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담/줄로] Begin again 01 - 인스티즈(instiz) 픽션 카테고리

[비담/줄로] Begin again 01 | 인스티즈

[졸리안X로빈] Begin again

지금은 분명히 여름이었다. 이렇게 푹푹 찌는날이있을줄이야..땀은 땀대로흐르고 짜증은 짜증대로나고,

리포트는 써지지도않고 쓰는 방법도 모르겠고,굳이 안그래도 될 말을 늘여쓰는 실력만 느는 것 같았다.

사람의번식방법도 제대로 모르는데 생물의번식방법을 내가 알게뭐란말인가. 한숨밖에 나오질않았다.

"진짜 더워죽겠다..안그래? 그니까 에어컨좀 틀자.."

"로빈, 지금11월달이야..정그러면 샤워라도해 감 깎아놓을게"

한국에 처음 발을 들여 어리버리하던 나를 챙겨주고 데리고다녀준건 진우 저놈이다.

눈도 크고 똘망똘망하니 다정하고 순하고 얼굴도 이쁘게생긴게 딱 여자애들한테 인기많을상이야. 암,그렇고말고.

참 그런데 왜 여자친구가없을까 생각하며 옷을 주섬주섬 벗는데 진우가 안그래도 큰눈을 더 크게뜨고는 나를 급하게부른다.

"야..야..야! 로빈 저거저거 줄리안아니냐? 난 아무리 봐도 저게 줄리안으로 보인다?.."

줄리안? 진우나 나나 익숙한이름,얼굴이긴한데 왜 저기나와있는지 둘다 어안이 벙벙했다.

김진우. 그러니까 내가 그냥 나루토 보자니까 왜 자꾸 채널을 마음대로돌려선.차라리 안봤으면 좋았을걸.

한참동안 미간이 펴질생각을 안하자 진우가 조용히 채널을돌린다.

"모른척 할걸그랬다야..미안하다 안씻어? 얼른씻고 과제다시하자"

축 쳐져있는 내 눈썹이 신경쓰여 미안했는지 진우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인다.분명 저건 음악방송인데 어째서 줄리안 저자식이 저기나가서 인터뷰하고 웃고 떠들고있냔말이다. 게다가 뭐 1위? 1위라니 기가찬다.진우는 내반응을 살피더니 조용히 주방으로들어간다.쿵쾅거리는 가슴이 진정이 되질않는다.놀래서그러는지 아님 뭔지 가슴도 막 뛰고 숨도 잘안쉬어지는것같은게 더워서났던 땀은 삐질삐질 더나고 어디 아픈사람처럼 표정이 굳어버렸다.

거봐 진우야,지금은 여름이맞다니깐? 아무래도 지금은 분명 여름이 맞았다.

줄리안하고 나는 닮은게 너무많았다. 둘다 적응하기 힘든 한국 생활에 지쳐있었고,주변에 사람이 많이없어 늘 혼자 다니기일쑤였다. 뭣보다 그자식과 나를 더 진한 관계로 만들어준것은 같은 꿈을 꿨다는거? 우린서로가 마음에들어 동병상련 이라며 같이 으쌰으쌰하며 잘지냈다.밥도같이먹고 쉬는날엔 게임장도가고 노래방도가고 둘이 있을땐 한국말이 수월하지않아 머리싸맬일도없었다. 가끔 진지하게 음악에 대한 얘기를나누고 같이 음악공부를하고 그자식과 내 일상의 거의 전부를 함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당연하다느껴졌고 없으면 허전했고,나중에가니 이상하게 보고싶고 그자식이 뭘하는지 시도때도없이 궁금하고 사소한것에 속상하고 서운하고 그자식의 기분에 따라 내기분도 업다운됐다.

이 감정은 뭘까 연락을 끊어보기도하고 마주치면 피해버리고 혼자 마음졸였다. 하나뿐이 없는 친구한테 그런감정을 느끼게된 죄책감은 이루말할수없었다. 뭐,혼자 고민할 필요도없었던것이 줄리안은 나보다 더 일찍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하니. 어찌나 행복하던지 우린 그렇게 연인이됐다.

1년간의 짧은연애. 짧나? 나는 긴것도 같았는데,돌이켜보면 생각나는 기억이 너무나 많다. 음악이란 길은 어린 우리가 상상했던것보다 험했다.번번히 실패하고 격려하고, 그렇게 힘들고 우울한 날이 반복되도 서로가있어서 행복했다. 커플송도 만들어불러보고 우리이야기를 담은 가사들을 써 노래에 담아보기도하고 그런데 이생활도 시간이지날수록 점점 지쳐갔다.

줄리안은 나한테 기대려고했만다. 내가 받는 상처는 신경도안썼고설레이는대화보다 가시박힌 대화가 더 늘어갔다.난 줄리안에게 최선을다했다. 최선을 다해 널 보듬었고 아이같은 투정도 다받아줬고 니가 스트레스받을떄 옆에 내 상처는 감춘채로 내모든걸 너한테 쏟아부었다.나도지쳤고 더이상 그런 그자식 모습을 보고싶지도않았다. 점점 한국에도 적응을해가면서 우린 서로 할일이 많아지고 더이상 일상의 절반을 같이보내지도않았고 제일 중요한1순위가 서로가되지도않았다. 음악이란것은 바쁜 생활속에 잊혀져가고 마음속에만 남아있는 추억이 되어갔다. 그리고 너와보냈던 시간도 그렇게 추억이되었다.

후로 줄리안은 휴학을했고 나는 진우의도움으로 예전보다 친구도많이사귀고 평범한 대학생 삶을살았다. 오히려 음악공부를 손에서 놓으니 더 편했던것같다. 옛날생각 이것저것 하다 정신차려보니 앵콜무대를하는 그자식 모습이 나왔다. 사색이됐다. 분명 니가 들고나온노랜데 왜 나한테 이렇게 익숙한거니.

"야 로빈!! 로빈 어디가!!"

벗어놨던 옷을 제대로 입지도않은채 몸에 쑤셔넣고 진우의집을 나왔다. 너 줄리안 정말 미치지않고서야 나한테 어떻게이래?.택시를잡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도어락문을 여는 손이 바들바들 떨려 비밀번호를 제대로 누르지도못했다.문이열리자마자 뛰어들어가 창고를 뒤졌다. 켜켜이쌓인 오래된 악보가많았다. 가사건멜로디건 토씨하나 틀리지않고 다똑같았다. 줄리안이 히트친 노래는 분명 내노래였다. 당장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전화연결음이 들릴때쯤 아차했다. 그래 최정상 아이돌이신데 전화번호가 전이랑 같을리가없지.

"여보세요?"

받았다. 줄리안이다. 틀림없이 이건 줄리안목소리다.

"야 이 개새끼야 너 대체 뭐야"

내 노래가지고 작사작곡에 지이름띄우면서 춤추고 노래하는것도 화났지만, 1위 트리플크라운까지 하는새끼가 전화번호는 왜 그대론데? 기가찬다.

"어- 자기야 왠일이야? 전화번호안지웠네? 니성격에 언제 연락 한번 올줄은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게와서 놀랍다. 좀바쁘긴한데 무슨일?"

넌 진짜 어디까지 쓰레긴거니. 둘이 사랑할때 웃음지으며 썼던 노래를, 창고에 박아놓고 다신 꺼내보지않을줄알았던 이노래를, 거리만 돌아다녀도 수십번 듣게되는 상상을했더니 구역질이난다.

"바빠죽겠는거 내가 알거없고 만나서 얘기좀하자?"