폰 들면 연락하고 싶어서 폰도 잘 안보고 살았는데 택운이한테 문자가 먼저 왔음.
' 어디 아파? '
얘는 훈련하니까 학교에 수업들으러 거의 안오고 내가 택운이한테 안 가면 나한테 무슨일인지 모르니까 문자가 온거임.
' 아니 '
' 그럼 왜 안오는데. '
' 그냥 '
이렇게 주고받았는데 그냥 한 이후에 답이 없었어.
그래서 그냥 귀찮은 애가 왜 안 왔ㄴ나 궁금해서 온 문자줄 알았지. 정택운한테 나는 딱 그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구나 라고 느끼고 또 한번 서러워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