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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523l

Run And Gun type: 1 

첫만남. 


 

 


 

춥다. 목을 감고 있던 아이보리 목도리를 더욱 세게 감쌌다, 숨을 쉬니 하얀 입김이 나와 뭉게뭉게 하늘로 퍼져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와 유독 많던 커플이 더 많아 보이는 건 착각일까, 입에 잘 대지도 않는 담배를 괜히 물고 싶다. 걷다 보니 익숙한 사거리 횡단보도가 절 반기고 있다. 바쁜 번화가에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우두커니 서서 불이 바뀌기만을 기다리다 목도리에 코를 박고 눈을 감았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시끄러운 사람들 음성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와 눈을 감았음에도 보이는 그의 얼굴에 코트 속에 있던 손을 살짝 쥐었다 폈다.  

  

  

  

  

- A구역 9, A구역 9. 지금 이동 중이다, 뒤를 잘 엄호하도록. A구역 9에서 E구역 1로 이동할 예정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  

  

이어폰을 낀 귀에서 들리는 선배의 소리에 손에 들린 권총을 다시 한 번 더 고쳐 쥐었다. 항상 하는 일이지만 오늘은 더욱 긴장이 됐다, 그동안 못 잡고 못 잡다가 드디어 쥐새끼처럼 못 빠져나가도록 밀폐된 공간에서 녀석을 만나 포위하는 거였다. 고개를 양 옆으로 돌려대며 혹시라도 튀어나올 녀석에 신경을 잔뜩 곤두세웠다. 녀석이 누구냐면 어느 날부터 뜬금없이 나타나 마약 거래, 값이 잔뜩 나가는 물건을 가져가지 않나 제대로 마음을 먹었는지 곳곳 나라를 돌아다니며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는 녀석이다. 자기의 정보는 어떻게 숨키고 다니는 건지 어디 마피아 집단의 보스인 건지도 잘 모르고 나이, 생김새도 모른다. 우리가 제대로 아는 건 남성인 거. 뉴욕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는 소식에 급하게 국정원 직원들 전체가 비행길를 타고 날라와 뉴욕 쓰레기가 가득한 뒷골목 곳곳에 숨어 녀석을 덮칠 준비를 하고 나는 밀폐된 공간에서 땀이나 뻘뻘 흘리며 쥐새끼처럼 짜증 나는 녀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벽에 최대한 밀착을 해 이동을 하다 보니 막다른 골목이 나왔다. 부시럭, 조심히 움직이느라 발자국 소리 하나도 안 나는 곳에서 옷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나즈막한 목소리, 여기서 나를 잡으려면 안 되지. 황급히 권총을 들기도 전에 눈 앞에 컴컴한 밤에만 보이는 별들이 보이는 기분과 함께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날 반겼다. 느리게 감기는 눈을 최대한 크게 떠 바라보니 반듯한 정장 구두, 리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들리는 동료들의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함께 귓가에서 멀어지는 구두굽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눈꺼풀에 최대한을 힘을 줬지만 누가 옆에서 자장가라도 부르는 것처럼 잠이 쏟아졌다. 아니, 자면 안 되는데... 자면 안 돼, 안 돼, 안, 돼, 돼...   

  

어디선가 느껴져 오는 통증에 눈을 힘겹게 떠보니 제 선배가 뺨을 때리며 일어나라고 재촉을 하고 있었다. 아니, 멀쩡하게 깨우면 될 것이지 왜 굳이 사람 뺨을 때리면서... 몸을 어기적거리며 일어나니 저절로 땡기는 뒷목에 인상을 찌푸리며 뒷목을 붙잡았다, 그 쥐새끼.  

  

"선배, 저 어떻게 된 거예요? 혹시 총이라도 맞은 건..."  

"총은 무슨, 걔가 급소 쳐서 기절한 거야. 건장한 사내 자식이 가까이 오는 것도 못 때려? 아무튼, 이번에도 못 잡았으니까 회의 시간에 깨질 준비나 해. 준비하고 바로 회의실로 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간이 침대에서 느리게 내려왔다. 옷걸이에 걸어진 와이셔츠를 대충 껴입고 땡기는 뒷목을 주무르며 방에서 나왔다. 아, 왕창 깨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 발을 질질 끌어 오늘따라 무서워 보이는 회의실 문 앞에서 침을 한 번 크게 삼키고 문을 벌컥 열고 주위를 조심히 살피니 조용히 정적만 흐르는 회의실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리는 고함에 고개를 숙였다.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어? 먹이를 그렇게 놓쳐? 내가 어이가 없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식으로 행동하냐, 다른 나라 애들한테 뺏기고 싶어?" 


