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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스 카야 X 다니엘 스눅스

 

학원물 01

 

 

 

 

죽지 못해 산다는 말, 어렸을 적엔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도 나를 사랑했고 할머니도 나를 사랑했으니까. 그리고 바로 내 곁에는 없지만 하늘에 계실 아빠도 날 사랑한다고 그랬으니까, 그걸 믿었으니까. 아빠가 없다며 불쌍하다는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동정에도 아무렇지 않았다. 비록 내 곁에는 아빠가 없지만 우리 아빠는 하늘에서라도 이 세상 어느 아빠들과 바를 바 없이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나의 세상에서 나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사랑하는 이를 아끼는 마음에 더하면 더했지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보다 더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 꼴에 허세부린다며 각잡고 한껏 껄렁댔어도 속내에는 지금과는 비교도 못할만큼 순수하고 굳건한 그 믿음 덕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조금 방황하기는 했어도 별 탈 없이 흘려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이 충돌하게 된 성년과 어른의 경계에 놓인 고등학교에서는 달랐다. 나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알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고 끝끝내 버려지고 무너지게 되었다. 나와 그리고 나의 세상이.

 

-

 


"야 다니엘, 가서 빵사와라."

"...."

"어쭈 씹냐 씹새끼야? 아- 내 말은 말도 아니라 이거냐?"

"...."

"어,어? 주먹 쥐는거 봐라, 좀 있음 치겠다?"

"...."

"칠 수 있으면 쳐봐 씨발아. 치지도 못할거면 서로 편하게 그냥 곱게 내 말 듣자고-"

 


오늘도 불특정 다수의 무리들은 날 가만히 두질 않았다. 하도 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많아 누가 누군지도 다 기억하기 힘들 지경이었지만 그들은, 아니 저것들은 모두 나를 벌레만큼도 대하지도 않았고 나와 얽히기를 죽도록 싫어하면서 모순되게 나를 자신들을 재미있게 해 줄 유희거리로 취급하며 막 대하는 것을 즐긴다는 점에서 굳이 구분할 필요없는 모두 똑같은 쓰레기들이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러고 살아하나 하는 불만과 분노도 많이 느꼈던거 같은데 지금은, 글쎄. 포기했다 해야하는게 맞을까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게 맞을까. 뭐 어쨌건 지금은 굳이 저들의 말에 반응을 하지 않아 그들의 재미를 충족시키지 않는다면 금새 지쳐 다른 유희거리를 찾아나서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귀에 꽂힌 이어폰을 다시 바르게 끼우고 팔을 겹쳐 엎드렸다. 이렇게 무시할 때마다 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악취와 가래섞인 걸걸한 윽박, 혹은 주먹이 분노를 담고 내게 휘몰아쳤지만 그럼에도 나는 태연히 쓰러지면 쓰러지는대로, 멱살이 잡히면 잡히는대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씨이-발 이게 진짜 내 말이 말같지도 않다 이거냐?"

"미.친년이 간땡이가 부었나봐, 큭큭-"

"이 새끼 만날 우리 말을 개소리로 듣는거 같은데 이젠 그냥 막나가자는건가?"

"...."

"안그래도 기분 좆같았는데 잘됬다. 존나게 처맞아봐라 한번."

 


역시나, 오늘도 맞을 것 같았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언제쯤이면 나에 대한 관심과 재미가 사라질까. 언제쯤이면 나를 때리고 희롱하는 것에 흥미를 잃을까. 눈을 질끈 감고 마음 속으로 빌었다. 오늘은 제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때려달라고. 날마다 달고 오는 상처에 그냥 운동하다가 넘어진거라고, 친구가 책을 쌓고 지나가다 무너져서 긁힌거라고, 친구들이 싸우는거 말리다가 우연히 맞은거라고 거짓말하는 것도 고역이었고 슬슬 그게 아닌 것을 눈치채고 무슨 일 있는거냐며 걱정하시는 할머니를 더는 속일 수 없을거 같았다. 할머니, 우리 할머니... 꽈악 붙잡힌 목 언저리 셔츠가 더욱 세게 끌어올려지며 숨이 턱-하고 막힐 때 즈음 깽값 물어주기 싫으니 어금니 꽉물으라는 말에 어금니가 아닌 눈에 꽈악 힘이 들어갔다. 제발, 얼굴은 때리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잠깐. 거기 뭐하는거냐?"

"넌 또 뭐... 헉. 아,아,안녕하십니까!"

"인사는 됐고. 지금 뭐하는거냐?"

"어, 그냥 좀. 미친.년 손 좀 봐주고 있었습니다-"

"그래? 미친.년치곤 멀쩡해보이는데?"

"선배님. 이 년 과거가 아주 장난이 아니에요- 소문 못들으셨어요?"

 


소문, 그 놈의 소문. 낯선 남자의 등장으로 멱살에 잡힌 힘이 줄어들어 숨쉬기는 편해졌으나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 남자도 얘네와 별반 다른거 같지도 않고 딱히 나를 도와줄거 같지는 않았으니. 다만 소문, 이라는 말에 가슴 언저리가 욱신했다. 이 년 아빠도 도박먹고 마약하다 빚때문에 내장팔려 뒤지고 엄마라는 사람도 딴 유부남이랑 눈맞아서 얘랑 할매버리고 가버렸대요. 그 말이 나오자 눈을 감고 있는데도 참고있던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이 눈이 시큰시큰해졌다. 아니라고, 나도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모두 사실이라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화가나고 슬펐다. 이제 방금 나를 본 저 남자도 나를 조롱하며 이 무리에 끼이게 되겠지. 이 아이들은 이 남자에게 나를 신나게 까내리고 함께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 것에 기쁨과 재미를 느끼며 나를 계속 괴롭히겠지. 난 정말 행운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이 태어난건가 하는 생각에 헛헛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남자의 반응은 나의 예상과는 달랐다.

 


"그래서."

"...예?"

"그게 다야? 그거 때문에 때리는거야?"

"아, 아뇨! 그리고 이 년 완전 걸레에요!"

"걸레?"

"네! 존나 더러운 새끼라니깐요?"

 


수치심과 모욕감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그리고 더럽다는 말에 눈물이 떨어질 것 처럼 점점 눈 안 가득히 차올랐다. 난, 더럽지 않은데. 나는 아무에게 몸을 대주는, 몸파는 놈이 아닌데. 아까 그 말만 아니었어도 이 남자는 어쩌면 내 편이 되어줄 수도 있었을거 같은데 다 끝났다. 이젠 끝났어. 여태 내 편이 될 것같이 굴던 사람들은 저 말에 백이면 백, 모두가 나를 쓰레기 보듯이 보았다. 그래 내 주제에 내 편은 무슨. 오늘은 할머니한테 뭐라고 말해야하나. 하고 생각할 즈음

 

퍽-


"커헉!!!"

"미친.년이라고 막 말하는데."

"쿨럭쿨럭!! 으헉-"

"남의 가정사가 너한테 무슨 영향을 줬다고 애를 그렇게 몰아세우냐."

"끄으으아아아!!!"

"그리고 얘가 걸렌지 아닌지 니가 어떻게 알아. 너도 소문만 들은거 아니야?"

"으아악!! 죄송..죄송합니다!!"

"사과는 내가 아니라 얘한테 해야지."

 


남자는 또 한번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내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비틀고 명치에 주먹으로 세게 내리꽂아 버렸다. 쓰러져 쿨럭대는 아이의 배를 꾹꾹 내려밟으며 나의 편이 되어주고 나에게 사과를 시키는 그 모습에 순간 내가 꿈을 꾸는건가. 내가 생각하던 환상이 너무 강해져서 현실처럼 환각이 온건가. 하는 생각도 얼핏 지나갔다. 미,미안! 잘못했어! 비굴하게 내 발목을 잡으며 미안하다고 비는 이 아이가 방금까지만 해도 매우 큰 곰같이 보였는데 지금은 왜이리도 작은 겁에질린 토끼같을까. 뒤에서 낄낄거리던 놈들도 모두 의외의 상황에 놀란 것은 물론 사태의 심각성을 안건지 당황한채 입만 벙긋거리며 당황해있었다.

 


"니들이 뭐라고 그런 이유로 이렇게 애를 괴롭히냐."

"...."

"니들이 얘 애인이라도 되냐? 아니면 얘 아빠가 빚진 빚쟁이? 아니면 얘네 엄마랑 바람난 남자의 부인이라도 되나봐?"

"...."

"머리에 든게 없으면 생각이 있는 척이라도 하고 살아라."

 

 

얼굴보기 싫으니까 얘 데리고 빨리 나가라. 또 괴롭히기만 해. 그렇게 맹수가 으르렁 거리듯 낮게 목소리를 깔며 말하자 뒤에 멍하게 서 있던 놈들이 화들짝 놀라며 쓰러진 아이를 들쳐메고 허겁지겁 나갔다. 그렇게 고요해진 교실에 이 남자와 단 둘이 남겨지자 고맙기도 하고 왜이러는건가 싶어 불안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선의를 베푸는 척하다가도 뒷통수를 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그래서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으며 작게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나보다 키도 한참 크고 아까 내 멱살을 잡았던 아이보다도 컸다. 명찰 위에 새겨진 이름에는 에네스 라고 적혀있었다. 에네스?

 


"괜찮아? 목안아파?"

"...."

"노려보는거 보니까 괜찮은가보네."

"...."

 


뒷걸음질 치는 나를 애 보듯이 피식 웃으며 성큼성큼 다가와 머리를 슥슥 두어번 쓰다듬고 그럼 갈게. 하는 그 모습이, 그 인사가 어딘가 매우 익숙했고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모습인지라 당황스러웠다. 에네스, 에네스, 에네스. 이름을 그렇게 중얼중얼 마음 속으로만 곰씹어보면서 생각을 했으나 도무지 언제,어디서 본 것인지 기억이 나질 않아 그냥 착각인가 하는 생각으로 넘겨버렸다. 그렇게 내가 첫만남이자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인연라고 생각하던 에네스와의 만남은 끝이 났다. 

 

 

=

 

제목 지어달라니깐 정들이 장난쳐서 그냥 학원물이라고 그대로 씀 =_=

독방에다가 연재햇던 글이라 '어??! 이거 어디서 본거가튼데???' 하면 그게 나임.

솔직히 이정도 똥퀄 주제에 연재하는 뻔뻔함을 가진 사람이 나뿐인데 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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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욕할뻔 똥글은무슨; 사랑합니다 에니엘 학월물이라뇨ㅠㅜㅠㅜㅠㅜ독방에서 본적있는거 여기서 보니까 더기쁘자냐ㅠㅜㅜㅜㅠ얼른 뒷편읽으러갈게용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독자2
더럽진짜 ㅕ정사랑해요
9년 전
독자3
너저는빨리신알신하고디ㅏㅁ편읽으러갈게여작까님사랑해여
9년 전
독자4
우옹오!! 헐 완전 취향저격 ㅠㅠ 신알신하고 감다 ㅠㅠ
9년 전
독자5
이거 봤어요!!!!! 똥퀄이라니 절대 아니에요 ㅎㅎ 얼른 담편 보러 가겠습니다
9년 전
독자6
똥퀄이라뇨?? 뭡니까~? 신알신 하고 정주행 하러 갈게요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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