 

묵묵부답, 다들 짠 것처럼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시선은 뭐가 묻은 건지 바닥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물론 거기에 나도 포함이 되지만.  


 

"오늘 한국이랑 연락했다. 당분간 그 새끼가 여기 있을 테니까 우리도 여기서 생활한다, 영어 안 되는 사람은 없을 테고. 아예 외국인들도 있으니까 할 수 있지? 각자 작은 원룸 이미 다 구했으니까 이따가 알아서 찾아서 가고. 뭐, 같이 쓰게 될 수도 있다. 누군 따로 쓰고. 그건 알아서 참고하도록. 불만이라도 있음 나한테 찾아와서 말해라, 그 뒤에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알았어?" 


 

그만, 회의 끝.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바로 곳곳에서 한숨이 들리고 불평불만이 가득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 새끼가 영어 안 쓰고 중국어나 일본어 쓰면 어쩌려고 그러냐, 나 영어 대학교 때 말고 한 번도 안 썼어!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다, 제 모국어인 프랑스어와 한국으로 갑자기 발령이 나버린 탓에 힘겹게 배운 한국어, 그리고 약간의 영어. 이거로 어쩌라는 건지. 눈 앞에 벌써부터 캄캄한 기분이 들었다, 와이셔츠 단추를 풀며 설렁설렁 없어지는 선배들 모습에 저도 회의실에서 나왔다. 제기랄, 괜히 답답해지는 기분에 머리를 쓸어넘겼다. 한국에서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또 여기까지 와서 적응을 해야 돼? 무작정 건물에서 나와 새들이 짹짹 우는 공원 벤치에 털썩 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따라 예쁘고 아무 일도 없는 하늘이 왜 이렇게 야속할까, 나는 심란한데. 손이 닿았다면 예쁜 뭉게 구름을 내 손으로 휘젓고도 남았을 것이다, 인간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닌가. 몸에 힘을 빼고 팔을 벤치에 걸쳐 고개를 뒤로 젖혀 거꾸로 보이는 세상을 멍하니 보았다, 남들이 보면 다 큰 남성이 뭘 하는 건가 이상하게 보겠지만 여긴 내 나라도 아니고 무엇보다 남들 시선을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  


 

"Hi." 


 

순간이었다. 검은 모자 사이로 보이는 머리카락은 금발 머리라고 하기에는 약간 탁한 머리, 푸른 눈동자에 눈가에 살짝 주름이 잡힐 정도로 웃는 남자가 거꾸로 보고 있는 제 시야에 정확히 보였다. 아니, 보인 게 아니라 제 시야에 들어온 거라고 해야 되겠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느리게 꿈벅거리다가 신경이 느린 건지 아니면 너무 놀라 반응이 안 나온 건지 이제서야 소리를 빽 지르고 몸을 벌떡 일으켜 앞으로 넘어졌다. 심장이 벌렁벌렁, 앞으로 넘어져 바닥에 부딪혀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제 무릎이 아팠지만 창피함이 먼저였다. 아, 쪽팔려. 


 

"Oh, I'm sorry." 


 

방금 저를 놀래킨 남자가 넘어진 제게 손을 뻗고 있었다. 잡고 일어나라는 건가, 만약에 그냥 지나치고 일어나면 그건 예의가 아니겠지. 아린 무릎에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켜 옷을 털었다. 오늘 깨진 거로도 모자라서 넘어지기도 하고, 참. 속으로 깊은 한숨을 푹푹 쉬는데 아직 가지 않았는지 여전히 제 앞에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서있는 남자가 보였다. 여기 사는 사람인가? 아님 뭐지, 여기서 일하는 사람인가. 영어는 젬병인데. 


 

Are you okay? I'm... 뭐라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얘 뭐래니. 영어 회화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랬나, 이제서 후회하면 어쩌나. 이 남자가 뭐라고 하는 건지 일도 모르겠다, 타지에서 영어를 들으니 괜히 영어 울렁증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외국인인데 이러면 어쩌냐.  


 

"So, sorry. I'm can't speak English. Can you speak Korean or French?" 

"한국어도 할 수 있고 프랑스어도 할 수 있음 뭘 써야 되죠? 나름 두 언어 다 잘하는 편이라서." 


 

두 번째로 놀랐다. 영어를 주저리 써서 분명히 미국인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예상외로 한국어도 쓰고 프랑스어도 쓴다고 하니 이게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남자를 바라봤다. 


 

"어, 여기 사시는 분이세요? 외국어 공부 많이 하셨나 봐요, 잘 쓰신다고 하시니까." 

"한국어는 배웠고, 프랑스어는 당연하게 하죠. 전 벨기에 사람이니까. 그 쪽은?" 

"벨기에? 저, 저는, 프랑스에서... 진짜 벨기에 사람이세요? 신기하다. 여기서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인데, 어디서 사세요? 제가 갑자기 여기서 일하게 된 거라서." 


 

너무 반가운 나머지 답지 않게 말이 횡설수설 급하게 나왔다. 여기서 이런 우연이, 하늘이 날 도왔다. 다행히 남자는 천천히 내 말에 대답을 했다. 잠시 여기에 여행 좀 온 거예요, 여행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일도 하면서 휴가? 대충 그렇게 칩시다. 아아, 그러시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일도 하면서 여기에 휴가 온 거면 얼마나 좋을까. 저와 달리 해맑아 보이는 남자의 모습은 단지 화창한 날씨 때문인가 싶었다. 


 

"여기서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인연인데, 어디 가서 얘기라도 나눠요. 계속 여기서 얘기하기에는 조금 그렇잖아요." 


 

좋아요, 그럼 자리 옮겨요. 말이 끝나자 무섭게 울리는 제 호출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나 지금 당장 모이라는 짤막한 메시지에 호출기를 만지작거리며 웃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을 애처롭게 바라봤다. 어쩌지, 이것만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미안해요, 같이 얘기라도 나누고 싶은데 당장 가야할 일이 생겨버려서. 이러지 말고 이름이나 연락처 알려 줘요, 다음에 연락할게요." 

"아니에요, 어차피 다음에 또 볼 사인데 연락처라니, 다음에 만나면 아는 척이나 해요." 


 

제 어깨를 한 번 잡았다 귓가에 무어라 속삭이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버린 네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퀸타르트, 오늘은 여기까지. 잘 있어요 데이아나. 데이아나는 어떻게 알고 그런 거지, 이름이 퀸타르튼가? 무수한 생각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빨리 안 오냐는 호출에 다시 수면 밑으로 깊게 빠졌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서둘러 건물로 뛰어가 들어가는 중에도 퀸타르트라고 말을 하고 유유히 떠난 남자에 대한 잡생각이 생겼다, 빨리 일이나 하면서 잊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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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끄아!!!!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요 ㅠㅠㅠㅠㅠ개인적으로 저런 만남으로 시작하는거 너무 좋아하는데 ㅠㅠㅠ 아 줄리안 왜이리 멋있죠? 제가 다 설레게 되네요.... 퀸타르트, 오늘 여기까지. 잘있어요. 데이아나!!! 여기 여기 너무 좋아요 ㅠㅠㅠ (심장부여잡는중, 로빈 성격 뭔가 허당한 것 같은 데 너무 귀엽네요 ㅠㅠ ㅠㅠㅠ 1이라는 숫자가 있으니, 2도 있는거겠죠? 꼭 2 와주세요!
9년 전
독자2
아 세상에 ㅠㅠㅠㅠㅠㅠㅠ 취향 저격 ㅠㅠㅜㅠㅠㅠ 저런 식으로 능글거리는 줄리안 너무 좋아요 ㅠㅠㅜㅠㅜ 말 하나하나가 전부 취향이라 뭘 어떻게 말해야 할 지 감이 안 오ㅏ서 ㅠㅠㅠㅠㅠㅠㅠㅠ 보배로운 금손 님의 다음 화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ㅠㅜ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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